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과의 상업적인 상대와 개인 간의 장사는 더욱 그런 습관적 차이와 문화적 사고의 차이에서 발생되는 여러 문제가 많이 있다. 내가 아는 사람도 최근에 중국인을 상대하면서 곤란한(?) 문제에 직면하고 말았다. 물론 중국인의 입장에서는 아주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사건의 전말은, 한국인이 물건을 납품하기로 하고, 물건을 보내면 당연히 돈을 준다는 약속을 믿고 덜컥 보냈는데, 예상대로(?) 돈이 입금이 안 되는 것이었다. 춘절에 그 돈을 받으려 갈려니 기차표는 없고, 그렇다고 돈이 급하니 안 갈 수도 없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모든 교통 수단을 다 동원하여 20여 시간 기차를 타고, 다시 6~7시간 버스를 타고 갔다. 가기 전에 도움을 요청하여 내가 아는 중국 친구가 상대방 거래처에 전화를 하여 “왜 돈을 안 주느냐?”고 물어 보니, 중국인의 대답은 이랬다.
"한국 사람들은 참 이상하다. 왜 물건을 팔고 돈을 받을 때는 그렇게 급하고, 정작 제품에 문제가 생겨서 한번 오라고 할 때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오지 않느냐? 그래서 이 번에는 내가 한국 사람을 급하게 해 주려고 일부러 물건을 주문했다. 물론 돈은 줄 생각이 없다. 물건이 도착 해도 돈을 주지 않으니 이제는 한국 사람들이 저절로 찾아 온다고 하더라. 지금부터는 내가 아쉬울 것이 하나도 없다. 오던지 말던지..."
중국인은 장사에 관하여 우리보다 수가 위인 사람들이다. 그런데 한국 사장은 계속 "그 거래처 중국인을 그 지역 아는 공안과 시 정부 고위층이 소개를 했고, 술도 같이 마신 사이인데 설마 돈을 안 주겠나"라는 엄청난(?) '꽌시'를 자랑하며 돈을 틀림 없이 줄거라고 믿고 있고... 결국 돈이 안 들어오자 급기야 부랴 부랴 사람을 보내고, 경비가 두 배로 지출되는 사태까지 간 것이다.
중국에 진출한 중소기업의 애로가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지역이 넓으니 웬만한 조직으로는 제품의 A.S가 힘들다. 그러나 중국인은 조직이 작은 우리의 형편을 헤아려 주지 않는다. 어떤 경우라도 손해가 나는 일에 양보는 있을 수 없는 근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급한 사람이 지는 것이고, 적은 힘으로 꿈만 커서 중국 전역 운운 하는 작은 기업은 나중에 제 풀에 넘어가는 곳이 중국일 수 있다. 고위층과 함께 술도 마시고 친구가 되기로 약속한 사람이 "설마 물건을 받고 돈을 안 준다"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기 싫지만, 사실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은 곳이 중국이고 만만치 않은 사람이 중국인이다.
단기간의 승부, 초창기의 놀라운 발전과 실적의 빠른 증대. 이런 이상적이고 야무진 꿈도 중국이라는 넓은 땅에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을 요하는 일이다. 그래서 좀 더 깊이 있는 중국 공부가 필요하고, 인내와 철저한 조사, 사전 시나리오가 필요한 이유가 다 있는 것이다. 부디 모든 분들의 분발과 한 걸음 한 걸음의 착실한 인내를 바래 본다.
중국에 살면서 그래도 한 가지 다행스럽게 여기는 것은 우리 한국인들의 '중국 배우기'의 내공이 십여 년 전에 비하여 아주 높아졌다는 점이다. 당시만 해도 정말로 인터넷이나 일반 서점에서 중국과 관련된 실제적이고 경험이 바탕이 된 정보를 얻기란 아주 힘이 들었다. 대개의 경우, 다른 책을 베끼거나 중국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모습을 묘사한 내용이 많았다. 물론 요즘도 소위 중국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의 책에서도 많은 오류가 발견되기는 하나, 아주 많은 귀중하고 좋은 정보와 분석적인 내용의 자료가 풍부한 것은 사실이다.
한국의 저력을 느껴보기도 하고, 왜 한국이 이 만큼 발전할 수 있었는 지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 해 주기도 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실제로 중국에 와서 발로 뛰어 다니고 밤을 새워 일을 하는 많은 한국인들이 이런 유익한 정보를 좀 더 활용하고 참고했으면 하는 것이다. 애써서 연구하고 분석한 자료를 꾸준하게 읽어 보면서 남들이 먼저 경험한 실패와 성공 이면의 내용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