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58·MJ)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국제축구계의 '파워 게임'에 나섰다. 2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프 블라터 FIFA 회장과 모하메드 빈 함맘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이 그 신호탄이다. 최근 블라터가 함맘 등의 지원을 받아 올림픽축구의 선수 연령대를 기존의 23세 이하에서 21세 이하로 낮추기로 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하지만 '올림픽 이슈'는 본격적인 권력투쟁의 시작을 알리는 서막에 불과하다. 오는 5월 함맘의 연임이 걸린 FIFA 집행위원 선거, 나아가 2011년 블라터의 연임 또는 후임 결정이 달린 FIFA 회장 선거가 메인 이벤트다. MJ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향후 벌어질 '파워게임'의 주역임을 선언한 셈이다.
◇MJ, 블라터에게 태클을 걸다
지난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FIFA 집행위에서 블라터는 기습적으로 올림픽 축구 선수 연령대를 낮추는 문제를 들고 나왔다. 함맘을 비롯한 각 대륙연맹 회장들과 협의를 거쳤다며 총회 안건으로 상정하겠다고 밀어 붙였다. 이 논의 과정에서 FIFA 내 올림픽분과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MJ는 배제됐다. 공교롭게도 자신의 담당 업무에서 '물을 먹은 것'이다. MJ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연령대를 낮추는 안건이 총회에 상정되면 다른 회원국들과 연대해 반대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사실상 블라터의 결정에 반기를 든 셈이다. 함맘은 FIFA 내에서 가장 열정적인 '친 블라터' 인사로 꼽힌다. 블라터가 국제축구계에서 갖고 있는 '가장 영향력있는 친구'라는 촌평도 있다. '블라터+함맘 대 MJ'의 대결구도가 그려지고 있다.
◇파워 게임의 최종 무대는 2011년 FIFA 회장 선거다
함맘이 최근 외국 언론 인터뷰에서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을 향해 "목을 잘라버리겠다(cut the head off)"는 폭언을 퍼부었던 것도 이런 흐름에 있다. 함맘은 조 회장을 MJ의 대리인으로 본 것이다. 5월 FIFA 총회에서 집행위원 4선에 도전하는 함맘에 대항해 샤이크 살만 바레인축구협회장이 나섰다. 함맘은 살만의 배후에 MJ가 있다고 믿고 있다. 함맘은 최근 인터뷰에서 "정몽준이 살만의 출마를 조정하고 있다. 그(MJ)는 궁극적으로 블라터의 다음 자리를 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함맘 스스로도 FIFA 회장직을 원한다. MJ는 이날 "함맘은 분명히 FIFA 회장직에 욕심이 있다. 그러나 FIFA 회장이 되려는 사람은 국제축구계의 신망을 얻어야 하는데 함맘은 분열만 일으킨다"고 비난하면서 그를 AFC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FIFA 회장직은 연임 제한 규정이 없다. 블라터가 2011년 4선에 도전할 수도 있고 함맘 또는 MJ가 차기 경쟁을 펼칠 수도 있다.
◇MJ는 과연 FIFA 회장직에 도전할까
MJ는 이날 회견에서 "나는 함맘처럼 적극적으로 캠페인(선거운동)을 벌이고 있지는 않지만 국제축구계에 기여할 길이 있다면 피하고 싶지 않다"면서 FIFA 회장직 도전의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물론 명시적인 말은 아니었지만 이전 발언에 비해서는 진일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MJ는 지난 1월 축구협회장직을 물러나면서 "내가 공직에 있는 동안에는 (해외에서 주로 활동해야 하는)FIFA 회장은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축구컬럼니스트 롭 휴즈는 최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에 국제축구계의 파워게임을 분석하는 기고문을 쓰면서 MJ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그는 '정몽준이 함맘을 제거할 의도가 있는지,또는 FIFA 회장직에 야심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 명시적으로 부인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고 썼다. 그러면서 MJ에 대해서는 '그는 야망있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으며, 독단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블라터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MJ는 아직 FIFA 회장 도전에 대해서는 'NCND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2011년에는 '세계의 축구대통령'을 뽑고, 2012년에는 한국의 대통령을 뽑는다. MJ는 여전히 두가지 선택 가운데 고민하고 있다.
위원석기자 batman@
이분 점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