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제자들에게 둘러싸여 담소를 나누었다
오늘 토론할 대상은 고대 미의 신
뮤즈가 남긴 시였다
ㅡ저녁 태양은 손톱 아래로 지고 아침
홍해의 태양은 떠 오르네 다시 생각해
보라고ㅡ
여기에서 화두는 '다시' 였다
디오스 신전으로 그가 타고 온
마차 바퀴의 창살이 아침 햇빛을
받아 하얗게 빛을 뿜었다
베를로즈 잎을 띄운 차를 마신 후 제자들과
헤어진 그가 막 마차에 오르려 하는데
신전 마당귀의 낮은 바위에 앉은 사내가
눈에 뛰었다
그가 말 채찍을 손에 쥔 채 다가가 보니
동공이 열린 멍한 남자의 시선이
저 멀리 망루 꼭대기에 가 있었다
비루한 형색인데
어미 돼지처럼 거대한 몸집에서
삭은 풀의 역한 냄새를 풍겼다
'누군인고? 첨 보는 인물인데'
'전 빼았겼습니다! 이제 다 빼았겼단 말입니다! 비천한 아랫것들한테..'
남자는 울부짖었지만 아무런 힘이 없었다
저절로 벌어진 입으로 중얼거리는
그를 말 없이 빙긋이 바라보던 노인은 말
한 마디를 던지고는 자리를 떴다
'이보게 아무나 그 의자(자리)에 앉는 건 아니라네'
카페 게시글
자작 시/시조/한시
'세잌스피어'
밀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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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04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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