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음악으로 사람을 도울 수 있을까?”에서 시작된 중학교 시절 고민이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나는 현재 장애 유무나 성별, 직업, 나이와 상관없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음악을 통해 공감하며,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힘을 길러주는 음악치료사로서의 길을 걷고 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 속에 고3 때 처음 생긴 음악치료 학부과정에서 공부하게 되면서 다양한 음악치료 기법들을 경험할 수 있었고, 그중에서도 ‘음악 중심 음악치료’인 임상적 즉흥연주에 매료되었다. 이 음악치료는 이른바 NRMT(Nordoff-Robbins Music Therapy)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치료실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갈 때까지 내담자의 감정, 분위기, 표정, 행동들을 오직 음악으로 읽어주고 음악으로 관계를 맺는다. 즉흥연주를 통해 언어로 형용할 수 없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치료사와 내담자가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서로의 음악을 ‘경청’하고 스스로 ‘도전’하게 함으로써 일상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 치료법에서 주장하는 철학의 핵심은 “모든 사람에게는 ‘음악을 하고 싶은 본능’(core musicality)과 창조성이 있다”라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찬양하기 위해 창조된 모습과도 너무나 닮았다고 생각했기에 이런 음악치료의 철학을 가진 음악치료사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복음을 전하는 통로로서 음악치료를 선택했고 먼저 내가 받은 하나님의 사랑을 음악으로 전해주고 싶었던 마음에서 비롯된 열정은 대학원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인턴을 마치며 졸업할 때 즈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온 세상을 흔들었고, 사람을 만나야 하는 직업군이 사람을 마주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나는 열정도 비전도 잊어버린 채 그저 좌절하게 되었다.
이 코로나19 팬데믹 3년 동안 나는 어느 곳의 영유아 음악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그때 나는 인생에서 가장 암흑 같은 광야의 시기를 보내게 되었다. 그 직장에서 내가 들은 피드백들은 너무나 아픈 말들의 연속이었고, 나는 존재 가치를 잃어버린 채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하나님께 “제발 오늘도 살려주세요”라고 속으로 반복하며 버틸 수밖에 없었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겨우 버티며 살았지만, 나는 이렇게 당하고 있는 일들과 상황들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기에 마침내 하나님을 원망하며 하나님의 존재까지 의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게 나의 몸과 마음은 모두 무기력해졌고 “이제 더는 못하겠어요”라고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퇴직을 결심하게 되었다.
그런데 정작 그렇게 하자 하나님께서는 다시 기다렸다는 듯이 여러 상황을 통해 다시 음악치료의 길을 열어주셨다. 나는 결국 음악치료를 공부한 지 자그마치 10년 만에야 드디어 기다리던 NRMT 훈련을 정식으로 받을 수 있게 되었고, 동시에 음악치료사로서 취업의 길도 열어주셨다. 특별히 올해 여름에는 기적적인 하나님의 은혜와 여러 손길의 도움으로 미국 뉴욕대학교(NYU)에서 진행된 음악치료 워크샵에도 다녀오게 되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하나님과의 신뢰도 회복되었다. 그리고 하나님은 뉴욕에서 지낸 시간을 통해 내 안의 음악치료에 대한 확신과 열정이 되살아나 다시 꿈꿀 수 있게 하셨다. 이렇게 음악치료사의 길을 가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저 기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내담자를 만나 음악치료를 진행하고 수퍼비전(Supervision)을 받게 되면서 그동안 내 안에 너무나 많은 상처가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 안에 깊게 배어있는 여러 상처, 낮은 자존감, 완벽주의, 무기력함을 두고 하나님 앞에 진심으로 기도했고, 하나님께서는 연약한 나를 치유해주셔서 나의 경험과 감정들을 더 풍부하게 해주시어 내담자들을 더 많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 그래서 늘 불안하고 자신이 없었던 나는 점차 기도와 말씀을 통해 회복되어 하나님 안에서 자유와 평안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하나님은 내가 다시 영유아부터 초중고 학생, 성인, 노인까지 다양한 대상들을 만나면서 정말 한 발자국씩 성장할 수 있게 하셨고, 음악치료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을 사랑과 긍휼의 마음으로 대할 수 있게 하시며 음악을 통해 치유의 과정을 섬길 수 있게 하셨다. 그리고 함께 일하는 동료 음악치료사들과의 피드백을 온전히 수용하고 성장의 밑거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넓은 마음도 허락해주셨다. 그뿐만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 변화된 나를 통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며 감사도 회복되었다. 앞으로도 음악치료사로서 하나님이 창조하신 음악을 통해 나와 만나는 모든 사람이 성령님의 능력에 힘입어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며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본래 모습들을 회복할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첫댓글 음악을 통해 함께 성장해가는 모습이 참 좋으네요~
언제나 함께 하셨던 하나님께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