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경북 울진은 살이 통통하게 오른 대게가 한창이다. 사각찜통에서는 대게들이 발라당 누운 상태로 찜이 쪄지고, 현지에서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싱싱한 대게 맛을 보고자하는 여행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울진 죽변항과 후포항이 대게의 집결지인데, 특히 후포항에서는 매년 2월말 쯤에 울진 대게 축제가 열리고 있다. 대게뿐만 아니라, 등껍질이 붉디붉은 홍게와 껍질이 단단한 박달대게 등도 식도락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울진으로의 여행은 입만 즐거운 게 아니다. 서울에서 가자면 동해 해안선길을 따라 달리는데 종종 보이는 바다의 모습이 마음을 뚫어주고, 불영계곡과 금강송 군락지 방향의 고갯길을 넘어가다보면 한 폭의 산수화 속에 들어앉은 듯 아름다운 절경이 여독을 풀어준다.
“대게, 빛깔 짙을수록 살이 꽉찬 것”
“대게는 빛깔이 짙을수록 살이 꽉 차 있는 거에요.” 안수근(61) 후포면 수산물상가번영회 회장은 25년 간 대게와 인연을 맺고 살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대게 판매(바다마실 054-788-2464)와 건어물 상점을 운영해 온 것. 게의 종류로는 대게, 홍게, 박달대게, 너도대게 정도로 크게 나뉘데 이름도 재미있는 너도대게는 홍게와 대게의 중간빛깔을 띠는 게로 청게라고도 불린다. 대게는 보통연안산과 근해산이 있는데 연안산은 수심 200~300m, 근해산은 수심 400~500m 아래에 살고 있는 대게로 나뉘어진다.
안수근 후포면 수산물상가번영회 회장이 대게는 빛깔이 짙을수록 좋다며 박달대게를 들어보인다
홍게는 대게 보다는 더 깊은 700~800미터 수심 아래에 살고, 박달대게는 연안산과 근해산 두 곳 모두에서 잡히긴 하지만 마리수가 대게나 홍게에 비해 적어서 가격이 비싼편이라고 한다. 대게는 물 속에서 등이 짙은 색깔이며 배도 주황색깔로 짙은 색이 살이 꽉찬 것이며 배가 완전히 흰색이면 살이 별로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대게는 12월부터 5월까지 잡히고, 홍게는 금어기인 6월~8월 이외에는 계속 잡힌다.
울진대게, 홍게, 박달대게, 찜통에서 대게를 찌는 모습(시계 반대방향 순서)
안 회장은 대게에 대한 오해와 진실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게 다리 한 개 정도 없는 것이 상품가치가 없거나 싼 것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런데 대게의 특징을 잘 알아야 해요. 도마뱀이 위험 상황에 처하면 자기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듯이 대게도 이런 습성이 있어요. 먹이를 먹지 못하고 배가 고프면 자기 다리를 잘라 먹기도 하거든요. 대게는 껍질을 벗으며 성장하기 때문에 1년 후에 다시 다리가 생겨나요. 그래서 배고프면 자기 다리를 잘라먹는거죠. 하지만 두개 이상 다리가 떨어지고 없는 것은 운반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커요.”
울진 후포항에는 대게만큼이나 홍게, 박달대게 등도 유명해 찾는 이들이 많다.
대게를 맛있게 먹는 방법은 가능하면 살아있는 대게를 사서 가는 게 좋은데, 대게가 살아있는 경우 찜통에 찌기 전에 기절을 시키는 게 좋다. 기절시키는 방법은 끓는 물을 입 부분에 조금씩 부워주면 된다. 살아있는 상태에서 바로 찌면 다리를 많이 움직여서 찌고 나면 다리가 떨어져 나가는 경우가 많다. 또한 대게는 배가 하늘쪽을 바라보게 하여서 쪄야만 몸통 속의 게장이 쏟아져 나오지 않아 맛이 좋다. 대게가 완전히 쪄질 때까지 냄비 뚜껑을 열지 않는 게 좋다. 삶는 중에 솥뚜껑을 열면 몸통 속 게장이 다리살 쪽으로 흘러들어가 다리살이 검게 변할 수도 있다. 또한 다 쪄지면 불을 끈 다음 5분 이상 뜸들이면 더욱 맛있는 대게를 맛볼 수 있다고 한다.
2월 말, 울진 후포항 대게축제
울진대게의 참맛을 즐길 수 있는 대게 축제는 매년 2월말 쯤에 열리고 있다. 축제에서는 관광객들이 대게를 무료로 시식할 수 있는 행사가 마련되어 속살이 꽉찬 울진 대게를 맛 볼 수 있으며, 대게 한 마리를 가장 먼저 먹는 사람에게 상품을 주는 대게 먹기 대회는 관광객들에게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울진대게 원조마을을 찾아가는 선박 무료시승, 대게잡이 배를 타고 일출과 함께 대게잡이를 볼 수 있는 대게잡이 참관 등의 다양한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울진 서면 금강송 산수화를 만나다
봉화에서 울진을 잇는 36번 국도를 타고 대게축제 장소인 울진 후포항으로 가는 길. 울진군 서면 일대에 금강송 군락지가 고불고불한 산자락 길 곁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다. 눈이 내리고 있어서 거북이 마냥 느릿느릿 운전을 해야 했지만 창밖으론 한 폭의 산수화가 펼쳐지고 있다. 시원스레 뻗어 올라간 소나무들 위로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간다. 검푸른 소나무들과 하얀 눈송이들이 만남을 갖는다.
울진 서면 일대의 금강송 군락지가 간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으로 덮여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 낸다
대게를 만나러 가는 길에 자연으로부터 선사받은 절경을 가슴에 품고 갈 수 있는 길이다. 광천교 부근부터 시작되는 금강송 숲길은 봄부터는 산림욕을 하기에 좋은 곳이다. 금강송 숲길 안에는 수령이 500여년이 넘은 소나무가 자리하고 있을 정도로 오랜 세월이 그 곳에 묶여 있다. 금강송의 특징은 나무줄기가 수직으로 곧게 자라나며 일반 소나무에 비해 나이테가 촘촘해 다른 소나무에 비해 목재로서의 가치가 높다. 울진 금강송은 목질이 강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강송(剛松)으로도 불렸다.
여행정보
▶ 후포항 가는 길
서울-영동고속도로-강릉-동해-삼척-죽변-울진-평해-후포항
서울-봉화-36번국도-울진-후포항
포항-7번국도-영덕-영해-후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