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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아파트 / 두 남자 1
https://youtu.be/ZtcM3KhgF-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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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방에서 담배 좀 피우지 말어. 그리고 니 방 청소 좀 해 놓구. "
새벽시간 출근길에 봇대는 작은 방에서 아직 늘어지게 자고 있는 남보에게 잔소리를 퍼부었다.
거실 바닥엔 밤새 축구 중계를 보면서 피워댄 담배꽁초와 소주병과 번데기 깡통이 뒹굴고 있었다. 봇대는 엉망인 방바닥을 대충 치워 놓고 집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 오는 중에도 영 기분은 좋지 않았다.
먼지로 얼룩덜룩한 모닝의 시동을 걸었다.
차안에는 배어있는 비린내가 하루의 시작을 알리듯이 코 끝으로 몰려 왔다.
창문을 내렸다 .
" 에이 ~ 씨발 놈 "
새벽부터 짜증이 일었지만 걸쭉한 욕 한마디로 시원스레 뱉어버리고, 어둠이 가득한 새벽길을 가르며 일터로 향하였다.
새벽길은 늘 가슴을 설레게 하였다
텅텅 비어있는 도로를 냅다 쏘는 맛은 비록 오래된 경차지만 늘 상쾌하게 하루를 열어주는 상쾌한 질주였다.
그 순간만은 어떤 상념이라도 침범할 수 없었다 .
얼마나 세월이 흘렀는지 모른다.
예전에는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수산 시장에서 제법 큰 도매상을 운영하던 그였다.
밤이면 출근을 하고 해가 중천에 떠야 퇴근을 하던 올빼미 장사꾼이었던 그는, 어린 시절부터 어물전에서 잔뼈가 굵었다.
비린내 풍기는 거친 삶의 터전, 그 어물전은 오랜동안 그를 살아가게 하던 삶의 터전이었다.
일반 사람들에 비해서 밤과 낮이 뒤바뀐 생활이지만 이른 나이에 노점 배달꾼으로 시작해 작은 매장을 거쳐 몇 백억을 만질만큼 덩치가 큰 도매상으로 키울만큼 성실하였다.
사장. 사장님 소리를 들을 때쯤 그도 서른 중반을 훌쩍 넘기고서 결혼을 하게 되었다 .
신부 되는 여자는 야채 도매동의 도매상집 딸이었는데 꾸며놓으면 제법 여자 티가 나는 인물이었다.
깨가 쏟아진다는 신혼초에도 부부가 함께 장사를 나섰고 또 열심히 돈도 벌어 시장에서 가까운 곳에 45평짜리 아파트도 장만하였다.
물론 그 사이 아들과 딸이 하나씩 사이좋게 생겼다.
고향의 노모와 동생도 있었지만 노모를 모시려해도 평생 흙밥 먹고 살았는데 이제 무슨 영달을 보느냐고 노모는 손사래를 치셨다.
몇 해 후, 아내는 아이들 뒷바라지를 하느라 시장은 발길을 끊었고, 봇대 혼자 조카 하나와 일꾼들 몇을 데리고 가게를 꾸려나갔다.
남들은 퇴근하면 " 아빠 . 아빠 ~ " 하고 달려드는 아이들의 응석도 봇대는 별로 받아 본적이 없을만큼 함께 지내는 시간이 적었지만 아이들 만큼은 끔직히 챙기는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아버지였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사랑은 커녕, 일찍 세상을 등진 아버지의 얼굴조차 기억 못하는 그에게
아버지로서 권위 보다는, 의무를 다하는 것이 오로지 가장이 해야 할 일이라 믿었다.
그렇게 바람없이 지나던 가을 곳간 같은 그의 가정과 삶이 송두리째 뿌리가 뽑히는 사건이 일어났다.
생각하기도 싫고 영원히 잊혀질 수만 있으면, 아니 시계를 되돌려 그 일이 없었으면 좋을 그 사건은 사소한 일상에서 시작되었다.
" 여보 . 이번 일요일 내 생일인데 친구들하고 밥 먹을까 하는데 당신도 잠깐 오면 안돼?"
" 바빠서 안돼 . 추석 대목도 준비해야지 "
" 다른 애들은 모두 신랑들하고 온다는데 "
" 생선 비린내 풀풀 풍기면서 거기 왜 가냐.
재미있게 놀다 오구. 아이들은 ?"
" 지네들끼리 집에서 놀겠대 "
벌써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부모의 품안을 벗어나려는 나이때라 그녀는 정말 오랫만에 홀가분히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가정주부로써 가장 한가해질 수있는 시기였고 자유를 만끽해보고 싶은 시기이기도 했다 .
그일이 있은후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아내는 조금씩 변하였다.
그러나 시나브로 바뀌는 아내의 변화를 봇대는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다
언제나 허름한 평상복과 민낯의 아내는 언제부터인지 화장을 하는 일이 잦아졌다거나 옷매무새가 화려하게 달라져 간다는 것을 조차 느끼지 못했다.
낮에 퇴근을 하다보면 가끔 짙은 화장을 하고 있는 아내를 보고는 여자니까 그러려니 하면서 옷이라도 사입으라고 용돈을 건네 주기도 하였다
부부의 잠자리는 보수적이어서 짙은 애정표현이나 야한 기교의 밤일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녀 또한 나이 쉰이 가까운 나이의 평범한 주부처럼 가슴이나 아랫배의 나잇살도 늘어가고, 낮에 돌아온 남편에게서 어떤 성적매력도 느끼지 않는 여늬 가정주부와 비슷했다.
봇대 또한 성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곰살맞은 애정표현조차도 보여주지 못하는 남자였다.
야한비데오 테이프를 빌려보던 신혼초에도
실습처럼 따라한다든지 하는 일은 상상 조차 못했다
" 함 하까 ?"
말없이 따라 들어온 아내와의 사랑은 그저 삭막한 사막처럼 무미건조 하였다.
그러던 부부의 변화는 한쪽부터 시작되었고 알게모르게 가정의 평화는 허물어지기 시작하였다
사막같던 부부관계 마저도 아내는 어느 날부터 거부를 하기 시작하였다.
" 몸이 너무 찌부둥해. 나 밤에 찜질방이나 다녀올까봐 "
어떤 때는 마지못해 응해 주는 모습이 짜증이 섞이거나 예전과는 다른 딱딱한 느낌에
돗대는 아내가 건강이 안좋은가 보다 생각했을뿐이다.
짙은 성행위까지는 아니어도 슬며시 스치는 손길까지도 움찔 놀라는 아내의 모습이 편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내와의 사랑에 어떤 금이 갔다거나 하는 일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 피곤한 몸으로 귀가를 하였을때 마침 그녀의 올케 되는 여자가 집에 와 있었다.
봇대가 들어가자 그들은 입을 맞춘듯 조용하였다.
" 아 . 처남댁이 웬일로 ? 점심은 드셨어요 ?"
두 여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표정이 굳어있었다.
" 아니예요 . 애들 문제로 뭘 좀 물어보려 왔어요. "
" 나 갈께.... "
처남댁은 서둘러 자리를 떴다.
" 별것도 아닌 일 가지고 호들갑이야 "
아내는 봇대에게 들으란듯이 혼잣말을 하였다
" 뭔데 ?"
" 별일 아니예요. 몰라도 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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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알게 되었지만 처남댁이 찾아온 이유는 그녀가 다른 남자와 아내의 부정을 알고, 일탈의 함정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한것이다
여자가 다른 남자의 맛을 알면 자식의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하였다.
그해 가을 . 철도 모르게 몰아 닥친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때였다
봇대는 반입물량도 없고 너무 몸이 찌푸둥해서 조카에게 가게를 맡기고 이른 시간에 집으로 향하였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집안은 조용한 가운데 안방에서 이상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음탕한 욕설과 신음이 섞인 숨가쁜 소리.
서로가 죽어가는 소리를 교환하는 남녀의 음성이 어우러지고 있었다
슬며시 방문을 열었다.
" 아 씨발놈. 나, 죽어. 그만그만 "
" 어때 ? 이년아 ! 좋아 ?"
" 나 미칠 것 같애 . 더 해 줘 새끼야.찢어버려 ~ 헉헉헉 "
일상에서 도저히 들을 수 없는 소리였다
그러나 남녀는 문이 열었는지도 모르고 갖은 괴성을 질러대며 붙어있었다
컴컴하게 커텐을 내린 방안엔 비릿하고 끈적한 공기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
" 뭐야 !"
봇대의 외침에 두 남녀는 놀라 떨어졌다
불을 킨 방안의 침대위에는 그런 난장판이 없었다
봇대의 눈이 순간적으로 허옇게 뒤집혀졌다.
방안의 광경도 순간 하얗게 멈추어 버렸다.
숨도 쉴 수 없었다.
< 눈이 뒤집혀 진다 >
그의 눈에는 퍼런 섬광이 일었다
순간 봇대는 화장대위의 놋쇠 장식품을 들어 두 년놈을 향해 힘껏 던졌다.
그때에 이성의 힘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 했었다.
" 퍽 "
남자의 머리통에 제대로 꽂혔다.
원앙 두마리가 포옹을 하는 형상의 놋쇠 장식품은 남자 머리통을 제대로 때리고 뻘건 핏줄기를 분수처럼 뽑아내게 하고 뒹굴었다
" 악 ! "
" 아 ~~ "
남자의 비명과 여자의 찢어지는 비명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변함없는 사랑을 상징하는 원앙청동장식은 가장 버림받은 사랑처럼 구석으로 처박혔다.
눈이 허옇게 뒤집어진 봇대는 주방으로 가서 식칼을 뽑아 들었다
" 여보! 잘못했어 ! 여보 . 찬수아빠 !!"
벗은 몸을 가리지도 못하고 두손을 모아 싹싹 비는 여자앞에 봇대의 이성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날이 선 식칼은 허공을 찢으며 날아갔다.
피범벅으로 변한 침대에서 나체의 두 남녀가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 신음소리는 바로 직전 그들이 쏟아내던 쾌락의 신음과는 전혀 질감이 다른 소리였다.
아내의 생일날 몇몇이 저녁을 먹고 나이트를 갔다가 남자들과 어울리고 그날 그녀는 처음으로 느껴보는 최고의 쾌락의 맛을 보게 되었다.
처음엔 부끄러움과 자책감으로 후회하고 거부하였지만 익을대로 익은 여인의 몸은 자꾸 그날의 황홀했던 남자의 강한 손길과 부드러운 숨결을 잊을 수가 없었다
남편에게서 느낄 수 없는 절정의 순간들 .
몇시간이나 자기를 까무라치게 하는 이상한 힘.
그만하고 싶어도 끝없이 이어지는 열락의 연속.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신비스런 몸의 반응에서 여자는 빠져나올 수 없었다.
여자 다루는 방법에 능숙한 남자는 결국 그녀를 꼬여내 파멸의 막다른 구렁텅이로 밀어 넣어 버리고 말았다.
그러면서 남자가 손을 벌리기 전에 먼저 지갑을 여는 여인 . 여자는 그것이 사랑인줄 알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두 남녀는 목숨을 구하고 봇대는 구치소에서 한 두달의 생활을 하였다
사건의 발단에서 오는 우발적인 사건이며 그 동안 흠잡을 것없이 살아온 봇대의 성실함. 그리고 지방에 살고있던 동생이 이리뛰고 저리뛰며 수발을하고, 능력있는 변호사를 구한 덕분에 집행유예 2 년의 형을 받고 풀려 나왔다.
집안은 엉망이었다.
아이들은 처가에서 지내고 있었고 아내였던 여자는 거의 반병신이 되어있었다.
" 매제 . 내가 죽을 죄를 지었네. "
처남은 동생의 잘못을 자기 탓이라고 봇대 앞에 무릎을 꿇었다.
" 아니우. 내가 가정을 살피지 못한 탓이우.
찬수 엄마가 뭔 죄우 !"
처남댁은 어떻게라도 다시 합쳐주길 바라는 눈치였다.
" 아니요. 내가 저 여자를 용서해도 다시 함께 살 수는 없을거요 "
" 아이들 생각도 해야지 ."
" 그것이 마음 아프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아니겠습니까!"
아내였던 여자는 봇대 앞에 쪼그려 무릎을 꿇고 통곡을 해 대었다.
" 찬수 아빠 . 내가 눈이 뒤집혀졌나봐요 "
그러나 봇대는 그녀의 얼굴을 차갑게 외면 하였다.
증오나 분노도 이미 그에게서는 아무것도 사라져있었다.
짙은 허무만 남아 있었다
봇대는 아파트의 등기를 아이들 앞으로 해놓고 가게와 은행의 저금등을 정리하여 여자에게 넘겨 주었다.
" 이건 그동안 살아왔던 인연으로 주는 것이오. 아이들 키우는데 애비 보다는 엄마손이 더 필요할것 같아 아이들도 맡기니 잘 키워주길 바래요. 아이들 마음의 상처도 잘 달래주길 바라고 모든 잘못은 내게로 돌리시오.
우리 인연은 여기서 끝냅시다."
돌아서 나오는 길에 그는 어떤 미련이나 회한도 남아 있지 않음을 느꼈다.
그리고 함께 고생했던 조카에게는 소매 노점자리를 하나 주선해주고 그가 지금껏 이어온 거래처를 찾아 일일이 소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
살아있는 날의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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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대는 이곳에 남아있는 자신의 흔적들을 지워버리고 노모에게로 내려갔다 .
노모는 왜 아이들하고 안 내려왔느냐고
섭섭한 모습이 역력했다.
주름과 검버섯으로 가득한 어머니의 얼굴을 보자 봇대는 왈칵 슬픔이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눈물을 보일 수 없기에 가만히 노모를 껴안아 주는 것으로 자신의 아픔을 감춰야만 했다 .
엄마는 세상 어느 자식들에게 영원한 영혼의 안식처이다
애비없는 후레자식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게 하려고 아들들에게 엄격하였던 모친.
어디에서나 당당해야 한다고 먹을 것 입을 것 아껴가며 악착같이 일을 해도, 모두 자신과 아우를 위하여 쏟아 부었다
그렇게 자식만을 위하여 살았던 모친이었다
치매끼를 보이는 노모는 거동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마른 삭정이처럼 몸은 새털처럼 가벼웠다.
노모는 그간의 사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젊어 과부가 되어 아들 둘 잘되기만 바라시며 뒷바라지 해주신 노모를 생각하면 눈물만 나올 뿐이었다.
이미 이곳에 올때는 마음의 정리가 되었다. 그러나 부모를 앞서야 한다는 사실이ㅣ 어머니께 죄송스러울 뿐이었다
그동안 고생한 동생을 불러 어머니 편히 모시라고 따로 모아 둔 그의 재산을 모두 건네었다.
며칠 동안의 고향마을에서의 생활은 그에게 말할 수 없는 위로를 주었다.
어두운 밤하늘 .
별들이 휘황찬란하게 쏟아지는 밤바다는 변한것이 없었다
지난 시간이 꿈만 같았다
고향을 떠나던 날의 하늘도 이와 같았으리라
가만히 아버지를 그려 보았다.
아버지의 얼굴은 기억에도 남아있지 않다
자신이 세 살 때 , 동생이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 아버지는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이제 그리운 아버지에게로 가야할 것 같았다
얼마나 그리웠던 아버지인가 ?
속으로 외쳐 부르며 눈물 흘렸던 날의 서러움도 이제는 기억 저편에서 별빛처럼 사라질 것이다.
아버지 .....
그러나 , 자신의 아이들 생각에 미치자 그 괴로움은 더 타들어 갈 뿐이었다
살인자나 다름없었던 자신의 부족했던 일들과 제대로 사랑하지 못했던 그래서 깨어진 가정의 평화가 모두 자신의 탓이었다 생각했다.
깨끗이 사라진다면 어쩌면 자신의 잘못이 지눠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소주 몇 병을 들고 뻘밭이 펼쳐진 바닷가로 나갔다.
어린 시절부터 능숙했던 해루질 솜씨로 군데 군데 붙어있는 석화 몇 개와 마침 구멍속으로 들어가던 낙지 한 마리를 잡아 안주 삼아 파란 병들을 하나 하나 비워갔다.
" 실패한 삶 " 이라는 자책감에 모든 것이 끝났다 생각했다.
다시 일어 설 자신이 없었다
한 모금씩 쌉쌀한 액체가 목을 타고 들어가 스물스물 간지럽히며 온몸의 작은 세포까지 파고 들어가 그의 피를 싸늘하게 식히고 있었다.
바다 저 건너에는 붉은 노을이 물들고 있었다
금빛 가루가 잔 파도에 반짝거리고 있었다
눈물은 파도가 되어 밀려오고 가물거리는 별 하나가 어둠을 거스르며 떠 오르고 있었다.
~ 샤르륵 샤르륵 ~
바닷물이 밀려 들어오고 그의 몸도 물결따라
떠밀리고 있었다
손가락 사이로 파고드는 물결의 달콤함.
귓전을 간지럽히며 소근거리는 파도의 은밀한 목소리. 따듯한 바닷물은그의 몸을 부드럽게 감싸고 마치 어미의 자궁처럼 평안하였다.
하늘도 그를 반기고 아버지가 손짓을 하고 있었다.
" 형님 , 이제 정신이 나세요! "
그가 눈을 떴을때 아우의 얼굴이 보였다.
하루 종일 보이지 않는 제 형를 찾다가 깜깜한 바다에서 파도에 밀려가는 형을 구해낸 것이다.
죽기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모친은 그의 옷자락을 잡고 통곡하고 있었다
본능처럼 그녀의 감각은 되살아 났다
때로는 어미의 본능은 짐승의 본능과도 같다.
아들이 왜 세상을 버리려 하는지는 모른다
다만 어미 앞의 놓인 아들의 처절한 아픔 앞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간절한 통곡 뿐인지도 모른다.
한 달이 넘도록 폐인처럼 술에 빠져 있었다
그런 봇대의 곁에는 노모가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치매 조차도 이겨내는 어미의 본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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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대는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동네로 터를 잡았다.
그 옛날 서울로 올라 올때와는 전혀 다른 출발이었다
공사판을 전전하기도 했으나 그에게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다.
결국 배운짓이 도둑질이라고 오랜 지인의 소개로 그가 살던 곳과는 멀리 떨어진 수도권의 작은 수산시장의 배달꾼으로 취업을 하였다
새벽이면 시장으로 출근을 하고 해가 저물면 돌아오는, 하루하루가 판에 찍은 일상이었다.
휴일에도 일부러 시장통에서 이웃 가게의 장사일을 거들거나, 하는 일이 없어도 시장판을 어슬렁거리다 돌아오고는 하였다
그러다 비슷한 배달꾼 젊은 동생을 따라 피시방이란 곳을 찾게 되었다
그곳에서 우연히 홀로 된 사람들이 모이는 '싱글카페' 라는 곳을 알게 되었고, 얼떨결에 처음으로 번개라는 모임에 참석을 하였다.
실로 놀라웠다
" 아니 이 많은 사람들이 돌싱이거나 사별을 한 사람들이란 말인가 ? "
별로 좋아하지는 않아도 오랫만에 고기 익는 냄새가 좋았다.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있는 그에게
모르는 남자가 술 한잔을 권한다.
" 형씨는 닉이 어떻게 되우? 나이도 비슷한것 같은데 "
" 네 ?"
" 이름 말이우 . 여기서 부르는 이름. "
" 박 영길입니다 "
그는 대명의 의미를 몰라서 자신의 본명을 올렸었다 .
" 여기선 자기 이름대신 별명을 하나씩 바꿔 쓴다오 "
" 저기 보세요 . 저 잘 생기고 여자들이 줄줄 따르는 저 친구가 채수란 친구고 . 여자 꼬시려고 수작부리는 저 친구가 오분전 ... 남자나 여자나 별명 하나씩 있지요 ."
" 아, 그렇군요 "
" 형씨는 키도 크고 늘씬하니까 전봇대. 아예 그냥 줄여서 봇대라고 하시우 크크크 "
봇대는 그와 죽이 맞아 둘이 술잔을 계속 주고 받았다.
그의 이름은 노 희웅 . 닉은 남보였다
둘은 나이도 같은 해에 태어났다. 덕분에 의기 투합한 둘은 서로 말을 텄다.
" 여기 계집애 꼬시러 오는 놈들 ? 다 헛짓꺼리야. 나야 그냥 돈 삼 사 만원에 맘껏 고기먹고 술마시고 끝나면 노래방에서 방방 뛰다가 놀다 가는거지 . 요즘 세상에 어디 돈 삼만원에 그렇게 먹고 놀 수 있나 !."
" 여자를 꼬시러 온다구 ?"
" 응 . 봇대야 . 여기 다 짝없는 기러기들이야. 그러니 누가 임자가 되도 할말은 없지만 그게 쉬운게 아니야 .임자 되는거 . 낄낄낄 "
둘은 오랜 친구처럼 흉금없이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대체적으로 번개라는 모임은 일종의 자기를 포장하고 과시하고 팔리기를 바라는 벼룩시장 같은 곳이다.
" 조금 더 이쁘게 보이고 우월하게 보이려고 애쓰는 애들 봐봐 !!"
" 재봐 봐봐 . 별것도 아닌게 지가 공주인줄 아는지 . 재수없어 낄낄낄 "
남보는 술이 올랐는지 말이 많아졌다.
같이 술은 마시지만 조금 이상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무언가 말하고 싶고 자랑하고 싶어하는 것은 지금 나 외로워요 관심받고 싶어요. 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녀석은 지금의 마음 상태가 무언가 떠들고 호소하고 외치지 않으면 미칠것만 같은 것이다.
노래방의 광란이 끝난 후 모임의 멤버들은 뿔뿔이 흩어져 제 갈길로 흩어졌다
" 한 잔 더 할래 ?"
내일은 쉬는 날이라 봇대는 호기롭게 물었다.
" 나 돈 없다 . 니가 살래 ?"
봇대는 픽 웃었다.
" 가자 "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많은 자가 甲이 되는 사회이다 . 웃기지도 않게 술값 내는
놈의 발언권이 강하다.
혹시 그 녀석의 발언이 이치에 맞지 않아도 들어주는 척 한다.
배알이 꼴려도 치사해도 그저 개새끼 한마리 짖어대나보다 하면서 乙은 즐겁게 자기가 즐길 수 있는 것은 즐긴다 .
그래서 그런 甲은 가끔 호구가 되기도 한다
봇대는 녀석을 네온이 번쩍거리는 술집으로 데려갔다.
봇대도 이런 술집을 가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썩 좋아하지는 않았다.
계단을 내려가는 녀석의 눈이 커졌다.
설마 저 새끼가 술 먹고 튀는건 아니겠지 하는 의심과 얼마만에 젊은 여자애들 분냄새를 맡아보나 기대하는 마음 반반이었다.
역시 乙은 을이었다.
봇대는 녀석을 파악할 수 있었다.
말은 상상하는대로 떠들어대며 세상 지존인것 처럼 굴어도 속으로는 한없이 여리고 갓 자란 미나리처럼 쉽게 꺽이는 존재였다.
여자를 옆에 붙혀주고 술을 마셔도 녀석은
전혀 그런 곳의 분위기를 만들거나 빠져들지 못했다.
둘은 양주 한 병을 비우고 나왔다.
봇대는 녀석의 전화에 자기의 전화번호를 찍어 줬다
" 일 할데 없으면 연락해라 "
봇대의 성실함은 그곳에서도 여전했다.
성실의 댓가는 그에게 지금 살고 있는 싱글 아파트에 전세를 얻어 들어 갈 수 있었다.
옛날의 집에 비하면 좁아진 새둥지 같았지만
홀로 살아가기에는 모자람은 없었다.
퇴근 할 때 떠온 생선회로 소주 한 병을 비우면서 카페의 글을 보고 같은 아픔을 앓고 있는 이들을 생각했다.
제각기 사연이 숨겨져 밤마다 아파하는 사람들. 그래도 희망이라는 별을 찾고
사람과 호흡하는 신비로운 공간이라는 것을 배워 나갔다.
언젠가 쪽지에 " 봇대님의 이상형은 어떤 사람 ? " 이라는 쪽지가 왔다.
며칠을 생각하다 "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 라고 답장을 보냈다.
그 여자는 다시 쪽지를 보내지 않았다.
봇대에게 사랑이라는 이성과의 감정은 언제부터 거세되어 있었다.
지난 날의 자신의 잘못 때문에 누군가를 사랑한다거나 관심을 보이거나 하는 일이
죄를 짓는 것 같았다.
스스로 자신을 버리고 있었다 . 그렇게해야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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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봇대야 . 올때 매운탕꺼리 좀 가져와라
어젯밤 술이 안 풀리네. 알았지 ?"
퇴근 무렵에 남보 녀석이 넉살좋은 목소리가 전화기 저편에서 울렸다
봇대는 작은 참돔 한마리와 야채 몇가지를 사서 차에 실었다.
아침의 언짢았던 기분은 깨끗이 지워버렸다
집안은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 있었고, 남보도 샤워를 했는지 평소의 모습과는 달리 말끔하게 처려 입었다.
" 짜식. 진즉 이렇게 깨끗하게 하면 누가 뭐라냐 ?"
생선 봉투를 받아든 남보는 냄비에 생선을 넣고 끓이기 시작했다. 어느새 밥까지 해 놓았는지 싱크대 위엔 다른 반찬이며 사탕이며 과자 봉지들이 놓여 있었다
" 봇대야.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냐 ?"
" 뭔 날이냐 ?"
녀석은 낄낄 거려며 새끼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 응 ? "
" 오늘 마누라하고 아들 녀석이 손 잡고 오는 날이다 "
봇대는 그 뜻을 모르고 있었다.
집에서 잠시 나가있어야 할 것 같았다.
" 어 그래 ?. 그럼 나가 있다올께 ...."
" 짜식. 기다려 "
남보는 말을 막았다.
처음 남보를 만나던 날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고 헤어졌지만 서로 전화를 하기에는 아직 서먹한 사이였다.
봇대도 시끌법썩한 모임의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탓에 카페에 올라오는 글이나 읽고 삼행시나 긁적이며 댓글이나 주고 받았다.
특히 '항아'라는 여자나 몇몇 여자의 삶의 이야기같은 수필이 좋았다.
'은실'인지 '몽실'인지 하는 여자는 꼭 한번 보고 싶기도 했다.
때론 개성강한 '오동광' 이나 ' 돈키' 의 글도 대리만족을 느끼거나 가슴을 때릴만큼 시원스로워 꼭꼭 댓글을 올렸다.
그 시간만큼은 마음이 편했다. 그들은 그들 나름 아픔을 감추고 있었고 . 또한 그들도 이곳에서 위로를 받는다.
그러나 봇대는 항상 조심스럽다. 어떤 이유에서건 상처가 될 글은 올리지 않았다
위로의 시간, 치유의 장소에서 시덥지 않은 농담이나 자기 위주의 생각으로 다른이의 자존심과 위신을 깍을 일은 없었다
🍀
" 오늘이 집사람하고 아들 제삿날이야 "
" 응 ? "
이제야 그런 말을 하는 남보가 못마땅했다.
" 야. 왜 그런 말을 갑자기 ~"
" 마누라가 생선 매운탕을 아주 좋아했어 "
녀석은 대파며 쑥갓을 씻어 채반에 올렸다
나는 녀석이 하는 행동에 어이가 없었지만
여지껏 보아왔던 행동과는 다른 모습이 경이롭게만 느껴졌다.
녀석의 그동안 꽁꽁 담아 두었던 과거사가 궁금해졌다.
" 야 . 제수씨 좋아하던 술은 뭐냐 ?"
" 파핫 ! 제수씨라 ?"
" 그럼 제수씨지 "
" 그래도 귀신이 먼저 됐으니 형수님이지"
" 어허 ~ 장유유서가 물구나무를 서도 한번 동생은 동생이여 "
어느새 해는 떨어지고 사위는 어둠으로 덮혀가고 있었다.
좁은 거실에 제사상을 차렸다.
언제 만들었는지 나물과 돼지고기며 사온 전이며 제사 음식을 올려 놓았다.
녀석은 지갑에서 사진 한장을 꺼냈다.
빛깔이 발하고 가장자리가 닳은 사진을 상 가운데 붙혔다.
봇대는 향과 초에 불을 붙혔다.
남보는 술을 따르고 그의 아내에게 절을 했다.
봇대는 다시 술을 한 잔 따랐다.
" 아들 하고도 인사를 해야지 "
녀석은 따로 마련해둔 과자와 사탕을 제삿상에 올렸다.
그리고 절을 하였다.
한참 동안 일어 날 줄을 몰랐다
남보의 어깨가 심하게 흔들렸다
" 끄~ 끄 ~ 끄으~~~끄어어억 "
참을 수 없는 그리움과 회한이 그의 깊은 곳에서 끓어 올라오고 있었다
소리를 죽이고 오열하는 그의 뒷 모습을 보고
봇대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
지금쯤 대학을 다니고 있을 아이들이 떠올랐다
#. 재작년 글빨 예리하던 시기에 이틀만에 긁어댄 이야기 입니다.
먼저 구독하신 분들께는 " 사골 끓이냐 " 하시겠지만 요즘 용암이 슬슬 거품 물고 기나올 것 같은 분위기 입니다 ~
겨울쯤엔 산물이 나올것 같습니다
좋은 글 약속하며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
다음 주에 두번째 이야기
다듬어 올리겠습니다
첫댓글 열심히 읽었습니다--두번째 이야기 목 길게빼고 심각히 미간주름짓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당~~ 독자 1호--
미간 주름은 펴세요 ~ㅋㅋ
남자들 이야기에 어찌 관심이 ~^^
감사합니다-
주인공 봇대의 아픈 이야기에 슬퍼하다가 여자꼬시려고 수작부리는 오분전이 나와서 ㅍㅎㅎ웃어버렸지 뭡니까?
아 그런데 돗데 인지? 봇데 인지? 확인 부탁드려요.
잼나게 읽었어요.
봇대 입니다
전봇대 ~에서 길다고 전 짜 빼고 ㅎㅎ 봇대
@오분전 글에서는 돗대였다가 또 봇대였다가 왔다갔다합니디요.
@리진 그래요 ! 다시 ....ㅋㅋ
고맙습니다 ~
수정하러 갑니다 ^^
눈 아포 ~ㅠㅠㅋ
잘 되야 할텐데~ ㅎ
년말까지 83일 남았다!
ㅇㅇ ~ ^^*
푹 쉬셨누 ?
매운탕에 막걸리는 어땠는공 ?
ㅎㅎㅎ~
@오분전
딸이 비빔밥을 사줘서
매운탕은 내일 끓여야지
비도 온다는데 잘된거지
낮술이나 한번 해볼까 ㅎ
@호 태 ㅋㅋㅋ 좋은 말씀이여 ~
운동도 하며 살아 갑시다
배 부분이 옵사이드에 걸려..
거시기가 옵사이드면 괜찮은데 ㅋㅋ
@오분전
내일은 빡시게 한시간! ㅋ
@호 태 매일 그렇게 해야겠다
사진 보니 안되겠다 ~^^*
열심히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살아왔기 때문에 서로를 알아본 모양 입니다
진지하게
집중해서 빠져들어 읽었어요
뒷편 기다립니다
글쟁이 확실 하시네요
부족하고 흔해빠진 이야기에
정성스럽게 댓글 올려 주셔서 감사드릴뿐입니다
^^*
더 정진하겠습니다 ~
따듯한 밤 되소서 ~
봇대 어머니의 본능적인 사랑...
조창인님의 등대지기 소설이 생각 납니다.
주인공 재우 어머니의 위대한 사랑 말입니다.
연휴 마지막 날을 맞이하는 깊은 밤
봇대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건필하십시오~~
감사합니다
한몸 같은 동서분을 두신 천상의 선물을 받으신 둘시네아님 ~^^*
빗소리가 포근하게 감싸는 휴일의 밤 되소서
아고오 심하다
'찢어버려 ~ 헉헉헉 ' ~~~
동키랑 몽실이도 보이니
가상인지 현실인지 헷갈리고
2편은 봇대도 돈키도 싱글 면천케그려주세요
어헛 ~
밝히기는 ~ ㅉㅉㅉ
그 옛날 청계천에서 ㄲ ㄷ ㅈ 가 베스트셀러~
ㅋㅋㅋ
ㅎㅎ
역시 멋진 소설
대담하고 질퍽한 애정행각도 들어 있어
재미있네요
봇대와 남보의 동거라
사연없는 무덤 없다더만
두 남자의 삶이 참 서글프네요
다음을 기다리며
오분전님
건강 챙기소서
그래야 재밌는 소설 열심히 쓰시지요^^~
서글플 것도 없어요
우리들도 인생에 몇 번의 위기가 오잖아요.
길게 썰 풀었다가 털릴까봐 줄였어요 ㅋㅋㅋ
그래요 .
재미로 쓰는 글에 심각해지면 진짜 글쟁이 될까 두려워요 ㅋㅋ
가을비는 떠나간 님이 그리워 흘리는 눈물 .
이런 날은 나물 앞에 놓고
쓴 소주나 한 잔 찌끄리는 날 !
따닷한 하루 되소서 ^^*~
시작하면 정신없이 빠져들고야 마는 오분전님의 명품 소설, 이번에는 다음편을 기다리는 기쁨까지 함께 하네요.잘 읽고 또 기다립니다.
글이 안되어 지나간 글만 곶감 빼먹듯 들쳐대고 있습니다 ~^^
이 가을엔 함께 울고 나만 웃는 글 한번 쓰고 싶습니다 ^^*
평안한 날 되소서 ~()
1부를 보니 최소한 5부작은 나오겠네요.
다음편이 기대됩니다..
흐흐흐 ~
도마에 올려놓고 4등분으로 짤라야겠습니다
비온뒤 님의 예측대로 해야할 것 같습니다 ~^^
편안한 저녁시간 되소서
또 읽었어요..밥 사세요 ㅋㅋ
아..참돔 한마리 들여놓고
대파 쑥갓얹어 어흑...매운탕 한 수꾸락
쏘주 한 잔 쫙 찌끄러트릴 수 있다면..
저 눈이 왜 일케 작나했더니
오라방이 가져갔구랴....미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