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잔디입니다 :)
오늘은 특별했던 이야기숲의 방학식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한 학기를 생생하게 떠올리며 추억할 수 있었던 이야기숲 방학식에 대한 일지를 작성하며
오늘의 하루에 PPT 자료와 빔 프로젝터 화면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보통의 행사에서는 필수템인데 말이에요.
일반유치원에서는 PPT 잘 만드는 것이 교사의 능력 중 하나였는데,
이곳에서는 아이들 생각주머니에 만들어온 추억을 잘 보관해주는 것이 교사의 중요한 능력인 것 같았습니다.
영상자료에 익숙해져 스스로 생각하고 소리내어 말해보는 것에 미숙해진 요즘 아이들에게
하루하루가 보물같은 이야기숲의 일상을 나누어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지 않았으면 싶었던 방학.
이야기숲의 방학식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던 나는 오늘 하루를 겪어보고 ‘이렇게 동화같은 방학식도 있구나’ 싶어 놀라운 마음이다.
방학식을 위해 가장 힘을 들여 준비(그러니까.. 아이들과 함께하지 않는 시간에 준비하는 것을 표현한..)한 것은 <음식>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나눌 음식.
그 외에 모든 과정은 오늘만을 위해 급하게, 힘들게 준비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이야기숲의 방학식은 그동안의 우리 일상을 되돌아보고 정리해보는 것 그 자체였다.
나만 슬픈건지! 왠지 모르게 들뜬 아이들과 자유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열기 시간이 되면 “아침햇님 활~짝!” 하며 열기 노래를 한다.
오늘을 끝으로 다른 유치원으로 간다는 지오에게 축복 노래를 불러주고 인사를 전한 뒤, 숲에 갈 채비를 하고 오랜만에 구름산으로 전진! 그동안 우리가 놀았던 장소들을 하나, 둘 방문한다.
이 곳에서는 무엇을 하고 놀았었는지, 저기서는 꽃이 참 예뻤는데. 하는 소회를 나누고, 우리가 방학 지내고 올 동안에도 잘 살아! 가을에 만나! 하고 소리쳐 외쳐보는 것이다.
<우리 오늘 방학식 한다>고 저 멀리에서부터 광고하는 그런 방학식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어쩌면 이게 방학식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저 ‘재밌게 놀았던 숲에 가서 인사해주고 오는 날’이라고 느꼈을 수도 있다.
그렇게 돌아와 언제나처럼 정성 가득한, 그런데 메뉴 하나하나부터 특별함이 담기지 않은 부분이 없는 그런 상차림으로 마음 따뜻하게 점심을 먹는다. 방학식에 먹는 우리의 점심은 <이야기숲 정식>이라고 부르고, 정성 가득한 경양식으로 준비되는데, 어른이 봐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여서 아이들은 식사 내내 잔뜩 들뜨고 연신 "맛있어! 진짜 맛있어!"를 연발한다.
오늘의 마무리는 다 같이 모여서 했는데, 한 학기 회상을 노래로 한다.
봄 노래, 감자심기 노래, 단오명절 노래, 우리동네 노래, 물 노래까지.
아이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데, PPT로 만들어 레이져로 쏘아 보여주는 거대한 스크린이 없어도 한 학기의 일상이 고스란히 떠올라 마음을 가득 채운다. 그 어떤 화려한 영상과 시각 자료보다 생생한 추억 덩어리였다.
그리고 여느 날처럼 따뜻한 차를 마시며 친구들과 선생님들께 인사를 전한다.
“선생님 사랑해요. 보고 싶을 거에요. 건강하게 잘 지내다가 이야기숲에서 다시 만나요.”
자연에서 배워온 감수성이 따수운 인사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에휴. 나도 유난 떨지 말고 건강한 쉼을 가지며 아이들을 다시 만날 준비를 해야겠다.
이야기숲의 봄과 여름, 안녕!
2022년 7월 21일의 이야기
첫댓글 한 아이를 졸업시키고도 방학식이 이렇게 진행된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아이들은 방학식에만 먹는 이야기숲 정식 이야기만 해줄뿐 이런 이야기는 해주지 않거든요^^ 여느때처럼 뛰놀다가 밥만 먹고 오는 줄 알았는데 인사도 하고 한 학기 노래도 부르고 표현하신 그대로 동화같은 방학식이네요. 이렇게 행복한 시절을 우리 아이들에게 선물해주신 선생님들 정말 감사드리고 조금 더 깊이 이야기숲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글로 써 주신 잔디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우와... 남겨주신 댓글, 정말 감동입니다ㅜㅜ 온전히 아이들의 마음과 행복한 추억이 주인공이 되는 방학식. 보여지는 것에 치중하는 대부분의 기관에서는 절대 없을 방학식이었습니다.^^ 은성이와 은찬이까지 함께하는데도 이야기숲의 모습을 새롭게 전달해드릴 수 있었다니 기쁩니다!^^ 동생들이 어디 다치기라도 하면 안절부절 약이 필요하다고 도움을 요청하고, 힘이 엄청 센데도 약한 동생이나 친구들을 위해 에너지를 맞춰서 놀이하는 은찬이의 따스한 마음이 그리워집니다. 개학하면 신나게 달리기시합 하자고 전해주세요... 항상 은찬이한테 졌는데.. 이번엔 이겨보겠습니다!!+_+!!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