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이랑 대화하시고, 저희들 잘 못 알아보시고, 가끔 엉뚱한 말씀으로 저희 가족을 웃게 만드시는 게 다였거든요. 다른 분들은 치매에 걸리면 가족들을 많이 힘들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요. 저희 부모님이나 저는 할머니 덕분에 치매에 대한 인식이 그리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그럼에도 혹시라도 치매가 유전되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되어서요. 저희 어머니는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며 평소에 뜨개질이나 퀼트를 열심히 하시는데요. 저도 지금부터 미리미리 치매 예방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어머니와 농담처럼 얘기하다가 우연히 치매 관련 칼럼을 보고 진지하게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하니까 ‘치매를 예방하는 두뇌 사용법’이라는 게 돌아다니던데요. 신뢰할 만한 내용인지, 과학적으로나 의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퀼트나 뜨개질, 서예, 고스톱처럼 손과 머리를 동시에 쓰는 게 좋다고 하던데요. 정말 효과가 있나요? 그렇다면 이런 활동은 언제부터 하는 것이 좋을까요? 바쁜 직장생활로 취미활동으로 따로 시간을 내기가 힘든 저 같은 사람들에게 일상생활에서 혹시 도움이 될 만한 게 있는지요?
가능하면 치매에 걸리지 않으면 좋겠지만 걸리더라도 되도록 늦게, 되도록 천천히 가볍게 지나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1. 치매환자는 가족을 힘들게만 한다?
심한 기억장애와 함께 몇 가지 인지장애로 남의 도움 없이 혼자 일상생활을 하기 힘든 상황으로 빠진 경우를 치매라고 하지요.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므로 치매 자체가 가족을 힘들게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습니다. 전편 11회의 예쁜 치매 나쁜 치매를 참조하세요. 환자는 병이 든 것이기에 비록 밉기까지 하지만 미운 치매라 하지 않고 나쁜 치매라고 합니다.
2. 유전병인가?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 치매의 경우 유전적 경향이 큰 경우는 20% 이하입니다. 전편 9회의 유전병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3. 예방법이 의학적 근거가 있고 신뢰해도 되는가?
예방법이 많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노력에 비해 크게 득이 안 되는 경우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어렵게 생각할 것이 아니고 단순하게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첫째는 머리에 피가 항상 잘 통하게 해야 하고, 둘째는 뇌를 잘 단련시켜야 하고, 셋째는 생성된 찌꺼기나 독소를 잘 없애야 하며, 마지막으로 뇌에 직접 해가 되는 물질을 삼가는 모든 방법이 예방법이 됩니다.
오늘 83세 할머니 한 분이 한약을 지어가셨습니다. 88세 할아버지와 단둘이 사신답니다. 할아버지는 식사하실 때 말고는 잠만 주무시지만 기억력은 좋다고 하십니다. 아마도 할아버지께서는 수면병이라기보다는 노인성우울증이거나 혈관성 치매를 앓고 계시는 것 같았습니다. 할머니는 말 상대도 없고 수발하시는 것이 많이 힘들다고 하셨습니다. 자식들의 부양을 받거나 할머니께서 할아버지 식사를 안 챙겨드려도 되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편안하게 사실 수 있겠지요.
하지만 편안해지는 것은 정신 줄을 놓는 것이고, 육체적 움직임 또한 줄어들 것입니다. 주변에 배우자를 보낸 후 건장하시던 분이 급격히 나빠지거나 은퇴 후 갑자기 늙어버리는 분들을 쉽게 볼 수 있지요. 이는 뇌가 짧은 순간 많이 나빠진 결과입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힘들고 고단한 삶이 오히려 뇌 건강에 큰 도움이 되는 하나의 예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머리는 다양하게 때로는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손가락으로 정밀 작업을 하는 데는 많은 뇌세포가 동원되어야 하고, 또한 작업을 위해 많이 생각해야 되므로 뇌의 사용이 늘어나고 뇌 단련에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열심히 움직이고 땀내는 것보다는 뇌 자극 효과가 훨씬 적습니다.
머리는 사용하면 할수록 좋아집니다. 사용해서 강해지는 것보다 사용하지 않고 놀리면 빨리 약해지는 게 더 문제입니다.
5. 언제부터 치매를 예방해야 하는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늦어도 40대 중반부터는 관심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나이 들수록 하루하루 소멸하는 뇌세포의 수는 점점 증가합니다. 대부분 뇌세포가 비슷한 수명을 타고 태어납니다. 똑같은 영향을 받는다고 가정할 때 나이 들어 어느 순간이 되면 거의 동시에 뇌수명이 다한다고 볼 수 있겠지요. 아마도 멀쩡하게 살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치매가 되어 버릴 겁니다. 하지만 각각의 뇌세포는 사용 빈도나 혈액의 공급, 독작용, 회복능력 등에 따라 수명의 차이가 달라집니다. 단련하는 정도에 따라 성능 좋은 뇌세포로 변하여 좀 더 오래 사용 할 수 있는가 하면, 때로는 너무 과하게 사용하여 수명이 짧아지기도 합니다.
반면에 사용하지 않아 성능이 떨어지거나 무용지물이 되고 일찍 폐기처분되는 경우도 있지요. 새로운 타이어를 달고 좋은 길 나쁜 길을 달리면 그 모든 자극이 타이어에 상처로 남듯이 뇌에도 생채기가 생깁니다. 물론 자생력이 있어 어느 정도는 회복되지만 누적되다 보면 뇌세포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조각나 버리고 맙니다.
65세부터 치매발생이 증가하기 시작하여 5년마다 치매는 두 배씩 늘어납니다. 치매 발생 5년 전부터 기억장애가 심해지고, 기억장애 5년 전부터 뇌세포가 많이 부서지기 시작하고, 뇌세포가 부서지기 5년 전부터 신경섬유의 과인산화가 시작되며, 그렇게 되기 약 5년 전부터 아밀로이드 같은 물질이 뇌에 쌓이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이는 치매 발생 20년 전부터 이미 치매의 병이 시작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고로 45세 부터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겠지요.
늙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늙지 않고, 치매에 걸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치매에 걸리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노력하면 신체 건강이나 뇌 건강을 오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마치 자동차를 험한 길로 다니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잘 관리하면 좀 더 오래 성능이 유지되듯이 우리 뇌도 단련하고 가꾸기에 따라 각각의 뇌세포를 오래 사용하고 늦게 폐기처분할 수 있습니다. 즉 치매가 늦게 오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건강만을 생각하고 치매에 걸리지 않기 위해 재미없는 삶만 살 수는 없지요. 오직 치매에 걸리지 않기 위한 삶을 살 수는 없겠지만 일상에서 치매에 관심을 가지고 조금만 투자를 해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6.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예방법
치매 예방법을 한번 되짚어볼까 합니다. 첫째는 산소와 영양분이 충분한 혈액을 한순간도 빠트리지 않고 뇌에 잘 공급되게 하고, 둘째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뇌를 골고루 발달시키고, 셋째는 뇌가 활동하면서 생기는 부산물인 활성산소와 각종 노폐물과 독소를 적게 발생하도록 노력하고 이미 생긴 물질을 빨리 없애거나 중화되도록 노력하며, 넷째로 뇌를 직접 해롭게 하는 독소나 술과 담배를 멀리하면 뇌세포의 생명력은 길어집니다.
첫째, 뇌는 항상 충분한 혈액을 공급 받으면 좋지만 반대로 심한 산소 부족이나 혈액이 잠깐만 공급되지 않아도 상처를 입고 맙니다. 오히려 충분한 산소 공급보다 산소 부족 현상을 더 걱정해야 합니다. 연탄가스중독 질식 등이 있지요. 굴뚝 없는 석유나 가스난로를 환기 시키지 않고 오래 켜두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뇌 혈류를 증가시키려면 운동을 열심히 하고 스트레칭이나 자주 움직이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많이 웃거나 노래 부르거나 음식이나 껌을 오래 씹으면 머리로 피가 많이 갑니다. 또한 심장병이나 뇌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 합니다. 과체중, 고혈당, 고지혈증, 고혈압 관리를 평소 잘 받아야 합니다. 혈전에 대한 예방과 치료도 필요합니다.
마찬가지로 충분한 영양 공급도 좋지만 오히려 부족 현상이 오래 지속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뇌는 지속되는 기아 상태일 때 케톤체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주로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합니다. 불규칙한 식사나 공복 상태가 길어지면 뇌는 혈당 부족에 빠지고 당장 손상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수십 년간 상처가 모이면 뇌세포는 약해집니다.
필수지방산은 지단백 인지질 세포벽의 재료로 꼭 필요하고, 인지질은 지단백과 결합하여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을 수송하는 데 필요하며 세포벽의 구성 성분이 됩니다. 이중 포스파티딜세린의 부족은 뇌세포의 노화를 부추깁니다. 콩이나 난황에 많은 레시틴의 흡수가 도움이 됩니다. 필수아미노산, 각종 비타민이나 미네랄의 적당한 섭취도 중요합니다. 비타민 B1은 포도당 대사에 필요하며 비타민 C나 E는 항산화제로 작용하기도 하므로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 섭취도 신경 써야 합니다.
둘째, 뇌세포를 골고루 발달시키려면 생활의 폭이 커야 합니다. 먼저 사회생활을 다양하게 하고 활력적으로 사는 것이 좋습니다. 운동과 레저도 중요합니다. 사랑하는 감정도 중요합니다. 대뇌를 발달시키기 위한 여러가지 노력이 필요합니다. 타성이 붙은 생활은 더 이상 뇌를 자극하기 어렵습니다. 새로운 일, 불편한 일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것이 더 뇌를 자극합니다.
셋째,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듯이 어떤 것도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하지요. 운동도 대뇌활동도 과하면 부산물로 발생하는 독소나 활성산소 등에 의해 오히려 얻는 득보다 실이 커집니다. 이런 물질을 빨리 제거하거나 해독하는 노력으로 항산화 물질이 풍부한 음식을 꾸준하게 복용하는 식습관도 중요합니다. 적당한 휴식과 수면으로 자체 정화 기간이 있으면 활성산소도 다른 독소도 뇌손상을 많이 일으키지 못하고 제거됩니다.
넷째, 뇌세포에 직접 독작용을 일으키는 술, 담배 등을 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술은 소뇌와 좌우의 뇌를 연결하는 뇌량을 위축시킬 뿐 아니라 비타민 B1을 고갈시켜 정신혼동·비틀거림·안구운동장애 증상을 보이는 베르니케뇌증도 발생시킵니다. 소뇌가 손상되면 평형감각이 떨어지고 섬세한 운동의 장애가 생겨 발음이 꼬이고 비틀거리며 갈‘지(之)’자 걸음을 하게 됩니다.
뇌량이 위축되면 좌측 뇌와 우측 뇌의 협동작용이 불가능해집니다. 여러가지 신경정신과적 질환과 함께 결국 대뇌도 빨리 위축되어 치매가 발생합니다.
담배는 저산소증 일산화탄소 증가와 각종 발암 물질의 흡취 이외에도 혈관을 수축시키고 오래 노출되면 혈관 자체가 가늘어지게 됩니다. 타르 성분은 혈액의 점성을 높여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킵니다. 저산소증과 일산화탄소 증가는 뇌에 직접 해를 끼치고, 혈액순환장애로 인한 심혈관 질환과 뇌손상은 결국 치매를 빨리 발생시키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