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위한 변론 - 우리 몸에 새겨진 평범한 질서를 살짝 비트는 것만으로 닫혀 있던 세계가 열릴지 모른다. 평등한 무대를 여는 '기이한' 몸들의 역사
이 책은 춤에 관한 개인적인 경험과 춤의 역사를 통해 '차별과 평등의 문제'를 다룬다.
1부 <빛 속으로>에서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고립된 유소년기를 거쳐, 장애인들의 공동체와 일반고등학교, 대학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될 때까지도 몸을 꼭꼭 숨긴 내가 무대에서 춤을 추게 되기까지 만난, 내 몸에 깃든 타인들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다른 한편 현대무용의 역사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무용수들의 사례를 통해, 타인의 지배적인 시선에 맞서 자신만의 힘을 발견하고 기존의 '춤추는 능력'에 대한 규정을 전복한 이야기를 다룬다
2부 <닫힌 세계를 열다>에서는 20세기 후반 등장한 장애인 무용수와 배우들의 이야기를, 객석과 무대의 규칙과 조건을 재구성하는 동시에 공연 접근성에 관한 사례를 소개한다. 우리가 어떻게 차별적인 존재가 되기를 기꺼이 선택하면서도 평등한 공동체를 지향할 수 있는지에 관한 실례를 얼마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3부 <무용수가 되다>에서는 1부에이어 춤의 역사를 다시 살펴보면서, 정치공동체와 춤추는 몸의 관계를 주목한다. 지극히 차별적인 존재가 되고, 온전히 평등한 개인들로 구성된 공동체를 지향하려는 노력이 자칫 '우리'라는 집단 외부의 다른 존재들에게 폐쇄적일 위험은 없을까? 춤의 역사, 춤에 관한 다양한 실천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나는 '장애가 있는 몸'이 지극히 차별적인 개인 또는 공동체가 되려는 과정에서 우리가 빠지기 쉬운 함정, 즉 타자에 대한 폭력을 견제하는 '닻'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한다.
불합격한 몸, 거부된 꿈, 실격당한 삶 - 외줄 위에 선 존재들을 위하여
'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 개인으로 구성된 공동체가 무엇인지 아는 몇 문장으로 해명할 수 없다. 이것이 오늘날의 춤을 통해 그리고 춤의 역사를 통해 차별과 평등이라는, 어쩌면 한국 사회에서 어느새 진부하고 얄팍하게 통용되는 이 말을 다시 탐구하려는 이유다. 우리는 각자의 능력을 갈고 닦으면서 타인과 차별화되기를 바란다
한편으로 우리는 모든 능력의 전제이자, 언제나 그 능력의 외부에서 능력에 관한 규정을 뒤바꾸는 힘을 지녔다는 점에서 평등한 존재다
모두에게 동등하게 작용하는 힘에 몸을 온전히 맡기면서도, 동시에 그 힘에 맞서는 각자의 몸의 기술 사이에서의 움직이기, 그것이 내가 아는 좋은 춤, 잘 추는 춤이다. 따라서 좋은 춤, 잘 추는 춤을 향한 몸들의 역사를 살피는 것은 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 개인들로 이뤄진 공동체를 그려내는 한 가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