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맛으로도 즐기지만, 정으로 느끼는 맛은 더 크다고 느낍니다. 음식의 맛은 객관적이라 생각하지만, 상당히 주관적입니다. 어떤 이는 국수나 냉면의 가락을 끊으면 불경으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다른 이들은 맛있게 먹는데 국수 길이가 뭔 상관이냐고 얘기합니다. 어떤 이는 국에 밥을 말지만, 어떤 이는 밥 따로 국 따로를 즐깁니다. 많은 이들이 고기나 해물을 먹을 때 쌈을 싸지만, 저는 회나 고기는 고기대로 먹고, 상치나 깻잎, 고추, 마늘은 따로 먹습니다. 먹는 방법, 맛은 주관적인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음식의 맛에 ‘정’이라는 조미료가 추가되면 그 맛은 정점에 달합니다. 먹는 맛도 그러하지만, 먹는 중의 분위기, 이후의 정담도 그러합니다. 그래서 제 단골은 꽤 많지만, 특히 두 곳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한 곳은, 일주일에 한두 번 가는 아침밥 집, 어머니와 콩나물비빔밥을 주로 먹는 상인동 밥집입니다. 자주 가다 보니 단골들이 대충 보입니다. 해갈을 위해 막걸리나 맥주를 한 통 나눠 마시는 배드민턴 동호회원분들, 보훈병원 봉사 마치고 식사를 하시는 원호대상자 일곱 분, 김치콩나물해장국에 맥주 한 병 마시고 일어서시는 분, 늘 혼자 오셔서 황태구이정식을 드시는 분... 주인장께서 말씀하십니다. 우리 단골 중 두 팀이 참 마음에 와닿아 다른 손님께도 얘기하신다고... 뇌경색으로 거동이 불편하신 형님을 대명동까지 가서 모셔 와 점심을 매일 드시는 동생 얘기는 감동이었습니다. 다른 음식은 잘 못 드시는데 여기 콩나물국밥은 맛있게 잘 드신다네요. 다른 한 팀은 저와 어머니 얘기였습니다. 노모를 매주 모시고 밥 먹으러 오는 모자의 모습이 참 보기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살짝 부끄러워졌습니다. 형님은 한 번씩 내려오시면 어머니 밥을 해 드리는데 저는 사 먹으니, 이게 자랑할 일은 아닌데 싶어서요, 어찌 되었건, 그 식당의 시그니처가 되었다는 건 나쁜 일은 아닌 듯싶습니다.
그리고 다른 밥집은 여러 번 소개해 드렸던 왜관의 작은 중국집, 중화반점입니다. 최애 메뉴는 잡채밥이지만, 다른 이들이 시킨 음식 요리하는 게 있다면, 그걸 따라 시킵니다. 짜장면이 되었건, 울면, 짬뽕, 우동이 되었건 그냥. 미리 만들어 두지 않기에 아삭함이 살아 있는 채소류, 매일 새로 장을 보기에 신선하다는 오징어, 돼지고기의 식감, 요즘의 일반적 식감을 따라가지 않는 50년 전통의 고유한 맛이 제게는 최고이거든요. 거기다가, 출장 다니며 마시라고 매번 건네는 얼린 물 한 병의 서비스에는 정이 가득합니다. 제가 얘기에 끼진 않지만, 동네, 왜관읍 소식을 다 듣습니다. 축하하는 얘기, 걱정 담긴 소식 모두가 정이 담겨 있기에 제게는 참으로 정겹습니다. 그래서 음식 맛에 정의 맛이 더해져, 일주일에 한 번은 찾습니다. 출장 일정에 중화반점 들르는 시간 계획을 일부러 포함하여 잡습니다. 맛과 정을 함께 잡는, 가성비 훌륭한 가게니까요.
한가위 연휴를 맛있는, 고유의 음식 먹으며 친족과 보낸 시간이 벌써 그리워집니다. 맛과 정이 어우러졌기 때문이지요. 이런 느낌, 앞으로도 쭉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테지요...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면 매사에 행복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충고(모셔 온 글)=========
자리에서 일어나면
아침 햇빛에 감사하라.
당신이 가진 생명과 힘에 대해
당신이 먹는 음식
생활을 즐거움에 대해 감사하라.
만일 당신이
감사해야 할 아무런 이유를 알지 못하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당신 잘못이다.
-----테쿰세(쇼니족 인디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