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하룻날 일요일이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성당 미사가 없어
집에 있었다. 토곡 테니스장도 코로나 때문에 폐쇄돼 꼼짝없이 방콕하게 생겼다.
그런데 전화가 한통 왔다. 대학다닐 때 기숙사 룸메이트였다. 나더러 공치러 가느냐고 물었다.
코로나 때문에 방콕 한다니까 산에 가보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는 주말과 휴일에는 비가 와도 산에 가는 사람이다.
코로나 때문에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많이 가지 않는 코스라면 괜찮겠다 싶어
어느 산으로 가려고 하느냐고 물었더니 만덕에서 백양산 갔다 온다고 했다.
내가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길이라고 하면서 점심식사용으로 고구마를 구워오겠다고 했다.
10시 반에 만덕 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물만 한병 챙겨 부랴부랴 나섰다. 지하철도 텅텅 비었다.
만덕역에 내려서 약속시간이 됐는데도 모습이 보이지 않아 전화를 했더니 조금 늦다고 했다.
본래 그는 약속시간보다 일찍 오는 사람인데... 나중에 물어보니 고구마가 약간 커서 굽는데 잘 익지 않아 시간이 조금 지체되었다고 했다. 자하철역에서 나와 건널목을 두번이나 건너서 북구 디지털도서관쪽으로 틀었다.
도서관앞 광장을 지나 산 능선을 따라 올랐다. 만남의 숲을 지나 둘레길을 한참 동안 걸었다. 생전 처음 걷는 길이지만 작년에 갔던
지리산 둘레길 보다 운치가 더 있는 것 같았다. 다음에는 가족과 함께 걸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 아래 낙동강과 구포 시내가 훤히 내려다 보였다. 운수사에 도착하니 오후 한 시였다. 주차장에는 많은 차들이 주차해 있고
약수터엔 사람들이 물병으로 물을 받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약수를 받아 차에 싣고 가는 것 같았다.
대웅보전 언덕에는 쑥을 캐는 아낙들이 엎드려 새로 올라오는 쑥을 캐고 있었다. 범종각에서 누군가 종을 치는 소리가 '딩-'하고 울려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