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멍 신부님' 때문에 이번 주말에(23일?) '속초'에 가기로 돼 있었습니다.
우리가 30년 정도 알고 지내는 A선생이 속초에 살고 있어서,
한 번 가보기로 했던 건데요,
잘은 모르지만 주말이 가까워지는데도 거기에 대한 소식은 없어서...
'못 가나 보다......' 하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토요일(22일) 아침,
신부님의 전화가 왔습니다.
그러면서 속초에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는 안 가는 줄 알고 있어서, 그냥... 안 가는 걸로 하겠습니다." 하고 한 발짝 뺐는데,
함께 가자는 거였습니다.
그래도, '나도 바쁘다'며 안 간다며 전화를 끊었었는데요,
그 얼마 뒤 전화가 다시 왔습니다.
이미 숙소를(방 두 개) 예약해놓았다며, 저와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그러면서 12시까지 신부님의 숙소까지 오라고 하니,
아예 안 가려고 생각하고 있었음에도,
'숙소 예약비'가 아까워서라도(?)...
가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어차피 이번 주말엔 속초에 가기로 돼 있었으니, 꼭 갑작스럽다고만 할 수도 없어서요......
그렇게, 저는 그저... '또 한 번의 출타'로만 생각하며, 신부님의 숙소에 도착을 했는데요,
아무튼 둘이 고속버스 터미널에 가서, 버스를 타게 되었고...
'터널'들만 많은 고속도로를 달려,
속초에 도착을 했는데요,
이 신부님, 오는 차 안에서(고속 터미널에서 그랬던가?)...
A선생에게 전화를 걸더니,
갑작스럽게 속초를 가게 되었다며... 둘이 약속을 잡드라구요.
(갑작스러운 건 A선생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느닷없이 신부님 전화가 와서 놀란 모습이던데, 그 양반도 갑작스런 일이라 어리벙벙해 하는 것 같았지만, 아무튼 우리가 간다니... 자기가 터미널에 나와 있겠다고 하드라구요.)
그래서 오면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신부님이 꼭 '속초'에 가고 싶었던 모양이드라구요.(그 계획이 무산되었던 것 같은데도 본인이 일을 꾸민 것을 보면요.)
그러다 보니 그 당사자인 A선생도 모르고 있었던 일 같았는데,
아무튼 A선생의 반응에 따라, 신부님도 대응하려던 계산이었던가 보드라구요.
그러니 저 역시, 거기에 맞춰줄 수밖에 없었고(어차피 가리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기에)...
서울을 빠져나오기가 힘들어 약 반 시간 쯤 지체되어 속초에 도착했는데요,
A선생은 터미널에 나와있었고,
우리는 일단 숙소에 가방을 놓아둔 뒤, A선생의 안내에 따라 바닷가 회집으로 갔습니다.
근데요,
그 횟집은, A선생과 제가(저의 자전거 여행과도 연결돼) 그 주인과 알고 지내던 곳이었는데,
아, 그 사이에... 그 집 안주인이 병으로 돌아가셨다고 하더라구요.
아무튼, 아들이 대를 이어서 운영하고 있다는 그 집에 들렀고,
우리는 오랜만에(약 2년) 회포를 풀기에 이릅니다.
좋았습니다.
이제 일흔이 된 세 사람이 만난 자리,
동해안 바람을 느끼며 막걸리 한 잔을 했지요.
그리고 몸이 썩 좋지 않아 우리 자리에 합석을 하지 못했던 A선생의 부인을 만나러 그 집에 가게 되었는데요,
빈손으로 가긴 했는데,
그래도 오랜 세월 알고 지내는 사이라 큰 문제는 없었고,
거기서도 좋은 분위기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잘 보내다,
밤 10시 경에 우리는 숙소로 돌아왔는데요,
그렇게 하룻밤만 자고 서울로 돌아올 계획이었는데,
숙소에서 신부님 옷을 빠는 바람에(옷을 많이 가져오질 못해서)...
하루를 더 연장하기로 하고,
일요일이 되어, 신부님은 근처에 있던 '성당'을 가셨고,
저는 느긋하게 미사를 마친 신부님을 만나러 성당으로 찾아갔는데요,
(A선생은 이미 다른 중요한 일정이 있어서, 오늘은 그냥 우리 둘이서만 보내기로 합의를 보았답니다.)
한낮이었는데,
한가롭게 우리는 그 마을(아바이 마을)을 거닐며
'감자 옹심이'를 한 번 먹으려고...
시장을 찾아가고 있었는데요,
여기는 봄이었습니다.
이미 매화는 여기저기에서 피고 있었고(이미 핀 곳도 많을 정도로) 서울과는 달리 봄냄새가 역력하드라구요.
저에게는 올해 들어 처음 맞는 매화라,
냄새도 맡아 보았고, 사진도 찍는 등...
성큼 다가온 봄의 기운과 함께, 어느새 저는 '관광객'이 돼 있었던 거지요.
그러다가 바닷가를 걸으면서 전망대에도 올라 한 컷을 찍었고(아래),
봄 날씨라 그런지 뿌옇긴 했지만, '설악산' 쪽을 바라보니 산에는 잔설도 보였고(아래),
우리는 그 다리(금강대교라더군요.)를 건너,
속초의 '중앙 시장'을 찾아갔답니다.
사람들에게 물어 '감자 옹심이'집을 찾아갔는데, 줄이 서 있드라구요.
그래서 우리도 맨 끝에 줄을 섰다가, 다른 사람들은 다 들어간 뒤 한 컷(아래).
그리고 결국 우리도 들어가자, 바로 '옹심이'가 나오던데, (아래)
맛있드라구요.
그래서 먹는 즐거움도 느꼈고,
그 식당에서 나와 시장 한 바퀴를 도는데,
신부님은 또 '술빵'에 관심을 갖드라구요.
미국에서 오셔서, 한국의 이런 음식(정서)이 그리웠던가 봅니다.
그러니, 방금 전 옹심이를 먹고도(약간 모자란 느낌도 없지 않아서)... '술빵'까지 먹게 되는데요,
빵을 사긴 했는데, 그걸 먹어야 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렇다고 노인네들이 걸어다니며 먹을 수는 없고......
그런데 마침 거기에, 휴식 장소 비슷하게 의자도 있는 한 공간이 있어서,
일단 거기에 가서 빵을 먹은 뒤 돌아다니든 말든 하기로 했지요.
그런데 제가 그냥 말 사람입니까?
그 사진을 한 장 남기려다, 어렵게 카메라를 설치해놓긴 했는데...
정작 작동을 시킬 때는 '동영상'을 찍게 되어,
그렇게 나온,
'두 늙은이'(?신부님을 그렇게 불러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가 시장에 앉아,
빵을 먹는... (좀 우스꽝스러울 수도 있는)
동영상도 나왔답니다.
(신부님껜 미안하지만)
그 동영상도 올려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특히 저는) 갑작스럽게 '관광객'이 되어,
속초에서의 이틀을 보내게 되었답니다.
(신부님께는, 저 같은 자유로운 사람이(언제라도 떠날 수 있는?) 친구로 필요했던 거겠지요? 더구나, 신부님은 본인이 서울에 온 목적(?)은 완수를 했기에, 아직 시간은 남은 상태로 이제 미국으로 돌아가시기 전에... 이런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싶으셨던 거겠구요. 옷이 없으셔서(?), 이 숙소에 세탁기가 있는 것을 이용해 옷을 세탁해가면서까지, 그 기회를 이용하셨던 거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