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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영동은 기운이 매우 맑은 고장이다.
양산팔경, 한천팔경 등 팔경만 여덟이 있을 정도로 산수가 빼어나기 때문인가, 한여름이라도 이 고장에선 맑은 기운이 느껴진다. 햇살에서 풀기가 빠져나간 뒤의 가을이라면 더더욱 얼굴이 말갛게 씻기는 느낌이 들 정도로 영동의 대기는 싱그러워진다.
여덟의 팔경도 이 가을 들어서야 그 풍치가 제일로 살아나니, 이것이 영동이 강원도 영월, 경남 밀양 등지와 더불어 가을 여행지로 첫손 꼽히는 연유다. 영동에는 가볍게 스릴을 느낄 수 있는 암릉길의 연속으로 전국적인 인기를 끌어온 천태산을 비롯해 갈기산, 마니산 등이 또한 있으므로 2박3일 산행+여행에 최적격인 곳이라 할 것이다.
♣ 1일 천태산 산행&금강변 드라이브
영동은 서울~부산 간의 2분의 1 지점이다. 경부간 국도와 고속도로, 철도의 2분의 1 지점이 모두 영동에 있다. 경부고속도로의 2분의 1 지점은 영동군 추풍령면의 추풍령이며, 4번 국도의 중간 지점은 영동읍 중가리, 그리고 경부선 철도의 중간은 황간면 서송원리다. 그러니 영동은 서울 사람, 부산 사람 모두에게 공평한 여행지라고 하겠다. 서울~부산 간 약 430km 길의 중간이니 시속 100km로 고속도로를 달리면 서울에서든 부산에서든 대략 2시간30분~3시간이면 영동에 닿는다.
한편, 천태산 암릉길이 아기자기하고 주변 조망도 좋기는 하지만, 제아무리 노닥거려도 5~6시간이면 넉넉하고도 넘친다. 오전 중에 산행 마치고 나면 가까이에 땀을 씻어낼 목욕탕 같은 곳도 없다. 그러므로 첫날 오전 8시나 9시경 출발했다면 이날 오후 곧바로 천태산을 오른 뒤 ‘숙소 잡고 샤워 하고 맛있는 저녁식사…’의 순서를 밟는 게 무난하지 않을까 싶다.
천태산으로 가려면 서울 방면에서는 경부고속도로 옥천 나들목으로 나와 4번 국도를 타고 이원면 소재지를 거쳐 501번 지방도로를 타고 누교리까지 남하하는 것이 최단거리다. 부산 방면에서는 황간 나들목으로 나와 4번 국도~영동읍~양산면~누교리의 순서가 또한 가장 가까운 길이다. 점심은 고속도로 중간의 휴게소에서 간단히 해결하고 곧장 산으로 직행하도록 한다.
천태산 산행 후 숙소로는 단연 가까운 금강변의 전망좋은 방들이 최고다. 드라이브 삼아 금강변을 따라 달리며 적당한 숙소를 잡고 땀을 씻어낸 뒤 저녁 요기를 하러 나서도록 한다.
천태산 입구인 누교리를 빠져나와 남쪽으로 4km 달리면 바로 금강 물줄기를 만난다. 긴 호탄교를 건너 금강 남안을 따라 달리는 68번 지방도로로 접어들면 우회전, 금강변 드라이브를 겸해 숙소 찾기에 나선다.
■ 금강 드라이브 코스
마달피~제원대교~천내리~송호리~두평리~고당리 35km
숙소를 미리 예약해 두었다고 해도 이 금강변 68번 지방도로는 일부러 찾아가 달려볼 만한 절경의 드라이브길이다. 강변 드라이브를 특히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단 한 번의 주행으로 그만 단골 팬이 되고 말 것이다. 정감과 자연미 넘치고 선이 아름다운 강변 드라이브 코스로는 지리산 남쪽의 섬진강을 꼽는 이가 많다. 이곳 68번 지방도를 따르는 금강변 드라이브는 정선 오대천 길과 더불어 섬진강변 길에 못지않은 몇 안 되는 절경 드라이브코스로 손꼽아줄 만하다.
강물은 여울져 흐르다가 고요한 수면에 산그림자를 선명히 담아낸다. 강변 산비탈의 가파른 회색 바위절벽에는 수목들이 어울려 서서 완벽히 산수화적인 풍경을 이루었다. 중장년층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대상인 미류나무들이 강변에 길게 늘어서서 또한 수면으로 그림자를 던지고 있기도 하다. 이 68번 지방도를 따르는 드라이브를 한 뒤면 “이제 섬진강은 없어도 돼!” 하며 이곳을 종종 찾게 될지도 모른다.
산모롱이를 돌 때마다 감탄스런 강 풍경이 펼쳐지는 드라이브길은 영동군 경계를 벗어나 충남 금산으로까지 이어진다. 금산군 제원면 제원대교를 건넌 직후에는 제원면 소재지로 직진하지 말고 좌회전해 계속 강변길을 따라간다. 4km쯤 가면 마달피란 곳에서 도로가 끊어지는데, 이 구간의 강풍경이 또한 기가 막히게 좋다.
차들이 덜 다니고 강물도 넓고 깊어서 한결 고요한 멋이 있다. 마달피의 어느 기독교단체 수련원 마당에 다다르면 차를 돌려서 왔던 그대로 역주행한다. 아까와는 사뭇 다른 강풍경에 감탄은 여전할 것이다.
제원대교~천내리~호탄 삼거리를 지나 양산면 송호리에 이르면 송호송림이 볼만하다. 송림 구경 후 금강 남쪽 길을 따라 1.5km 동진하면 삼거리에 다다른다. 여기서 왼쪽 심천 방면으로 꺾어 1km 가면 또 다시 삼거리다. 여기서 좌회전해 505번 금강변 지방도로로 접어든다. 여기서부터는 아까의 68번 지방도변에서 보던 금강보다는 다소 넓은 듯한, 그러나 정겹고 아름답다는 점에서는 조금도 다름없는 강변 풍경이 펼쳐진다.
삼거리에서 10km쯤 북상, 명천리 음지말 마을을 지나면 왼쪽으로 긴 다리가 나온다. 이 다리를 건너야 고당리까지 계속 강변을 따를 수 있다. 약수한우촌식당을 갈 참이면 계속 직진해 고개를 넘어가도록 한다. 4번 국도로 나가기 100m쯤 전 도로 왼쪽에 약수한우촌이 있다.
이 금강변 도로는 천태산 산행 후 저녁 때 한 번,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일찍 한 번 더 달려보기를 권한다. 아침 강 풍경이 특히 아름답다. 마달피에서 제원대교 지나 송호송림까지 17~18km, 송호송림~심천리 구간이 또한 16~17km로 총 35km쯤 된다. 도로변 곳곳에 강가로 내려설 수 있는 샛길이나 숲속 쉼터가 있어 강변 산책도 원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옥천 나들목에서 나와 4번 국도로 이원을 지나 심천면 고당리 난계사당 앞까지 와서 우회전해 곧바로 드라이브를 시작하는 것도 좋다. 옥계폭포 입구 지나 저 앞으로 나이스파크모텔 간판이 보이면 서행, 신호에서 우회전해 10m 가서 곧바로 좌회전, 나이스파크 앞을 지나 강변 도로로 접어든다. 이와는 반대로,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의 금산 나들목으로 나와서 이 강변 드라이브코스로 접어들어도 좋다.
■ 금강 드라이브코스 주변 숙소
강이 보이는 둔덕 곳곳에 모텔과 민박집
양산면 송호리 송호송림에서 호탄교 삼거리~금산군 제원면 제원대교까지의 금강변 곳곳에 숙박업소와 음식점들이 여럿 들어서 있다. 보기엔 모두 그림같이 아름다웠지만 취재해보니 조망 좋은 쓸 만한 집은 그리 많지 않았다.
송호송림~제원대교 간 금강변에서 숙식업소들이 가장 밀집한 곳은 제원면 천내리의 ‘원골·낙안 민박촌’이다. 민물매운탕, 어죽, 닭백숙 등을 하는 음식점들과 민박집들이 강 양쪽에 앉아 있다. 업소마다 특색과 숙박료가 크게 다르므로 취향에 따라 고를 일이다. 그중 금강이 내려다뵈는 전망 좋은 방은 단 하나, 청풍명월식당·민박집(041-752-1920)의 2층 서쪽 방뿐이다. 2~3인 기준 30,000원이고 샤워 겸 화장실이 딸려 있으니 실속도 괜찮다.
청풍명월 맞은편의 여울목집(041-753-4147)은 정원이 기막히다. 강과 산이 뵈는 식탁과 평상이 매력적이나 방값은 좀 비싼 편이다. 2인이 들면 딱 맞을 방이 50,000원. 거실 딸린 큰 방은 20만 원.
금강 저편 잠수교로 이어진 강변 둔덕의 남촌가든(041-754-0878)은 주말 낮에는 음식 손님을 받다가 밤에 숙소로 빌려주는 큰 방이 서너 개 있고, 2명이 들면 딱 맞을 방갈로 시설이 몇 있는데, 숙박료가 좀 비싼 편이다. 이 집은 강변 둔덕의 원두막이 좋다. 남촌가든카페의 옥외 통나무 베란다 식탁에 앉아 바라보는 금강 풍경이 뛰어나므로 저녁 무렵 이곳에서 맥주 한 잔도 좋을 듯.
남촌가든 옆의 황토가든(041-754-1471)도 원두막은 좋지만, 방값은 시설이나 크기에 비해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 호탄교 남쪽의 궁전모텔(043-745-0011)과 청강모텔은 똑같은 설계로 지은 집들로서, 위층들은 전망이 좋다. 온돌방은 3~4인 가족이 하룻밤쯤 지낼 만하다. 2인1실 25,000원, 1인 추가 5,000원. 원골·낙안 민박촌은 강변으로 내려가 경치 구경이나 산책하기에 좋지만 이곳 궁전모텔과 청강모텔은 오로지 잠만 자고 나와야 할 곳이다.
호탄교 동쪽, 68번 지방도 남쪽 둔덕에 선 광운관광농원(043-743-8851) 3층의 서쪽 모서리 큰방 또한 이 일대에서 강물이 뵈는 전망 좋은 방으로 손꼽아줄 만하다. 방이 커서 여러 사람이 묵을 수 있으며, 화장실 겸 샤워시설이 딸려 있다. 70,000원. 작은 방은 35,000원. 2층 베란다에 나앉아 바라보는 전망이 괜찮다.
68번 도로변에는 전망은 좋지 못하나 시설은 깨끗한 약수모텔(041-754-7622), 1층이 카페이며 한적한 계곡 입구에 자리한 월영산모텔(041-752-6948), 금강 전망은 좋지만 좀 누추한 편인 반디가든(753-9441) 등의 업소가 있다.
송호송림 바로 옆의 송호유스호스텔(청소년수련원)은 비시즌에는 일반인도 받는다. 여러 명 학생을 염두에 두고 짜넣은 칸막이식 사물함의 존재만 제외하면 서너 식구가 넉넉히 쉴 수 있는 큼직한 방은 매력적이다(043-743-9081).
송호송림 내에는 영동군이 직영하는 콘도형 숙소가 있는데, 방도 크고 깨끗하다. 그 일대의 방갈로들은 다소 좁고 가을에 이용하기는 좀 뭣하다.
드라이브코스의 북쪽 끝지점인 고당리 난계사당 건너편, 금강이 내려다뵈는 전망좋은 곳에 나이스파크모텔(043-742-8788)이 있다. 온돌방보다는 침대방이 한결 더 크고 옆에 여유공간이 있는 등 한 가족이 하루 쉴만하다. 30,000원.
천태산 동쪽 진입로변 업소 중에는 용빈펜션(043-744-4668)이 괜찮다. 단체 위주로 손님을 받지만, 9월 평일 중 손님이 없을 때면 한쪽 방을 50,000원에 빌릴 수도 있다.
■ 금강변 먹거리
○ 가선식당 어죽
68번 지방도변에는 민물매운탕이나 어죽, ‘도리뱅뱅’을 하는 집이 많다. 그중 유명한 집이 금산군과의 경계지점인 가선 마을 가선식당이다. 영동이나 금산 관공서 장들이 종종 들르는 집이다. 집 앞 금강의 어로권을 취득, 직접 고기를 잡아 재료로 쓰므로 재료를 별도 구입해 조리하는 다른 업소들은 양이나 질에서 결코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이 집의 자랑이다. 40년쯤 전, 처음으로 이 일대에서 어죽을 시작한 원조집이라고 한다(전화 043-743-8665).
어죽은 빠가사리 등 물고기를 서너 시간 푹 고아서 체로 걸러 만든 육수에 국수와 수제비 등을 넣고 끓인 것으로, 양이 푸짐하고 값도 싼 편이다. 1인분에 4,000원. 빠가사리 매운탕은 대, 중, 소 각각 30,000, 20,000, 10,000원. 10,000원짜리만 해도 2명이 먹을 만하다.
도리뱅뱅이란 프라이팬에 빙어를 빙둘러 얹어 구운 뒤 초장을 친 것으로, 7,000원. 이 일대의 음식점 거의 모두 값은 비슷하다.
○ 약수한우촌
농어민후계자인 주인이 직접 한우목장을 크게 한다. 때문인지 고기의 질이나 양이 만족스러운 편이다. 등심 괜찮은 것 300g(1인분)에 15,000원. 갈비살 180g 15,000원, 불고기 400g 12,000원. 천연 참숯이 아니라 압착한 구멍탄을 쓰는 것이 좀 불만스럽다(전화 043-742-7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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