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하면 전 이전에 읽었던 소설 '보물선' 속의 캐릭터였던 실버선장이 기억납니다. 사실 제 인생에 가장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주었던 인물 중에 하나이죠. 유럽식 화려한 복장을 한 채 머리엔 선장모자를 쓰고 외다리에 앵무새를 어깨에 얹은 카리스마 넘치는 실버선장, 그래서 해적하면 당연히 카리브해를 누비던 근세의 해적들만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사실 카리브해보다 더욱 해적이 극성을 부리던 곳은 남중국해와 그 이남의 말라카제도 일대입니다. 수많은 작은 섬들과 비교적 평이한 날씨, 국가들의 약한 통제력, 이상적인 해적행위 장소이지요. 그래서인지 아직도 이 지역은 해적행위가 심해 두달 전쯤에도 일본인들이 해적들에게 납치되 일본정부가 겨우 구해냈죠(부럽게 언제나 구해내고).
'해적의 역사'라는 책을 보다가 카페회원분들께 동양의 해적들에 대해서도 소개를 조금하고 싶어 몇명 적어볼까 합니다. 먼저 첫 주인공은 '정을'
정을은 1765년 한 중국 해적의 아들로 베트남에서 태어났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국의 기록상 이런 고작 해적 출신 자제가 역사에 기록될리 만무하지만 후일 서양측 배들이 워낙 혼쭐이 나서 그 쪽 기록에 남습니다. 정을의 아버지는 베트남 내전에 참전했지남 정을은 다른 계획을 가지고 광둥성으로 약간의 해적 선단을 이끌고 나갑니다.
이 때의 중국 배들은 일명 정크선으로 대충 첨부자료처럼 생겼는데 배의 갑판 지지대에 선미포로 주로 조그만 불량기포들이 붙어있어 배가 가까이 가면 일제히 소형포를 쏘고 적선에 뛰어들었습니다. 적선은 파괴하기 보단 노를 부수거나 돗을 찢어 포획하는 것을 선호했습니다. 당연하죠. 가라앉으면 완전 허사니까요.
어쨋든 우리 베트남계 중국인 출신의 정을은 광둥성에서 4년만에 대규목의 해적연합을 만들어 냅니다. 그 함대는 흑 백 적 청 황 녹 등의 색깔로 6개의 함대로 나누어집니다. 이 함대들은 자기의 활동영역을 나누어 서로 침범하지 않으면서 해안기지는 공동으로 이용하고 서로 공격당하면 돕기로 합니다. 정을 개인은 광동성주변에서 적색 해적함대를 이끌며 해적행위를 합니다. 해적연합은 처음엔 정크선 200척에서 점점 커졌다고 합니다.
1804년 정을은 포르투갈 식민도시인 마카오를 봉쇄합니다. 포루투갈 지원군이 도착하자 정을함대는 일단 피했지만 그 후로도 서양배들에 대한 공격은 이어집니다. 정을은 중국배 서양배 모두에게 지역통행권을 요구하는데 서양선박들은 이를 거부하다 포획당하는 일이 잦아집니다. 1807년에는 정을은 정크선 600척과 30000의 해적을 이끌고 연합전체는 15만명에 육박합니다. 중국청정부는 이 지역을 관리하지 못하고 새로등장한 영국해군들은 정을의 함대와 지속적으로 갈등하는 와중에 정을은 1807년 폭풍때 갑판에서 바다로 떨어져 사망합니다.
정을이 죽자 정을의 함대는 그의 미망인 정일수가 이어받습니다. 그리고 정일수는 자기의 파트너로 죽은 남편의 동성애 상대였던 장보를 지목합니다. 조금 이상한 관계긴 하지만 정을과 장보는 동성애관계, 정을과 정일수는 이성애관계, 장보과 정일수 또한 후일 이성애관계를 가집니다. 상당히 난잡하다고 보실 수도 있지만 태국가보신분 알겠지만 남쪽아시아에선 남성성과 여성성이 서로 섞여있답니다. 정을은 생전에 유럽의 함대를 왠만하면 피하려 했지만 정일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유럽조계지들에 접근해 통행권을 강요하면 그녀를 막으려고 온 청의 대함대를 그대로 격파했습니다. 끝내 해적연합 우두머리로 뽑히며 절정의 시기를 가집니다.
그러나 이런 해적왕국의 붕괴는 내부에서 일어납니다. 청정부가 이들 해적들에게 사면장을 발급하고 여러가지 합법적인 사업을 보장해주자 해적내에서도 내분이 일어납니다. 1840년 거의 할머니시기까지 정일수는 해적왕 자리를 유지하지만 역시 이런 갈등 속에서 청정부의 사면장을 받아들입니다. 한편 장보는 적기 함대를 데리고 청나라 해군으로 편입하여 해적 사냥꾼으로 돌변합니다. 그 후 10년동안 장보는 남중국해를 누비며 자신들의 애인들이 만들어 놓은 모든 것들을 박살냅니다.
첫댓글 아,,오늘따라 스크랩글을 너무 많이 올렸군요. 규정을 제가 만들어 놓고는,,,쩝,,그나저나,,이놈들,,해적이 아니라 거의 국가 규모군요. 장보고 시대는 과연 어떨런지,,,?(장보고가 해적은 아니지만,,)
백제 시대는 더욱 궁금해지네요...ㅎㅎ;
해상무역이 번성하는 해역은 해적도 번성하죠. 해상교역을 활성화시키려면 이러한 해적들을 단속해서 질서를 세워야 하는데 중국 왕조는 대부분 이런 임무에 실패하죠. 서양 해군들이 결국 그 역할을 하게 되죠. 최후의 중국 해적도 영국해군에 의해 궤멸되죠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