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차병원 회장 만나 현안 부탁받아… 성남FC 후원액 직접 결정”
[이재명 구속영장]
檢 구속영장서 밝힌 이재명 대표 혐의검찰이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차광렬 차병원 회장을 두 차례 직접 만나 현안 해결을 부탁 받은 내용을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했다.
17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뇌물공여 기업 관계자들 모두 피의자의 요구로 성남FC에 거액의 뇌물을 공여하기로 결정하게 됐다”며 “그 액수 또한 피의자가 일방적으로 정해줬으며 그 대가로 현안을 해결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2014∼2018년 두산건설(55억 원), 네이버(40억 원), 차병원(33억 원), 푸른위례자산관리(5억5000만 원) 등 4개 기업이 낸 133억5000만 원의 후원금이 제3자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 두산건설서 더 많은 이득 얻을 방법 강구하라 지시
검찰은 이 대표의 범행 동기로 2014년 7월 성남FC가 부도 위기에 내몰린 상황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성남시장 임기 중 치적으로 내세우려던 성남FC가 오히려 부도 위기에 몰려 비난을 받자 시장이 가진 각종 사업의 인허가 권한을 내세워 기업들에 운영자금을 요구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이에 이 대표는 성남시 직원에게 두산건설을 상대로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당시 후원금을 확보하지 못한 성남FC를 찾아가 임직원들을 심하게 질책하기도 했다.
차병원그룹은 당시 줄기세포 메디클러스터사업을 구상하며 분당경찰서와 분당구보건소 부지를 취득해 용도변경 및 용적률 상향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는 2014년 2월과 2015년 12월 두 차례 차 회장으로부터 클러스터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부탁받았다. 1차 회동 이후인 2014년 11월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은 부동산 개발업자 황모 씨를 통해 차병원 측에 “분당구보건소 부지 매입 및 용적률 상향 등을 성사시켜 주겠다”며 후원금 30억 원을 요구했고 차 회장은 후원을 결정했다. 2차 회동 직후 이 대표는 성남시 부시장 등이 참석한 회의를 소집해 차병원의 요청대로 오랜 절차를 거치지 않도록 보건소 이전을 신속히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성남시는 2018년 2월 보건소 신축 이후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분당경찰서와 차병원 부지 용적률을 200∼250%에서 460%로 올려주기도 했다.
● 檢 “징역 11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 사안”
검찰은 이 대표가 인허가를 대가로 성남FC 후원금을 받는 행위가 위법한 것을 알면서도 이를 강행했다고 봤다. 두산건설 정자동 병원 부지를 상업용지로 용도변경하는 대가로 후원금을 내는 것이 위법하다는 성남시 직원들의 보고가 여러 차례 있었던 것이다.
이 대표는 성남시 구미동 땅을 매입하려는 네이버에 “다른 기업들과 달리 네이버가 성남시에 기여한 부분이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또 정 전 실장은 “(이 대표) 임기 동안만 후원하면 된다”며 “남은 임기 3년간 매년 40억 원씩 120억 원 또는 매년 20억 원씩 60억 원을 후원해 달라”고 네이버 측에 제안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검찰은 “성남FC 관련 뇌물 범죄는 법정형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고, 본건은 뇌물을 적극적으로 요구한 사안이라 특별가중요소가 있어 징역 11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에 처할 사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 李 “성남FC 후원금 아닌 광고비” 혐의 부인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이날 전국 지역위원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시장이나 공무원들은 구단의 광고영업에 관여한 바 없다”며 “무상으로 받은 후원금이 아닌 광고 대가로 받은 광고비”라고 반박했다. 또한 “성남시 행정은 적법하고 정당했으며 시장은 구단 운영이나 광고비로 단 한 푼의 사적 이익을 취한 바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장은지 기자, 박종민 기자, 박훈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