어제 김기덕 감독의 비보를 듣고 마음이 착찹해졌습니다. 환갑을 앞둔 김기덕 감독은 코로나19로 인한 합병증으로 라트비아의 한 병원에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데요.
현지 보도에 의하면 김 감독은 러시아와 에스토니아를 거쳐 지난달 20일부터 라트비아에 거처를 마련해 생활하고 있었으나 연락이 끊겼고, 행방을 수소문하던 중 코로나19 증상으로 현지 병원에 입원했다가 이틀 만에 사망했다고 합니다.
2018년 이후 해외에 머물러온 김 감독은 지난해 모스크바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고, 올해 카자흐스탄에서 러시아어 영화 ‘디졸브’를 개봉하는 등 해외에서 활동해왔다고 하는데요. 최근 라트비아 북부 휴양 도시 유르말라에 저택을 구입하고 라트비아 영주권을 획득할 계획이었다고 하네요.
1996년 영화 '악어'로 데뷔하여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피에타', '사마리아' 등의 영화를 만든 김 감독은 세계 3대 영화제인 칸, 베니스, 베를린 본상을 모두 받은 유일한 한국 감독이지요.
2004년 '사마리아'로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을 받은 데 이어 같은 해 '빈집'으로 베니스 영화제 은사자상으로 거장 감독의 반열에 올랐고, '아리랑'으로 2011년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상, '피에타'로 2012년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최고상)을 잇달아 받았습니다.
어젯밤 비보를 접하고 나는 인간에 대한 정도 없어지고 나누거나 아우르려고 하지도 않고 정치인도 아니면서 저마다 진영 논리에 매몰되어 무슨 일만 있으면 늑대처럼 으르렁대고 개처럼 짖어대기만 하는 점점 짐승으로 변해가는 모질고 거친 세상 인심이 하냥 답답해 밤잠을 설쳤습니다.
나는 대구가 세계적인 영화의 메카라고 생각합니다. 그 흔한 영화제 하나 없지만 김기덕 감독을 비롯해 이창동 배창호 배용균 봉준호 강우석 신성일 등 세계에 이름을 알린 주옥같은 명감독들이 다 이 지역 출신입니다. '화려한 휴가'의 김지훈 감독이나 최근 주목받는 '카일라스 가는 길' 정형민 감독 등도 대구 출신입니다.
뿐만아니라 일제강점기 때부터 활동했던 영화 ‘임자없는 나룻배’의 이규환 감독, 1957년 황진이 이후 신영균 데뷔작 ‘과부’(1960) 를 비롯해 33편의 영화를 연출한 조긍하 감독, 한국 최초의 여성영화 감독인 박남옥 등등 대구의 영화사가 바로 한국영화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구에 삶의 터전을 잡고 좋은 영화를 선보여 주목받고 있는 독립영화 감독들까지 손꼽으면 일일이 다 헬 수도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빠뜨릴뻔 했는데요 김영득 감독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영화의 시작은 김영득 감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선영화의 산실인 조선영화제를 주도했고 프로영화운동을 펼친 선구자라는 사실에 대해 영화인들 조차도 잘 모르고 있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왜 이런 영화감독을 홀대하고 진정한 예술가로 받아들이지 않는지 제대로 한번 따져보고 돌아봐야할 때입니다.
첫댓글 주산지의 저 풍경이 잊히지 않는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공적에 마음을 모아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코로나의 횡포 실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