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가장 먹고 싶은 음식 한가지를 이야기하라면
난 주저없이 해남 물고구마라고 말하겠다.
물고구마에 얽혀 있는 추억이 주렁주렁 달려있는게
어디 나 혼자 뿐일까.
첫서리가 내리고나면 줄기를 걷어 내고 아버지가
쟁기를 누렁소 잔등에 걸고 고구마 둑을 갈아 엎어 놓으면
어머니와 동네 아짐들이 다시 호미로 파헤치며
고구마를 군데 군데 모아 놓는다.
그러면 어린 나와 동생은 산태미에 고구마를 담아
집 앞 감나무 밑으로 옮겨 놓는 일을 맡는다.
신발은 벗어 놓고 장갑은 더더욱이나 없기에
하루종일 고구마 캐는 일을 하다보면 온 몸이 시커멓게
변한다.
쟁기에 갈려 쪼개진 고구마가 노란 속살을 보이기라도 하면
껍질을 밭두렁에 쓱 쓱 문지르고 몇 입 먹는데
입 주위라고 온전 할리 없다.
그렇게 수확된 고구마는 대나무나 수수깡을 엮어 만든
발 안에 저장 되는데 가난했던 우리집은 큰 방 윗묵에
자리잡기 일쑤였다.
그런데 고구마를 쪄 먹기 보다 생으로 먹기도 많이 먹었다.
고구마가 가득히 담겨 있을때에는 꺼내 먹기가 쉽다.
발을 타고 올라가면 일도 아니기에...
하지만 동지를 지나면 쑤~욱 굴어진 고구마를 꺼내 먹기가 여간 쉽지 않다.
해서 발과 발 사이를 억지로 벌씨고 꺼내 먹는데
그 맛이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그때에 밤고구마는 귀했다. 모두가 물고구마다.
가마솥에 쪄 놓으면 그 말랑말랑한 맛이 일품이다.
뜨거워도 호호 불어가며 맛있게 먹었고, 식은뒤에도 입으로 쪼~옥
빨아 먹으면 진짜 둘이 먹다 하나 목이 걸려 죽어도 모른다. ^^*
소죽 쑤는 아궁이에 불때고 난 뒤 잉걸불에 고구마 몇개 던져 놓으면
아무도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 시간에 자리 비우면 군고구마가 남아 있질 않기 때문이다.
전깃불도 들어 오지 않던 그 시절에 검댕 숯 칠해진 입으로
행복해하며 웃던 그 때가 사무치도록 그립다.
바로 그 물고구마가 엇그제 서울로 부쳐져 왔다.
비록 가마솥으로 찐것도 아니고 군고구마도 아니지만 몰랑몰랑한 단맛이
입안에 녹아들때 아! 바로 이 맛이야 ~ 절로 탄성이 뱉어진다.
한박스는 선물로 마련한 것인데 아내 왈 주지 말잔다.
이렇게 귀하고 맛있는 걸 그냥 우리가 다 먹잔다.
그때는 흔하디 흔한 그 물고구마가 지금은 이렇게 귀한 대접을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받는 것은 맛도 맛이지만
그때의 소중한 추억이 산태미로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첫댓글 밤고구마에 밀려서 멸종 된줄 알았는데...... 겨울밤 웃목에 놔뒀다가 새벽녁에 꼭지 떼고 쪼~옥 빨면, 흐~미! 아이스크림은 쩌리 가그라이~ㅇ
파인벨님....지어릴적 나에 감정이 그대로 글로써 놓으니 지마음이 파인벨님의 마음과도 같습니다...학교 갔다오면 고구마 통에 담기싫어 죽는줄 알았는데 먼 옛날의 추억이 되어버렸으니....그리워지네요...그시절이
저도 그리워 지는 고향어릴적 요만때 생각이선합니다..^*^****
어쩌다가 자다 일어나서도 식어서 차디찬 그 달디단 물고구마를 먹곤 했는데...그때는 가난의 산물인것 같아서 지긋지긋했는데 요즘같이 먹거리가 흔한 세상에 그 물고구마를 떠올리며 향수에 젓는 우리들은 어쩔수없는 해남사람인거 같네요^^*
저와 동년배신가 보내요 추억이 똑같으니 지금 그 고구마가 그리워서 친정 가려 하는데 눈이 와서 걱정만 하고 잇답니다
겨울에 농사짓던 머스마친구집에 놀러가면 항상 방한쪽구석에 잇던 고구마 <두대통..맞나?>..친구의 엄마가 방문여는 소리가 나믄 거기로 숨엇던 기억~~~난 고구마가 정말 맛있어....
산태미에 담긴 고구마~~~~~~~~~~~~오랜만에 들어보는 향수예요....
대나무발로 엮어진 고구마 둥지...그 고구마둥지에서 대나무를 하나씩 하나씩 빼내어 연만든 울 미몽오빠, 군데군데에서 빼내면 그나마 나은데 빼낸데서 또 빼내서 그 사이로 고구마가 흘러내리고...오메, 나 그 뒷 감당하니라고 죽을 욕을 봤구마!!
푸티티티... 나하고 미몽님하고 똑같넹.. 근디 난 지금 고구마 보기도 싫어 하도 먹어서..
아마도 해남 물감자(고구마)의 진수를 맛보신 분들은 이글을 읽으면 많은 향수를 느끼실겁니다. 물감자에 동치미국물과 그리고 무수김치와 같이 먹으면 꿀맛이었지요. 배고프던 시절의 아스라한 추억이네요. 감사해요*^^*
소죽 쑤는 아궁이에도 소죽안에도 고구마 몇개 올려 놓아 허물허물 거리는 고구마를 얼음섞인 동치미에 "꿀꺽" 어릴적 하얀 눈이 오는날엔 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옛생각 일깨워 준 님 고맙습니다. 잘 지내시죠..
물고구마 ..... 아무리 밤고구마가 맛 있어도 그 시절 물고마 맛은 따라 갈 수가 없을듯...
그 고구마 어디에.... 와~~ 좋겠당~~
시원허니 맞있지
술만 잘 묵는지 알았는데... 가끔 들여다보믄 행님글. 참 이쁘게 잘쓰요잉.. 잘 지내죠
물고구마 먹고싶은사람은 나한테 연락하쇼..
맛있는 고구마 많이 먹고 갑니다...(핸드백 안에 항상 고구마가 있다는 사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