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을 매우 좋아하고 죽을 잘 먹는다.
몸이 아프거나 속이 거북할 때는 흰죽을 끓여 먹고,
밥맛이 없을 때는 야채죽 또는 쇠고기죽을 끓여 먹고,
청산도로 산행을 갈 때는 4월 내내 전복죽을 끓여 먹고,
동지에는 동지팥죽을 끓여 먹고, 겨울에는 호박죽을 끓여 먹고,
열이 날 때는 녹두죽을 끓여 먹고, 심심하면 콩죽을 끓여 먹는다.
그외 대합죽, 잣죽, 깨죽 등 여러가지 재료로 죽을 잘 끓여 먹는다.
죽을 먹으면 속도 편하고 몸도 가벼워지고 머리도 개운해진다.
특히 머리가 아플때면 맑간 흰죽을 끓여서 먹고 뇌를 진정시킨다.
재작년 순천 강천산 가서 팥죽 끓여 먹으려고 팥을 1되 샀다.
그러나 시간이 없어서 끓여 먹지 못하고 2년을 굴러다녔다.
죽은 먹기는 싶지만 하기는 밥보다 일이 많고 시간도 더 걸린다.
어제 집청소를 하는데 팥이 툭 튀어나왔다.
걸거치기도 하고 집을 어질러서 안되겠다 싶어서 팥죽을 끓였다.
끓여놓고 보니 마침 동지인지라 동지팥죽을 끓인 셈이 되었다.
옛날 어머니 보니까 동지 때 끓인 팥죽을 온 겨울내 먹더라 싶어서,
양이 조금 많다 싶은데도 하나도 안 남기고 다 했더니 너무 많다.
커다란 찜통에 한 통 끓였는데 큰 대접으로 한 여덟 대접 정도 나왔다.
그런데 우리집 남자는 죽을 매우 싫어한다.
죽은 죽을 때 먹는 것이지 멀쩡하게 성한 사람이 왜 죽을 먹느냐는 것이다.
그래도 먹어야 된다고 협박하여 둘이서 한 대접씩 두 대접을 먹고,
두 대접은 냉동시키고, 나머지 네 대접은 시골 어머니집에 갖다드렸다.
집청소 하다 걸거쳐서 치우려고 끓인 죽이 동지팥죽이 되었다.
그리하여 올해는 뜻하지 않게 동지팥죽을 끓여 먹게 되었다.
어머니도 올해는 동지도 그냥 간다 싶어 서운했는데 잘됐다며 고마워하신다.
참 내 우스워서, 한가지는 알고 두 가지는 모른다.
집 치운다고 팥죽을 끓였는데 이제는 냉동실을 어질렀다.
집안에서 걸거치던 팥이 팥죽이 되어 냉동실에서 걸거친다.
덕분에 팥죽은 잘 먹었다.
죽을 좋아하지만 하기가 귀찮아서 못 먹었는데 오랜만에 죽 맛 봤다.
쌀독에 쌀이 있으면 든든하듯 꺼내 먹을 수 있는 죽이 있어 든든하다.
2016. 12. 21. 비
첫댓글 ㅎㅎ 전 절에서 먹고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