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추 / 이화우
쉽게
넘길 수도 그렇다고
뱉지도 못해
잘근잘근, 망설이다
또 무얼 씹고 있나
한가득
남은 기도를
놓지 못한 손처럼
북성포구 / 이화우
말라가는 것들을 적시는 물의 끝점
이리저리 엇갈리다 흘러든 부유물이
떨어진 무게의 기억을 지형도에 옮긴다
가닥을 찾아나선 서낭당 바람인가
발을 들고 귀를 내민 헐렁한 공터에서
찾아온 일몰을 베는 칼끝 같은 셔터 소리
집요한 싸락눈이 파시의 노크처럼
세상의 얼룩과 기척을 흔들 때
얇아진 프린트 속에는 그림자만 출력된다
이후라는 것은 / 이화우
퇴근한 빈 작업장에 벌레들이 들어온다
햇살 나고 미물들을 흔들어 쓸어낸다
노숙은 너무 슬퍼서 이슬 근처 놓아둔다
그해 여름이리라 발꿈치를 볼라치면
그애는 속수무책 안달을 넘어서고
끝 돌다 맴맴 서걱이다 주저앉은 허기였나
재촉하는 계절 앞에 애도는 꺾어진다
하릴없이 미어지고 휘어지는 등허리에
적막을 안은 것처럼 바람기가 파고든다
ㅡ 시집 『먹물을 받아내는 화선지처럼』 가히. 2024
카페 게시글
시조 감상
반추/ 북성포구/ 이후라는 것은 // 이화우
정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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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23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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