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시장이 대통령 선거 직전에 한바탕 회오리쳤다가 지금은 호가만 높아진 상태에서 매도자ㆍ매수자 모두 관망세입니다."
서울의 대표적인 재건축단지 중 하나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변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P씨는 "대선 이전에는 MB(이명박) 효과를 기대하며 급매물이 속속 소화되며 거래가 꽤 늘었다"며 "다만 최근에는 호가만 높아진 채 거래는 없어 재건축시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개포 주공, 대치 은마, 잠실 주공5단지, 고덕ㆍ둔촌지구 등 서울의 주요 재건축단지들이 이명박 정부에서 개발 활성화를 기대하며 '정중동'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재건축시장은 대선(12월19일) 이전인 지난해 11월부터 대선 무렵까지 급매물을 선취매하겠다는 매수세가 크게 늘었다가 현재는 급매가 소화되면서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
매도자는 용적률 상향 등 규제완화 기대감에 호가를 높이고, 매수자는 대출규제 지속에다가 새 정부의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의지가 부각되면서 추격매수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 인수위에서 재건축 관련 용적률이나 층고제한 완화, 소형평형의무비율 축소책 등을 마련해 하반기 중 관련 법령의 개정을 거쳐 내년 초부터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재건축개발이익의 환수나 분양가상한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소형평형의무비율이나 대출규제 완화 여부 등 세부조건을 따져봐야 한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추진단지 127곳…용적률 상향등 속도조절 할듯
"개발이익환수등 여전…새정부 정책 꼼꼼히 살펴야"
◇재건축시장 기지개 켜나= 부동산114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내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주요단지는 127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진단계 별로 보면 재건축 사업추진을 준비중인 곳이 압구정 옛 현대 3~4차 등 18곳, 구역지정이 목동 우성 등 3곳, 조합추진위 구성이 대치 은마 등 16곳, 예비안전진단이 서초 무지개 1곳, 정밀안전진단이 둔촌 주공2~4단지와 고덕 주공 2~4단지 등 30곳, 조합설립인가가 개포 주공1단지와 대치청실 1~2차, 삼성 홍실 등 21곳, 사업시행인가가 잠원 한신 5~7차 등 11곳, 관리처분계획이 역삼 개나리 4~5차등 5곳, 이주ㆍ철거가 역삼 진달래2차 등 7곳, 착공이 고덕 주공1단지와 반포 주공2~3단지 등 10곳이다.
이 중 대표적인 곳으로는 강남 개포지구, 대치 은마아파트, 잠실주공5단지 등이 꼽힌다. 5층짜리 개포지구는 1단지(5,040가구)가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현재 조합설립인가를 추진 중인 2~4단지나 개포시영에 비해 진척 속도가 빠르다. 중층 은마아파트와 잠실주공5단지는 각각 안전진단 신청과 조합추진위 승인 단계다.
부동산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개포 주공의 경우 1단지 42.9㎡형이 대선 전에는 7억6,000만~7억8,000만원에 거래됐으나 대선 이후에는 호가가 8억원선으로 높아졌다. 15층짜리 잠실주공5단지도 112㎡형이 12월4일에는 10억9,000만원짜리 급매가 팔렸으나 12월17일에는 일반매물이 12억원에 거래됐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102㎡형은 대선 전 9억7,000만~10억3,000만원에 거래됐다가 현재는 10억대 초반매물이 거의 사라진 채 대체로 10억5,000만원 이상에서 호가가 형성돼 있다.
이처럼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이명박 당선인의 집권이 확실시되던 지난해 11월부터 대선 직전까지 급매물이 소화되며 거래가 꽤 늘었다. 하지만 대선 이후에는 호가만 높아진 채 정작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 개포 1단지의 경우 지난해 10월 거래량이 7건에서 11월에는 11~12건으로 늘었다가 12월에는 4~5건을 기록했다.
앞서 강남권 재건축단지들은 2006년 말까지 집값 급등의 주범으로 꼽히다 지난해에는 담보대출 규제 강화와 분양가 상한제 민간확대 등으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규제완화로 재건축 숨통 트일듯= 전문가들은 지난해 사실상 올스톱 상태였던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올해부터는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면서도 아직까지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는 새 정부에서 재개발ㆍ재건축의 용적률을 높여 주택공급을 확대하되 투기를 막기 위해 개발이익환수장치를 확실히 마련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인수위에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용적률 상향 폭이나 임대ㆍ소형아파트 건립의무 완화 등 세부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그만큼 재건축 규제완화가 부동산시장의 급등세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용적률 상향의 최종권한을 쥐고 있는 서울시의 오세훈 시장도 최근 "재건축 초과이익은 철저히 환수하는 시스템을 만든 후에 용적률을 높여줘야 한다"며 "재건축 단지 중에서 임대주택으로 배정된 물량 중 일정량을 장기전세주택용으로 내놓는다면 인센티브 성격으로 용적률을 높여줄 계획"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새 정부가 재건축 시장에서 하반기께 10%포인트 가량의 용적률 상향조치 등 규제완화에 나서되 시장안정을 해치지 않기 위해 속도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재건축을 추진해도 늘어나는 물량은 20%대에 그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성급히 재건축 분야의 규제완화부터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또한 규제완화는 관련 법령의 개정이 수반돼야 돼 2009년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우선 재개발 규제완화책 등이 이뤄진 뒤 2단계로 용적률 상향조정과 소형평형의무비율 완화책 등이 나올 수 있다"며 "규제완화의 정도도 활기보다는 숨통이 트이는 선에 머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용적률 상향에 따른 개발이익의 환수폭이나 소형평형의무비율의 완화폭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재건축 투자에 뛰어들기에는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아예 소형평형의무비율 완화 등 핵심책이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진영 닥터아파트 팀장은 "소형평형의무비율이나 조합원 지위 양도금지 조항 등은 놔두고 용적률 일부 상향 조정이나 층고제한 완화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하지만 재건축 추진속도를 높여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동시에 조합원들에게도 이익이 돌아가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개발이익을 환수해 공원이나 기반시설에 재투자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며 "조합원들에게는 부담이지만 결국 해당 지역이 좋아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말했다.
◇재건축단지는 호재이나 큰 기대는 금물= 시장에서는 미래가치가 어느 정도 보일 경우 가격이 크게 뛰는 부동산시장의 속성 상 재건축시장에서도 강보합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강남권의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용적률 규제에 발목이 묶인 상황에서 앞으로 용적률이 상향조정될 경우 분양수입이 늘어 사업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시장 일부에서는 재건축시장의 규제완화가 추진될 경우 개포지구, 둔촌지구 등 조합설립인가를 앞둔 단지들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조합을 설립한 재건축 단지의 경우 새로 아파트를 산 사람은 되팔 수가 없어 입주시점까지 투자금이 묶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건축조합 설립을 추진하는 단지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진영 닥터아파트 팀장은 "안전진단을 통과해 조합추진 승인을 추진하려는 개포 2~4단지와 개포시영아파트, 고덕ㆍ둔촌 아파트 등이 관심을 받을 수 있고, 안전진단을 아직 통과하지 않아 추진속도는 느리지만 압구정, 대치동, 잠실 고밀도 재건축 단지들도 덩달아 눈길을 끌 수 있다"며 "다만 개발이익 환수장치 등이 마련될 예정이라는 점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은마아파트의 경우 용적률을 10%포인트 높이면 조합원들의 이익이 2억원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으나 현재처럼 분양가상한제가 실시되고 별도의 개발이익환수장치가 나온다면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실익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현지 부동산업소에서도 재건축시장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차분한 분위기이다. 개포부동산 채은희 대표는 "새 정부의 용적률 상향조정 움직임에다가 서울시도 아파트 디자인을 차별화하거나 리모델링이 쉽도록 지을 경우 추가로 용적률 인센티브를 준다는 방침이어서 긍정적"이라며 "개포주공1단지의 경우 강남과 판교 사이 강남권 최대 재건축 추진단지로서 관심을 끌겠지만 사업이 완료되려면 빨라도 5~6년은 걸린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잠실주공5단지 인근 송파공인 최명섭 대표도 "제2롯데월드 재허가 기대감에다가 용적률 상향 전망 등으로 투자환경이 개선된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 새 정부의 재건축 활성화 방안이 나오지 않아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은마아파트 인근에서 부동산업소를 운영하는 P씨는"은마 102㎡형과 개포1단지 43㎡형의 2006년 1월 대비 현 호가를 비교할 경우 개포는 45%가량 오른 반면 은마는 30%에 그치는 등 상대적으로 은마의 가격메리트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10억짜리 은마아파트를 살 경우 대출규제로 인해 전세금까지 포함해서 4억까지밖에 대출을 받지 못하는 등 거래가 활기를 띠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재건축규제가 완화되더라도 분양가상한제나 개발이익환수제는 유지될 것으로 보여 수익성은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재건축시장에 거품이 좀 끼어 있다는 것을 감안해 여윳돈으로 장기투자할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예상보다 규제완화 폭이 크지 않을 경우에는 리모델링 추진이 가능한 쪽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