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베네딕도회 고유 전례력에서 베네딕도 성인에 관련된 축일은 3월 21일과 7월 11일 두 개가 있지요. 3월 21일을 "사부 성 베네딕도 별세 축일"이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7월 11일을 "유럽의 수호자, 사부 성 베네딕도 대축일"이라는 이름으로 경축하고 있답니다. 물론 로마 전례력에서는 7월 11일 하나밖에는 없지요.
베네딕도 성인처럼 겸손한 분이 어떻게 축일을 두 개나 가지고 계실까요? 뭔가 베네딕도 성인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요. 의문이 아닐 수 없지요. 그런데 이렇게 축일이 두 개인 까닭은 베네딕도 성인이 원해서 생긴 것이 아니라, 역사적 까닭이 있답니다.
성 그레고리오 교종님이 쓴 '대화집 2권'에 따르면 베네딕도 성인은 돌아가실 때 성당에서 성체를 영한 후 두 손을 하늘로 쳐든 채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제자들은 그분을 누이 동생인 스콜라스티카 성녀 곁에 묻었지요. 이날이 베네딕도 성인의 천상 탄일(Dies natalis)인데 3월 21일로 알려져 있지요. 그래서 베네딕도 성인의 원래 축일은 돌아가신 날인 바로 3월 21일 단 하나밖에는 없었지요.
그런데 베네딕도 성인이 돌아가신 지 얼마 안되어 몬떼 까시노 수도원은 여러 야만인들한테 파괴되고마는 운명에 처했고, 당연히 베네딕도 성인의 무덤 역시 황페화되고 말았답니다. 7세기쯤에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프랑스 플류리-쉬르-루아르(Fleury-Sur-Loire) 수도원의 아빠스가 수도자들에게 명하여 베네딕도 성인과 스콜라스티카 성녀의 시신을 프랑스로 모셔오게 했지요. 몬떼 까시노 수도원에서 프랑스로 성인의 유해가 이전 된 날이 바로 7월 11일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7월 11일 이 축일을 원래는 "베네딕도 이전" (translatio) 축일이라고 불렀답니다.
그런데 베네딕도 성인께서 돌아가신 날인 3월 21일 별세 축일은 항상 사순 시기 한 가운데에 오기 때문에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은 이 축일을 기쁘게 지낼 수가 없었답니다. 그래서 성인 유해가 이전된 날인 7월 11일을 "베네딕도 대축일"로 더 크게 지내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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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것은 이형우 역주, "성 베네딕도 수도 규칙" -교부총서 5 (분도출판사, 1991) 18-20쪽 해제 부분을 참조 하세요
글쓴이 : 인 끌레멘스 신부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