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액 형태로 코에 주입하거나 뿌리는 에어로졸(스프레이) 방식의 신종 코로나(COVID 19) 백신이 러시아에서 거의 개발 완료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발렌티나 마트비엔코 러시아 상원 의장은 22일 "임상 시험 참가자 자격으로 에어로졸 형태(в виде аэрозоля)의 코로나 백신을 접종했다"고 밝혔다. 마트비옌코 의장은 지난 1월 백신 접종을 앞두고 받은 혈액검사에서 신종 코로나에 대한 항체를 일정한 수준 이상 보유한 것으로 확인돼 접종을 미룬 바 있다.
마트비옌코 상원의장, 임상 참가자 그룹으로 '비강 스프레이 백신' 접종했다/얀덱스 캡처
마트비옌코 의장은 이날 상원 봄 회기를 결산하는 기자회견에서 "(항체를 보유하고 있지만) 새로운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높은 전염성을 감안할 때, 바이러스가 유입되는 비인두(코 안쪽)의 면역성 증가를 위해 '에어로졸 형 백신'을 접종하라는 전문가들의 권유를 받고 지난 18일 '스푸트니크V' 2차 접종 성분의 백신을 주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새로운 형태의 백신은 아직 공식 등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임상 시험 참가자 자격으로 접종했으며, 3개월 후에 혈액 검사를 통해 그 결과를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최근 2배 가량 폭증한 모스크바에서는 확진자의 89%가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져 항체의 면역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가들로부터 백신 재접종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가말레야 센터, 점액(에어로졸) 형태의 신종 코로나 백신 개발/얀덱스 캡처
마트비옌코 의장이 맞은 '에어로졸 형' 백신은 기존 '스푸트니크V' 백신의 개량형이다. '스푸트니크V' 백신을 개발한 '가말레야 센터'의 아나톨리 알트슈테인(Анатолий Альтштейн) 수석 연구원은 22일 언론 인터뷰에서 '비강(으로 주입하는 에어로졸 형) 백신'은 '스푸트니크V'를 액체 형식으로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트슈테인 연구원은 "'비강 백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인체에 들어가는 비인두의 면역력을 높여줄 것"이라며 "바이러스 연구에서 오랫동안 활용된 방식으로 인체에 주입하는 벡터(전달체) 바이러스를 건조시켜 (비강 백신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스푸트니크V' 백신은 인체 아데노바이러스를 '벡터'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비강 백신'도 '스푸트니크V'와 마찬가지로 2회 접종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의학적으로 금기 사항이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든 사람에게 사용 가능하다고 한다.
러시아 고위인사중 처음으로 비강 스프레이 백신 접종 사실을 밝힌 마트비옌코 상원의장/사진출처:러시아 상원
주사형이 아닌 에어로졸 형태의 백신 개발 소식은 그동안 러시아에서도 여러 차례 나왔다. 개발 책임자의 발언도 시간과 장소에 따라 그 뉘앙스가 서로 달라 다양한 옵션이 검토중인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가말레야 센터'의 알렉산드르 긴츠부르크(러시아어로는 긴쯔부르그) 소장은 최근 8~12세 아이들에게 적합한 비강 스프레이 형태의 백신을 9월 중 출시할 계획이라고 공표했다. 긴츠부르크 소장은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연구팀의 사전 실험 결과, 아이들에게서 발열과 같은 부작용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백신은 오는 9월 중순(15일께) 시중에 배포될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임상시험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반론도 적지 않아 국가등록 여부는 아직 불확실해 보인다. 특히 긴츠부르크 소장은 지난 5월 "비강 스프레이 백신을 올해 말부터 내년(2022년 초)까지 임상 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국가 등록은 2022년이다. 한달여만에 비강 백신의 배포를 6개월 이상 앞당긴다는 뜻인데, 믿기가 쉽지 않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스푸트니크V' 백신의 임상 시험이 러시아에서 시작된다고 전한 지난 5월 20일자 기사 묶음/얀덱스 캡처
헷갈리게 만드는 그의 발언은 또 있다. 긴츠부르크 소장은 지난 5월 한 TV 인터뷰를 통해 "어린이및 미성년 층을 대상으로 한 스푸트니크V 백신의 임상 시험을 보건부 측과 협의하고 있으며, 허가를 받으면 몇 주 안에 시작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월에는 어린이들에게는 점안액 형태의 스푸트니크 V 백신을 임상 시험할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린이용 백신은 비강 스프레이 형일까?
이같은 상황에서 모스크바 시 당국은 내달 초 12~17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백신 임상시험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분명한 것은 어린이 미성년 백신은 연령대별로 세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현지 전문가들은 어린이용 백신은 3세이하, 3~7세, 7~14세, 또 14~18세 청소년 등 연령대로 나눠 각 연령층에 적합한 백신 모델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같은 원칙하에 긴츠부르크 소장의 기존 발언들을 해석하면, '가말레야 센터'측은 어린이용 비강 스프레이 백신은 3~7세, 8~12세 용으로 개발하고, 12~18세 연령층에게는 기존의 '스푸트니크V' 백신의 용량을 줄여 접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 보건부, 학생들에게 7월 중순까지 백신접종 권유/얀덱스 캡처
특히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창궐로 10대 청소년들도 확진될 경우, 중증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아 모스크바 시당국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10대 청소년들은 확진되더라도 무증상이나 경증으로 지나가곤 했다. 러시아 보건부가 학생들에게 백신 접종을 적극 권유한 것도 이 때문이다.
러시아 방역당국은 학생들에게 새 학기(9월)가 시작되기 전에, 가급적이면 (면역 형성기간을 감안해) 7월 중순까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접종을 받을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나섰다.
러시아에서는 '스푸트니크V' 백신의 에어로졸 개량형 외에도 '스모로딘체바 연구소'가 새로운 스프레이 형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고 무랴쉬코 보건장관이 지난 4월 말한 바 있다.
'에피바코로나' 백신 접종자 중 절반에게서 (9개월후) 항체가 발견되지 않았다/얀덱스 캡처
한편, 러시아의 2번째 백신 '에피박코로나'의 면역성은 접종후 9개월 정도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에피박코로나' 백신을 개발한 '벡토르 센터'의 리나트 막슈토프 센터장은 지난 17일 임상 1, 2상에 참가한 접종자들에 대한 분석에서 "최소 6개월까지는 모든 접종자에게 항체 보유가 확인됐다"며 "9개월이 지나자 접종자의 절반 가까이에서 항체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 연구에서는 '에피박코로나' 백신으로 형성된 항체는 최대 9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러시아 보건부에 등록된 이 백신은 그러나 임상 과정에서 항체 생성 여부를 놓고 임상시험 참가자들과 논쟁을 벌이는 '항체 형성 스캔들'에 휩싸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