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깨 농사는 실험을 겸하고 있습니다. 제가 몇 년 전부터 완전한 탄소농법은 아니지만 비슷하게 밭을 만들어 오고 있습니다. 땅 속에 표고버섯을 따고 수명을 다한 나무와 풀 등을 넣어서 거름을 만들었습니다. 아직 다 삭지는 않았지만 올 처음으로 비닐을 덮지 않고 팥과 들깨를 심었습니다. 화학비료 전혀 주지 않고 그냥 심었습니다. 비닐도 덮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곳에는 기본적인 비료를 뿌리고 비닐을 덮은 곳에도 들깨를 심었습니다. 서로 다른 조건인데 비교해 보기 위해서입니다.
어제는 맨 땅에 심은 팥 밭과 들깨 밭을 맸습니다. 먼저 심은 팥은 잘 자라서 이미 그 두둑의 우점종(특정 군집에서 다른 종들보다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종)이 됐습니다. 풀이 자라고 있지만 팥의 기세에 눌려 그늘 아래에서 약하게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대충 뽑아도 팥이 자라는데 큰 문제가 없지 싶습니다.
문제는 들깨입니다. 들깨는 아직 뿌리를 내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비닐을 덮은 밭에 심은 들깨보다 성장이 느리고 영양상태도 좋지 못한 것 같습니다. 팥은 잘 못 느꼈는데 들깨는 거름이 없구나를 알게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아마 땅 속에 거름이 될 만한 것들이 골고루 퍼져있지 않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또 비가 많이 와서 땅이 많이 패어서 뿌리가 잘 활착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풀을 매며 흙을 돋아 주었습니다. 풀을 매면서 들깨 밭도 속히 들깨가 우점종이 되길 바랐습니다. 키도 크고 잎도 많아져야 풀들이 기를 못 피는데 지금은 풀에게 치이고 있기에 매준 것입니다. 아마 앞으로 두세 번 대충 풀을 제 때에 긁어 주기만 하면 큰 어려움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때를 놓치면 풀밭이 될 것이기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 같습니다. 가을에 맨 땅과 비닐을 덮고 싶은 밭의 들깨를 빨리 보고 싶습니다.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지만 정말 궁금합니다.
대충 마무리하고 들어오면서 웃자란 콩밭을 보니 왜 그러지 싶습니다. 저를 닮아서 그런지 키만 불쑥 크고 내실은 전혀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마디 간격이 의외로 긴 것을 보면 비가 자주 와서 성장속도가 빨라서 그런 것이 아닌가 추정해 봅니다. 고구마도 줄기가 무성한 것을 보면 역시 비 영향이지 싶습니다. 지난 해 이 맘 때는 가물어서 밭이 바짝 말라서, 특히 고구마 순이 시들시들 했던 것 같은데 올해는 너무 무성해서 걱정이지만 그래도 끝까지 할 일은 해야지 싶습니다. 풍성한 가을을 기대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