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후 학군지 전세난은
임대차법 시행후 매물 감소에
레대팰20억·은마10억 전세도
"학군수요 가세땐 더 악화 우려"
"대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면 전세 거래가 활발해지는데 올해는 글쎄요. 전세를 찾는 사람들 문의는 좀 있는데 매물이 없어 쉽지 않을 겁니다."(대치동 A공인중개업소)
수능이 끝나고 겨울방학이 다가오면서 학군 수요 이동에 따른 전세난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보통 대치동·목동 등 학군지에선 수능 전후로 전세 매물이 도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신규 학원 수강생이나 재수 희망자 등이 몰려 전세 거래가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한정된 공급을 놓고 수요가 한 번에 몰리는 만큼 가격도 강세를 띠었다.
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대치동이 속한 강남구는 지난해 수능 직전(11월 11일) 0.14%에 그쳤던 전세 가격 상승률이 다음주 0.20%로 껑충 뛴 후 12월 23일 0.52%까지 치솟았다. 목동이 있는 양천구도 수능 전 0.16%였던 상승률이 수능이 끝나자 0.27%로 상승했고, 12월 말엔 0.61%까지 오르며 전세난이 심화됐다. 서초·송파구 등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올해는 특히 전세시장 상황이 더 불안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뜩이나 임대차법과 실거주 강화 등 영향으로 전세 매물이 급감하고, 전셋값이 뛴 상황에서 학군 수요까지 겹치면 전세난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강남구를 중심으로 한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는 올 11월 들어 전셋값 상승폭이 커지는 추세다. 10월까지만 해도 매주 0.05~0.1% 안팎에 그치던 강남구 전셋값 상승률은 11월 첫째주 0.19%까지 뛰더니 매주 0.2%를 넘나드는 오름폭을 보였다. 11월 마지막 주(11월 30일 기준) 전셋값 상승률은 강남구는 0.21%, 서초구는 0.2%, 송파구는 0.23% 등으로 서울 전체 평균(0.15%)을 크게 웃돈다. 6월 한때 전셋값이 하락하는 등 안정세를 유지하던 양천구도 11월 들어 매주 0.1%를 넘는 상승폭을 보이는 중이다.
민간 조사기관인 KB부동산에선 이 같은 경향이 더 뚜렷하다. 강남구 아파트 전셋값은 이번주 0.98% 급등해 25개구 중 가장 많이 올랐다. 양천구도 지난주 0.84% 급등한 뒤 이번주 0.38%더 올라 상승세를 이어갔다.
개별 단지를 봐도 전셋값은 계속 오름세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84㎡가 10월 20억2000만원에 전세 계약돼, 30평형대 아파트로는 처음 20억원대에 진입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금은 호가가 20억5000만~21억원으로 올랐다. 인근 은마아파트는 노후 단지임에도 전용 84㎡가 10억원에 전세 계약돼 주변을 놀라게 했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전용 76㎡는 4억~5억원, 전용 84㎡는 6억원 중반이면 전세로 들어갈 수 있었다. 대치동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은마아파트가 그나마 전셋값이 싸다는 인식이 있으니 은마아파트 위주로 전세 문의가 많다"면서 "하지만 가격을 들려주면 뜨악한 분위기"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주말 강남권 중개업소는 코로나19 여파도 겹쳐 다소 한산한 분위기였다.
목동도 비슷한 분위기다. 목동신시가지5단지 전용 65㎡는 상반기 5억~6억원에 전세 거래됐는데, 이후 전세 물건 품귀가 심화하면서 현재 호가가 8억원까지 올랐다. 상반기 6억원대에 계약되던 목동신시가지9단지 전용 100㎡도 현재 호가는 10억원까지 올랐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내년이 되면 전반적으로 서울 입주 물량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입주 및 입주 예정인 아파트 물량은 2만6940가구로 올해 5만289가구의 절반 수준이다. 경기도의 올해 입주 물량은 12만4126가구인데 내년에는 10만3754가구까지 감소한다.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어들면 보통 전셋값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 권한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