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영 梔子花(치자화)
가련해 흰 꽃향은 정든 님 치자(梔子)로고
귀여워 여린 열매 황옥으로 달렸는데
한 무리 새파란 잎은 눈과 서리 견디네
* 梔子花(치자화)-치자꽃
子愛黃金嫩(자애황금눈) 귀여운 열매는 누런 금빛으로 여리고
花憐白玉香(화련백옥향) 가련한 저 꽃은 흰 옥빛으로 향기롭네
又有歲寒葉(우유세한엽) 또한 한 겨울에도 잎이 많으니
靑靑耐雪霜(청청내설상) 푸르른 빛으로 눈과 서리를 견디네
제26영 傲雪蘭(오설란)
오만한 자태 보라 눈에도 굴치 않아
새색시 분향(粉香)조차 란(蘭) 앞에 맥을 못 춰
소심(素心) 혀 잔뜩 뽐낼 제 꺾고 싶은 질투여
* 오설란은 란 종류가 아니라. 눈 속에서 도도하게 피는 것을 상징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 소심란(素心蘭); 꽃 혀(설판)에 점이 없고, 색이 순수한 란을 말한다. 보통 흰 것을 가리킨다. 소심이란 소박한 마음, 또는 평소에 품은 마음 등을 뜻한다.
* 傲雪蘭(오설란)-오설란
彈入宣尼操(탄입선니조) 공자는 곡조를 연주하여 빠져들고
紉爲大夫佩(인위대부패) 대부의 패(신표, 노리개)에 난을 새기네
十蕙當一蘭(십혜당일란) 하나의 난초가 열의 혜초와 맞서니
所以復見愛(소이복견애) 그로써 다시보고 사랑하리라
* 宣尼(선니): 漢(한)나라 平帝(평제) 때 공자를 褒成宣尼公(포성선니공)으로 追諡(추시)했다. 孔子가 衛(위)에서 魯(로)로 돌아 올 때에, 隱谷中(은곡중)에서. 香蘭(향란)이 홀로 무성함을 보고. “蘭(란)은 마땅히 王者(왕자)의 香(향)이 되어야 할 것인데, 이에 홀로 茂盛(무성)하여 衆艸(중초)와 더불어 雜處(잡처)하여 있는가?” 라 탄식하였다고 한다.
* 紉(인): 꿰맬 인, 새끼 꼴 인,
* 佩(패): 찰 패,
제27영 萬年松(만년송)
꼿꼿이 섰다면야 목재로 베일 터니
틀어져 꾸물대는 곱사등이 소나무여
만년을 제대로 살려면 수모 참고 견디세
* 직목선벌(直木先伐) 감정선갈(甘井先竭); 곧게 자란 나무가 먼저 베이고, 맛이 달콤한 우물물이 먼저 마른다. 유용한 탓에 해를 당하고, 생명력을 상실하는 것이다. 장자(莊子) 외편(外篇) 산목장(山木章) 무무용지용(無用之用) 참고,
* 등 굽은 소나무기 선산을 지킨다(한국 속담).
* 아! 대군이나, 이 한시를 쓴 매죽헌 선생도 다 같이 꼿꼿이 절개 지키다 처형당했으니, 사람의 운명이란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이다. 성삼문의 ‘이 몸이 주거 가셔’ 시조 종장. “백설이 만건곤하니 독야청청(獨也靑靑) 하리라”(청구영언).
* 萬年松(만년송)-만년송
今年長一寸(금년장일촌) 올해에 한 마디 늘어나고
明年長一寸(명년장일촌) 내년에도 한 치가 늘어나네
維其不速成(유기불속성) 이에 빠르게 우거지지 않으니
是以年至萬(시이년지만) 이로써 세월은 만에 이르렀네
제28영 四季花(사계화)
꽃과 잎 아름다워 사철이 따로 없어
진향이 습윤(濕潤)하니 향수로 뽑아 쓰고
잘 익은 빨간 열매는 백팔염주 만들래
* 사계화; 장미과에 속한 낙엽 활엽 관목이다. 줄기에 가시가 나 있으며, 잎은 깃 모양의 겹잎이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5월부터 가을까지 붉은색, 흰빛이 나는 노란색 꽃이 피고, 가을에 둥근 열매가 붉게 익는다. 월계화(月季花), 장춘화(長春花)라고도 한다. 소쇄원사십팔영 중 제 35영 ‘사첨사계’ 참조.
* 제 37영에 ‘만가장미(滿家薔微)’가 있는데, 그건 줄장미(덩굴장미)로 보인다.
* 여적(餘滴): 15세기 조선의 재기발랄한 젊은 학자와, 21세기 고희가 넘은 무명의 글쟁이가 시공을 초월해 주고받는 대화는 어떤가? 관점의 차이일 뿐, ‘아름다움’을 묘사하려는 욕망은 서로가 같지 않을까? 다시 600년이 지난 다음의 후학(後學)은 또 어떻게 느끼고 표현할까?
* 四季花(사계화)-사계화
春開看亦好(춘개간역호) 봄에 피었을 때 보아도 아름답고
夏開看亦好(하개간역호) 여름에 피었을 때 보아도 아름다우며
秋冬亦如此(추동역가차) 가을과 겨울에 피었을 때도 또한 여전하니
與爾終偕老(여이종해로) 내 너와 더불어 끝까지 함께 늙어 가리라
제29영 百日紅(백일홍)
아침에 피었어도 저녁은 더 붉어져
정념을 불태우니 술잔은 홍옥(紅玉)으로
백일 간 사랑했으니 여한이야 없겠지
* 백일홍; 초롱꽃목 국화과에 속하는 원예식물이다. 원래 멕시코의 잡초였으나, 원예종으로 개량·보급되었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이며, 배수가 잘 되고 부식질이 많은 참흙에서 잘 자란다. 크기는 약 50~90cm이다. 꽃은 6~10월에 줄기 끝에서 지름이 5~15㎝쯤 되는 두상꽃차례를 이루어 피는데, 100일 정도 피므로 백일홍이라 한다. 조선시대에 쓰진 기록에 나오는 ‘초백일홍’이란 식물이 백일홍과 같은 것이라 여기고 있으나, 언제부터 한국에서 심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다음백과 인용)
* 百日紅(백일홍)-백일홍
昨夕一花衰(작석일화쇠) 어제 저녁에 꽃 하나 지더니
今朝一花開(금조일화개) 오늘 아침 꽃이 하나 피었네.
相看一百日(상간일백일) 서로 바라보며 일백일이라
對爾好銜杯(대이호함배) 사랑하는 너를 대하여 잔을 받드네
제30영 金錢花(금전화)
탐욕을 부추긴 돈 하루 밤 못 넘기나
꽃 보면 눈과 마음 저절로 맑아지니
엽전도 황금이 되면 내 덕인 줄 여기게
* 金錢花(금전화): 여러해살이풀이다. 잎은 피침형으로 여름, 가을에 꽃이 액생(腋生)한다. 낮에 피었다가 다음 날 새벽에 이울어짐. 높이는 60cm 정도이고 어긋난다. 엷은 황색의 꽃이 피는데, 관상용이며 인도, 미얀마에 많이 자생한다. 학명은 Pentapetes phoenicea이다. 자오화(子午花), 오시화(午時花)라고도 한다. 생약명은 노지국(鹵地菊)이고, 황숙화(黃熟花), 금불초(金佛草). 선복화(旋覆花) 등으로 불린다.(익생양술대전 참조)
* 金錢花(금전화)-금전화
我愛金錢花(아애금전화) 나는 금전화를 사랑하나니
對之淸心目(대지청심목) 마주하면 마음과 눈이 맑아지네
如何孔方兄(여하공방형) 어찌하여 엽전은 하물며
一見令人慾(일견령인욕) 한번 보면 사람들이 욕심을 내는가
제31영 拒霜花(거상화)
향 뱉는 연꽃이야 흙탕에 자라지만
목부용(木芙蓉) 땅이 터전 팔월에 활짝 필 터
서리에 대드는 강단(剛斷) 군자인들 당하리
* 목부용; 화단이나 길가에 심어 기르는 ‘풀’의 성질을 가진 떨기나무이다. 줄기는 높이 1-3m, 잎이 다 져도 겨울에는 마른 상태로 남는다. 가지에 별 모양 털과, 샘털이 난다. 잎은 어긋나고, 오각상 둥근 심장형이며, 3-7갈래로 얕게 갈라진다. 꽃은 8-10월에 피며, 잎겨드랑이에 1개씩 달린다. 연한 붉은색이 대부분이며, 지름 10-13cm이다. 열매는 삭과로 둥글고, 지름 2.5cm쯤이며, 긴 털이 난다. 우리나라 전역에 식재하고, 중국이 원산이며, 관상용으로 이용한다. 지부용, 부용마, 산부용, 부용엽 등으로 불린다.
출처;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정보, 한반도 생물자원 포털(SPECIES KOREA) 발췌 수정.
* 拒霜花(거상화)-목부용꽃
最愛木芙蓉(최애목부용) 가장 사랑하는 목부용 연꽃
儼然君子容(엄연군자용) 엄연한 군자의 모습이로다.
雪霜非所畏(설상비소외) 눈과 서리도 두려워하지 않는바
還似在泥中(환사재니중) 도리어 진흙 속에 있는 걸 닮았구나
제32영 映山紅(영산홍)
땅딸막 일본 철쭉 귀족이 좋다 하네
벗님과 책 읽다가 꽃잎에 머물다가
여인에 어렴풋 취해 기모노〔着物〕을 벗기리
* 영산홍; 일본에서 자라는 철쭉의 한 종류인 사쓰끼철쭉(サツキツツジ)을 기본종으로 하여, 개량한 철쭉의 원예품종 전체를 일컬어,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영산홍(映山紅)’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이 이름을 거의 쓰지 않는다. 그들은 《만엽집》에 산철쭉이 등장할 만큼, 오래전부터 심고 가꾸어 온 전통 꽃나무다. 오랫동안 산철쭉으로만 알아오다가, 에도시대(1603~1867)에 오면서, 비로소 산철쭉과 사쓰끼철쭉을 따로 구분하여, ‘5월의 철쭉’이란 이름으로 사쓰끼철쭉을 표기하기 시작했다. 어디까지나, 일본인들의 꽃이었던 이 꽃나무는 강희안의 《양화소록》에서, 보다 상세한 전래기록을 찾을 수 있다. “세종 23년(1441) 봄, 일본에서 일본철쭉 두어 분을 조공으로 보내왔다. 대궐 안에 심어두고 보았는데, 꽃이 무척 아름다웠다. 이 철쭉은 중국의 최고 미인 서시(西施)와 같고, 다른 철쭉은 못생긴 여자의 대표인 모모(嫫母)와 같다”라고 하여, 일본에서 보내온 꽃의 아름다움을 강조했다.(우리나무의 세계 1 박상진 교수 기록 발췌)
* 映山紅-(영산홍)
昔與二三子(석여이삼자) 옛날에 두 세 사람과 함께
讀書天寶山(독서천보산) 천보산에서 글을 읽었다오
爛熳照醉眼(난만조취안) 밝게 빛나는 빛을 취한 눈으로
依俙當日看(의희당일간) 어슴푸레 우거진 햇살 대하듯 바라보네
첫댓글 오늘은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있고
말없는 만년송(萬年松)만
지난 세월을 간직하고 있네요. 감사합니다.
네! 그렇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