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고, 요가에 명상, 음식 만들기, 간혹 병원 가기
나의 하루 일과다.
변하지 않은 일과이기도 하다
나의 일과에 운동은 없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암벽은 유연성과 오기로 버텨왔다는 게 정확하다
그리 운동을 하지 않아도 희안한 건 종합검사를 할 때마다 근육량은 항상 평균치를 넘었다
누구나 한 마디씩 한다
"이런 곳에 사니 좋겠어요
매일 산에 오르고 얼마나 좋아요!"
등잔 밑이 어둡고
대장간에 칼이 없다
CAC클라이밍 장 1년 동안 끊어놓고 2개월 레슨을 받다 지금은 정지상태다
1시간 동안 자동차로 가야하는 거리도 거리지만 어깨 회전근 때문에 계속 할 수가 없었다.
감악산...
한수 이남은 개룡산.
한수 이북은 감악산으로 양주. 파주.연천. 동두천에 걸친 산으로 신끼가 제일 쎈 산이다.
신빨을 받으러 무속인들이 자주 찾는 산이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까지 굿당이 있고 곳곳이 기도처다
감악산은 자칫 길을 잘못 들면 산속에서 헤매기도 하고 엉뚱하게 파주나 연천. 동두천으로 나온다.
가끔 감악산 장군봉에서 목과 몸이 분리된 자살을 했다는 기사가 나오는 곳이기도 하다
언젠가 문인 동아리 모임을 우리 집에서 한 적이 있다. 한치 앞이 보이지 않던 운무가 가득 낀 날, 아침을 먹고 감악산을 오르는데 문인 한 명이 없어져 하루종일 찾은 적이 있다. 119를 부를까하다 위험한 산은 아니니 저녁까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저녁이 다 되도록 돌아오지 않아 119에 신고를 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있는데 없어진 아이가 넋이 나간 듯 휘적휘적 돌아왔다.
어디에 있었냐는 말에 대꾸도 없이 멍하니 앉아 있다 내려가 작두를 탔다는 소식을 들었다. 시를 곧잘 써 촉망받던 아이였는데...
사람들은 일부로도 찾아오는데 산 밑에 살며 산을 지척에 두고 왜 산을 오르지 않냐고 한다.
우이동 산에서 태어난 난 바위보다 산을 더 좋아한다.
서울에 살 땐 차를 몰고 가 매일 북한산을 올랐다
감악산
우리집에서 정상이 빤히 보이는, 우리 집 뒤로 더 이상 집도 길도 없는 곳에 살아도 혼자 올라갈 엄두를 못 내는 산이다.
산길로 들어서면 이상하게 머리털이 쭈삣쭈삣 선다.
귀기가 느껴진다고 할까?
몆 번을 시도했다 급히 내려오기를 반복하고 난 후 아예 갈 생각을 접었다
양주를 근거지로 삼은 임꺽정이 마셨다던 우물이 집 앞에 있고 올라가면 암장도 2군데나 있다.
감악산 둘레길도 있다
험하거나 높은 산도 아니다
감악산의 1/3을 오른 지점에 우리 집이 있다
바로 치고 올라가면 정상으로 오르는 가장 가까운 곳이다.
천혜의 조건을 가졌다고 해도 영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도 혼자 올라갈 엄두를 못 낸다.
어떤 기자가 ,
"인터뷰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문인들과 얘기를 하면 신끼가 느껴져요"
엄마가 돌아가시고 진오기(죽은 자의 한을 풀어주고 저승문을 열어주는 의식)를 할 때 다른 형제들은 다들 한 번씩 옷을 입히고 춤을 추게 했는데 나만 입지 못 하게 했다. 이유를 알 수 없었는데 무속인이 언니에게 속삭였단다.
"저 동생은 옷 입고 춤 추면 바로 작두 타. 신을 받으면 대한민국 돈은 다 끌어모을 거야"
그때 알려주지! 대한민국 돈 좀 다 끌어모으게!
신을 받을 생각이 있음 자기를 찾아오면 천 만 원에 내림굿을 해주겠다고 했단다
24년 전에 천 만원이니 적은 액수가 아니다
무료로 신을 받을끼봐 옷을 안 입힌 걸까???
각설하고 나에게 감악산은 귀기가 서려 혼자선 절대 못 가는 산이다
그러니 산 밑에 살아도 무용지물이다.
운동을 좋아하는 짝꿍은 항상 바쁘다
논믄도 써야하고 이해조 전집을 완성시켜야 한다나 뭐래나 하여튼 바쁘시단다
낚시터가 있는 동네로 내려가 산책을 하는 건 더 싫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 일보다 남의 일에 관심과 애정이 더 크다
"어디 가?"
"들어와 커피 한 잔 마시고 가"
거절하면 건방지다고 금방 소문이 난다
어쩔 수 없이 들어가면 알지도 못 하지만 알고 싶지도 않은 온 동네 사람들 사돈에 팔촌까지 뒷담화를 한다
그 집에 수저가 몆 개인지 알고 있는 동네에선 당연할 지도 모른다
내가 누구의 뒷담화를 하면 누군가는 반드시 내 뒷담화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내 뒷담화 역시 내 앞에서 뒷담화를 늘어놓는 사람일 확률이 99.99%다
하여튼 이런저런 이유로 산으로도 동네로도 못 가는 처지가 됐다.
짝꿍은 가을에도 설악에 가고 싶은 눈치다
"봄. 가을만 다녀도 내 생전에 설악에 왠 만한 곳은 대충 다 가겠지"
난 3일 째가 돼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뜰 수 있는데...
체력이 다르긴 다른가 보다
짝꿍의 버킷리스트 같다
"병찬이 형님만 챙기면 돼요"
라는 말에 힘을 얻은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다들 알아서 잘 가는데 자기가 제일 나이가 많고 못 하니까 자기만 챙기면 된다는 거지"
"그런 건가?"
"응, 그런 거야"
짝꿍의 버킷리스트에 속한 설악을 가려면 체력을 길러야한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찾다 자전거 타기. 런닝머신 등의 운동을 하기로 낙찰!
그런데 몸은 왜 자꾸 밑으로 가라앉고 눌커풀이 무거워지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설악의 무게가 가벼워져 아침 시간에 맞춰 제대로 일어났는데
왜 이럴까...
감악산 귀기가 집까지 내려오진 않았을 텐데...
첫댓글 병찬형님은 잘 하시던데요? 워킹도 저보다 잘 하시고..그나저나 감악산 한번 가 볼까나?
오오
선배님
꼭 오세요!
언제든 환영이에요!
52기 2명도 감악산을 오르기 위해 묵고 간적이 있어요
묵을 곳도 따로 있으니 편히 오세요
그렇지 않아도 불꽃 선배님과 함께 등반 했다고 하더라고요
"불꽃 선배 고수야"
"응, 잘하더라고"
정상에 올라 내 생전에 다시 유선대를 올 수 있겠냐는 말에 불쌍했던지 천익대장이 사진을 몆 장 찍어줬다고 자랑하며 저에게 보여주더라고요^^
하루 날잡서 감악산 가봐야겠네요
산에대한 열정대단하십니다
운동같이해요~~
미정아~~
반갑다!
꼭 와!
설악 한시에선 올라가고 내려가기 바빠 얘기도 못 했다
말구를 맡아 고생해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기절한 것 같았고^^
프로 미정이와 운동은 같이 할 수 없지!
따라갈 수 있어야하지
산행은 할 수 있으니
밀린 얘기하며 감악산 오르게 원정 가기 전에 꼭 와!
기다릴게^^
감악산 번개 하시죠? ㅋㅋ
출동하겠습니다 <ㅡㅡ
응원합니다. ^^
얼마전 새벽에 깨 이 글 읽다
넘 재미나서 잠을 못잤다는요~
선배님이자 동기인 선희 언니
글
언제나 재미나요~♡
다음 글도 기대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