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거이(白居易)- 강남의 추억(憶江南)
江南好,風景舊曾諳。日出江花紅勝火,春来江水綠如蓝。能不憶江南?
강남호, 풍경구증암. 일출강화홍승화 춘화강수녹여람 능불억강남?
江南憶,最憶是杭州。山寺月中尋桂子,郡亭枕上看潮頭。何日更重游?
강남억, 최억시항주. 산사월중심계자, 군정침상간조두. 하일갱중유?
江南憶,其次憶吳宮。吳酒一杯春竹葉,吳娃雙舞醉芙蓉。早晚復相逢!
강남억, 기차억오궁. 오주일배춘죽엽, 오왜쌍무취부용. 조만복상봉!
좋구나 강남, 그 절경 일찍이 잘 알지.
해 뜰 때면 아침노을에 강변의 꽃들 붉게 타오르고,
봄이면 쪽빛 초록빛 푸르른 강물.
어찌 강남을 그리워 않으리?
강남의 추억이여, 항주가 제일 그립구나.
산사의 달빛아래 월계꽃을 찾고, 정자에 올라 누워
전당강(錢塘江)의 물결을 바라보네.
언제나 또 가서 노닐 수 있을까?
강남의 추억이여, 그 다음은 오나라 궁전이지.
오나라 술 한잔에 여린 대나무 잎새 띄우고,
오나라 여인들의 쌍쌍 춤을 보며 그 연꽃 같은 미모에 취하네.
언젠가 다시 만나리!
중국에서 원래 ‘강남’이란 소주(蘇州)와 항주(杭州) 이 두 도시로 대표되는 창장(長江) 즉,
양자강(揚子江) 남쪽지역을 말한다. 아름다운 산천과 호수, 수향(水鄕)이라 불릴 만큼 풍
부한 물길 덕분에 상업의 발달이 가져다 준 풍요,
그리고 그것을 배경으로 한 고전문화의 중심지가 바로 중국의 ‘강남’이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옛적부터 ‘하늘엔 천당, 땅 위엔 소주와 항주(上有天堂 下有蘇杭)’라는
말이 전해내려 온다. 오늘날의 강소(江蘇)성 소주(蘇州)와 절강(浙江)성 항주(杭州),
이 두 도시의 오랜 명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다.
역사와 문화와 전통의 도시 항주(杭州)
물의 도시 소주(蘇州)
중국고전문학사에서 ‘강남’은 그야말로 ‘정신적 고향’ 내지 ‘유토피아’의 대명사나 다름없다.
백거이의 <강남의 추억>은 강남을 노래한 대표적인 사(詞)로서 중국인들에게 친숙한 작품이다.
대체로 평이한 글자들로 강남의 시정과 운치를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강남’은 춘추전국시대말 위(魏), 촉(蜀)과 더불어 <삼국지>의 중심국이던 오나라 땅이었다.
제3수에 부차(夫差)가 미녀 서시(西施)와 살았다는 관왜궁(館娃宮), 이 지역 특산 죽엽주,
아름다운 무희 등 오나라 풍물이 등장하는 것을 봐도 양자강 중하류 천혜의 땅인 강남의 고대사를 짐작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시(詩)가 아니라 사(詞)다. 같은 운문이고 넓은 의미에서 詩로 볼 수 있으나
절구(絶句), 율시(律詩), 배율(排律)의 엄격한 율격을 따지는 詩에 비해 詞에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형식, 통속적이고 구어적인 표현이 즐겨 쓰인다.
한국 일본에서 ‘한시(漢詩)’로 불리는 것이 시(詩)라면 특정 멜로디(詞牌)에 붙여 부르는
노래의 가사가 사(詞)라고 이해하면 된다. 따라서 같은 제목의 멜로디에 다양한 사(詞)가 있을 수 있다.
흔히 당시(唐詩), 송사(宋詞)라 해서 시(詩)와 사(詞)는 각각의 시대를 대표하는 장르로 일컬어진다.
이 작품은 중국에서 사(詞)가 주요 장르로 부상하기 이전 시대, 그것도 백거이(白居易, 772-846) 같은
고급문인의 작품이기 때문에 특별하다. 백거이는 어려서는 영재였으며,
서른살도 되기 전 과거급제를 하고 고관대작을 지낸 사람이다.
하지만, 젊은 날의 낭만주의 경향, 의식 있는 문인으로서의 현실비판적 경향,
이미 당대에 목동이나 마부에게 회자될 정도로 대중적 인기가 있었다는 점,
말년에 ‘취음선생(醉吟先生)을 자칭했던 사실 등을 종합해보면 그가
이런 낭만적인 사를 지었다고 해서 특별히 이례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출처] 강남의 추억(憶江南)/백거이(白居易)|작성자 장온유
억강남憶江南 강남이 생각난다
백거이白居易(당唐772~846)
강남호江南好
강남이 좋더라
풍경구증암風景舊曾諳
경치는 예부터 익히 알고 있었지
일출강화홍승화日出江花紅勝火
해 뜨면 강가 꽃들이 불 보다 더 붉고
춘래강수록여람春來江水綠如藍
봄이 오면 강물은 쪽빛처럼 푸르다오
능불억강남能不憶江南
어찌 강남이 생각나지 않을 수 있으리?
강남억江南憶
강남이 그립다
최억시항주最憶是杭州
가장 그리운 건 바로 항주
산사월중심계자山寺月中㝷桂子
산사에서 달 속에 계수나무를 찾고
군정침상간조두郡亭枕上看潮頭
고을 정자에 베개 베고 절강추도浙江秋濤를 보았지
하일갱중유何日更重遊
언제 또 다시 노닐까?
낙천樂天 백거이白居易는 822년부터 824년까지 항주杭州 자사刺使를 역임했습니다.
특히 재직하는 동안 서호西湖에 건설한 백제白堤는
소동파蘇東坡가 만든 소제蘇堤와 더불어 항주의 명소입니다.
이 시는 백거이 나이 67세에 소주 항주 자사를 역임하고 돌아온 후에 쓴 시입니다.
중국 경덕진景德鎭과 항주杭州를 며칠 다녀왔습니다.
항주杭州는 옛 이름이 임안臨安이었습니다.
조광윤趙匡胤이 건국한 송宋나라가 여진족인 금金나라에게
1126년 정강지변靖康之變을 겪으면서 화북華北을 빼앗긴 후,
종실 강왕康王 조구趙構(훗날 고종高宗)가 남쪽으로 옮겨 양자강 이남의
땅인 이곳에 천도하며 남송南宋(1127-1279)을 다시 세운 곳이지요.
항주에서는 서호西湖 근처에 숙소를 잡아두고 남송어가南宋御街와
소동파蘇東坡가 만들었다는 둑 소제蘇堤를 거닐기도 하고 작은 배를 타고
서호 물결에 몸을 맡겨 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힘들게 혜인고려사慧因高麗寺를 찾아보고 왔습니다.
후당後唐 천성天成 2년(927)에 혜인선원慧因禪院으로 세워진 절인데,
고려高麗 대각국사大覺國師 의천義天이 이 절에서 화엄종을 공부하고
귀국한 뒤에도 계속 시주하고 후원했기 때문에 절 이름이 고려사로 바뀌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절은 고려 말 충선왕忠宣王의 후원을 받으면서
항주의 대 사찰로 이름을 날렸으나, 청나라 말기에 태평천국군과 전투 때에
불타 없어졌답니다. 20세기 말 항주에서 항일운동을 했던 독립지사들의 흔적을 찾던
김준엽金俊燁(1920~2011) 선생의 노력으로 절터를 찾아냈고,
항주시정부의 복원 결정에 따라 2010년에 재개창 된 절입니다.
서호西湖는 2,000년 전 만들어진 절강浙江의 우각호牛角湖입니다.
절강浙江이 바로 전당강錢塘江입니다. 일 년에 딱 한 번 추석 글피에 전당강錢塘江을
따라 조수가 강물을 거슬러 흰 파도를 앞세워 거꾸로 밀려 올라오는 장관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항주입니다. 조두潮頭가 바로 이 장관을 이야기 한 겁니다.
역시 항주자사를 지낸 소동파蘇東坡는 절강추도浙江秋濤를 이리 읊었습니다.
관조觀潮 절강추도浙江秋濤를 보다 / 소식蘇軾(북송北宋1036~1101)
여산연우절강조廬山煙雨浙江潮 여산의 안개비, 절강의 추도秋濤
미도천반한불소未到千般恨不消 천하의 절경을 보지 못할 땐 온갖 한이 남더니만
도득환래별무사到得還來別無事 실제로 와서 보고 나니 별 것 아닐세 그려
여산연우절강조廬山煙雨浙江潮 여산의 안개비, 절강의 추도秋濤
조선시대 화론에 큰 역할을 한 조영석趙榮祏(조선朝鮮1686숙종12~1761영조37)의
관아재고觀我齋稿에 실린 시에도 겸재謙齋 정선鄭敾(1676숙종2~1759영조35)이
밤에 찾아와 먹을 찾더니 문 세 짝에 절강추도浙江秋濤를 그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원백승야래元伯乘夜來 화절강추도어삼호비畫浙江秋濤於三戶扉 진기관眞奇觀
부편사원백賦篇謝元伯 잉시사천仍示槎川 겸재 정선이 밤에 찾아와 문 세 짝에
절강추도를 그리는 진기한 모습을 관찰하고 감상을 느낀 그대로 적다. 시편으로
겸재 정선에 사례하며 내쳐 사천槎川 이병연李秉淵(1671숙종12~1751영조27)에게 보이다
관아재觀我齋 조영석趙榮祏(조선朝鮮1686~1761)
정로중소호흥생鄭老中宵豪興生 정 노인 한 밤중 호방한 흥이 일어나
개문직입환도홍開門直入喚陶泓 문 열고 바로 들어와 벼루를 가져오라 외치더니
천심마묵공신운淺深磨墨供神運 정성을 다해 귀신의 기운으로 먹을 얕고깊게 갈고
좌우장등조안명左右張燈助眼明 좌우에 등을 켜서 눈을 밝게 도우더니
육필병구풍전신六筆並驅風電迅 육필을 아울러 몰아 바람과 번개처럼 빠르게
삼비진습랑도경三扉盡濕浪濤驚 문 세 짝을 젖게 해 파도와 물결로 놀라워졌으니
오당자차증안색吾堂自此增顔色 우리 집은 이로부터 얼굴빛을 더해
예원거연호사성藝苑居然好事成 예술계가 그러하듯 좋을 일이 이루어지도다
언젠가 다시 항주를 찾아 전당대교錢塘大橋 위에서 이 절강추도를 한 번 보길 희망 합니다.
항주 시내 곳곳에 이 시의 한 구절인 ‘최억시항주最憶是杭州 가장 그리운 건
바로 항주’라는 홍보판이 크게 붙어 있었습니다. 뿐 만 아니라 ‘항주의 10대 야경’이라며
장교탑영長橋塔影
호빈수악湖濱水樂
하방예광河坊霓光
전당추월錢塘追月
일월동휘日月同輝
산각람휘山閣覽輝
상호하몽湘湖夏夢
서계어화西溪漁火
운하류영运河流影을
나열 하더니 마지막에
최억항주最憶杭州 라며 이 시의 구절로
밤의 항주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아울러 옛 서호10경,
소제춘효蘇堤春曉
곡원풍하曲院風荷
평호추월平湖秋月
단교잔설斷橋殘雪
뇌봉석조雷峰夕照
쌍봉삽운雙峰插雲
유랑문앵柳浪聞鶯
화항관어花港觀魚
삼담인월三潭印月
남병만종南屏晚鐘과
1984년 항주일보에서 선정 작업을
한 신서호10경新西湖十景,
운서죽경云栖竹径
만룡계우满陇桂雨
호포몽천虎跑梦泉
용정문차龙井问茶
구계연수九溪烟树
오산천풍吴山天风
완돈환벽阮墩环碧 황
룡토취黄龙吐翠
옥황비운玉皇飞云
보석류하宝石流霞,
그리고 2007년에 열린 제9회 서호박람회 개막식에서 항주시위 왕국평 서기가
세 번째로 선정한
"신서호십경新西湖十景“
영은선종灵隐禅踪
육화청도六和听涛
악묘서하岳墓栖霞
호빈청우湖滨晴雨
전사표충钱祠表忠
만송서연万松书缘 양
제경행杨堤景行 삼
대운수三台云水
매오춘조梅坞春早
북가몽심北街梦寻을
자료 삼아 함께 올립니다.
언제 같이 항주杭州 한 번 가십시다.
출처 : 건치신문(http://www.gunch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