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난다 하면 당일 아침까지 날씨에 대해 민감해진다.
요즘같이 겨울이라 하기엔 그리 춥지 않고, 가을이라 하기엔 추운 그런 계절엔 특히 더 그러하다.
10월 공주 나들이 가던 날. 고속도로에서 몇 시간을 허비한 실수는 다시 있을 수 없기에 시간을 당겨 8시에 집결.
이른 시간이긴 했지만 약속시간에 모습을 보여주신 선생님들이 어찌나 고맙던지요.
출발이 순조로운 것을 보니 행복한 하루는 당연한 일. 항상 소녀 같으신 함 선생님을 비롯 동행해주신
사군자 모임의 선생님들. 나이가 많으신 순서대로 매,난,국,죽 순서를 정했다는 설명에 참으로 귀여운 발상이란
생각에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언제나 그랬듯이 차안에서 끊이지 않는 웃음소리와 담소. 맛있는 먹거리가 주는
또 다른 즐거움. 10시 조금 넘어 도착한 충주 중앙탑 공원에서는 이경우 선생님의 환한 얼굴이 우리 모두를 반기고 계셨다.
남한강변에 위치한 중앙공원은 국보 제6호인 중앙탑이 있기에 중앙공원이라 이름 지어졌다 한다.
본 이름은 중원 탑평리 칠층석탑이며, 이 탑은 신라 원성왕대(785~798년)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고
대한민국의 중앙에 위치한다고 해서 중앙탑으로 불리게 되었다 한다. 공원내에 있는 충주 박물관 관람과
유명 조각가들의 작품이 설치되어있는 잔디밭을 거닐며 나들이가 더욱 흥이 더해진다. 신라 진흥왕 때
악성 우륵이 가야금을 탄주했다 해서 이름이 붙여진 탄금대로 발길을 옮겼다. 임진왜란때 신립장군이
문경세재에서 패한 후 탄금대에서 배수진을 치고 왜군을 맞아 싸우다가 산화한 곳이기도 하다.
탄금대에서 우륵의 가야금 소리와 신립장군의 모습을 떠올리며 충주호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러 간다.
생각보다 비싼 유람선의 승선권을 끊고 일행은 유람선에 올랐다. 시퍼런 물살을 가르는 하얀 물거품은
마치 철썩이는 파도 같았다. 무서운 것도 잊고 한참을 들여다 보다 주변경관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열심히 사진 찍기에 바쁜 정명숙 시인과 이재양 시인. 어느 사진작가가 그 보다 더 멋진 모습으로 사진을 찍을까. ㅎㅎ
이미 단풍이 진 자리이지만 유람선에서 본 충주호주변은 포근하고 아늑한 커텐을 친 방처럼 온화한 느낌을 주었다.
목적지에 유람선이 도착하고, 청풍문화단지를 향해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제일 먼저 지방유형문화재 제 35호인 팔영루가 눈에 들어온다.
충주댐 건설로 수몰된 유적과 고가주택을 그대로 복원하여 그당시 마을을 연상케 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특이한 수목에 나름대로 이름을 지어 준 것이 재미있다.
연리지 나무와, 요염함 자태의 벚나무, 하트를 품은 소나무...
그리고 국화동산에 서리 맞은 국화꽃이 아직도 향기를 품으며 겨울 햇살에 수줍은 미소를 짓는다.
신춘 나들이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백일장.
[청충명월]이란 시제로 사행시를 짓는 모습은 마치 시험을 보는 어린아이 처럼 어찌나 진지하던지...ㅎㅎㅎ'
누가 제일 잘 지었다 할 것 없이 글솜씨가 뛰어나니 장원이 따로 없었다.
[명동보다 아름다운 곳 충주에서 월월교 교주로 살고 싶다]고 쓰신 분도
[청아한 한 소녀가 월요일 날 만났던 친구가 그리워 그리움을 국화꽃 속에 다 넣었다]는 순박한 글귀도
[청량한 하늘아래 유유히 흐르는 청풍호, 풍성한 마음가득 품었다]는 소녀 같으신 분의 고운 모습도
[신춘문예의 가을나들이에 참가하여 명상에 잠겨 사행시를 쓰다 월말에 다시 오고픈 풍경에 마음을 놔 버렸다]는
멋진 신사의 싯귀에 다시 한 번 감상에 젖게 하였다.
[월동에 왔는데도 내 마음속 깊이 파고든다]는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시는 넉넉하고 여유로우신 선생님의
글까지...
아름다움을 보는 눈은 누구나 한결같은 마음인가보다.
헤어짐이 있으니 또 다른 만남이 있는 법.
아쉬움을 태양 뒤로 감추고 정명숙 시인내외와 이경우 선생님과 먼저 작별을 나누고
서울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아름다운 노래로 하루의 피로를 푸는 방법도 익히며
네비게이션도 두 팔 다 들어버린 길치이신 이재양 시인의 노고로 무사히 서울에 도착했다.
나들이에 함께여서 더욱 행복함을 보태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리며, 마음으로 동행해주신 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맛난 점심에 가이드까지 해주신 이 경우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2월 여행엔 더욱 많은 님들과 함께 하길 바라면서 감기 조심하세요. ㅎㅎ
함혜성 선생님의 사행시 감상해보세요.
청- 청량한 하늘 아래 유유히 흐르는 청풍호
풍- 풍성한 마음 가득 품었네
명- 명성 떨치며 곳곳에 숨은 듯 보이는 문화제
월- 월병은 언제 볼 수 있을까. 낮에만 찾아오니 아쉬움 안았네.
** 충주 나들이 사진 카페 행사사진 방에 올려놨습니다. 구경 오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