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처음 NBA 를 접한 것이 고등학교 시절이였습니다.
그 전까지는 무적함대 기아의 농구를 보면서
허재와 강동희의 화려한(!!) 드리블을 보면서 감탄했고
김유택의 앨리웁 플레이 (덩크 아닙니다.)를 보면서...
"아 쟤네들 천잰가 보다. 어떻게 공중에서 바로 패스를 받아서 슛을 던지지?"
하던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였죠.
제 첫 NBA 시청 경기는 불스가 첫 우승을 하던 해의 올스타전 이였습니다.
무심코 신문 TV 편성표를 보는데 NBA 올스타전 중계가 있기에
( 이게 AFKN 이였는지.... 일본BS1 재방송이였는지 가물가물 해요. )
암튼.... 올스타전을 처음으로 NBA 에 입문 하였죠.
그 당시 게임도 참 인상적이였던 것이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봤는데 눈에 띄는 선수가 두명 있었습니다.
조던과 매직. ( 그리고 저는 그를 조르단 이라고 읽었습니다. )
조던의 경우 무시무시한 운동능력을 보여주긴 하였는데...
완전 난사쟁이더군요. 첫 경기에서 바로 나한테 찍혔죠.
"저녀석 팀 플레이는 전혀 할 줄 모르는군."
매직의 경우 확률높은 슈팅과 (폼은 이상하던데 잘 넣더군요.)
놀라운 패스가 경이적이였죠.
시청한 다음날 학교에 가서 NBA 봤다고 떠드는데...
아는 녀석이 몇 있더군요.
그리고 조르단 이 아니라 조던 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 아.. 그 난사쟁이? 완전 별루던데? "
이랬구요.
그 당시 제가 살던 아파트에서는 BS1 이라는 일본 방송을 케이블에서 틀어 줬는데
여기서 가끔씩 NBA를 녹화방송 해 주었습니다.
아마 수요일에 한번 토요일에 한번 해 주었던 것 같아요.
시각은 새벽 1시 정도?
저는 농구를 보기 위하여 NBA 방송이 있는 날은 밤 늦게까지 공부하는 척... 하다가
농구를 보고 새벽 3시가 넘어서 잠이 들곤 했죠.
그때는 인기팀 위주로 경기를 보여주었는데..
경기가 끝나고 나면 지금은 인터넷에서 보기 쉬워진 각종 선수들의 믹스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조던이 나오는 믹스를 보고 그냥 뻑이 갑니다.
Take my breath away 노래가 배경으로 깔리는 믹스였는데...
기아의 플레이에 열광하던 저에게 조던의 믹스는 신세계였습니다.
( 두번째로 열광했던 믹스는 U can't touch this 가 깔리는 바클리 믹스 )
그리고 조던의 팬이 되었죠.
( 지금 생각해 보면 조던의 팬이였으나 불스의 팬은 아니였던 것 같습니다. )
그렇게 세월은 흘러 대학생이 되었고.
농구 동아리에 가입을 하였고....
같은 취미인 친구들과 형들도 만나고,
TNT 트리플 헤더 중계를 밤새 치맥과 함께 시청하는 것이 대학시절의 낭만이였습니다.
(농구부 대부분이 저 포함 지방학생들이라 이런 것이 가능했죠.)
농구부 사람들끼리 모여서 조던도 씹고, 오닐도 씹고...
닥치는 대로 모조리 씹으면서 봤습니다.
" 쟤(조던)는.. 지가 잘한다고 저렇게 설치면 안되... "
" 상대팀에서 왜 피펜을 응원하는지 항상 궁금했는데... 디펜스였어..!! "
" 말론은 자유투 바이올레이션이야... 10초는 걸리는 것 같은데 "
" 오닐은 자유투가 젬병이라 절대로 우승 못할꺼야... 머리도 나빠 보인다. "
" 로빈슨은 머리가 너무 좋은게 문제야. 본인의 실력과 한계를 너무 정확하게 알고 있어. 센터는 무식해야 하는데. "
같은 취기 어리 멘트들 날려가면서 말이죠.
조던의 1차 은퇴.
놀라운 오닐.
더더욱 놀라웠던 페니와 그래트힐
그리고 던컨이 등장했죠.
처음에는 딱히 던컨의 팬은 아니였습니다.
물론 좋아하긴 했어요.
우리 농구부 사람들 모두가 던컨을 좋아했습니다.
왜냐하면 마치 미칠듯한 운동능력이 안보이는데 (우리만 몰랐죠. 사실.. ㅎㅎ)
뭔가 기괴한 초식을 써서 게임을 풀어 나갔고, 그러한 플레이 방식은 우리 동아리가 추구하는 방향이였거든요.
머리속에 외계인이 있을거라는 얘기도 많았습니다. ( 당시 맨인블랙이 인기였어요. )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네요.
저는 샌안의 팬이 되어 있더군요.
이 이유가 던컨 때문인지.
샌안의 올드스쿨 타입의 농구 스타일 때문인지.
둘 다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아요.
....
저는 가끔씩 던컨과 제가 여러모로 좀 닮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좋은 조용한 리더쉽도 그렇고.. ( 훗훗훗 )
징검다리 우승도 이유를 알고 있어요.
( 저는 시험을 치면 두번 연속으로 잘 친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시험 점수가 한번 잘 나오면... 그 다음 준비는 딱 그정도로만 준비를 하는데 사실은 그 정도도 준비를 하지 않은 상태인데다가 다른 친구들은 준비를 더 해서 오니까요.)
데뷔초반 무시무시한 프라이드를 가지고 농구를 하다가
나이가 들면서 뭔가 도사 이미지로 바뀐 이유도 알 듯 하구요.
( 제가 학교를 10년 넘게 다녀서 농구부 후배들을 굉장히 많이 가르쳤습니다.
학부때는 후배들한테 고함 엄청 지르고 엄하게 하고 했는데.... 박사과정 정도 가니까 그런 것... 다 부질 없더군요.. ㅎㅎ)
그리고,
던컨의 괴롭힌 무릎부상
사람들은 대부분 족저근막염이 던컨의 가장 큰 부상 요인이였다고 생각하지만
십자인대 파열 수술 3번 받아본 제 입장에서는 던컨의 가장 큰 어려움은 힘이 들어가지 않는 무릎 이라는 점도
대번에 알 수가 있었어요.
십자인대가 끊어져 수술 받아본 제 입장에서는
( 그리고 이런 불량 무릎으로 아직도 농구를 하고 있는 제 입장에서는 )
가끔 던컨의 어이없는 골밑 미스메이드가 딱 이해가 됩니다.
일반인이 볼때는 굉장히 간단한 루트인데
무릎이 덜그럭 거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취하기 힘든 동작이나 턴이 있어요.
던컨이 그런 동작에 걸리면 골밑에서 이지슛 미스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이렇게 항상 던컨을 보면 동병상련을 느끼면서 응원을 했어요.
....
마누.
플레이 스타일로 보면 던컨과 대칭점에 있는 스타일입니다.
불을 향해 뛰어 드는 스타일 이라고나 할까요?
(던컨은 불을 끄고 뛰어 드는 스타일.... 마누는.. 그냥 정면 승부 입니다. 지금은 바뀌었지만)
처음 마누를 보고는 뭐 저런게 있나 싶더군요.
백인 마이클 조던이였어요. (과장 아닙니다...!!)
디트로이트 와의 결승전은 사실 마누가 60% 이끌어낸 시리즈였구요.
.....
다른 선수들도 많이 쓰고 싶은데... 벌써 글이 길어졌네요.
이렇게 길게 쓸 생각도 없었는데...
그냥 두서 없이 마치겠습니다. (샌안 포럼이니까요.)
다들 좋은 저녁 되시길...
Ps.
이번 주말에는 어제산 스퍼스 모자 (별 5개가 미리 찍혀 있는 모델..핫핫핫)를 쓰고
기분내면서 이태원이나 가 볼까 합니다. ( 와이프는.... 르브론 모자 사 줬어요..)
Ps.
제가 빠른 75라.... 이제 내년부터는
사회인 리그에서 +1점 입니다... 하하하.
NBA 도... +1 점 도입하라...!!! (던컨 얼마 안남았다..!!)
첫댓글 뭔가 훈훈하면서도 자기자랑의 스멜이 물씬 풍기면서 결혼까지하신 승리자의 여유가..느껴지면서 기분이 이상해지면서....
이젠 90키로가 되어버린 중년의 회고라고나 할까요.... ㅜ.ㅜ
@박차 디아우처럼 엉덩이 백다운을 하실수도... 쿨럭
@spTDurs)V6 아저씨 농구는 이미 15년 전에 진입했죠.
모자 저도 사야겠네요 스퍼스 우승기념!
사실은 모자 이뻐서 샀는데.. 결제 마치고 보니 보니 별이 5개 찍혀 있더라구요... ㅎㅎ
아이디가 비슷하셔서 항상 친근하게 뵙고있습니다^^
벌써 6 다셨군요.
제 모자는 딱 1년짜리 유효이간인가요...!!!
아.. 거울보고 이야기 하고 계신듯한 이 분위기란...
두 분이 다른 분이셨군요..ㅡ.,ㅡ;;;
예상은 했지만 박차님이 나이가 한참 많으시군요 ㄷㄷ 항상 글 잘보고 있어요 ㅋ
저보다 연로하신 분들도 많지 않나요? ㅎㅎㅎ
저보다 형님 이시네요 저랑 비슷한게 많습니다 ㅋ 전 코비쪽으로 테크를 타긴했지만
코비같이 비상식적인 운동능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한테는 감정이입이 안되더라구요. 물론 현재의 코비는 인간미가 물씬 풍기죠.
저와 nba를 접한 경로가 비슷하여 공감이 됩니다. 조던을 90년대초.좋아했고 그 후 언잰가부터 던컨의 플레이에 매료되었어요.굉장하진 않은 운동능력이지만(일명 굇수 능력...) 농구 도사라고나 할까...그리고 먼가 정가게 생긴얼굴..이런것들이 섞여서 조던은퇴 후 던컨으로 옮겨갔고 그nba란 것을 20년째봅니다...이 가족같고 편안하고 착한 또한 멤버변화가 많지않은 스퍼스가 너무 좋습니다
사실 던컨이나 샌안 좋아하시는 분들은 성향이 비슷하죠. 그래서 여기가 즐거운 곳이기도 하구요.
추억을 읽었네요 마누와 던컨의 플레이를 볼때마다 울컥했습니다
던컨이 아이들 포옹하는 장면은 ㅜ ㅜ
무슨 스퍼스 팸은... 평균연령이.... ㅡㅡ;;;
저도 nba팬들중에는 나이가 좀 된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서는... 암것도 아니라는...ㅋㅋㅋ
아무튼 오랜만이 글을 보면서 저도 고등학교때가 생각났습니다.... 감사...
늙어서 죄송합니다. ㅎㅎㅎ
갈 데가 여기 말고 없어요
@박차 죄송하시다고하면... 제가... 더... 죄송하다는....^^
아무튼... 이 딴나라에서 하는 공놀이 하나가 뭐라고 이렇게 같은 취향의 사람들이 나이도 불문하고 이렇게 소통하고 모일수있다는게 참 신기합니다...
이젠... 끝까지 쭉... 같이 가셔야죠...? ㅋㅋㅋㅋ
@Robinson50 다른데 갈 데가 없다니깐요. ㅎㅎㅎ
저는 00-01 시즌부터 스퍼스를 응원해왔으니 14년째네요~ 인생의 절반 가까이를 스퍼스와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