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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09
1. 초음파실 밖
혜영 : 대체 무슨 상관이에요? 내 상태 일일이 다 알고 싶어요? 내가 선생님 환자에요?
상식 : 저 보호잔데요.
혜영 : (이게 뭔 소리야?)
상식 : 잊으셨나본데, 내가 서혜영 환자 보호잡니다.
혜영 : (어이없고 벙해서 보면)
상식 : (스스로도 약간 당황스럽지만 이왕 지른 거 어쩔 수 없다) 입원할 때, 보호자 싸인 내가 했어요.
그런데 보호자 동의도 없이 열이 펄펄 나는데, 멋대로 퇴원을 해요? 그런데 어떻게 걱정을 안 해요.
혜영 : (표정)
상식 : 그렇게 걱정을 끼쳤으면 이제 그만 해도 되잖아요. 괜찮다는 걸 알아야 나도 그만 할 거 아니에요.
제발 저도, 관심 좀 끄게 해주세요!
혜영 : (빤히 본다)
상식 : (스스로 말 해놓고 민망하다. 얼굴 빨개진다. 돌아서며 내가 대체 무슨 말을!)
//
- 듣고 있던 재석 얼굴 굳어진다.
- 황당한 혜영. 민망한 상식, 굳어진 재석에서.
2. 혜영의 집 외경 (아침)
- 상식 자전거 끌고 나온다.
- 경우 뒤따라 나와
- 재석 나오면서
재석 : 좋은 아침입니다. 보호자님.
상식 : (헉) 안녕하세요! (우산 챙겨 나오고)
재석 : 네, 주치의도 안녕하십니다. 환자는 벌써 출근했나?
상식 : (놀리는 것 안다. 쑥스+피식)
재석 : 오늘 비와요?
상식 : 네, 구름사진을 보니까, 저녁쯤에 올 거 같아요.
- 재석 피식 웃으며 차로 가거나 따라간다.
3. 병원 로비
- 화려하게 세팅한 머리, 드레시한 차림, 모자나 숄이나 케이프 스탈 코트나,
- 모자도 좋고 옷차림이 눈에 띄는 스탈이되 세련된 은미 들어온다.
- 지나가는 그녀를 주위 사람들 한 번씩 돌아보는데,
- 잠시 후 뒤따라 들어오는 그녀의 엄마.
- 딸에게 숄을 걸쳐주면서 다독이며 데리고 들어간다.
4. 접수처 (입원 수속하는 곳, 혹은 일반병동 스테이션)
- 은미 서 있고
은미모 : 입원하러 왔는데요.
직원 : 네.
은미모 : 항암주사를 맞아야 돼서 2차...
직원 : 아 네. 2인실밖에 없는데 괜찮으세요?
- 수선생 지나가다 은미의 머리와 차림을 보며,
* 꼭 망토가 아니어도 됩니다. 케이프 스타일 코트나 고급스러운 숄이나. 일반 코트이되 명품 느낌 나는 옷이면 됩니다.
* 필로소피 디 알베르타 페레티는 특정 상품명입니다.
* 다른 브랜드를 섞어 말해도 됩니다.
수선생 : 필로소피 디 알베르타 베레티 맞니?
영미 : 그게 뭔데요?
수선생 : 저 망토(코트) 말야. 진짠가?
영미 : 무슨 이름이 그렇게 길어요. 그게 옷 이름이에요?
수선생 : 말을 말자.
영미 : 별루 안 부럽네.
수선생 : 넌 어울리지도 않어.
영미 : 망토(코트)가 무슨 브랜드면 뭐해요.
수선생 : 하긴 그렇다.
5. 병원 일각
- 접수처 근처
- 혜영 지나가다 은미 일행을 스쳐간다.
- 은미는 못 알아본 채, 지나치는데,
- 은미모 혜영을 돌아본다.
은미모 : 너 혜영이 아니냐?
혜영 : (돌아본다)
은미모 : 맞구나. 여긴 어쩐 일이냐?
혜영 : 웬일이세요? (은미를 보고) 은미야. 웬일이야? 임신했어?
은미모,은미 : (표정)
6. 은미의 병실
- 은미 환자복 입고
- 세팅 가발 걷어내면 머리 밀었다.
- 은미, 그 위에 두건을 쓴다.
- 간호사가 주사를 꽂는 중이다.
은미 : (쓰게 웃는다) 난소암이야.
혜영 : 아...
은미 : 6개월 전에 수술은 벌써 받았고 항암 주사 맞으러 왔어. 항암치료 1차 6싸이클 다 맞았는데 더 맞아야 한다네...
니 빽으로 다인실로 빨리 옮겨 달래야겠다. 아줌마 안녕하시지?
혜영 : 니 결혼식 다녀오시고 한동안 들볶였어.
은미 : 연주회도 와주셨었어.
혜영 : 그래?
은미 : 니네 엄마가 워낙 고상하시잖니.
혜영 : 그래서 치료는 언제까지 받아야 돼?
- 주임과장 경우와 들어온다.
- 혜영 인사
주임과장 : (혜영 보면)
혜영 : 제 친구에요.
주임과장 : 아...
경우 : 난소암. clear cell cancer(클리어 쎌 캔써) 환자입니다. 2차 항암치료 위해 입원하셨습니다.
주임과장 : 몸은 좀 어때요?
은미 : 항암치료 한 달 쉬었더니 좋아졌어요.
주임과장 : (차트 보며) 체중이 많이 빠졌네요. 식사 잘 하셔야겠어요.
은미 : 밥맛이 없어서요. 저... CT랑 페트(PET) 결과 나왔어요?
주임과장 : 네... 암 조직이 아직 조금 남았네요.
혜영 : (미묘한 표정으로 주임과장을 본다)
주임과장 : 새로운 항암제로 오늘부터 다시 시작할거니까 치료 잘 받아봅시다.
경우 : (이건 아닌데... 라는 눈으로 주임과장을 보고 혜영과 눈 마주친다)
주임과장 : 상처 좀 볼까요?
//
- 은미 배를 드러낸다. 치골부터 배꼽아래까지 길게 난 거대한 상처.
- 은미의 위중함과 상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상처이니 정교하게.
- 배꼽 주위는 덜 아물었다.
주임과장 : (배꼽부분 보면서) 덜 아물었네.
은미 : 수술한지 6개월이나 됐는데, 너무 끈질기네요.
6-1. 슈처실 (입원실이어도 되면 거기서)
- 경우 슈처중.
경우 : 배꼽 주위가 원래 잘 안 나아요. 항암치료도 하고 있고...
은미 : ... 공연이 코앞인데... 자꾸 화끈거리니까 연습이 될까 모르겠네.
경우 : (치료하며) 폐경 증상이에요. 난소를 떼내서 여성호르몬이 안 나오니까요.
은미 : ... 호르몬제 처방 되죠?
경우 : 호르몬제는 난소암 진행을 악화시킬 수 있어서요.
은미 : 곧 공연인데, 피부가 이래서 (신경 쓰인다) 단기간만 먹으면 안 되나요?
경우 : 과장님께 여쭤보겠습니다.
7. 병원 일각
은미모 : ... (슬픈 얼굴) 길어야 6개월이래.
혜영 : (표정 굳은)
은미모 : 은미는 모른다. 조금 남은 거 항암치료 몇 번이면 사는 줄 알아.
혜영 : ...
은미모 : 은미한텐 비밀로 해라. 부탁이다.
혜영 : (표정)
은미모 : 엄마는 여전하시지?
혜영 : 네...
7-1. 스테이션
경우 : 과장님, 새로운 종양이 생긴 것과 직 종양이 남아있다는 것은 완전 다른 말인데요?
주임과장 : 항암치료 5개월을 이 악물고 버텼는데, 재발했다. 그것도 예후가 가장 나쁜 난소암 중에서도
투명 세포암이다 그러면 어떻겠나? 바로 포기하지 않겠어?
경우 : 헛된 희망을 갖는 것보단 그게 나을지도 모르죠.
수선생 : 말 안 해도 치료를 받으면서 다 감 잡아.
경우 : 감 못 잡던데... 피부가 거칠다는 둥, 공연 날 화장이 뜰 거라는 둥, 열감 오르면 피아노 치기가 어려울 거라는 둥
그런 걱정이나 하고 있다구요. 지금이 그럴 때에요?
혜영 : (들어온다) 그럼 뭐 할 땐데?
경우 : 뭐... 그거야 많잖아요. 뭐 하고 싶은 걸 한다든지,
혜영 : 뭘 하고 싶은데 안 선생은?
경우 : (선뜻 답이 안 나온다)
재석 : 정은미 씨는 피아노가 전부인 사람일 거야. 그런 사람은 마지막 순간까지 무대 설 수 있다면 그게 행복일 수 있잖아.
경우 : 과장님 이럴 땐 다수결 안 하세요?
일동 : (째려보다 한심해서 본다)
주임과장 : 이런 건 다수결로 할 수가 없는 문제에요. (나간다)
8. 복도
- 재석, 당직실에서 나와 걸어오는데
- 걸어오다가 40대 임산부를 발견한다.
정주 : 어머, 선생님! (순간 반가움)
재석 : (피곤한 기색 순식간에 없어지고) 아, 이게 누구야. 이리 봐도 임산부요. 저리 봐도 임산부네.
(뿌듯하다) 몸도 무거운데 남편은? 혼자 다니게 해요?
정주 : (얼굴 어두워지면서) 저 수술 받으러 왔어요. (울먹)
9. 재석의 진료실 (or 상담실)
- 정주 부부가 와 있다. 정주 부부는 오랜 불임 시술 끝에 임신한 부부.
- 재석은 그 심정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너무 쳐지진 말고.
재석 : (티슈를 건네고)
정주 : (티슈 받아 닦는다) 누구보다 선생님이 잘 아실 거에요, 그죠?
재석 : 알죠.
정주 : 저 시키는 대로 주사도 매일 매일 내가 직접 찔렀어요.
재석 : 네, 아주 모범적이고 성실한 환자였죠.
정주 : 그런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인생이 뭐 이래요, 선생님?
어떻게 가진 아인데, 나한테 이런 잔인한 선택을 하라고 해요.
남편 : 아이를 그냥 둔 채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건가요?
재석 : (한숨)
10. 주임과장의 진료실
- 부인과 주임과장 정주 부부에게 설명중이다.
- 재석 침통한 표정으로 같이 듣고 서 있다.
- 정주 부부의 기막힌 표정
주임과장 : 7년 전에 위를 반 잘라내서 위암이 완치되었다고 확신했는데, 남은 위에서 새롭게 암세포가 발견된데다
난소까지 전이가 됐습니다. 지체 없이 남은 위와 난소를 제거하고, 항암치료를 받으셔야 됩니다.
정주 : 아이를 그냥 두고 치료를 받을 수 없을까요?
주임과장 : 수술은 가능하지만, 항암제는 기형아가 될 리스크를 안아야 되요.
정주 : (재석 본다)
재석 : 항암제는 빠르게 증식하고 분화하는 세포에 특히 큰 영향을 미쳐요.
그래서 머리카락도 빠지는 거고, 태아나 암세포 모두 빠르게 증식하고 분화하게 됩니다.
정주부부 : (알아들었다)
재석 : 태아에게는 태반이란 장치가 있긴 하지만 대사물질이 태반을 통과하면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는 거라서...
남편 : (결심했다) 알겠습니다. 최대한 수술을 서두르면 이 사람은 살릴 수 있다는 거잖아요.
재석 : (심란하다) ...
주임과장 : 수술 후 항암치료도 받는다면... 아무래도 생존 기간이 좀 길어지겠죠...
정주 : (완치가 안 된다는 답변인 걸 안다) 길어진다구요...
남편 : (그런 의미 되새기고 싶지 않고) 그럼 언제 입원을?
재석 : 오늘이라도 자리가 있으면 입원을 하시죠?
남편 : 알겠습니다. 제발 살려만 주세요. 여보, 괜찮아, 괜찮을 거야.
정주 : (머리카락 손가락으로 꼬면서 무심하게 쓸어내리고 있다)
재석 : (심란한 표정)
11. 스테이션
- 은미 시모가 와서 은미의 병실을 묻는다.
- 한 편에 입원 절차를 밟고 있는 정주 남편이 보인다.
은미시모 : 정은미 환자 몇 호실이에요?
병실간호사 : 아 344호실이에요. 왼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은미시모 : 고마워요. (사라진다)
간호1 : 지난번에 와서도 이혼 하네 어쩌네 하고 가지 않았어?
수선생 : 못됐네. 얼마나 산다고 이혼이야 좀 참지.
12. 은미의 병실
- 은미 음악을 듣고 누워 있고
- 영미 혈압을 재든가 기타 케어를 하고 있는 중.
- 시모를 보고 얼굴이 굳는다.
은미 : 오셨어요.
시모 : 내 아들이 당하다 당하다 이젠 이혼까지 당하게 생겼다고 해서 부랴부랴 왔다.
은미모 : ...
시모 : (불끈 하다가 억지로 화를 눌러 참으며) 그래 지난번엔 내가 좀 과했다.
결혼한 지 얼마나 됐다구 수술에 입원에 걔도 지치지 않았겠니?
은미 :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시모 : 죽고 좋아 못살아 연애해 결혼한 것도 아니고 아픈 너도 고생이다만 내 아들은 무슨 죄냐.
은미 : ...
시모 : 홧김에 욱해서 한 말이니까 맘에 담아 두지 말고
은미 : 어머니 말씀이 맞아요. 원중 씨가 무슨 잘못이겠어요. 선 봐서 결혼해 주말 부부 하느라 정 붙일 새도 없이
암수술에 항암 치료에 그 때마다 어떻게 와서 들여다보겠어요. 그런데도 저 서운해요 어머니.
남이면 서운할 일 아닌데 남편이라 서운해요. 그래서 그만 두려고요.
시모 : 너 끝까지 그렇게 어른 알기를 우습게 알 거냐? 어른이 찾아와 이렇게까지 만류하면
네 알겠습니다 하고 받아들이는 게 순리지. 먼 타지에서 내조도 못 받고 고생하다가
지 마누라 수술해 입원해 신경 쓰게 만드는 것도 모자라서 이젠 이혼까지 하자고 골을 썩게 만들어야겠니?
니가 도대체 내 아들 인생에 도움이 된 게 뭐 하나라도 있느냐 말야.
은미모 : (들어오다가) 이거 보세요. 내 딸도 당신 아들 못지않게 대접 받으며 컸어요.
그러는 댁의 아드님은 내 딸 인생에 뭐 보탬 된 게 푸지게 있다구요? 번듯한 집 한 칸을 해왔습니까?
그렇다고 예술 하는 앨 이해를 해줬나요? 입원하는데, 제대로 한 번 들여다보길 합니까?
영미 : (어쩔 줄 모르는데)
//
- 정주가 입원하러 병실에 들어온다.
시모 : 그 잘난 예술을 한다고 내 아들이 황송해야할 이유가 뭐에요.
은미모 : 그래서 이혼하라 했습니다. 이혼하면 입원 했는데도 안 들여다본다고 서운해 하지 않아도 되니까 이혼하자구요.
//
- 은미모와 시모의 다툼을 목격하고 기가 막힌 정주의 얼굴.
- 뒤따라 들어온 혜영이가 두 엄마를 내보낸다.
혜영 : (은미모 말리며) 아줌마 지금 뭐 하시는 거에요? 은미는 환자라구요.
은미모 : 아우, 혈압 올라, 진짜.
시모 : 누가 할 소릴 그렇게 하십니까?
혜영 : 나가요. 나가시라구요.
- 혜영 앞에서 창피한 은미의 얼굴.
- 혜영, 은미모와 시모의 등을 떠밀며 나간다.
- 남겨진, 은미와 정주.
정주 : (쭈뼛, 어색하게 웃으며) 안녕하세요.
은미 : (민망함에 눈길 피하며 목례만) ...
13. 지하 로비 (피아노 라운지)
- 은미 기운 빠져 앉아있고,
- 혜영 은미를 본다.
은미 : 니 앞에서 창피해 죽겠어. 우리 엄마 여전하지?
혜영 : 어, 여전하시네.
은미 : (픽) 내가 아직도 레슨 받으러 다니는 10대인줄 아시나봐.
참 아줌마 지난번에 공항에서 뵀는데 주영이 줘야 한다고 샹들리에 안고 오시던데?
혜영 : 그 뿐인 줄 알아?
은미 : ?
혜영 : 그 집 인테리어 다 참견하시지. 창문 단속 못 해 비 들이쳐 마루 썩는다고 멀쩡한 마룻바닥 뜯어내 자갈 깔아주지.
은미 : 주영이가 성격이 좋긴 하지.
혜영 : 탯줄이 덜 끊어졌지.
둘 : (깔깔 웃고)
- 깔깔 웃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둘 다, 표정이 차분해지고.
은미 : 나 한심하지? 이혼소송 중이야.
혜영 : 아프니까 예민하고 서운하게 느껴지는 거겠지.
은미 : 중매로 만나 병치레 하는 마누라한테 그 사람도 무슨 그렇게 정이 있겠어. 각자 갈 길 가야지.
혜영 : ...
- 문득, 은미의 눈에 한 쪽에 놓여 있는 피아노가 들어온다.
- 주변에 사람이 없고...
- 은미, 혜영과 함께 무대 위로 올라서자마자 뚜껑을 열고 건반을 쳐본다.
E 조율이 잘 된 피아노의 음.
은미 : (의외라는 듯) 관리를 잘 했나봐. 소리가 좋아.
혜영 : (은미의 반응에 미소, 이 때 병원 비퍼가 울리고)
E 혜영의 비퍼 소리
혜영 : (확인해보고 곤란한 듯) 어쩌지? 나 가봐야 할 것 같은데?
은미 : (이미 피아노 앞에 자리 잡고 앉아있다) 괜찮아. 어서 가 봐. 나 혼자 있어도 괜찮아.
혜영 : 미안. 이따 다시 보자. (서둘러 가 버리면)
은미 : (심호흡을 한 후 손가락을 폈다 오므렸다 한다)
14. 식당
- 재석, 수선생, 영미 식사를 하고 있다.
- “10억을 받았습니다” 류의 보험광고 나온다. (광고 내용은?)
재석 : 뭐야, 바람난 거야? 저래서 누가 보험을 들고 싶겠어?
수선생 : 저만큼 받으려면 한다.
재석 : 저만큼 받으려면 한 달에 얼마를 들이부어야 되는 거야? 저게 웬만한 봉급쟁이는 월급 다 털어 부어야 받는 돈이잖아.
영미 : 그래도 죽은 후에 마누라 자식 고생하는 거 보단 낫잖아요.
재석 : 차라리 고생하는 게 낫지 나 죽고 나서 내 몸값으로 다른 놈하고 희희낙락하는 거 난 못 본다. 보험 들지 말아야지.
수선생 : 듣고 보니 그 말도 참... 일리 있네.
15. 병원 외경 (시간 경과)
16. 휴게실
- 휴게실에 커피 뽑으러 왔던 직원들 있고.
- 환자 보호자들 환자들 구경났다는 듯 쳐다보고 있는 중.
17. 병원 휴게실 밖
- 재석, 경우 보고 있다가
18. 병원 휴게실
- 은미모와 시모의 심한 다툼.
은미모 : 아파트는 공동명의라지만 그거 제가 해 준 겁니다.
시모 : 대출이 끼어 있었지요. 그 대출 우리 아들이 벌어서 일부 갚았잖아요.
은미모 : 그거 돌려드리면 될 거 아녜요?
시모 : 4억짜리가 12억이 됐는데 그럼 8천 대출이면 그 비율로 나눠 3억은 주셔야지요.
남의 아들 신세 망쳐놓고 8천 가지고 어림도 없습니다.
- 이 싸움 대사 다 안 들려도 됩니다.
- 분위기와 주위 리액션도 가주세요.
19. 휴게실 밖 복도
- 휴게실 쪽에서 사람들 몰려들어 아직도 구경 중.
- 경우와 재석 지나가고
경우 : 아직도 싸움이 안 끝났나 봐요. 정은미 환자 보호자들이요.
- 상식 지나다가 그들을 본다.
- 멀리 두 사람 경비 업체에서 와서 말리는데, 분이 안 풀리는지 서로 씨근거린다.
20. 신생아실 앞 복도
- 정주, 슬픈 듯... 유리창 안으로 고물고물한 아기들을 바라보고 있다.
- 한참을 그러고 있는데...
E 그 때 들려오는 피아노 음악소리
- 정주,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어디서 나는 소리지... 끌리는 듯)
21. 지하 로비 (피아노 라운지)
* 피아노곡은 쇼팽의 이별의 곡.
- 은미, 아무도 없는 무대에서 심취한 듯 눈을 감고 연주하고
- 정주, 무대 가까이로 와서 은미의 연주를 지켜보며 음악을 듣는다.
- 지나가던 사람들이 몇몇 와서 듣는다.
- 은미 눈을 감고 연주하고 그녀의 인생만큼 음악도 슬프다.
- 정주, 눈물이 날 것 같다.
- 그러다 중간에 지친 듯 연주를 중단하는 은미, 한숨을 쉬며 눈을 뜨면
- 정주와 눈이 마주친다.
- 은미, 멋쩍은 미소를 짓는다.
//
- 다시 눈을 감고 연주를 시작하는 은미.
- 집중하는 환자들. 여운 좀 느껴지게.
22. 병원 일각 (연주하는 은미가 보이는 곳)
- 연주하는 은미를 보면서
- 은미모와 혜영 이야기 중.
은미모 : 아휴, 저 죽을 것도 모르고 기를 쓰고 저러고 있으니...
혜영 : (보면)
은미모 : 너무 너무 후회가 돼. 대학 때 연애한달 때, 그냥 둘 걸, 그렇게 눈 맞아 시집가 자식 낳고 평범하게 살게 둘 걸.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그 난리를 치고 강제로 유학을 보냈는지...
음악이라고는 이해도 못하는 놈을 주말부부하면 괜찮을까 해서 보냈더니...
약 맞고 까부라져서도 다른 거 하고 싶은 게 없다구, 그저 연습만 하는 걸 보면... 내가 무슨 짓을 했나 싶다.
혜영 : (은미모를 보면서 자기 엄마를 떠올린다) ...
23. 지하 로비 (피아노 라운지)
- 두건을 쓰고 깡마른 환자의 모습이지만, 눈을 감은 채 열정을 실은 연주를 하는 은미.
- 은미 남편이 은미의 맞은편에 서 있다.
- 연주를 마치고 눈을 뜨는 은미, 남편을 보고는 얼굴이 굳는다.
24. 스테이션
- 은미와 남편이 지나간다. 부부라 하기엔 뭔가 다정함이 없는 느낌.
- 그 부부를 보는 영미, 수선생, 경우.
영미 : 남편인가 봐요?
수선생 : 남편이 멀쩡하게 잘 생겼네?
경우 : 이혼할 거 같던데.
일동 : 그래?
경우 : 아까 할머니들 싸우는데 이혼 소리 여러 번 났어요.
수선생 : 이혼이 별거냐 하면 하는 거지.
경우 : 솔직히 중매 결혼했는데 1년도 안돼 말기암이다 그러면 사기당한 기분일 거 아녜요.
일동 : (심하다 싶은 분위기. 차마 말을 못하고)
25. 병원 일각
은미남 : 항암제 맞고 그 체력으로도 연습을 거르질 않는군. (시계 보며) 연습하는데 방해한 거 아닌가?
은미 : 바쁘다며 어떻게 왔어요?
은미남 : 내일까진 힘들 거 같고 오늘 저녁에 난 내려가 봐야 될 거 같아. (시계 보며) 5시까지 있다가 가지.
은미 : (쓰게 웃는) 그렇게 힘들게 올 거 없어요.
은미남 : ... 옆에 못 있어줘서 미안한데... 나도 직장이 있는 사람이고
은미 : (OL, 서류 건네며) 난 싸인 했어요.
은미남 : (하고 받아 보면 이혼서류, 놀라서 은미를 보는) 정말이었군. 어머니 말씀이 사실이었어.
은미 : 이 정도에서 정리해요 우리.
은미남 : (말 못하고)
은미 : 연애도 아니고 중매혼 무슨 정이 그렇게 애틋하게 들었다고 험한 꼴 봐내라고 하겠어요.
은미남 :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몸조리나 잘 해.
은미 : ...
은미남 : 나한테 서운한 게 있어도 이해해주면 안 되겠어? 어떻게 이혼 소리를 그렇게 간단하게 하나?
은미 : 간단한 거 아니에요.
은미남 : 그럼 1년만 참아. 그 때도 못 참겠거든 이혼해줄게. 그 때까진 다른 생각 말고 건장이나 회복하라고.
은미 : 당신도 새 출발 할 거면 한시라도 빨리 하는 게 나아요.
아파트는 공동명의로 되어 있으니까 처분해서 반 넘겨줄게요. 위자료에요. 더 필요해요?
은미남 : ...
26. 병원 외경
- 비가 오고 있다.
27. 병원 로비
- 혜영, 로비에 나오다가 어딜 가려는지 비를 보고 있는 은미모를 본다.
- 몇몇은 우산을 쓰고 나가고
혜영 : 가세요?
은미모 : 보험 서류 좀 챙겨다 달래서 집에 좀 다녀오려고. 그럼 나중에 보자. (택시 오자 뛰어가려)
- 그 때 상식 우산 들고 나타나 빗속으로 나가려는 은미모를 씌워준다.
상식 : 가세요.
은미모 : 고마워요.
- 빗속에 택시 까지 우산을 쓰고 가는 상식과 은미모.
- 택시에 올라타고 사라지는 은미모.
//
- 혜영, 상식의 상습적 친절을 본다.
- 상식과 혜영 눈이 마주친다.
상식 : 주차장까지 가시죠?
혜영 : (선선하게) 네, 집에 태워다 드릴게요.
상식 : 고맙습니다.
- 두 사람 우산을 쓰고 나간다.
28. 택시 안
- 은미모, 두사람이 우산 쓰고 가는 모습을, 차가 병원 안을 빙 돌아나가는 동안 계속 본다.
- 상식이 혜영이 비 맞을까봐 챙기거나 하는 디테일 살려주고.
- 웅덩이가 나오자 혜영이를 당겨서 피해가거나.
- 그들의 모습 보며 그 와중에 씁쓸한 미소로 보는 은미모.
29. 병원 일각 / 주차장
- 주차장까지 우산 같이 쓰고 가는 두 사람.
- 상식 혜영이 비 맞지 않게 신경 쓰고 자신의 한 쪽 어깨는 젖고.
- 두 사람 빗속에 걸어가는... 멜로삘 나게.
E 전화
30. 혜영 부모의 집 거실
- 혜영모 통화중.
- 신문이나 월간 객석 류의 음악잡지 뒤적이며 은미의 연주회 소식을 보고 있다.
- 두 사람 통화 커트나 교차. 분할. 목소리여도 되고
혜영모 : 혜영이? 아유 말도 마. 교수는 안 되고, 거기 가 있어서 내가 부끄러워 얼굴을 못 들고 다니겠어.
은미모 : 내 앞에서 얼굴 못 든다 소리가 나와?
혜영모 : 은미는 연주회 소식 실렸던데, 컨디션은 좀 어때?
은미모 : 기를 쓰고 고집은 부리는데... 어떨지. 혜영이는 결혼 안 한 대?
혜영모 : 의대는 괜히 보냈나봐. 병원이 집보다 좋대. 그러니 선 보래두 들은 척두 안 하구.
은미모 : 주위에 좋은 사람 있으면 어지간하면 그냥 보내. 욕심내지 말고.
혜영모 : 욕심? (먹잇감을 찾은 하이에나의 눈빛으로 돌변) 뭐 본 거 있어?
은미모 : (아차 싶은데) 사람 좋아 뵈는 의사하구 우산 쓰고 가더라구.
//
혜영모 : (전화 끊고 뭔가 생각하는 표정)
31. 주차장 (재석의 차 안)
- 재석이 우산 쓰고 와서 주차장에서 차 시동을 걸다가...
- 우산 쓰고 다정하게 오는 두 사람 발견. 그들을 본다. (찌릿- 저것들이...)
재석 : (창문 열고) 혜영아! 나 좀 태워줘라. 차 배터리가 맛이 갔네.
혜영 : (예의 그 건조함) 그래, 그럼.
32. 혜영의 차 안
- 셋이 같이 탔다. 혜영, 상식 나란히 앉았고 재석 뒷좌석.
- 상식에게 전화 온다.
상식 : 여보세요.
혜영모E :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여기는 두배로 텔레콤 고객센터입니다. (시청자가 혜영모 목소리인줄 몰라도 된다)
상식 : 네.
혜영모E : 고객님 이번에 저희가 고객님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설문조사 중인데요. 잠시만 시간 내주시겠습니까?
상식 : (선선히) 네 말씀하세요.
33. 혜영 부모의 집 거실 / 혜영의 차 안
- 혜영모 리스트 보며 전화 중이다.
- 커트나 교차로.
혜영모 : 고객님 나이는 어떻게 되십니까?
상식 : 서른넷 입니다.
혜영모 : (34 적고) 결혼하셨습니까?
상식 : 아뇨.
혜영모 : 결혼했던 경험은 있으십니까?
상식 : 아뇨.
혜영모 : (결혼여부 - X 적고) 가족관계는?
상식 : 2남 중에 둘째입니다.
혜영모 : (차남! 적고)
//
상식 : 흡연은 안 하고, 알콜은 한 달에 두 번 정도, 맥주 두 병 정도입니다.
- 혜영, 운전하다 상식이 성실하게 답변하는 모습 힐끗 본다.
- 도대체 무슨 전화 길래 저렇게 성실해? 하는 표정으로 보는 재석.
혜영모 : 약물경험은?
상식 : 없는데, 아 미국에 있을 때 대마초는 두어번 피웠습니다.
혜영 : (듣다가 참지 못하고 웃음이 난다) 대마초요?
혜영모 : (웃으면서 대마초요? 하는 여자 목소리를 들었다) 아, 하나 빠트렸는데 혹시 교제 중이신 분이 있으십니까?
상식 : 없는데요.
혜영모E : (전화 대사 아니고 속마음) 그럼 누구야, 그 여잔?
//
상식 : 중국에 침술연수 다녀왔구요. 네, 네. 마취시설이 부족한 아프리카에서 필요해서 배웠습니다.
네, 미국에서는 자격증 없어도 침술시행이 가능한 주가 많습니다.
//
상식 : 제사는 없습니다.
//
상식 : 어머니는 사회학 서적을 내셨구요...
- 견디다 못한 재석 상식을 톡톡 친다.
- 상식 보면, 재석 전화기 달라는 손짓.
- 상식,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통화한다.
//
상식 : 형은 주식거래를...
//
상식 : (드디어 긴 통화가 끝난다)
- 혜영, 재석 듣다보니 어이없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혜영 : 어디 면접 봐요?
상식 : 통신사인데, 라이프스타일 조사한다고.
재석 : 헐, (그걸 다 응해주는 사람도 있구나)
혜영 : 이 선생님에 대해서 10분 동안 참 많은 걸 알게 됐네요.
차남이고, 대마초를 피워본 적이 있고. 참을성 많고, 선천적으로 친절하시고.
상식 : 저도 서 선생님에 대해서 많은 걸 알아요. 주 3일은 5시에 출근하고, 고기 좋아하고, 생일은 5월 22일이고,
혜영 : (생일은 어떻게 알았지? 하는 눈빛으로 보면)
상식 : (상식이표 해사한 웃음) 환자 기록을 봤는데, 형하고 생일이 같아서 외워졌어요.
혜영 : (픽 웃는)
재석 : (질 수 없다. 끼어드는) 그럼 서 선생이 싫어하는 것도 알아요?
상식 : (?)
재석 : 얘는 눈 크고 쌍꺼풀 있는 남자 싫어해. 비 같은 남자 좋아하지.
- 상식의 얼굴 보여지고.
상식 : 그렇구나...
혜영 : (어이없어 픽 웃는다)
34. 혜영 부모의 집 거실
- 주영이가 들어오면서 탁자에 놓인 프로필과 조사 내역을 본다.
주영 : 엄만 음대가 아니고 경찰대를 갔어야 됐어. 그랬으면 최승희 못지않은 프로파일러가 됐을 텐데.
혜영모 : 그러게나 말이다.
주영 : 남의 자식 뒷조사는 그만하고 언니나 좀 제대로 알라구. 엄마가 배 아파 낳은 자식을 아직도 그렇게 몰라?
(조사 내역 종이 보며) 이건 또 누구야?
혜영모 : 속편한 소리 그만해. 대학병원에 남아야 되는 앤데, 니 아빠가 그냥 두라고 해서 사단이 난 거야.
이젠 중매 자리두 예전 같지 않은데... 이런 자린 분명히 싫다고 하겠지.
주영 : 언닌 무조건 다 싫다고 할 걸?
혜영모 : (째리는)
아줌마 : (나와서 혜영모에게 말한다) 사모님.
혜영모 : 네.
아줌마 : 저기 죄송한데, 오늘 일찍 좀 들어갈게요.
혜영모 : 무슨 일 있어?
아줌마 : 애가 2주째 감기가 안 떨어져서, 병원에 데려가 봐야 할 거 같아서요.
혜영모 : 아, 그럼 가 봐야지. 얼른 가 봐. (하다가) 아줌마.
아줌마 : 네?
혜영모 : (눈 초롱초롱) 애가 어디가 아프다구??
35. 분만실 스테이션
- 경우, 말쑥한 차림으로 나온다.
- 경우 전화 온다. ‘어머니’
경우 : 네, 알아요. 알고 있어요. 7시, 9시 연달아 두 건이잖아요. 내일도 한 건 있고.
보라는 대로 다 볼 테니까, 네, 전화 안하셔도 돼요. (끊는다)
수선생 : 안 선생, 알바해?
경우 : 네? 무슨 알바요?
수선생 : 아, 왜 거 있잖아. 결혼 정보회사에서 의사들 용돈 주면서 선 보라구 하는 거.
나 정말 궁금하더라. 한 건에 얼마나 받어?
경우 : (기가 차서) 아, 내가 알바 할 시간이 어딨어요! 잠 잘 시간도 모자라는데!
수선생 : 오늘 두 건 내일도 한 건이라며? 선 보는 게 직업이 아니고서야 그럴 수가 있나?
경우 : 결혼이 급해서요. (내심 싫은 눈빛) 선 열심히 보는 사람, 저기 또 있네!
수선생 : (보면)
- 그 때 영미 선보는 차림으로 샤방샤방 나온다.
수선생 : 얘는 데이트 하러 가는 거 아냐? 그 때 그 꽃다발하고!
경우 : 아닐걸요.
수선생 : (영미 보고) 그래?
영미 : 저 먼저 나가볼게요. (나간다)
36. 병원 로비
- 경우와 영미 나란히 서 있다.
- 영미 가방에서 귀여운 우산 꺼내서 펼친다.
- 프릴이 달렸거나, 영미와는 잘 어울리되 경우가 쓰면 유치할법한 디테일이나 색상, 프린트의 우산.
- 경우 시계를 보더니 코트 뒤집어쓰고 뛰어가려 한다.
영미 : (경우 보지 않은 채) 우산 빌려줄 테니까 가져가요.
경우 : (보면)
영미 : 난 현관에서 택시 탈거에요. 선보러 가는데 옷 젖으면 좀 그렇잖아요. 가져가세요.
경우 : (의외의 친절에 당황)
- 영미, 택시 도착하자, 경우에게 우산 쥐어주고, 택시로 가서 탄다.
- 영미가 탄 택시는 떠나고
- 경우, 샤방하고 안 어울리는 우산을 쓴 채 영미를 보다가
- 그 우산을 쓰고 주차장으로 걸어간다.
- 유치한 우산을 한 번 올려다보고 피식 웃는 경우.
37. 선 자리 커피숍
- 경우 시계 보며 들어와 둘러본다. 영미의 우산을 들고 왔다.
경우 : (들어와서 둘러본다)
뚜쟁이E : 그 아가씨가 핸드폰을 놓고 나왔대. 파란 블라우스 입고 온 아가씨를 찾아봐.
먼저 만날 아가씨가 학벌 좀 그렇고 다른 거 내세울 건 없는데
토지보상금 수백억 받은 집 장녀야. 딸만 둘이니까 잘해봐.
- 경우 주욱 둘러보는데
- 파란 블라우스 입고 앉아있는 영미.
(옷 색깔은 다른 색이어도 됩니다. 특징적인 색이었으면 좋겠고. 다만 맞선녀와 영미는 같은 옷 입어주세요.)
- 경우 경악, 영미도 당황.
- 두 사람 잠깐 뻘쭘.
- 그런 경우의 눈에 똑같은 옷을 입은 여자가 들어온다.
- 경우 안도하며 영미를 지나 그 쪽으로 간다.
- 영미 그런 경우를 잠깐 돌아보면 맞선녀 자신과 같은 옷을 입었다.
- 왠지 위축되는 기분.
- 경우 그녀에게 인사하며 앉는다.
- 그녀는 교양 있어 보이고 참해 보이는 괜찮은 여자일 것.
경우 : 혹시 오늘 선 보러 나오신...
맞선녀 : 네, 맞아요. (경우 보며 반가운 표정)
경우 : 반갑습니다. 안경우라고 합니다.
- 영미는 경우가 선 보는 장면을 보고 있다.
- 미소 지으며 맞선녀와 매너 있게 이야기 중인 경우.
- 두 사람 분위기 화기애애하다.
- 그 옆에 얌전하게 놓인 영미의 우산.
경우 : 파란색이 참 잘 어울리시네요.
맞선녀 : 감사합니다.
- 영미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38. 카페 밖 화장실
- 영미 화장실로 들어간다.
39. 선 자리 커피숍
- 뚜쟁이 아줌마 들어온다.
- 주위를 둘러본다.
뚜쟁이 : 아직 안 왔나. (하면서 둘러본다. 주위를 둘러보다가 경우 목소리에 돌아본다) 저 총각이? (수첩 뒤져 보더니 전화 건다)
//
경우 : 잠시만요.
맞선녀 : (미소로 양해)
경우 : 네, 안경웁니다.
뚜쟁이 : 거기서 뭐해? 그 아가씨 아냐 이리 와.
//
경우 : 네?
뚜쟁이 : 그 아가씨 아니라구, 이리 오라구.
- 그 때 화장실에서 들어오는 영미.
뚜쟁이 : 어, 저기 오네. 오늘 선 볼 사람 저기 들어오는 저 아가씨야.
- 전화기 들고 당황한 경우.
- 영미와 눈이 마주친다.
- 그 때 다른 선남이 경우 옆으로 오고,
- 경우, 어색하게 맞은 편 아가씨에게 상황 설명하고 일어난다.
- 주위에 선 보던 커플들 혹은 손님들 킬킬 웃는 분위기.
- 경우 우산 챙겨온다.
40. 선 보는 커피숍
- 영미네 자리
- 적막하게 말이 없는 두 사람.
- 아까 그 아가씨도 다른 남자와 앉아있다.
- 킬킬 거리던 분위기 간데 없고 싸한 분위기.
경우 : (한숨)
영미 : (할 말 없고)
- 두 사람 적막......
영미 : 저 먼저 일어날게요. (일어난다)
뚜쟁이 : 20분도 안돼서 사람을 어떻게 알아. 그렇게 맘에 안 들어?
영미 : 여기 안선생님 한테 물어보세요.
경우 : (할 말 없고)
뚜쟁이 : 두 사람 혹시 아는 사이야?
경우 : 네.
영미 : 그럼 전. (나간다)
//
뚜쟁이 : 어떻게? 이 아가씬 강북센터에 있고 안 선생은 본원에 있잖아?
경우 : 로테이션 근무 중이잖아요.
뚜쟁이 : 아!!! 그래서 아는구나. 아이고, 이게 보통 인연이 아니네. 둘이 사이가 나빠? 아니면 쑥스러워서 그래?
경우 : (할 말 없다. 그저 난처할 뿐)
뚜쟁이 : 나중에 물어보지 뭐. 다른 선도 여기서 보는 거지?
41. 병원 외경 (아침)
42. 은미의 병실
- 혜영 들어온다. (친구가 궁금하다)
- 변호사, 서류 작성중이다.
은미 : 아침부터 바쁜데 뭐 하러 왔어?
혜영 : (변호사 자료 보며) 뭐하는 거야?
은미 : 아파트가 공동명의거든. 그거 반분해서 위자료 주고.
혜영 : 몸조리나 신경 쓰지, 이 와중에 꼭 이혼을 해야 되니?
은미 : 그러게 말이다. 그런데 웃기지? 희망이 안 느껴지고 너무 끔찍해 지금... 뭐가 뭔지 모르겠고 온통 헝클어진 느낌이야.
혜영 : ...
은미 : 엄마도 원하시고 나도 힘들어. 이대로는. 서운한 감정만 자꾸 쌓여서 정리하고 새 출발 하려고.
혜영 : (안타까운)
변호사 : 보험 수혜자는 누구로 지정할까요?
은미 : 보험이요? 암보험은 이미 받았는데요. 아 엄마가 들었나? 종신보험인가 뭐 있는 거 같던데. 수혜자는 누구로 돼 있어요?
변호사 : 암보함 말고 여기 종신보험하고 생명보험이 하나 더 있네요. 남편분이 수혜자고.
은미 : 그래요? (대수롭지 않게) 어머니가 보험하시니까, 아마 그이가 가입해둔 거 같네요. 그건 뭐 죽어야 나오는 거죠?
변호 : 네, 그렇죠.
은미 : 그건 의논해서 해지 하든지 할 테니까, 제쳐 두세요. 더 알아볼께요.
혜영 : (놀라는) !!
43. 스테이션
- 영미, 경우와 마주친다.
- 경우, 우산 들고 와서 스테이션 한 쪽에 놓으며
- 우산 잘 썼다는 말이나 표정.
수선생 : 선은 잘 봤어? 어제 두 건이나 봤다며?
영미 : (표정)
경우 : 한 건은 퇴짜 맞고 한 건은 퇴짜 놨어요.
- 경우 차트 들고 라운딩하러 나간다.
- 경우 나가면, 혜영과 재석 온다.
//
- 회진 전 차트를 보고 있는 혜영과 재석.
혜영 : 내가 볼 환자 누군데?
재석 : DC해야 하는 환자야. 20주.
혜영 : (보면)
재석 : 위암인데 재발했어. 해줄 수 있어?
혜영 : (본다)
재석 : 내 손으로 만든 앤데 내 손으론 못하겠다.
혜영 : 알았어. (앞장서고)
재석 : (안도. 우울한 표정으로 따라간다)
44. 입원실
- 정주와 정주 남편, 혜영과 재석도 같이 동석.
- 경우 말고 레지던트 광영이나 태중이 (불임파트 도는 레지) 따라와 서 있다.
- 맞은편 병상의 은미, 고요한 얼굴로 정주 보며 혜영의 말을 듣고 있다.
정주 : (혜영 보며) 선생님이 해주시는 게 아니에요?
재석 : 이 친구가 저보다 100배는 잘해요.
정주 : (불안한)
남편 : (다독거리면서 혜영이 기분 나쁠까봐 눈치 보며) 이 사람이 너무 불안해해서요. 왕 선생님 말이라면 워낙 신뢰를 해요...
6번 실패 하면서도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힘이 되주셨거든요. 이 사람 나이도 있고 해서 우린 다 포기했는데,
왕 선생님만 한 번 더 해보자구 하셨어요.
혜영 : 그러니까 왕 선생은 못하는 거죠.
재석 : (표정)
혜영 : 유정주씨. 주임과장님께 들어서 아시겠지만, 빨리 수술에 들어가는 게 산모를 위하는 길입니다.
정주 : (계속 주저하는 눈빛)
혜영 : 일단, 유정주 씨가 살아야 다음에 아기도 갖죠.
정주 : (배 만지며) 저... 정말 힘들게 우리 복둥이 얻었어요. (눈물 글썽) 선생님... 저한테 다시 이런 고마운 아기가 와 줄까요?
우리 복둥이 그냥 낳으면 안 될까요?
혜영 : 태아가 24주는 돼야 조기출산에서 50% 이상 살아남을 수 있어요.
유정주씨 같은 경우, 아이가 20주밖에 안됐기 때문에 조기출산이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그 때까지 기다리다간 암세포가 퍼져서 유정주씨가 위험하게 될지도 몰라요.
유정주씨, 본인이 재발 케이슨거 잊은 건 아니죠? (안됐지만 단호하게) 전... 무엇보다 산모가 중요합니다.
정주 : (눈 내리까는. 복잡하다) ...알았어요.
혜영 : 자궁수축제부터 달 겁니다. 하루 이틀 진통하실 거구요.
정주 : (자포자기) 알아서 해 주세요. 잘 하시겠죠 뭐.
45. 병원 일각
- 재석 빨대 꽂힌 두유 하나 건네고
재석 : 기적이라고 생각했어. 저 환자가 임신하는 건 워낙 힘들었거든.
암 치료가 성공적으로 끝난다 해도 아마 더 이상 임신은 불가능하겠지.
혜영 : 산모가 살아야 할 거 아냐. 아기가 문제야 지금.
재석 : 미안해.
혜영 : 됐어. 너 천주교 신자잖아. (두유 마시려다 비위 상하는지 약간의 욱. 포기한다) 미안해, 못 마시겠다.
재석 : 하루 종일 한 끼도 못 먹은 거 아냐?
혜영 : 어젯밤부터야.
재석 : 체한 거야? (얼굴 보며) 다크서클이 선글라스 같네. 연어 먹으러 가자. 아, 그 전에 수액하나 달자.
혜영 : 됐어. 그 정도 아냐.
재석 : (걱정되는 얼굴로 혜영 보는)
46. 병원 로비 (or 주차장)
- 상식, 재석 출근하는데
- 혜영모 등장한다. 3-4세 아이 데리고 아줌마와 같이 와 있다.
아줌마 : 아우 그냥 동네 소아과에서 봐도 되는데 굳이 대학병원까지 안 와도 되는데요, 사모님.
혜영모 : 글쎄, 내 말 들으라니까. 보름 넘게 애가 감기가 안 떨어지는 게 정상이야?
여기 소아과 선생님이 잘 본다니까, 일단 여기서 진찰을 받자구.
아줌마 : 아휴, 일부러 애까지 태우러 오시구. 고마워서 어떡해요.
- 그 때 저 쪽에서 상식과 재석.
- 상식은 혜영모를 못보고 그냥 올라간다.
재석 : 아줌마!
혜영모 : (돌아본다) 어 재석아.
재석 : 웬일이세요.
혜영모 : 어, 아픈 애기가 있어서 진찰 받으러 왔어. (여유 있게 미소로)
재석 : 아... (혜영모가 데려온 아이와 아줌마 본다) 소아과 진료요?
혜영모 : (당당) 응.
재석 : (뭔가 수상해서 갸웃) 전 그만 올라가 볼게요. 진료 보고 가세요.
혜영모 : 재석아.
재석 : 네?
혜영모 : 그냥 진료 받으러 온 거니까 혜영이한텐 말하지 마라.
재석 : (안 믿는다는 어색한 미소로 혜영모를 본다. 그러다 뭔가 눈치 챈 듯) 이 선생 몇째래요?
혜영모 : (무심하게) 둘째.
재석 : (보면)
혜영모 : (뜨끔하지만 딱 잘라) 뭐? 딱 보면 알지.
재석 : (어이없어 웃고) 반듯하죠?
혜영모 : (들킨 거 알고) 그래도 할 건 다 해봤더라. 대마초도 피워봤다네.
재석 : (보면) 오~ 제법인데?
혜영모 : (당당하게) 뭐, 더 궁금한 거 생기면 나한테 물어봐.
재석 : (그저 웃고) 아줌마 나에 대해서도 캔 적 있는 거 아녜요? 나는 안 궁금해요?
혜영모 : (무시. 아줌마 보며) 가요 아줌마. (아이와 아줌마 데리고 간다)
재석 : (걱정하는 말) 아줌마 혜영이 눈에 절대 띄면 안 돼요.
혜영모 : (돌아보며) 걔 요새 무슨 일 있니?
47. 혜영의 진료실
- 혜영, 책상에 앉아 복잡한 표정으로 손에 든 사진을 보고 있다.
- 손에 든 것은 초음파 사진.
- 혜영, 사진을 유심히 보다 거칠게 서랍에 넣어 버린다. 쾅!
- 굳은 얼굴로 얼음처럼 있다. 다시... 가만히 서랍을 여는 혜영.
- 초음파 사진 속의 작은 생명체. 혜영의 깊은 한숨.
48. 상식의 진료실
- 상식 진료 중이다.
- 아기의 감기 증세를 치료해준다. 아직 많이 애기다. 돌 정도 되는.
- 귀에 갖다 대면 귀 안의 사진이 크게 보이는 기계가 있다.
- 가능하다면 이런 그림 보여주면 진료장면이 괜찮아 보일 듯.
- 환아는 말귀도 못 알아듣고 자기 힘으로 흥~ 해봐 해도 코도 못 푸는 아기.
- 아이의 아빠도 같이 있다.
엄마 : 애가 코가 막혀서 아직 코도 못 풀고. 기계로 좀 빼주세요.
상식 : 집에서 막히면 어떻게 빼시게요.
- 작은 스프레이로 아기 코에 액체 분무하고
- 아기를 살피면서 코에 입을 갖다 대고 코를 빨아낸다.
- 호흡하고 빨아내서, 삼키진 말고 휴지에 뱉어낼 것.
49. 대기실 의자
- 대기실 의자에서 안에서 아기 코 빼는 상식이 보인다.
- 혜영모 표정이 묘하게 변한다. (쟤 왜 저래? + 의사는 의사네)
50. 상식의 진료실
- 보고 있던 엄마 기겁한다. 놀라움+경탄
엄마 : 어머, 선생님! 그걸 어떻게...
상식 : (대수롭지 않게) 제가 시범을 보여야 보호자가 배우죠.
엄마 : 당신 잘 봐.
남편 : (입 딱 벌리고 보고 있다) 나 못 해...
엄마 : (째려본다)
상식 : (미소) 애가 코는 빼줘야 하거든요. 풀어낼 힘이 없으니 입으로 해 주시고,
요령이 생기면 안 삼킬 수 있으니까 몇 번 연습하면 될 거에요.
엄마 : 네, 선생님. (이미 상식을 보는 눈에 하트가 총총하다)
남편 : (그런 부인을 어이없다는 듯 본다)
//
간호사 : 김민준 아기 들어오세요.
- 상식 차트 보고 있고
- 혜영모와 아줌마 아기 들어온다.
상식 : (반갑게) 안녕하세요.
혜영모 : 어머나, 외래 진료도 보세요? (모르는 척)
상식 : 네, 일주일에 세 번 봅니다.
혜영모 : 어머, 그렇구나. 난 NICU만 보는 줄 알았지.
아, 얘는 혜영이 조카나 다름없는 앤데, 열이 안 떨어진다고 해서 데려 왔어요.
상식 : 열이 언제부터 났어요?
아줌마 : 일주일 좀 넘었나? 동네 병원에서 약을 먹어도 잘 낫지 않고 열이 잘 안 떨어지네요. 이번 감기가 좀 오래가나 봐요.
- 상식 아기 꼼꼼하게 진료한다.
- 열 재고, 청진, 목 본다, 눈이 자세히 살피면 출혈되어 있는 듯,
- 경부 림파절을 만져 보니 부어있다.
- 피부, 입술, 혀, 손, 발도 잘 관찰한다.
- 뭔가 의심되는 병이 있는 듯하지만 애매한 상황.
- 혜영모 그렇게 꼼꼼하게 진료하는 상식을 역시 꼼꼼하게 훑어본다.
아줌마 : (혜영모에게) 꼼꼼하시네요.
혜영모 : 그러게.
상식 : (눈 살피며) 어머니 혹시 아이 눈이 좀 빨간 거 같은데 언제부터 그랬나요?
아줌마 : 어제 보니까 조금 빨간 것 같은데... 열이 높아서 그런 거 아녜요?
상식 : (찬찬히 아이를 더 살펴본다. 혓바닥도 내밀어 보라고 하지만 혀는 괜찮다)
아줌마 : (걱정)
상식 : 일단 입원해서 혈액점사, 심장 초음파 검사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 아줌마와 혜영모 놀란다.
아줌마 : 입원이요?
상식 : 검사를 더 해봐야 알겠지만 일단 가와사키 병이 의심됩니다.
아줌마 : 동네 소아과에선 그런 얘기 없었는데요?
상식 : 원래 가와사끼 병이라는 게 감기하고 비슷해서 진단하기가 애매한 경우가 있어요.
증상이 처음부터 있는 게 아니라 열만 나다가 3-4일이 지나서야 다른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구요.
아줌마 : 당장 입원을 해서 심장 초음파까지 찍어야 돼요?
상식 : 네.
혜영모 : 아유, 아주 큰일날 뻔한거 아냐, 그럼.
51. 심장 초음파실
- 민준이 초음파 보는 중.
- 아줌마와 혜영모만 들어도 좋다.
아줌마 : (걱정되는) 어때요, 선생님? 터지진 않을까요?
상식 : 민준이는 관상동맥 합병증으로 혈관이 3mm 정도 늘어났지만,
이 정도는 치료가 잘 되면 나중에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줌마 : (휴우... 안도의 한숨)
52. 심장초음파실 근처 복도
- 상식 혜영모와 아줌마와 이야기중이다.
- 혜영 나오다가 상식과 이야기 중인 엄마를 본다.
혜영 : 엄마!
- 혜영모 상식, 돌아본다.
혜영 : 거기서 뭐 하는 거야, 대체!
혜영모 : 혜영아.
혜영 : 내가 엄마 땜에 못 살아. 지금 병원까지 와서 뭐하는 거야.
- 난처하고 어색한 상식의 리액션 보여진다.
혜영E : 엄마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런 사이 아니거든! 이 사람 나하고 아무 사이도 아냐. 그냥 이웃집 총각이야.
- 이 대사를 할 때 상식의 표정과 그걸 오다가 듣는 재석의 표정도 같이 보여진다.
혜영모 : (내심 찔리는 건 있지만 명분이 있다) 혜영아. 민준이가 아파서 왔다.
혜영 : 또 핑계 대구 데려왔겠지. 내가 엄말 몰라. (상식에게) 우리 엄마 이러시는 거 신경 쓰지 마세요. 이거 취미 생활이에요.
- 아줌마 병실에서 나온다.
혜영 : 아줌마?
아줌마 : 아이고, 큰일날 뻔했어, 민준이가 가와사키래.
혜영 : (잉?)
상식 : (헛기침)
혜영모 : (거보란 표정)
- 혜영 졸지에 혼자 오버하고 날뛴 게 되어버렸다.
- 뻘쭘한 혜영 정말인가 하는 얼굴로 상식을 본다.
53. 민준의 입원실
- 민준이 입원해 있고.
- 아줌마는 민준 간호 중이고, 혜영모, 혜영도 같이 듣는다.
전공의 : MCLS (Mucocutaneous lymph node syndrome : 가와사키병과 같은 말로 흔히 사용) 의심되는 환아입니다.
아침에 시행한 검사에서 WBC 18000, ESR 80, AST 80, ALT 75, CRP 2.5입니다.
새벽까지 38도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고, 오후부터 스트로베리 텅 (딸기혀) 관찰되고 몸에 발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상식 : 랩(lab: 혈액검사)도 그렇고 증상도 그렇고 MCLS 맞네. 바로 면역글로블린 투여하고 아스피린도 투여 시작합시다.
에코(심장 초음파)도 바로 볼께요.
혜영모 : 감기가 오래 가는 게 아무래도 이상해서 한 번 데려와 봤다!
이왕이면 아는 사람에게 데려오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왔다가 가와사키라고 진단 받아서 놀랜 가슴 쓸어내렸지 뭐니.
관상동맥이 터지면 급사할 수도 있댄다. 그래도 내가 적극적으로 대처한 덕분에 사람 하나 살렸잖아.
안 그래요? 이 선생님?
상식 : 네.
혜영 : (뻘쭘... 그러나 뭔가 100% 수긍은 안 되는 표정)
54. 복도 (병원 일각)
- 혜영모 나와 있다.
혜영 : 엄마가 원하는 게 뭐야?
혜영모 : 내가 뭐? 얘 민준이가 가와사키 아니니...
혜영 : 내가 엄마를 몰라? 엄마가 이러지 않아도 나 요새 힘들어.
혜영모 : 얘, 교수 못된 게 내 탓이야?
- 상식 나오다 그들의 다툼을 듣는다.
혜영 : 엄마 탓 아닌 거 아니까 그만해 제발. 나 진짜 힘들다구. 엄마까지 자꾸 이러지 않아도 나 정말 힘들다니까!
혜영모 : 얘, 내가 뭘 어쨌다구 이러는지 모르겠네.
혜영 : (본다)
혜영모 : 그러니까 힘들어서 쓰러졌다고 하고 그러니까 걱정이 돼서...
혜영 : (더 하려다가, 주위 사람들 의식해 참는다) 엄마 여기 내 직장이야. 그리고 이제 이런 거 그만 좀 해.
혜영모 : 민준이 퇴원할 때까진 들여다봐야지.
혜영 : (졌다) 맘대루 해.
- 재석 지나가다 혜영모와 혜영의 다툼이 있었다는 걸 안다.
- 혜영인 내려가고 혜영모와 부딪힌 재석.
혜영모 : 못된 기집애.
재석 : 그러게, 들키지 마시라니까. (하고 혜영이 간 쪽으로 따라간다)
55. 병원 일각 (에스컬레이터나 로비)
- 엄마하고 싸우고 내려오는데,
- 올라오던 서진과 마주친다.
- 눈이 마주치는 두 사람.
- 서진 혜영을 따라 내려간다.
56. 병원 일각
- 앞서가는 혜영에게.
서진 : 입원했었다구?
혜영 : (멈춰 선다) 퇴원했어요.
서진 : (뭔가 말하려다...) ...하혈이 있었다며.
혜영 : (...눈길 피한다)
서진 :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다. (아이가 떨어졌다고 생각해서)
혜영 : ...
서진 : 그런 일 있었으면 몸조리를 좀 해야지...
혜영 : ...네.
서진 : (미안하고) 몸 잘 챙기고...
혜영 : 그럴게요.
서진 : 건강해라... (가슴이 아리다. 돌아선다)
혜영 : (본다)
- 그 때 상식, 서진과의 대화를 듣고 돌아선다.
- 아이에 대한 중요한 정보는 그에게 말하는구나 싶은.
- 서진도 걸어가다 상식과 마주쳐도 된다.
- 재석, 다른 위치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상태이고 스쳐가는 상식도 본다.
- 상식은 혜영과 서진을 스쳐가는.
57. 복도 일각
재석 : 왜 거짓말 했어?
혜영 : (보면)
재석 : 다른 사람이야 그렇다 쳐도, 이 선생은 알 자격이 있지 않을까? 그동안 걱정 많이 했는데.
혜영 : 며칠 후면 거짓말이 아니게 될 텐데, 굳이 말 할 필요 없잖아. 넌 어떻게 알았어?
재석 : 널 하루 이틀 보냐? 초음파실에서 나오는 순간 알았지.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
혜영 : (보면)
재석 : 당직을 바꿔준다든지, 상의를 하고 싶다든지, 마음이 바뀌어서 애 아버지가 필요하다든지, 엄마도 내가 대인방어 할게.
혜영 : (눈 커지면)
재석 : 내가 니 대타 전문 아니었나? 그리고 너도 그동안 날 챙겨 온 보람을 느낄 때도 됐잖아.
다 오늘 같은 날이 있으려고 그랬구나.
혜영 : 미친! (농담)
재석 : 그래도 서혜영 많이 컸다? 어느새 커서 임신을 다 하고.
혜영 : 묘 자릴 파라?
재석 : (피식 웃고 가 버리는)
혜영 : (그런 재석 뒷모습 보는)
58. 병실
- 정주, 수액 하나 달려있다.
- 은미도 항암제 팩 달려있다.
- 간호사 자궁수축제 연결하려고 들어온다.
간호사 : 자궁수축제 연결할게요.
정주 : (순간) 잠깐만요... (주저하는) ...10분만 있다가 와 주시겠어요?
간호사 : 그럼, 그렇게 하세요.
- 간호사, 약 들고 다시 나간다.
- 불안해 보이는 정주.
- 그런 정주를 유심히 보는 은미의 시선.
- 수액 줄 보던 정주, 결국 주사 바늘을 뽑는다.
- 은미, 눈이 동그래진다.
- 주사자국에서 피가 배어나오는 정주의 팔뚝.
은미 : 저기요!
남편 : (물수건 데워서 들고 오다가) 어, 이 피 좀 봐라.
정주 : (정신없이 그 자리 지혈해주는 남편 보며) 나 수술 받고 항암치료 받으면 살 수 있을까?
남편 : (침대에 걸터앉으며 물수건으로 정주 머리며 팔이며 닦아주면서) 그럼...
정주 : 한, 5년 살려나?
남편 : (잠깐 당황하지만) 50년은 살아야지.
정주 : 5년... 살 가능성도 20%도 안 되겠지?
남편 : 200%지. 7년 전에도 잘 버텼잖아.
정주 : 재발에 전이까지 됐는걸. (배 보면서) 우리 애기 한참 크고 있을 텐데...
남편 : (짠해져서 쳐다본다)
정주 : 나, 당신하고 살면서 뭐가 제일 무서웠는지 알아?
남편 : 뭔데...?
정주 : 자기가 나보다 먼저 죽을까봐. 자기 같은 남자가 나보다 먼저 죽을까봐. 나 혼자 남겨지면 난 못 살겠구나.
남편 : (픽) 내가 좀 과보호했나?
정주 : 우리 애는 그렇게 키우지 마.
남편 : 그럴게. (하다가 무슨 소리?) 엥? (우리 애?)
정주 : 나 아이 낳을래, 여보.
남편 : (당황)
정주 : 아이 낳을 거야. 당신이 키워줘.
남편 : (정적. 패닉. 도대체 무슨 소리야. 말도 안 되는 소리. 얼굴 점점 굳다가 두려움에 벌떡 일어난다)
당신이 지금 제정신이 아니라 그래. 선생님, 선생님! 여기 주사 줄 빠졌어요. (밖으로 허둥지둥 나간다)
정주 : (한숨 쉬는)
- 은미, 가만히 듣다가...
은미 : (지긋이 보는) 남편을 참 많이 믿는군요.
정주 : (표정)
59. 복도
- 정주 남편, 이성을 잃고 스테이션으로 뛰어온다.
남편 : 왕 선생님, 어디 계세요?
60. 다른 복도
- 정주 남편, 재석 옆에서 몸이 달아 안달복달 설명하면서 따라온다.
남편 : 선생님 말은 들을 겁니다.
재석 : (미치겠다) 아 놔, 다 끝난 얘기를... (다 끝난 얘긴데 왜 이러냐)
남편 : 그러니까요.
61. 은미 정주 병실
- 정주는 완전히 안정을 찾았다.
- 재석 걱정하고 들이닥쳤는데, 안온한 표정의 정주를 보고 다소 놀란다.
- 재석이는 이런 상황에도 처지지 말고 대화 속도는 유지해주세요.
재석 : 남편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 가는데, 정주씨 얼굴은 왜 이렇게 훤해요?
정주 : (흔들림 없고 평화롭다) 맘을 바꾸고 나니 마음이 평화롭고 얼굴에서 빛이 나요.
재석 : (남편 보면)
남편 : (재석 본다)
정주 : 둘이 눈은 왜 맞춰요?
남편 : 여보.
정주 : 아, 됐어요. 선생님 제 말 좀 들어 보실래요?
재석 : (만만치 않겠다는 느낌, 보호자 침대 겸 소파 빼서 앉으며) 긴 얘기가 될 거 같은데 자리 잡읍시다. 네.
정주 : 이래서 내가 왕 선생님 팬클럽 회장이잖아요~
재석 : (농담) 회원이 한 명 뿐이라.
//
시간경과
- 정주 신났다.
- 재석도 우울하지 않다. 두 부부의 결론에 수긍해준다.
- 은미도 이들을 주시하고 있다.
남편 : 유치원 보내면 도시락도 유기농으로 싸주고, 과자파티 하는 날은 유치원도 안 보내고...
정주 : 그렇지! 난 자기라면 그렇게 키울 거라고 믿는다니까...
재석 : 과자 파티 하는 날 안 보내면 애가 가출할 텐데.
정주 : 그런 날은 놀이공원에 데려가야죠. 더 큰 걸로 보상해줘야 애가 유해한 과자 따윈 잊어 버린다구요.
재석 : 아, 그렇군.
정주 : 여자애면 머리도 땋아줘야 하는데...
남편 : 가발 사서 연습할게.
- 완전히 정주의 페이스에 말린 두 남자.
정주 : 이런 남잔데 제가 뭘 걱정하겠어요? 안 그래요, 선생님? (들어와 있는 혜영에게)
두남자 : (벙. 완전히 말려들었다. 찬성할 수도 안 할 수도)
혜영 : 그러니까 지금 치료를 안 받겠단 거에요?
정주 : 네. (편안한 웃음, 도 튼 느낌)
혜영 : 지금 목숨을 포기하겠다는 거잖아요?
재석 : (혜영 말리려 리액션 적절하게) 얘가 좀 직설적이라... (중재) 그럼 이대로 수술부터 받고
그리고 예후 보면서 임신한 상태로 항암치료 받아보죠.
정주 : 한참 잘 먹어야 할 때라고 하셨잖아요. 근데 위를 다 잘라내면 애기는 어떡해요? 거기다 항암제치료까지요?
저 어떤 치료도 안 받을래요. 어떤 치료도 받지 않을래요. (편한 미소) 항암치료를 선택했을 땐
마음이 그렇게 복잡하고 우울하고 왜 사나 싶더니, 이렇게 결정했더니 저 너무 홀가분하고 행복한 거 있죠.
혜영 : (욱해서 뭔가 말하려) 민정주씨!!
재석 : 그만 해.
혜영 : (기가 차다) 니가 못하면 내가 할게. 홀가분하다구요? 지금 당장은 그렇겠죠.
숙취에 시달리면서도 사람들이 왜 술을 먹는지 아세요? 당장은 고통스럽지 않거든요.
오늘 밤은 즐겁지만 대가는 아침에 치르면 되거든요.
- 주위 리액션 충분하게 반응해주고, 보여주세요.
- 은미만 덤덤한 표정.
혜영 : 당장 몇 달은 행복하겠죠. 그 후엔요? 애는 건강하게 낳았다 쳐요. 아기가 태어나 첫 걸음 떼는 건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엄마 소리 한 번 들어볼 거 같아요? 말도 못하고 걷지도 못하는 젖먹이를 놓고 떠나는 순간에도
지금처럼 이렇게 홀가분할 거 같아요? (정주에게만 하는 말일까? 자신의 결정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정주 : (아프다. 많이 아프다. 애써 외면하던 미래다. 눈물 난다)
남편 : (미어진다. 눈물 참는 중)
재석 : (할 말 없고, 혜영이 너무 아픈 미래를 적나라하게 말 하지만 말릴 생각 없다)
혜영 : 그 애는 엄마라는 말 배워도 부를 사람도 없겠죠. 학교 입학식, 졸업식에도 엄마는 오지 않을 거구요.
정주 : (눈물 주룩주룩) ...
혜영 : 그래도 행복할까요?
정주 : (눈물) 알아요... 아는데, 그래도 우리 아기한텐 아빠가 있잖아요. 나는 없어도 다정다감하고 완벽한 아빠가 있잖아요.
남편 : (뭐라 답할지 모르겠는) 여보... (손 잡는)
혜영 : (나 참. 말이 안 통한다. 기가 차다. 재석에게) 나, 가도 되지?
재석 : (친구한테 몹쓸 짓 시킨 기분)
혜영 : 그럼 전 다시 볼 일 없겠네요. (나가버린다)
재석 : 잠시만... (따라 나간다)
62. 복도
- 마음이 안 좋고, 무언가 올라오는 혜영 서둘러 따라 나온다.
- 신생아실 앞이어도 좋고
- 아기를 안고 가는 사이좋은 부부가 보여도 된다.
혜영 : 넌 도대체 뭐하는 애야? 말려도 시원찮은데 옆에서 부추겨? 너 의사 맞어?
재석 : 민정주 환자 인턴 때부터 봐왔어. 고통스럽던 항암치로 과정도 다 봤고,
5년간 재발 안 해 완치되었다고 좋아하던 모습 생생해. 포기했는데 임신되었다고 눈물 흘리던 모습도 다 기억해...
저 선택 이해한다고 하면, 나 나쁜 놈이냐?
혜영 : (어이없어 본다) 어.
재석 : (헉) !
혜영 : 나, 이해 안 돼. 저 환자 마음 바꿔도 난 수술 안 해. (돌아선다)
재석 : (뒤에 대고) 미안해.
63. 은미와 정주의 병실 (밤)
- 고요한 밤.
- 은미와 정주 나란히 항암제, 수액을 꽂고 병상에 누워 있다.
- 둘 다 잠이 안 오는 듯.
은미 : (누운 채로 천정을 보고 묻는다) 주무세요?
정주 : (같이 천정을 보고) 아니요.
은미 : ...후회하지 않으세요?
정주 : (눈물 고이며 웃는) 그럼요.
은미 : 꼭... 예쁜 아가도 낳고... 암도 이겨내세요.
정주 : 그쪽두요.
은미 :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피아노 앞에 앉을 날이 올까요... (눈물이 핑 돈다)
정주 : 그럼요. (희망 주는) 어제... 로비에서 당신 피아노연주를 들었는데,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당신 연주는 심장을 울려요.
은미 : 감사합니다. (얕은 미소) 이렇게 절실하게 피아노를 찾게 될지 예전엔 몰랐어요.
...피아노는 나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이에요. (정주 쪽으로 고개 돌리며) 내일 퇴원 할 땐, 한 번 더 연주해드릴게요.
정주 : (같이 보며) 그래준다면, 저두... (배를 만지며) 우리 복둥이두... 너무 고맙죠.
- 병상에 누워 서로를 쳐다보며 미소 짓는 두 사람.
64. 병원 외경 (아침)
65. 은미와 정주의 병실
- 은미의 병실 열어보면
- 은미 가발 쓰고 옷 갖춰 입고 화려하게 화장했다.
혜영 : (가발 바로 잡아준다)
은미 : (티켓 주면서) 이거 그 눈 큰 간호사하고 눈 큰 의사 선생님 있지? 그분들 줘라. 5월에 연주회 있어.
혜영 : 축하해.
은미 : 왠지 이게 마지막 연주회인거 같아서...
혜영 : 그게 무슨 소리야.
은미 : 느낌이란 게 있잖아...
혜영 : 몇 일이니?
은미 : 22일. 바쁜데 올 거 없어.
혜영 : 당직만 아니면 김영미 간호사하고 이 선생님하고 같이 갈게.
은미 : ...
그 때 은미 남편 들어온다.
남편 : (짐 챙긴 거 자신이 챙겨 들고) 악보집은?
은미 : 내가 들께요.
남편 : 그럼 현관 앞에 차 대기시킬 테니 내려와. 수고하셨습니다.
- 남편 나가고, 혜영 은미 보면.
은미 : 나 이혼 좀 미루기로 했어. 남편이 휴직까지 하고 병간호 하겠다는데 좀 기다려 보려구.
혜영 : 아...
66. 지하 로비 (피아노 라운지)
- 화려하게 치장한 은미 사뿐사뿐 걸어간다.
- 찬찬히... 정성스럽게... 피아노 앞에 앉는 은미.
- 살며시 피아노 덮개를 연다.
- 건만 위에 살포시 올려놓는 은미의 가늘고 긴 손.
- 은미, 눈을 감고 연주를 시작한다.
* 피아노곡은 리스트의 ‘사랑의 꿈’.
** 참고
- 리스트 ‘사랑의 꿈’ 독일의 시인 페르난트 프라일리히라트의 서정시에 리스트가 곡을 붙인 것으로,
가곡과 함께 후에 피아노로 편곡되어 널리 알려졌다.
오 사랑하라, 그대가 사랑할 수 있는 한! 오 사랑하라, 그대가 사랑할 수 있는 한!
시간이 오리라, 시간이 오리라. 그대가 무덤가에 서서 슬퍼할 시간이.
그리고 애써라, 그대의 마음이 타오르도록. 그리고 사랑을 품도록 그리고 사랑을 간직하도록,
그대의 마음을 향해 또 다른 마음이 사랑으로 따뜻하게 두근거리는 한. **
- 병실의 환자들이 하나씩 하나씩 모여든다.
- 영미 지나가다 멈추고, 상식도 멈춰서 듣고 있다. 병원 식구들도 하나 둘 모여든다.
- 혜영이와 재석이도 다가선다.
- 머리에 스카프 두른 아줌마들이 많고, 여고생도 있다.
- 휠체어에 앉은 사람도 있고.
- 갑자기 열린 음악회, 생애 마지막 연주회 느낌. 가슴을 울리는 연주.
- 정주와 정주 남편도 음악을 듣는다. 배를 쓰다듬는 정주.
- 정주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를 하는 은미의 모습.
- 그런 딸을 바라보는 은미모, 수건으로 눈물을 찍어낸다.
- 혜영, 은미의 모습을 오래도록 눈에 담는다.
- 아름다운 선율이 콘서트홀을... 거기에 모인 사람들을 감싼다.
67. 병원 입구
- 차가 들어와 멈추고,
- 은미 남편 내려서 차 문을 열어준다.
- 은미 올라타고 출발한다.
은미모 : 한심하니?
혜영 : 아뇨.
은미모 : 남편하고 이혼하고 혼자 죽어가는 꼴 보는 거 보단 낫잖니.
혜영 : 네.
은미모 : 다음에 보자. 엄마한테 안부 전해라.
- 은미모 총총히 걸어 나가고.
- 그 모습 보는 혜영과 일행들. (재석, 수선생, 경우, 영미)
수선생 : 왜 이렇게 기분이 별로니?
영미 : 그러게요.
수선생 : 6개월밖에 못 사는데 그걸 넌 알 필요 없다고 제껴 놓으면 그 기분이 어떨까?
68. 포장마차 (혹은 식당에서 밥 먹는다, 저녁)
- 전반적 분위기 처지지 않게.
- 영미, 경우도 아직 어색하지만 너무 처질 필요 없음.
경우 : 자기 인생에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시기에 본인이 중요 정보를 모른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영미 : 엄마잖아요.
경우 : (보면)
영미 : 엄마니까 그게 자식을 위해 최선이라고 생각했겠죠. 상처받지 않길 바랬겠죠.
혜영 : 생명 보험 수혜자가 남편이었어.
수선생 : 그래? (반짝) 야 이제야 모든 게 설명이 되네. 그 친구 알면 충격 받겠네.
6개월 후에 너 죽는다. 근데 니 남편이 보험금 땜에 이혼 안 하려고 버티는 거다.
재석 : 친구의 이름으로 말해주기엔 너무 아름답지 않은 진실이지.
영미 : 알아봐야 좋을 게 없다고 생각하신 거지.
수선생 : 모르는 상태에서는 뭐 행복해 보이디?
재석 : 글쎄, 더 이상 불행하기도 힘들지 않나?
혜영 : 더 좋을지 아닐지 남이 어떻게 알아.
영미 : 엄마니까 자식이 덜 상처 받게 하고 싶어서 그러신 거잖아요.
혜영 : 평생 온실 속에서 키울 수 있나? 그건 엄마 욕심이지.
수선생 : 평생 엄마 손 잡고 레슨 다녀, 연애도 못 해, 남자도 골라줘, 결혼도 정해줘.
죽는 순간까지 아프지 않게 한다고 알려주지 않아. 결국 평생 온실 속에서 키우고 죽을 때까지 책임지긴 했네요.
69. 상식의 집 앞
- 상식 오다가 혜영모가 집 앞에서 서성거리며 떨고 있는 모습 본다.
상식 : 안녕하세요. (어색)
혜영모 : 아, 네... (추워하면서 기침)
상식 : 들어가서 기다리시죠. 날도 추운데.
혜영모 : 애가 전화도 안 받고 안 오네. 나 신경 쓰지 말고 들어가요. (기침)
70. 상식의 집 거실/주방
- 엄마 자리 잡고 집 안 이것저것 훑어보고 있다.
- 상식이 음식 만드는 중.
상식 : 파스타 좋아하세요? 된장찌개도 가능해요.
혜영모 : 어, 파스타? 좋아하지. 크림 파스타도 되나?
상식 : 저는 크림소스에 생크림을 안 넣는데 괜찮으시겠어요?
혜영모 : 어머, 어쩜 나하고 입맛이 같네. (요리하는 상식의 뒷모습을 품평하듯 훑어본다)
(혼잣말) 요리도 할 줄 알고, 기럭지도 합격. 취향이 좀 싼티 나긴 하지만 그건 내가 해주면 되고.
71. 포장마차
재석 : (혜영의 술잔을 들어 홀짝 마셔버린다) 사이다 주세요.
//
재석 : (자신이 반 혜영에게 따라준다)
수선생 : (이상하게 보는)
재석 : 얘 아까 속이 부대낀다 그랬거든. (사이다 마시는)
수선생 : 왕 선생은 서 선생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어. 안 선생은 어제 선 본거 어떻게 됐어. 두 건이나 봤다며?
두 번 연달아 보면 안 헷갈리나?
영미 : (표정)
경우 : 한 명은 퇴짜 맞았고 한 명은 퇴짜 놨어요.
수선생 : 애쓴다. 오늘도 한 건 있다고 하지 않았어?
경우 : 취소했어요.
72. 혜영의 집 외경 (저녁)
E 그 때 차 들어오는 소리.
- 창밖으로 혜영의 차가 들어오는 것 보이거나.
- 상식 차 들어오는 소리 의식한다.
73. 혜영의 집 앞
- 혜영, 차에서 내려 집 쪽으로 걸어간다.
- 혜영모, 상식의 집 현관에서 혜영에게 손짓한다.
혜영 : 엄마! (경악)
혜영모 : 얘, 같이 저녁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