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돼지 선입견
며칠 전이다. 늦가을도 다 가기 전에 멀지 않은 곳으로 드라이브 삼아 단풍구경가자는 제의에 따라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달렸다. 유성IC에 들어서며 고속도로 양편 산야에 곱게 물든 만추의 단풍을 즐겼다. 한 시간쯤 달려 흑돼지 생 삼겹살 연탄구이로 유명한 진안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하자는 안내에 따라 좁은 골목 안 자그만 식당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는 순간 식당 주인아주머니로 보이는 50대 여인이 반갑게 맞아 안내한 홀 안 한가운데에 예약손님을 맞을 둥근 테이블 위에는 토석적인 여러 반찬이 차려져 입맛을 돋우었다 .일행의 사정에 따라 좌석에 앉지 못하고 입식 자리에 앉아 식당 안 벽면을 둘러보았을 때 눈길을 제일 먼저 끈 것은 흑돼지 삼겹살 등을 써 붙인 메뉴판과 맞은 편 벽면에 여러 장 붙어있는 호랑이가 그려진 색다른 천연색 민화들이었다.
벽에 호랑이 민화가 왜 이렇게 많이 붙어 있느냐고 물었더니 아주머니는 웃으며 식당 자리를 판 전 주인아저씨가 ‘땅의 나쁜 기운을 누르려고 호랑이 그림을 붙여 놓은 것’이라며 ‘그대로 붙여 놓으라고 해 그대로 붙여 놓고 있는 것‘이라 했다. 테이블 위에는 된장국이 보글보글 끓는 찌게가 나와 어머니 손맛과 고향 내음을 간절하게 했다.
흑돼지 생 삼겹살 연탄구이 점심이 끝날 무렵 함께 오려다 오지 못한 흑돼지구이를 무척 좋아하는 동행하지 못한 동행이 떠올랐다. 사정을 이야기하고 주인아주머니에게 흑돼지 삼겹살을 좀 포장해 달라고 했더니 뜻밖의 답. ‘우리 집에서 사면 비싸니까 밖으로 나가 오른 쪽으로 돌아가면 바로 흑돼지 생고기만 파는 정육점이 있는데 우리 식당 보다는 좀 싸니 그곳에 가서 사시라’고 안내.
당초 주문했던 동행이 ‘제주 흑돼지 삼겹살 연탄구이로 점심을 한 바로 이 식당에서 사가서 동행하지 못한 친구에게 주고 싶으니 좀 비싸도 그대로 포장해 달라’고 거듭 주문했다. 주문을 받은 여주인은 잠시 후‘여기 흑돼지는 제주 흑돼지가 아닌 진안 특산 흑돼지’라며 바로 잡아주고 포장한 흑돼지 삼겹살을 내주며 ‘조금 더 넣었다’며 문밖까지 나와 빙긋이 웃으며 안녕. 얼굴이 화끈거렸다. 흑돼지라면 제주 흑돼지만을 우선 떠 올리던 좁은 선입견도 바로 잡을 수 있는 좋은 진안 흑돼지 삼겹살 선물이 되었다.(2017. 11.17.)
첫댓글 흑돼지는 어디까지나 品種을 뜻하는 것이라오. 제주도에서 사람의 변을 먹여 키우던 돼지들이 모두 토종 흑돼지였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사육하더라도 "제주"를 앞에 붙이는 것이 흑돼지임을 더 강조하게 되기때문에 그렇게 되었나봐요. 일반 돼지는 외국에서 들여온 外來 품종이지요. 韓牛가 수입 쇠고기보다 비싼 거와 같은 이치로 흑돼지가 더 비쌀 수밖에 없지요.그 비싼 마큼 맛있어요. 나는 진안에서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보신탕을 먹어봤는데 정말 맛잇었어요.그런데 그 지역에 아이로니칼하게도 "義犬 公園"이 있다오.
만추의 단풍을 구경하며 진안의 흑돼지 연탄구이를 마음 맞는 사람과 같이
함께하는 식탁은 무엇인들 맛이 있으리라. 독자도 가족과 같이 제주 여행을
하며 잘한다는 흑돼지 구이집을 찾아 먹어봤지만 대전의 흑 돼지고기집에
비하여 특별한 맛을 못느꼈던 적이 있습니다.
제주 흑돼지로 선입견을 필자도 가졌지만 독자 도 그런 선입견을 가졌었습
니다. 제주 흑돼지와 진안 흑돼지 고기를 구별하는 것보다 토종 한돈이냐
아니냐? 신선하냐 아니냐? 양념과 소스에 따라 맛있다는 것을 필자의 글을
통하여 깨닫고 나갑니다. 입맛나야 살맛나니 고단백질을 잘 섭취하여 환절기에
더욱 건강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