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걸어야 1만보
심장박동수 올라갈 정도로
빨리 걸어야 혈관건강 도움
복부비만 해소에도 좋아
평소에 관절 안좋다면
언덕길보다 평지 걷기 추천
정확한 자세 중요
먼 곳 바라보듯 고개 세우고
복부 납작하게 힘 주면서
등을 곧게 편 채로
발꿈치부터 닿게 걸어야
보폭 넓히면 운동효과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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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걷기 좋은 계절이 찾아왔다. 아침저녁에는 다소 쌀쌀하지만 한낮에는 기온이 20도까지 올라 점심 식사 후 따뜻한 햇빛을 쬐며 걷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걷기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으로 우리 몸의 100개 넘는 근육을 움직여 긴장을 풀어주고 근육을 골고루 발달시켜 준다. 의성(醫聖)이라는 히포크라테스도 "걷기는 인간에게 가장 좋은 약"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렇다면 하루 얼마나 걸어야 좋을까?
전문가들은 하루 1만보 이상 걸으라고 조언한다. 그 이유는 1만보가 하루 섭취한 열량을 모두 소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1만보는 거리로 치면 약 6~7㎞에 달하고 걷는 데 1시간 넘게 걸린다. 성인 남자는 음식을 통해 하루 평균 2500㎉ 정도의 열량을 섭취한다. 이 열량 가운데 우리 몸 자체의 기초대사(基礎代謝)에 약 1500㎉를 쓴다. 또 화장실에 가고 세수하는 것과 같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약 700㎉를 소모한다. 대사는 몸 안 장기가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칼로리)를 가리키는 의학적 용어다. 자동차가 달리기 위해 적지 않은 기름을 연소하듯이 우리 몸속 장기도 엄청난 열량을 소비한다. 기초대사는 호흡, 혈액순환과 같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것으로 전체 대사 중 60~70%를 차지한다.
50세 전후의 기초대사는 최정점인 15~16세 무렵의 남녀 모두 200㎉ 정도 떨어진다. 나이를 먹으면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 않다는 얘기다. 따라서 나이가 들면 식사량을 줄이라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섭취한 2500㎉ 중 기초대사와 일상생활을 하면서 쓰고 남은 열량은 약 300㎉다. 이 열량은 운동을 통해 소비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 남은 열량이 체지방으로 쌓여 비만을 부르고 비만은 곧 온갖 질병으로 이어지게 된다. 300㎉는 보통 사람 걸음으로 1시간 정도 걸을 때 쓰이는 열량과 비슷하다. 성인은 걸음 보폭이 약 60㎝로 30보를 걸으면 1㎉가 소모된다. 일반 직장인들이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하루 6000보를 걷는다고 가정하면 걷기로 하루 200㎉를 쓰게 되는 셈이다.
남는 100㎉를 없애려면 3000보 이상을 더 걸어야 하는데 시간으로 치면 15~20분 걸어야 한다. 직장인들이 점심식사 후 3000보에 해당하는 약 2㎞를 걸으면 100㎉를 소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사람은 적어도 하루 40분 이상 따로 걷기 운동을 해야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직급이 올라갈수록 잘 걷지 않는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과장·차장급은 하루 평균 7000보, 부장급은 5000보, 승용차를 제공받는 임원급은 3000보를 걷는다고 한다.
◆걷기는 가장 훌륭한 약
걷기가 좋은 이유는 특별한 기구가 필요 없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어서다. 운동 효과도 좋다. "걷기는 가장 훌륭한 약"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만병통치약이다. 걷기는 혈관을 강하게 만들고 걷기만 해도 치매가 개선된다.
일본의 걷기 전도사 나가오 가즈히로 박사(유와카이 이사장·'병의 90%는 걷기만 해도 낫는다' 저자)는 "걸으면 뼈가 튼튼해지고 나이가 들어 무릎이 쑤시거나 허리가 결리는 증상을 줄일 수 있으며 치매도 예방할 수 있고 증상이 발현되더라도 걸으면 호전된다"고 말했다. 또한 기관지천식, 편두통, 면역계 질환, 불면증, 정신병 등 각종 질환도 걷기로 다스릴 수 있다.
나가오 박사는 '걷기만 해도 치매는 개선된다'는 책에서도 "치매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걷기이며 치매를 비롯해 우울증, 수면장애, 골다공증, 대사증후군 등을 예방·치료할 수 있다"고 말한다. 걷지 않으면 근육과 뼈가 급격히 쇠퇴하고 뇌 자극이 극단적으로 줄어 치매와 관련된 인지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나가오 박사의 주장이다.
기즈 다다아키 키즈(KIZU) 카이로프랙틱그룹 대표원장('혈관을 강하게 만드는 걷기' 저자)은 '빠르게 걷기'를 적극 추천한다. 빠르게 걸으면 산소 소비량이나 심장박동수가 올라가고 골격근과 혈관에 적당한 부하가 가해져 여러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실제로 걷는 속도가 빠른 사람일수록 장수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영국의학저널(BMJ)이 프랑스의 65세 이상 남녀를 5.1년간 조사해보니 천천히 걷는 사람은 빠르게 걷는 사람에 비해 사망률이 약 1.4배, 특히 심장이나 혈관과 관련된 질병의 사망률은 약 2.9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걷는 속도가 빠른지 느린지는 횡단보도 신호로 판별할 수 있다. 횡단보도는 보행자가 '초속 1m'로 걷는다는 것을 전제로 설치돼 있기 때문에 청신호로 바뀐 순간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해 다 건너기 전에 신호등이 깜빡거린다면 보행 속도가 느린 편이라고 볼 수 있다.
◆속보로 걸어야 산소 소비량 늘어
이처럼 몸에 좋은 걷기는 그냥 걷는다고 운동이 되지 않는다. 빠르게 속보(速步)로 걸어야 온몸의 근육이 활성화되면서 영양소나 산소 소비량이 현격히 늘어난다. 속보로 심장박동수가 평소보다 조금 올라가면 고혈압이나 동맥경화를 예방한다. 그 이유는 속보를 한 후 혈관내막에서 평소보다 빠르게 흐르는 혈액에 의해 자극을 받아 내피세포가 활성화되고, 혈관을 넓혀주는 일산화질소(NO)가 분비되기 때문이다. 속보는 일시적으로 혈압을 상승시키지만 혈관 상태를 개선해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내피세포는 혈관의 내강(內腔)에 있는 세포로 혈관 손상을 방지한다. 특히 혈관이나 혈액을 좋은 상태로 조절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 동맥경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동맥경화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아테롬(Atherom)' 또는 '아테로마(Atheroma)'다. 아테롬은 동맥 안쪽에 축적된 콜레스테롤로 점차 커지고 혹처럼 튀어나오게 되면서 혈관벽을 두껍게 만든다. 두꺼워진 혈관벽은 서서히 딱딱해지고 오래된 고무관처럼 변해 몸 안 장기에 산소나 영양소를 옮기기 어려워진다. 이처럼 위험한 '아테롬경화'는 빠르게 걷기 운동을 꾸준히 하면 예방할 수 있다고 기즈 원장은 주장한다.
속보는 복부비만에도 효과가 좋다. 적당한 부하의 속보를 하게 되면 근육은 먼저 글리코겐 등을 연소시키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해지면 다음으로 지방을 연소시킨다. 이때 내장지방부터 연소시키기 때문에 비만이나 내장 지방증후군 개선에도 효과적이다. 이는 지질의 대사효율 개선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혈액안의 중성지방이나 저밀도 지방단백질(LDL) 콜레스테롤을 줄여 지질이상증을 개선한다. 나에게 적당한 속보는 심장박동수를 계산해 알 수 있다. 구체적인 운동강도를 알려면 심폐운동부하시험(CPX) 검사를 받는 것이 가장 좋지만, 실제로 검사를 받으려면 여러 가지로 힘든 점이 많다. 적정한 운동 강도는 '목표 심장박동수=최대 심장박동수(220-나이)×0.6~0.7'로 계산하면 된다. 예를 들어 50세의 적정 운동 강도는 목표 심장박동수가 102~119((220-50)×0.6~0.7)로, 110 정도의 심장박동수가 되도록 빠르게 걸으면 적당한 부하가 가해진다. 120을 초과하면 부하가 조금 세다고 보면 된다. 걷는 바닥은 50·60대라도 건강하다면 약간의 경사가 있아도 무방하다. 관절염을 앓고 있는 여성은 평지가 좋다.
걷기는 자세도 중요하다. 걷기는 제대로 걸으면 약(藥)이지만 잘못 걸으면 어깨, 목, 무릎, 허리에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걸음걸이는 신발 밑창 닳는 모양을 보고 유추할 수 있다. 팔자걸음을 걸으면 신발 바깥쪽과 뒤쪽이 많이 닳는데, 팔자걸음으로 오래 걸으면 조금만 걸어도 쉽게 피로를 느끼고 발목, 무릎, 허리통증까지 생길 수 있다. 또한 휴대폰으로 본인의 걷는 모습을 30초 정도만 찍어서 보면 어떻게 걷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으므로 자가진단을 통해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일본의 걷기 운동 전문가인 유아사 가게모토 박사(주쿄대 체육학과 교수)는 '증상별 4주 걷기 프로그램'(안테나 펴냄)이라는 책에서 걷기가 운동으로서 효과를 거두려면 '걷기 자세가 잘못되었는가?' '앓고 있거나 예방이 필요한 질환이 있는가?'를 먼저 체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확하게 제대로 걸어야 운동 효과
걷기는 올바른 자세로 파워워킹을 해야 한다. 많은 걸음걸이(보행 수)보다 보폭을 넓혀 빨리 걸어야 운동 효과가 크다. 걸을 때는 먼 곳을 바라보듯이 고개를 곧게 세우고 걷는다. 고개를 앞으로 숙인 거북목 자세로 걸으면 목에 큰 부담을 준다. 머리 무게는 약 5㎏으로 고개를 앞으로 숙이면 20㎏ 이상의 무게가 목에 가해진다. 걸을 때 배를 내밀고 상반신을 젖힌 채 파워워킹을 하는 것도 좋지 않다. 배를 집어넣고 등을 편 채로 걷는다. 상반신 무게는 체중의 약 60%로 서 있거나 걸을 때 이 무게가 고스란히 허리를 짓누른다. 상체를 뒤로 젖히면 허리에 체중의 2~3배가 가해지고, 이 자세로 계속 움직이면 허리를 다칠 수 있다. 착지는 발꿈치, 발바닥(아치 부분), 발가락 순으로 해야 한다. 그 이유는 걸을 때 착지 순간에 체중의 1.5배가 발에 실리기 때문에 발꿈치부터 착지하면 앞으로 넘어지지 않고 발의 부상을 막을 수 있다.
파워워킹을 할 때는 평소보다 보폭을 키워야 한다. 보폭이 넓어지면 전신을 이동시키는 힘이 세져 운동량이 증가한다. 보폭을 넓히는 올바른 방법은 고관절을 중심으로 다리를 앞쪽으로 크게 움직이는 것이다. 신발은 평지를 1~2시간 걷는 가벼운 코스라면 일반 운동화나 워킹화를 신어도 큰 문제가 없지만, 경사진 코스가 있거나 등산을 겸한 여행이라면 운동화나 워킹화보다는 경등산화가 적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