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의 마술
신용목
그런 풍경은 보이지 않는 풍경을 보여주는 풍경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삼성역을 나왔을 때
유리창은 계란 칸처럼 꼭 한 알씩 태양을 담았다가 해가 지면 가로등 아래 깨뜨린다.
그러면 차례로 앉은 사람들이 사력을 다해 싱싱해지는 것이 보인다.
그들이 스스로 높이를 메워버린 후 인간은 겨우 추락하지 않고 걷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잃어버린 날개 때문에 지하철을 만들었다고……
삼성역 4번 출구 뒷골목을 걷다가 노란 가로등 아래를 지나며 울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눈을 감으면,
유리창에 비친 뺨을 벽에다 갈며 지하철의 지나간다. 땅 속의 터널처럼, 밤이 보이지 않는 뒷골목이라면 가로등은 끝나지 않는 창문이라고……
냉장고 문을 닫아도 불이 켜져 있어서 환하게 얼어 있는 얼굴이 보이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마술은 아직 초연되지 않은 마술을 재연하는 마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삼성역을 지나갈 때
이쪽 빌딩에 나타났던 택시가 사라졌다가 저쪽 빌딩에 나타나는 것을 보면, 나는 언제든 나타날 수도 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달려가면서,
아무 데서도 보이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우회전을 하면 다리를 건너는데……
백미러 속으로 누군가 달려오고 있었다.
깨진 우리 속이면 사람은 한 명으로도 군중을 만든다. 인간은 끝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