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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九 章 自中之亂
고뇌(苦腦)란 발전을 위한 태동(胎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 부터
느끼고 있던 일이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나 스스로의 존재가치 이상으로 닥쳐오는, 이 엄청난... 충격을 바로 그 고뇌와
같다고 할 수는 없지 않는가?
오오... 하늘이여.
항상 그렇듯이 태사의에 파묻혀 있는 사나이...
태어나기 훨씬 이전부터 숙명으로 받았던 성(姓)과 태어남과 동시에 운명이
선사한 이름, 조문백의 눈앞에는 한 자루의 섭선이 놓여 있었다.
탁자 위에 정물처럼 놓여 있는 섭선은 한 때 위엄과 존경, 그리고 박동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죽어 있는 정물에 불과했다.
"형님..."
조문백의 입술이 경련을 일으키며 내뱉아진 말이다.
섭선의 임자는 그에게 있어 정신적인 지주였댜.
항상 강했으며, 너무도 깊은 속 마음 때문에 언제나 내심을 알 수 없었던 사람,
또한 그가
폐하라 부르는 대형(大兄)보다도 어떤 의미에서는 더욱 사랑했던 인물.
언제였던가...?
3살이었나... 4살이었나...?
하루 종일을 계속되는 연공이 싫어 동굴 속에 숨어 울고 있을 때 그는 나를
찾아와 맛있는 전병을 손에 쥐어주며 달래었었지...
그런 그가...
그런 이형(二兄)이...
죽었다!
믿을 수 없는 비보(悲報)가 날아들었을 때 조문백은 넋을 잃었다.
믿을 수 없다.
지옥의 저승사자라고 해도 그를 데려갈 수는 없는데... 그런 형님이 죽다 니...
나에게는 신(神)이었던 사람.
어떻게 신이 쓰러질 수 있단 말인가?
벌써 삼일째, 조문백의 고뇌는 끝이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문득,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그의 깊은 고뇌와 슬픔의 장벽을 허물었다.
"폐하께서 부르십니다. 삼왕야..."
조문백의 안색이 변했다.
그는 몇 차례나 안색이 바뀌고 있었다.
그러나 곧 한숨을 쉬며 입술을 열었다.
"알았다. 물러가라..."
"당장... 당장 전 군(軍)을 발동하지 못하겠느냐?"
저르르릉...!
조황백의 분노에 찬 외침은 대전을 기둥째 흔든다.
"아니됩니다. 폐하."
"왜? 왜 안된다는 것이냐? 짐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그래도 아니됩니다."
"이런 발칙한... 죽고 싶으냐?"
조황백은 마침내 벌떡 침상에서 일어서고 있었다.
그 순간 조문백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서 이상한 발광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왕야께서 서거하신지 겨우 며칠입니다. 그에 대한 예우를 위해서라 도...
장례는 치뤄야 할 것이 아닙니까?"
순간 황백의 몸이 바람도 없는데 푸르르 떨었다.
"천백의 장례...? 으음..."
그는 털썩 태사의에 주저앉았다.
"으음, 좋다. 그럼 7일제를 지낸다."
"아니될 말씀입니다."
이번에는 조문백이 강하게 외쳤다.
"뭐라고...?"
"이왕야는 엄연한 송조의 왕야이십니다. 황가의 장례를 그렇게 간략하게 치르는
법이 없습니다. 국법을 세울 우리 황가에서 황가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것은 곧
황가 스스로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입니다. 7 일장은 평범한
백성이나 치르는 것입니다."
"그럼... 며칠 장으로 했으면 되겠느냐?"
"백일장(百日葬)입니다."
이번에는 조황백의 눈썹이 무섭게 곤두섰다.
"안돼!"
"왜...? 왜 아니된다는 말씀입니까?"
"짐은 참을 수 없다. 천백을 죽게한 무리들을 더 이상 살려 둘 수가 없다. 그들이
살아있는 한 어찌 짐의 마음이 편하겠느냐? 차리리 놈들의 수급을 베어 장례의
신단에 올리겠다."
조문백은 고개를 저었다.
"장례기간에는 피를 흘려서는 아니되는 법입니다."
"법은 무슨 법! 짐이 곧 법이다!"
꽝!
분이 북받친 나머지 조황백은 돌로된 탁자를 내리쳤으며, 탁자는 즉각 가루가
되어 버렸다.
무서운 힘이었다.
그러나 조문백은 완강하기만 했다.
"백일장을 치르는 동안 모든 활동을 중지해야 합니다."
"으으... 이 바보같은 놈...!"
"아무튼 신(臣)은 그렇게 알고 장의를 준비하겠습니다." "...!"
조문백은 일어서서 절을 한 뒤 밖으로 걸어나갔다.
조황백의 두 눈에서 무시무시한 살광이 뻗어 나왔다.
그는 손을 번쩍 치켜 들었다.
그러나 내려치지는 못하고 조문백의 뒷전에 대고 말했다.
"너의 말을 따르겠다. 그러나 장례일은 49일로 한다."
조문백은 아무 말이 없었다.
포랑진의 모옥에는 방문객이 쉬지않고 드나들었다.
그들은 아주 평범한 자들이었다.
어부들도 있었으며, 객점의 사환도 있었다.
뿐더러 때로는 농부나 장사꾼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모옥에 드나드는 것을 본 사람은 없었다.
왜냐면 그들이 모옥을 방문하는 시각은 늘상 깊은 밤이기 때문이었다.
궁단향은 산더미같은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포랑진에 자리잡고 살기 시작한 6년간에 걸친 모든 정보들이 다.
지금 그녀는 그것을 다시 읽으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보고서는 매일 답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한결같이 한 사람에 관한 것이었다.
지금...
궁단향은 그 인물에 대해서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벌써 32일째...
그는 바깥 출입을 하지 않고 있어.
그는 아마도 49일을 채우는 동안 밖으로 나오려 들지 않을 거야...
그러나 그 이상이라면...?
내가 원하는 것은 그가 애초에 말한 것처럼 49일제가 아닌 백일제를 고집하는
것이야.
그렇게 된다면...
그를 무너뜨리는 것도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야.
문득, 방문이 열리며 들어서는 여인이 있었다.
"...?"
궁단향은 의아스런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누구죠?"
모옥 안으로 들어선 것은 한 명의 꽃바구니를 든 소녀였다.
커다란 눈이 너무나 슬퍼 보여 뭐라고 말을 할 것 같았으며 금방이라도 눈물을
주르르 흘릴 것만 같은 애처로운 소녀였다.
그런데...
"깔깔깔...! 나야, 나. 아니 나를 모른단 말이야? 향매?"
느닷없이 깔깔거리는 소녀의 얼굴이 문득 변한다.
"봉... 봉언니!"
궁단향은 기절할 듯 놀란다.
꽃바구니의 소녀는 바로 화안봉이었던 것이다.
"향매. 이제 시작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궁단향은 흠칫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아직 멀었어요. 언니는 그가 천하의 지마(智魔) 조문백임을 잊지 말아
야 해요."
"호호호호... 물론! 그러나 나 역시 천하의 화안봉이야."
무슨 일을 꾸미는 건지...
두 여인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가셔야 합니다...!"
문 밖에서 여덟 번 째의 사자가 부르짖고 있었다.
그의 목은 이미 쉴 대로 쉬어 있었다.
그러나 안에서 들리는 말은 한결같은 것이었다.
"아니 간다고 하지 않았느냐?"
"황명이십니다. 49제가 끝난 지금... 더 이상 삼왕야께서 칩거하시는 것은
삼패천의 기를 꺾는 일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서... 일어나셔서... 폐하를
뵈어야 합니다."
방안에는 조문백이 앉아 있었다.
비록 황백은 49제를 하라고 했지만 그는 백일제를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수하들이 이미 제단을 걷어 치웠으나 그만은 방안에 틀어박혀 천백의 제일을
지키는 것이다.
벌써 일곱 번이나 황백은 그를 불렀다.
그러나 문백은 단호히 그에 불응하고 있었다.
태어난 이래 처음으로...
그는 대형의 명을 어기고 있었다.
그 이면에는 어떤 분노와 슬픔이 깔려 있었다.
천백의 죽음은 어쩌면 황백의 무심함에서 온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더욱이 황백은 슬픈 기색을 드러내지도 않고 자신의 패업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조문백은 모든 것이 싫었다.
아무튼 그는 백일이 지날 때까지는 꼼짝하지 않기로 마음을 굳히고 있었다.
"삼왕야..."
여덟 번 째의 사자는 처절하게 부르짖고 있었다. 그대로 돌아간다면 그는 죽음을
면치 못한다. 벌써 일곱 명 째 헛탕을 치고 돌아간 사자들은 모두 황백의 손에
죽었다. 그들이 죽는 모습을 눈으로 본 사자는 설사 이곳에서 죽는 한이 있어도
돌아갈 수 없었다.
"삼왕야... 제발..."
바로 그때였다. 방안에 앉아있던 조문백의 눈에서 언뜻 푸른 살광이 일어났다.
그는 벌떡 일어서더니 문을 열었다.
"아... 왕야..."
그는 반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퍽!
두개골이 으스러졌다.
"으아아아아악!"
처절한 비명이 길게 울려 퍼졌다.
조문백은 일장으로 사자를 쳐죽인 다음 문을 쾅, 하고 닫았다.
...
"뭐... 뭐라고? 놈이 감히 사자를 죽였다고?"
태사의에 앉아있던 조황백이 보고를 듣고 벌떡 일어서고 있었다. 그는 부르르
떨었다. 너무나 화가 난 나머지 두 눈에서는 음산한 광채가 쏘아져 나오고,
머리칼이 곤두서고 있었다. 아우 조문백을 불렀으나 벌써 일곱 번째나 응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여덟 번째 보낸 사자를 조문백이 죽인 것이다.
"으으... 놈이 감히... 반역을 하겠다는 건가?"
그는 부르르 떨면서 앞으로 나갔다.
"내 놈을 직접 죽이겠다!"
그때였다.
"폐하..."
문득 등 뒤에서 갸날픈 음성이 그를 붙들었다.
"...!"
설화였다.
설화가 온통 비에 젖은 배꽃인 양 애처로운 표정으로 그를 올려보고 있었다.
그녀의 그렁그렁한 눈동자가 애원을 하고 있었다.
"제발... 제발..."
조황백은 문득 봄 눈 녹듯 분노가 사그라드는 것을 느꼈다.
"끄응!"
그는 도로 털썩 태사의에 주저앉고 있었다.
설화의 눈빛만 보면 그는 마음이 약해지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보통 여인이 아니라는 생각에 항상 가까이 두면서도 그는 한 번도 설화를
범한 적이 없었다.
왠지 그녀를 범하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가슴이 뒤틀리고 있었다.
"문백 그 놈이... 으음... 그렇다면...!"
그는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침상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산수화를 걷었다.
그 속에는 비밀 벽장이 있었다.
벽장 속에서 그는 무엇인가 금빛찬란한 물체를 꺼내고 있었다.
"만일... 이것을 보고도 놈이 오지 않는다면...!"
조황백의 눈에서는 무시무시한 광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설화를 바라보았다.
"설화. 네가 이것을 가지고 문백을 찾아가라. 내가 부른다고!"
설화는 눈을 크게 떴다.
그녀의 물기가 흐르는 눈에서는 놀람의 빛이 역력히 일어나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황백의 손바닥 한가운데 놓여 있는 황금빛 물체가 보이고 있 었다.
관(棺).
특별히 주문하여 영원히 시신을 보존할 수 있도록 수정(水晶)으로 짠 관이 었다.
관 속에는 조천백의 시신이 누워 있었다.
그의 모습은 잠자듯이 편안하게 보인다.
"형님... 살아있는 나는 이렇게 괴로운데 어찌 먼저 죽은 형님만은 그렇게
편안한 표정입니까? 흐흐... 너무 하시는 구려. 이 문백은 형님이 원망스럽소이다."
그러나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
조천백의 시신은 그저 영원인 듯 하나의 정물이 되어 누워 있을 뿐이었다.
조문백은 장례기일 동안 관을 한 걸음도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는 제단을 치우자 관을 들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었다.
그 때문에 삼패천의 모든 조직은 마비현상을 보이고 있었다.
삼패의 총군사인 그가 움직이지 않는 한 모든 기능은 공전하고 있었다.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조문백은 차갑게 말했다.
"죽으러 왔느냐? 나는 가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다음에 들려온 음성은 그로 하여금 부르르 전율을 느끼게 하고 있었 다.
"왕야님..."
(설화!)
조문백은 전류에 감전된 사람인 양 부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문을 열었다.
과연 설화였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그곳에 서 있었다.
언제 보아도 가슴을 뒤흔드는 여인...
"여긴... 왜... 왜 왔느냐?"
"폐하께서 부르십니다..."
"가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느냐?"
조문백은 짜증을 냈다.
"하지만 이것을 보내셨습니다."
"...?"
설화가 소중한 듯 가슴에 안고 있던 보자기를 끄르는 순간 조문백의 몸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이 격렬한 떨림을 보였다.
"오... 옥새(玉璽)!"
그렇다!
설화가 펴보인 것은 용과 봉이 정교하게 조각된 황제의 어인... 바로 송 왕조(宋
王朝)의 옥새였다.
그는 안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형님... 지나치시구려... 설화에 이어 이제는 옥새까지 보내다니...)
그는 눈을 감았다.
황백이 옥새를 보낸 뜻은 명백한 것이다.
만일 그 명까지 거부한다면 형제간의 관계를 끝낸다는 뜻이다.
아무리 조문백이라도 거기까지는 갈 수 없었다.
그는 한 숨을 길게 내쉬며 입을 열었다.
"아... 알았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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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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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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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 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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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
자중지란 은 파멸의 지름길 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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