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삼희의 환경칼럼] 쌀 과잉 생산 딜레마, ‘논 위의 태양광’으로 넘자
조선일보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입력 2023.04.26. 03:10업데이트 2023.04.26. 07:36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3/04/26/H2ZKYCENHFAWPBRGP3QE2P3NT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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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시설 된 태양광… 최근 2년 신설 뒷걸음질
땅엔 농사, 하늘선 發電
영농 병행 시설로 거부감 줄이고 농민 소득은 늘릴 수 있다
한화큐셀이 경남 남해의 관당마을에 조성한 영농 병행 태양광 시범단지의 모습. / 연합뉴스
양곡관리법 파동은 쌀이 남아돌아 빚어진 일이다. 쌀 과잉 생산을 막고, 농가 소득은 올리고, 탄소 감축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 ‘논 위의 태양광’이라고 생각한다.
태양광은 천덕꾸러기가 돼버렸다. 전직 환경부 장관이 위원장인 단체가 어느 지자체에 환경상(賞) 주는 걸 보고 실감했다. 그 지자체가 축사, 쓰레기 시설, 태양광을 몰아내는 3불(不) 정책으로 쾌적한 환경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태양광이 축사, 쓰레기에 준하는 혐오 시설이 됐다. 산지(山地) 태양광이 흉물로 배척당하면서 시작됐다. 경관 훼손도 문제였고, 도시 사람들이 투기 목적으로 산에 태양광을 세웠다는 것이 반감을 샀다. 환경영향평가 담당자는 토론회에서 “시골 태양광 소유주들 주소지가 서울 강남인 경우가 많더라”고 했다.
최근엔 농촌에 태양광이 우후죽순처럼 늘었다. 역시 외지인(外地人) 소유가 많다. 농지를 사서 전용 허가를 받아 잡종지로 바꾼 후 거기에 태양광을 세운다. 농지는 그만큼 사라진다. 태양광 발전 수익은 도시로 빠져나간다. 지역 농민 입장에선 태양광이 경관만 해친다. 간척지 논은 절대농지라 하더라도 염해(鹽害) 판정을 받으면 태양광이 가능하다. 간척 농지에 대단위 태양광 단지가 생기면서 농사 짓던 임차농들이 밀려났다. 반발이 일 수밖에 없다. 좌파 태양광 카르텔의 보조금 독식, 총리실의 2200건 태양광 비리 적발 등도 태양광 거부감을 증폭시켰다.
태양광 반대 대책위원회가 곳곳에 세워졌다. 지자체들은 도로에서 200m, 300m 이내는 태양광을 못하도록 이격 거리 규제를 도입했다. 환경상 받은 지자체는 무려 1㎞를 ‘태양광 금지 구역’으로 만들었다. 태양광이 도무지 들어갈 수가 없다. 한전에 전기를 파는 태양광(자가 태양광 제외)의 연도별 신설량이 문재인 정부 초반 3년은 2GW(2018년)→3.3GW(2019)→4GW(2020년)로 급증 추세였다. 그후 2021년 3.6GW, 2022년 2.8GW로 주저앉았다.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을 이루려면 연 평균 5.3GW씩 늘려가야 한다. 지금 분위기론 요원하다. 가뜩이나 국토가 좁고 산지가 63%나 된다. 150만㏊ 농지(국토의 15%) 말고는 태양광에 쓸 부지가 없다. 이 한계를 ‘영농 병행 태양광’으로 넘어보자는 것이다. 작물 농사 지으면서 동시에 태양광 햇빛 농사가 가능한 두 마리 토끼 잡기다.
영농 병행 태양광 패널은 30% 정도 햇빛을 차단하게 된다. 듬성듬성 설치해 지상(地上) 태양광에 비해 1.5배 면적이 소요된다. 논일 경우 모 심는 이앙기, 벼 수확용 콤바인, 농약 살포 드론이 기둥 사이를 다닐 수 있게 지지대 높이는 3~4m, 간격은 6~7m 확보해야 한다. 지상 태양광보다 설치비가 30% 더 든다. 현재 수십 곳에서 농지의 타(他)용도 일시(3~8년) 사용 허가를 받아 실증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대체로 결과가 긍정적이다. 햇빛 양이 줄기 때문에 벼는 12~20%, 감자는 14~16% 정도 소출이 줄어든다. 태양광 발전 수입이 그걸 벌충하고도 남는다. 초기 설치비에 대한 장기융자 원리금 변제액, 운영비 등을 따져도 그렇다는 것이다. 한전의 최근 시뮬레이션에서 20명 농민이 조합을 구성해 10㏊ 논에 영농 병행 태양광을 하면 농사만 짓는 것에 비해 1.7~2배 수익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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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 훼손의 문제가 있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비닐하우스처럼 시야를 모두 막진 않는다. 전체 농지의 5.2%(8.3만㏊) 수준인 비닐하우스도 처음 보급될 때는 반대가 많았다. 현재는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선진 농법으로 자리 잡았다. 영농 병행 태양광은 자영농이 자기 땅에 농사와 태양광 발전을 동시에 하는 것이어서 지역 수용성에도 거의 문제가 없다. 지역민들이 영농 병행 태양광을 지지하면 지자체들도 이격 거리 규제를 완화시킬 수밖에 없다.
농지는 대개 일조량이 좋다. 전체 농지의 5%, 7.5만㏊에 영농 병행형을 설치한다면 대략 35GW 태양광을 달 수 있다. 현재는 시범 사업만 가능한데, 관련 규제를 풀면 봇물 터지듯 태양광으로 쏠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그 문제는 생산 전기를 한전에 팔 수 있는 계통연결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조절할 수 있다. 전력 소비지와 근접한 곳부터 영농 병행 태양광을 계획적, 단계적으로 전력 계통에 연결시키자는 것이다. 영농 경력의 농민에게만 허용하면 발전 수입을 노리는 외지 자본도 막을 수 있다. 절대농지에도 단계적으로 적용 가능하다고 본다.
탈원전도 문제였지만, ‘태양광은 무조건 안 돼’도 곤란하다. 남아도는 쌀을 국민 세금으로 사들여 창고에서 썩히는 것보다는 ‘논 위의 태양광’으로 과잉 생산 해소하고 농민 소득도 늘리는 것이 지혜로운 접근이다. 단점 없는 에너지는 없다. 적절한 에너지 조합으로 각각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은 극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