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스런 폭염이 벌써부터 그리워진다.
온종일 느끼는 냉기 때문인지
내 가심이 허하기 때문인지 몸뚱이가 오삭거리고
제대로 눈 한번 뿌려주지 않는 겨울나날을 그저 무덤덤하게 지내버리며
그리고는 예년과 마찬가지의 황사의 뿌연 미세먼지 속으로 두서없는 상념들이 명멸한다.
유난히 날 찍어낸 꼬마
조르고 졸라 갔더랬던 청계산 올챙이를 굳이 집에 잡아가겠다며
발을 동동구르다 못해 땅바닥에 나뒹굴며 소란을 피우던 녀석
아직 채 마르지 않은 눈물을 훌쩍이며 잡아온 올챙이를
욕조에 풀어놓았던 고집스런 그 날의 녀석
녀석은 필시 소풍가기 전 날 밤의 설레임으로 잠을 설쳤을 것이다
급기야 새벽녘에 올챙이가 걱정되어 뜨거운 물을 틀어 놓아
개구리가 되기도 전에 허연 배 둥둥 뜨게했던 잔인한 녀석
펄펄끓는 욕조물을 틀기 전 그 녀석은
아마 실한 놈 몇 마리는 선별해서 친한 친구 몫으로 구분지었을 것이다.
부실하다 생각되어진 몇마리는 살찌운다고 김치찌게의 두부를 먹이려
간밤에 먹던 김치찌게에 잡아넣었을 것이고...
다음 날 그걸 알 턱이 없는 와이프는
이른 아침 욕실에서 허옇게 배를 뒤집어 죽어있는 올챙이에
외마디 비명을 질러 식구들을 깨웠고
돼지고기 올챙이 두부전골을 아침밥상에 올린 엽기 엄마로 만들었다.
꼬마의 알몸을 부벼대고 싶어 그 먼 위수지역을 이탈해가며
한걸음에 내달아 왔으나
녀석과의 목욕을 염원한 내 소망을 매정하게 외면한 녀석에게 가해진
아빠의 처절한 복수에 굵은 눈물방울을 뚝뚝 흘리던 미워할 수 없었던 녀석~~~
어깨에 올려놓고 부산을 걸었어도 힘들지 않았을 녀석~
이제 어느덧 아득한 옛날이 되어있었다.
녀석은 이미 잊은 일 일테고 나 역시 잊혀졌어야 하는 일임에도
나만 아직 한구석에 남아 가심이 이렇게 아리해지는 건
내가 늙은 것인지
아님 꼬마가 어른이 되어가는 것인지
담배연기 때문에 분간할 수가 없다~~~
새벽녘 녀석의 호주머니속 담배를 하나 훔쳐 피우며 주루룩 눈물이 났다.
첫댓글 반갑습니다 버시님
이야기 샘터방에 오심을 환영합니다
더구나 이렇게 귀한글까지 들고오셨네요
뭐지?뭐지 하면서 읽어내려가다가 맨마지막에 녀석의 주머니에서 훔쳐낸 담배에
나도모르게 소리내어 웃었네요
이쁘고 꼬물거리던 아이들은 어른이 다되었고
그들이 큰거에 비하면 우리는 더디 늙어가는거죠
다음 달 결혼을 앞두고 있으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버시 아 그러세요
축하할 일입니다
@메아리 가심 한구석이 허전해집니다
@버시 무슨 효도하는거지요
때가되어 가주는것이 효도입니다 며느리와 이쁘게 잘사는모습 보시면 뿌듯 하실겁니다
@버시 축하합니다
부럽구요~~
@메아리 우리 메알님도
다시한번 축하!!
@화이트1 ㅎㅎ아직도 많이 남았어요
짠해요
우리 부모의 마음은
다 같은가 봅니다
자식바라기~ㅎㅎ
돌아가신 울 아버지도 니런 맘이려니 생각하니 아련해집니다...
아들 군대보내놓고 눈물흘렸는데
장가보낼때 또 흘려야겠군요 ㅎ
축하드립니다~^^
품을 떠나보내 홀로 세워야 한다는게 아리기만 합니다
부모의 자식 다 똑 같읍니다.
이 녀석은 마냥 천진난만하기만 하네요 아직~
개구쟁이 아드님 추억가득 남겨놓고
어느새 홀로서기하나보네요
엄마나 아빠나 결혼앞둔자식앞엔 모두 같은
맘인거 같아요
찐한 그리움으로 남겨놓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