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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10
1. 혜영의 집 앞 (9회에 이어)
- 혜영, 차에서 내려 집 쪽으로 걸어간다.
- 혜영모, 상식의 집 현관에서 혜영에게 손짓한다.
혜영 : 엄마! (경악)
혜영모 : 얘, 같이 저녁 먹자.
2. 상식의 집 거실
- 혜영과 상식의 다툼이나 대화.
혜영 : 원래 친절한 분인 거 알아요. 밖에서 떨고 있으니 들이셨겠죠.
그런데 우리 엄마, 이 선생님하고 나 사이 오해해서 이러는 거에요. 엄마를 말리면 좋은데, 말려지지가 않아요.
그러니 이 선생님까지 거기에 장단 맞추지 않아줬음 좋겠어요. (여기까진 차분하고 냉정하게)
3. 혜영의 집 마당
- 혜영 나오는데, 상식 따라 나온다.
상식 : 선생님.
혜영 : (본다)
상식 : 잠깐 저랑 얘기 좀 하죠.
4. 술집 (상식의 집이어도 됨)
- 상식 소파나 나란히 의자나 바닥에 앉아 있다.
- 그냥 혜영의 옆에 나란히 앉아 있다.
- 술집이라면 다른 좌석 세팅.
- 상식이 술 마시는 중이다.
- 혜영 대신 마시는 기분.
- 자기가 술 따라서 마신다.
- 아래 대사는 앞 씬과 겹칩니다, 혹시 모르니 두 군데 다 찍어 주세요.
혜영 : (상식의 답변 듣고 작정했다) 엄마가 간섭하는 것도 싫고, 간섭할 여지를 주는 이 선생님도 싫어요.
상식 : (표정)
혜영 : 우리 엄마하고 이렇게 파스타 해 먹는 것도 싫어요, 끔찍해요. 멋대로 내 영역에 들어오는 것도 싫어요.
상식 : (표정) 네.
혜영 : 나 사실 임신이 너무 무서워요. 엄마가 내 임신을 알게 되는 것도 싫어요.
선생님이 내 임신에 대해 아는 척 하는 것도 싫구요.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도 싫고 평가받는 것도 싫어요.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끔찍해요.
상식 : (수긍 포용하는 표정)
혜영 : (이미 토해서 나오는 말을 멈출 수 없다) 쓰러졌을 때 차라리 잘 됐다 싶었어요.
그냥 이대로 애가 떨어졌음 좋겠다 생각했어요. 수술하러 가는 거 너무 끔찍해서
차라리 이대로 떨어졌음 좋겠다 생각했다구요.
상식 : (안쓰러운 마음)
혜영 : 외면하고 싶은데,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외면해 버리고 싶은데, 그냥 이렇게 끝내고 싶은데,
그걸 외면하지 못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는 게 너무 거북하고 힘들어요!
(눈물 주루룩. 임신에 대한 두려움을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내뱉는 혜영이다)
상식 : 알았어요. 참견하거나 걱정하지 않을게요.
혜영 : (본다)
상식 : 힘든 걸 힘들다고 말할 수 있다면 이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요. 앞으로는 싫은 거 안 할게요.
(거절이 아닌 수용의 의미. 너무 자상하거나 감정 격하지 않아도 됨, 일상적 대사로 의미 전달되었으면)
(상식이 그 술 들이킨다)
5. 주차장
- 상식과 혜영 걸어 나온다. (혹은 차에서 나온다)
- 그러나 곧! 자세 바로 한다.
- 상식 일어나 멀쩡하게 서서 혼자 걷는 듯 보인다.
- 돌아서 가려다 혜영 쪽 돌아본다. (화면과 얼굴 흔들릴 것)
- 상식 혜영에게 몇 걸음 다가와.
상식 : 고맙습니다. (꾸벅)
혜영 : 아녜요.
- 상식 혜영에게 어깨에 손을 올리려든지 허그를 하려든지, 그냥 푹 쓰러지든지.
- 혜영 얼떨결에 상식을 받아서 안는 꼴이 되어 버린다.
- 그렇게 잠깐 있는 두 사람.
- 혜영 눈 커지고 약간 당황 한다. 오묘한 순간이 좀 간다.
- 일으켜 보려 하지만 상식 혜영에게 안겨 잠 들었다.
- 혜영 어떻게 혼자 수습해보려 노력중인.
- 그 때 비치는 자동차 불빛.
- 혜영 눈부신데,
- 차 두 대가 들어오는 중이다. 재석의 차.
6. 재석의 차 안
- 차 안에 우글우글 탄, 재석과, 태중 등...
- 차 안에서 두 사람 포옹하고 있는 걸 보게 되는 재석, 경우 등.
- 누군지 모르고 보다가 자동차 불빛 줄이거나 끄거나 (더 잘 보이게)
- 다음 순간 두 사람이 누군지 확인한다.
경우 : 어어!
- 재석 표정 굳어지고,
7. 혜영의 집 주차장
- 포옹한 상대로 재석의 자동차를 보는 혜영,
- 안긴 상식, (졸고 있다)
- 지켜보는 재석에서
8. 혜영의 집 마당
- 혜영의 당혹스러운 표정과
- 졸고 있는 상식.
- 혜영, 어떻게 일으켜 보려 하는데 좀 힘든 상태.
- 저 쪽에서 우루루 내려 구경났다는 듯 초롱초롱한 표정.
- 애써 표정 수습하는 재석.
- 태중이는 노트북 가방 하나 메고 있으면 좋겠고.
재석 : 너 뭐하냐?
혜영 : 서 있지 말구 어떻게 좀 해 봐.
재석 : (미묘한 표정 변화)
경우 : 아 네! (달려가서 상식 부축) 형!
- 경우, 상식 받아 부축
경우 : 아유, 진짜. (투덜대면서 끌고 간다) 태중아 문 좀 열어.
태중 : 어, 어어. (달려가 문 연다)
//
- 재석 혜영 보고 있다.
- 혜영 재석과 눈 마주치고
혜영 : 너 아무 말도 하지 마!
재석 : (피식)
9. 상식의 집 거실
- 경우, 상식 부축하고 태중이도 거들고 상식 소파에 눕힌다.
경우 : 아, 진짜 완전히 갔네, 갔어.
태중 : 어휴, 무거워. 무서워서 어떻게 받치고 있었지?
경우 : (상식 보면)
태중 : 논문 정리 어떡할래? 나눠서 할까? 같이 할까?
10. 상식의 집 (아침)
- 상식 눈 뜬다.
- 소파나 자기 침대.
11. 상식의 거실
- 부스스한 몰골로 일어나 나오면
- 바닥의 탁자나 식탁에는 밤 새 논문 정리한 흔적이 널려져 있고
- 소파에는 태중이가 자고 있다.
상식 : 내가 어제 어떻게... 집엘 왔더라...
12. 플래쉬백
- 술집에서 혜영과 술 마시던 씬.
13. 상식의 주방
- 태중 몸 뒤틀다 떨어지며 벌떡 일어난다.
태중 : 일어나셨어요?
상식 : 내가 어제 술을 좀 마신 거 같은데 니가 문 열어줬니?
태중 : 아 그게 (경우 본다)
경우 : (어느새 눈 비비며 나와서) 서과장님이 데려왔어.
상식 : 아... (별로 개의치 않는 표정)
- 돌아서서 토스트 꺼내고, 계란 후라이 하고 등등
- 간단한 아침 준비한다.
- 경우와 태중 그런 상식의 뒷모습을 본다.
경우 : 뭐야? 전혀 기억 못하는 거야?
상식 : 뭘. (돌아선 채)
경우 : 아니, 형 술버릇이 자는 건 줄은 진작 알았지만, 잘 데가 그렇게 없수?
상식 : 왜?
경우 : (욕실로 들어가며) 어떻게 서 선생님한테 안겨서 자냐?
상식 : 헉! (놀래서 계란 후라이에 소금 팍 뿌려지고 돌아본다) 내가?
태중 : (끄덕끄덕)
상식 : 어디서?
태중 : 마당에서요.
//
상식 : 내가 왜 거기서 그러고 있었는데?
태중 : 그러게요.
경우 : (칫솔 물고 나오면서) 아 그러니까. 우린 다 같이 두 사람이 뭔 일 내나 싶어서 얼마나 긴장했다구.
상식 : 다 같이?
경우 : 응 다 같이!
상식 : 다... 누구?
경우 : 나, 태중이, 왕 선생님.
상식 : 내가 서 선생님한테 안겨서 자고 있더라구?
경우 : 어 이러구. (가서 태중이를 포옹하며 어제의 장면 재연해 보인다. 좀 더 키 큰 쪽이 상식이 역할)
이렇게 아니지 그렇지 이렇게 하구 있더라니까.
상식 : (표정 경악)
경우 : 잠든 건 이해 못하는 바가 아냐. 근데 이상한 건 대체 왜! 그런 자세까지 나왔냐 이거지!
상식 : (완전 망신. 미치겠다) 아 놔.
경우,태중 : (여전히 붙어서 그 장면 재연하며 조는 시늉까지)
상식 : 야 토스트나 먹어 그만 떨어지고.
경우 : 좀만 더 이러고 있을래.
태중 : 나름 편하지?
경우 : 왜 이러고 있었는지 알 거 같지?
경우,태중 : (키들키들)
상식 : (저것들이 진짜) 빨리 안 오면 안 준다.
경우,태중 : (두 사람 언제 그랬냐는 듯 뚝 떨어져 와서 자리에 앉아 식사)
14. 한국병원 병원 일각
- 혜영 걸어오는데,
- 상식, 마주 걸어오다가 혜영 발견한다.
- 혜영은 자길 못 봤다.
- 상식, 자기도 모르게 당황하면서 얼떨결에 화장실로 들어간다.
15. 한국병원 화장실 안
- 상식 화장실로 들어왔다가 괜히 안도하며 내다보는데
- 재석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상식의 시선을 따라가서 본다.
16. 한국병원 복도
- 혜영이 어깨를 주무르며 지나가고 있다.
- 재석 나와서 혜영이 부르며 간다.
17. 분만실
*혜영과 상식 사이 몰아가는 분위기 애드립 쳐도 됩니다.
*스케줄 되는 사람으로나 경우나 태중 중 한 명만 있어도 됩니다.
- 재석 들어온다.
- 태중, 경우와 그 자세로 조는 이 선생의 흉내를 내고 있다.
- 일동 구경 중.
수선생 : 이걸 수면 습관이라고 이해하기에는 좀...
태중 : 그렇죠?
수선생 : 아무래도 사심 그득한 수면 행각이네. 안 그래요? 왕 선생님?
- 경우와 태중 후다닥 떨어지며 눈치 보고.
재석 : 거야 이 선생이 잠버릇이 나쁘고 술이 약해서 생긴 일이지.
수선생 : 왜 이래 선수가. 너무 감 떨어졌다.
경우 : (재석 눈치 보며 눈짓. 재석 심정 이해하지만) 미안하지만 내 생각에는 이미 게임 끝났다고 본다.
재석 : 아 무슨 게임이 끝나!
수선생 : 아니 서 선생 성격에 남자가 술 취해서 잠들었다고 고분고분 안고 있었다? 그거면 끝난 거지 뭐.
- 혜영 들어온다.
재석 : (나가는 혜영 뒤에 대고) 혜영아, 내가 이상식선생보다 가벼우니까, 안아주지 마라. 업어줘. 난 그냥 업어주면 돼.
혜영 : (얘 뭐래? 말 같이 않아서 경우나 태중에게) 회진 가자. (나간다)
재석 : (웃는다)
수선생 : (흉내 내면서) 아이고 왕 선생님, 완전 자살골인데? 그래서 남자로 보이겠어?
18. 병원 로비
- 그 때 들어오는 승민.
- 배는 꽁꽁 감싸고 들어온다.
- 승민, 병원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 경우, 지나다가 승민일 본다.
* 경우 스케줄 안 맞으면 태중이로 교체 가능.
승민 : 안녕하세요.
경우 : 누구?
승민 : 성교육 때.
경우 : 아. 웬일이야? 생리통?
승민 : 정기검진.
경우 : 아... (지나치려다가) 무슨 정기 검진?
- 승민 대답 대신 배를 살짝 보여준다.
- 허걱 하는 경우.
19. 병원 일각
- 휴게실
- 민선부부와 승민 앉아 있다.
민선 : (남편에게) 아무래도 본원에서 검사를 받아야겠지.
승민 : 지난번에 여기서 웬만한 검사를 다 받았어요. 결과만 보면 돼요.
민선 : (무시하고) 자기 친구 최정인 교수가 초음파 교과서 썼다며? 아무래도 거기서 보는 게 낫지 않을까? (남편에게)
승민 : 여기도 한국 병원인데, 기계가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어요?
민선 : (한심한 표정) 무식하긴, 얘 니가 몰라서 그렇지. 의사 실력 천층만층이야. 기계가 같다구 다 똑같은 줄 알아?
그럼 똑같은 메스 쓰는데, 수술 잘 하고 못 하고가 왜 생겨? 기계보다 판독하는 사람 실력이 중요한 거야.
승민 : 여기도 한국 병원이잖아요.
민선 : 여긴 브리치잖아.
승민 : 그게 뭔데요?
민선 : 모르면 가만히나 있어. 그럼 중간이나 가니까.
승민 : 네. (입 다물고)
민선남 : 굳이 초음파 정도에 소문내면서 거기까지 갈 필요 있어?
민선 : 그럼, 서울대병원으로 가든지, 아님 세브란스라도 가야지.
승민 : (으휴) 저 검사 다 받았다구요.
민선 : 조용해라.
20. 정과장의 진료실
민선 : 서울대 병원이나 한국병원 본원으로 가려다가. 정경미라고 아시죠?
정과장 : 아, 정경미 산모요? 얼마 전에 딸 낳았죠.
민선 : 네, 동성제지 막내딸. 걔가 여기서 애길 낳았다구 정과장님을 추천하더라구요.
정과장 : 하하. 네 그렇군요.
민선 : 초음파 간단한 거 말고 정밀 초음파 제대로 다 주세요.
정과장 : 워낙 산전 진단이 없었으니까 좀 세밀하게 살펴보겠습니다.
- 초음파 보는 정과장
민선 : (정과장에게) 예정일은 알 수 있겠죠?
정과장 : (초음파를 보면서 답변) 초반에 초음파 본 기록이 있으면 예정일 예측 가능하겠지만,
8개월이면 편차가 크기 때문에 정확하진 않아요. 8개월이니까, 4월 말이 예정일인데, 편차가 좀 있을 거에요.
초음파 상으로는 기형 없고 건강합니다.
민선 : 피검사는 지난주에 하고 갔는데 결과 나왔나요?
//
- 피 검사 결과를 주루룩 보는 중이다.
정과장 : 헤모글로빈 수치가 약간 떨어집니다. 철분제 먹으면 좋아질 거 같구요.
민선 : 빈혈이면 태아에겐 어떤 영향이 가죠?
정과장 : (답변) 혈액형은 RH+(포지티브) A형입니다. 임신성 당뇨 검사, 소변검사, 매독검사, AIDS 검사,
임질균검사, 클라미디아균검사, B형 간염검사,
민선 : 기형아 검사도 부탁드립니다. 다운증후군 그런 거 있잖아요.
양수검사를 해야 한다고 하던데요, 비용이 들더라도 꼭 해주세요.
정과장 : 양수검사는 감염이나 태아의 위험이 1/200은 되기 때문에, 8개월에 굳이 기형아 검사는 무의미합니다.
보통의 기형아 검사는 17에서 20주 이내, 즉, 선택 가능성이 있는 주수,
즉 그 때 낳는다 해도 살아날 가능성이 없는 주수라서 검사를 합니다만,
지금 승민이의 경우는 8개월이나 되었기 때문에, 기형이라도 수술을 해 주지는 않습니다.
민선 : 검사해주세요.
승민 : (보면)
민선 : 기형아라도 낳을 수밖에 없겠지만, 입양할지 말지는 정할 수 있으니까요.
정과장 : 아... 그런 목적이라면. (승민을 본다)
승민 : 해 주세요.
//
- 배에서 양수를 뽑는 시술 중.
- 승민 긴장중이다.
- 정과장 시술중이고.
민선 : 의사친구한테 물어보니까, 취약X 증후군이라는 것도 있다던데요. 피검사로 된다고 하던데요. 그것도 해 주세요.
//
민선 : 아, 그리고 피 검사 같은 것으로 승민이 성병 검사도 해주세요.
아무래도 십대 청소년의 임신이니까, 스스로 몸 관리를 잘 못했을 수도 있지 않겠어요?
정과장 : 네.
민선 : (승민 보며) 저희는 아기가 우선 걱정이 돼서 그런 것이지만,
승민이도 건강하면, (승민 보며) 너도 좋고, 아기도 좋은 게 아니겠니?
승민 : (후...) 네.
민선 : 아, 특히 성병검사는 빼놓지 않고 다 해주시면 좋겠네요. 보통은 매독이나 에이즈 같은 것만 한다고 하던데,
그것 말고요, 다른 성병도 모두 다 확인해주시면 좋겠어요. 만에 하나 성병이 나온다면 입양할 생각 없거든요.
정과장 : (차트 적고 검사 중이거나 피 뽑거나 등등) 네.
승민 : (좀 부끄럽다...)
민선 : 너 임신시킨 남자애 몇 시에 온대?
21. 병원 외경
- 승민이 남친 오토바이 타고 들어온다.
- 그 모습 보고 있는 민선 부부.
22. 카페테리아 안
- 카페테리아에는 경우, 재석, 상식이 앉아 밥 먹고 있다.
- 승민 남친 쭈뼛거리며 들어오고
- 들어오는 승민 남친 부부의 시선으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샅샅이 훑어본다.
- 머리 스타일, 귀 뚫은 거, 옷차림, 체격, 키, 얼굴 생김새까지 세세하게.
승민 : 앉어.
민선 : (훑어보며) 키가 몇이니?
남친 : 180인데요.
민선 : 178밖에 안돼 보이네.
남친 : 179.1인데요.
민선 : 앉아요.
- 두 아이 비교적 사이좋게 이런 사태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 피자나 나온 음식 먹는 중이다.
남친 : 이거 먹어. (챙겨주고)
승민 : 고마워.
- 한 족에서 재석과 경우, 상식 일행 밥 먹으며 그들 본다.
민선 : 담배 피니?
승민 : 아뇨.
민선 : 절대 술은 안 된다.
승민 : 알았어요.
민선 : 모든 약, 감기약이나 해열제 같은 것, 먹기 전에 반드시 미리 연락해서, 알아보고 나서 약 복용해야 돼.
승민 : 네.
민선 : 얘 니가 이거 일일이 다 기억하겠니? 메모 안 해?
승민 : (입 내밀고) 다 알거든요.
민선 : 알긴 뭘 알아?
승민 : (자신이 들은 이야기 다 줄줄 외워 답변) 술 담배 하지 말고, 감기약 먹을 때 미리 연락하라고요.
민선 : 앞으로 정기 검진은 매주 수요일 오후야. 그 땐 내가 강의가 없거든.
승민 : 혼자와도 돼요.
남친 : 내가 같이 올게.
민선 : 니 걱정해서가 아니라, 의사가 하는 이야기 직접 들어야 할 거 같아서 그래.
아기는 건강한지, 산모가 제대로 몸 간수는 하고 있는지.
승민 : ...네.
민선 : 학생 잠깐 앉아볼래?
남친 : 네?
//
- 민선, 승민이 남자친구 머리카락 족집게로 뽑는다.
- 머리카락 뽑히는 걸 보는 재석과 일행들.
재석 : 뭐하는 거야?
경우 : 입양하기로 한 부모래요.
재석 : 근데?
혜영 : 마약했나 검사하려고 저러는 거 아냐?
재석 : 쟤들이 무슨 연예인인줄 아나. 마약을 하게.
-민선, 머리카락 뽑아 지퍼백에 넣는다.
남친 : (뽑힌 머리 가려워 머리 긁으며) 저 화장실 좀.
민선 : 잠깐.
남친 : (보면)
민선 : (백에서 뭔가 꺼낸다. 소변 검사용 컵 꺼내준다. 뚜껑 달린 거)
남친 : ?
민선 : 받아와. 그럴리는 없겠지만 혹시 모르잖아. 10대에 임신도 하는데, 무슨 약물중독이나 마약 같은 거 하는지
검사하는 게 서로 좋지 않겠어?
남친 : (소변 컵 받아들고 황당+망연자실)
- 한 쪽에서 앉아 그들 보는 재석 일행 드디어 웃음 터진다.
재석 : 와 저거 무슨 과에 뭐라고 하고 검사 의뢰하려나? 보통 병원에서 마약 검사 해주는 데가 있어?
경우 : 저 여자가 무슨 연구원이라던데.
상식 : 아... 아아 (깨달음)
//
남친 : (소변 컵 건네준다. 너무하다 싶다) 이제 다 된 건가요?
민선 : 응, 피만 뽑고 가.
남친 : (승민 본다)
민선 : 왜?
남친 : 너무 과한 거 같아서요.
민선 : 과하긴 뭐가 과해? (가방에서 서류 꺼낸다. 승민 앞에 펼쳐 놓으며) 니가 요구한 거야.
우리 부부 학력사항과 재산 상태를 나타내는 서류.
(펼쳐놓는다. 소득신고서, 세금신고서, 통장 사본, 등기부 등본, 한국대학 졸업증명서 등)
이 정도면 니가 요구하는 상위 10%가 아니라 상위 1%지? 우리가 자격이 되는데, 이 정도 요구가 어떻단 거야?
남친 : 네... 피만 뽑으면 끝인가요?
민선 : (일어나며) 오늘은 이 정도로 하고
승민,남친 : (허걱, 뭘 또? 하는 표정)
민선 : 다음 검진 때까지 성적표 가져와.
승민 : 언제 거요?
민선 : 아무거나 제일 잘 나온 걸로.
승민 : 네.
- 재석 일행 일어나면서 민선에게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표정과 대사들.
경우 : 저 빡센 걸 다 통과하면 쟤도 그냥 날라리만은 아니겠는데요.
재석 : (피식) 그러게.
경우 : 저렇게 검사 다 하고도 조금이라도 장애가 나오면 그 땐 골 때리겠어요. 검사라고 100% 정확한 게 아닌데.
그 땐 입양 안 한다고 할 거 같은데요.
재석 : 그런 검사에서도 놓치는 경우가 있는 것이 현재 의학 수준이니까. 분만 가자.
경우 : 네.
23. 분만실
- 라마즈 호흡법 같은 거 하는 산모 영주.
- 즐겁고 기쁜 표정으로 같이 호흡해주는 영주 남편. (라마즈 호흡법 보충)
*이 씬 스케줄 안 맞으면 경우 빼고 태중이 넣으세요.
*영미 스케줄 안 맞으면 박간호사 넣으세요.
재석 : 조금만 더 그렇지, 그렇지 잘 하고 있어요. 잘 하고 있어. 그렇지~
영주 : 힘들어요.
재석 : 어 그럼 잠시만 쉬었다가 다시 합시다. 한 번만 더 힘주면 되겠네. 그렇지, 그렇지.
영주 : (힘주는데)
재석 : 자 머리 보여요. 머리가 나오고 있어요. 어어 지금 쉬면 애 머리에 자국 생겨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출산하는데)
- 재석 아이를 받는다. 약간 의아. 그러나 확실친 않고. 얼굴 표정 변한다.
경우 : 과장님.
간호사 : (아기 받아들려다가 놀라고)
재석 : (표정 확 힘들어지는데)
영주 : 선생님 다 된 거죠? 그쵸?
재석 : (얼른 추스르며) 태반 꺼내야죠.
영미 : (아기 받아서 망설이다가 눈치 보다가) 3월 4일 10시 20분 김영주 산모 남아 출생 하셨습니다.
(아기 가져다 산모에게 대준다)
영주 : (힘든 표정으로 아기 보고 영주 남편 역시 아기를 캠코더로 찍는다)
재석 : (차분한 표정으로 후출산에 임하는데)
영주남 : (캠코더의 화면에 아기를 보다가) 이상하다?
영주 : (해맑게) 왜?
영주남 : 어디서 많이 보던 애 같다?
영주 : 자기 어릴 적하고 똑같은 거 아냐.
영주남 : 아냐, 아냐.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어디서 봤더라, 아 맞다. 테레비에서 봤다. 인간극장에서... (하다가 뚝)
재석 : ...
영주남 : 설마? 혹시? 혹시?
재석 : (당황스러운)
영주 : 왜요? 선생님. 여보 왜?
24. 신생아 중환자실
- 상식 아기를 체크하는 중.
- 진료하면서 다운임을 알 수 있는 어떤 검사들 나가라고
상식 : 아기 피검사 나가세요. 다운증후군 확진 검사도 같이 해주세요.
25. 복도
- 재석 분만실에서 나오는데 영주 남편 재석을 잡아챈다.
*현대의학의 수준이 이정도일 뿐입니다 100%를 잡지는 못합니다.
*재석, 본인이 시술해서 가진 아이가 이렇게 된 대 안타까울 뿐입니다.
영주남 : 내가 생각하는 게 맞는 겁니까?
재석 : 맞을 거 같습니다. (침통한)
영주남 : 맞을 거 같다고? 당신 입으로 어떻게 그렇다는 말을 할 수가 있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거칠게 몰아붙일 듯한 자세로)
- 가족을 기다리고 몰려와서 말린다.
시모 : 이게 무슨 소리냐?
친정모 : 애가 어디가 어떻길래? 선생님 왜요? 뭐가, 뭐가 잘못됐어요?
재석 : (죄인 된 기분. 그러나 비굴하진 않게)
영주남 : 다운증후군이에요. (쿵)
시모 : 뭐라고? 다운증후군? 지능이 떨어져서 평생 수발해야되는 그 다운증후군 말이에요?
재석 : 정확한 진단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일단 특징적인 얼굴모양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현재로는 그럴 가능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시모 : 아이구 아이구 (쓰러지기 직전)
영주남 : 어머니. (받아 안는다)
재석 : (난감하고 씁쓸한)
26. 로비
- 잘 차려 입은 중년의 여인(경우모)이 들어온다.
- 주위를 둘러본다. 분만실 간판을 본다.
- 에스컬레이터 타고 이동.
- 경우모 전화한다.
27. 분만실
- 전화 받는 영미.
영미 : 여보세요.
/ 커트
경우모 : 김영미씨?
영미 : 네, 그런데요.
경우모 : 아, (친절하게) 잠깐 김영미씨를 만나보고 싶은데, 언제 시간이 될까요?
영미 : 누구세요?
경우모 : (미소에서)
28. 카페테리아 (경우와 부딪히지 않는 게 나을 듯)
- 경우모가 카페테리아에 앉아있고.
- 그 때 저 쪽에서 영미가 들어온다.
- 영미와 비슷하게 태중이가 수선생이나 인턴과 들어오다가
- 영미가 경우모를 만나는 장면을 본다.
경우모 : 여기에요. 아가씨.
- 영미 와서 쭈뼛거리며 인사한다.
영미 : 안녕하세요.
경우모 : (위아래 쫙 훑어보며) 앉아요.
- 태중이 커피 박스 들고 나가면서 힐끗 경우모와 영미 쪽을 본다.
//
경우모 : 참 예쁘네. 우리 아들이 좋아할 타입이야.
영미 : 네에...
경우모 : 내가 진작 알았으면 이런 오해는 없었을 텐데. 우리 아들이 힘들어하는 걸 보다 못해 안타까워서 왔어요.
영미 : 네에...
경우모 : 나도 웬만하면 내 아들이 좋다는 여자를 반대하고 싶진 않았어요.
그런데 나빠도 이건 정도껏 나빠야지. 한군데서만 나쁜 게 아니라 세군데서 다 나쁘다니까.
영미 : 네에.
29. 분만실
- 태중이 지나가다 병실에서 나오는 경우를 본다.
정과장 : 야, 넌 커피 좀 마시고 오랬더니 20분이 넘게 걸려?
태중 : 어 카페테리아에 사람이 좀 많아서요.
정과장 : 야, 임마. 갱의실 자판기 커피 마신 게 아니고 카페테리아를 갔어?
태중 : 전 자판기 커피 못 마십니다.
정과장 : (혈압 오르고)
경우 : (입으로만 미친놈!)
정과장 : 따라와.
태중 : 네.
- 따라가며
태중 : 니네 엄마 왜 김간호사를 만나고 있는 거야?
경우 : 누구?
태중 : 김영미 간호사.
경우 : (표정 확 변한다. 미치겠다) 니가 들어가 분만.
태중 : 야!
경우 : (뒤돌아 달려간다)
30. 카페테리아
- 경우모 영미에게 말하는 중이다. 달래는 중이지만 사실 은근한 압박.
경우모 : 아가씨 태어난 시가 몇 시라구?
영미 : 축시요.
경우모 : 그래. 알고 보니 아가씨 시를 우리가 잘못 알았던 거지. 축시인데 인시로 본거야.
그러니까 그렇게 끔찍한 궁합이 나왔던 거지. 새벽 3시는 축시로 보기도 하고 인시로 보기도 하거든.
(좀 구차하지만 당당한 태도, 그래서 마치 사실 같다)
영미 : (긴가 민가 하는 표정)
경우모 : 우리 아들이 맘에 안 드나?
영미 : (대답 없다)
경우모 : 산부인과라 싫은가?
영미 : 아뇨. 그런 게 아니라.
경우모 : (미소. 오싹하다) 서로 좋아서 사귀던 사이고, 아직 우리 아들은 애틋하던데,
아가씨만 싫지 않다면 어른들끼리 이 혼담 진행시켜볼까 하는데?
영미 : (벙)
경우E : 그만하세요.
- 영미와 경우모 올려다보면.
경우 : 엄마 그만하세요. 김영미씨 미안합니다. 우리 어머니 말씀 귀담아 듣지 마세요.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냉정하게) 끝난 사이에요. 어머니 이러지 마세요. 정말 왜 이러세요.
경우모 : 끝난 사인데, 일요일에 잡았던 선은 왜 캔슬 한거야? 장소시간까지 다 잡고 안 나가면 내 얼굴 뭐가 되지?
경우 : 선 볼께요. 보라는 대로 다 볼 테니까, 제발 영미씨한테 까지 이러지 마시라구요. (답답+애절)
- 영미 그런 경우를 본다. 밀려오는 안쓰러움.
경우모 : 아가씨 만나고 온 다음부터 선을 안 보겠다고 선언을 하더니 잡힌 선까지 줄줄이 취소를 하네.
이걸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겠어? 얘도 내년이면 서른인데, 얼른 적령기에 결혼을 시켜야 하지 않겠어요?
31. 복도
- 영미 생각에 잠겨 걸어온다.
- 저만큼 떨어져서 경우가 영미를 피해 비상구로 들어가는 모습 보인다.
32. 계단
- 경우 계단을 올라간다. 분노의 계단 오르기. 화가 나고 부끄럽다.
33. 한국병원 복도
- 혜영 걸어와 엘리베이터로 간다.
- 문이 열린다.
34. 한국병원 엘리베이터
- 혜영 오르는데, 상식 타고 있다.
- 상식 순간 당황.
- 혜영 아무렇지도 않게 탄다.
- 잠깐 미묘한 정적.
상식 : 어제는 죄송했습니다.
혜영 : 그런 날도 있는 거죠.
상식 : 제가 원래 주사가 술 먹으면 자는 거라서... 무거우셨죠?
혜영 : 네.
상식 : 아.
혜영 : 살 좀 빼세요.
- 문 열리고 내린다. 문 닫히면.
- 상식 자기 몸 상태 훑어본다.
상식 : **키론데... 빼야되나. (생략 가능)
35. 분만실
- 경우 정과장에게 혼나고 있다.
- 영미가 보고 있다.
정과장 : (애 받고 나오면서 시계를 본다. 3시) 안경우, 어제 당직 때 뭐 한 거야.
아침 6시에 유도분만 시작하라고 했지? 근데 왜 8시에 걸었어?
경우 : 죄송합니다. 그게 오전에 일이 좀 많았습니다.
정과장 : 내가 오후에 외부에 회의 있어서 오전에 분만해야 한다고. 약속 있다고 했잖아!
6시에 걸었으면 1시면 낳았을 거 아냐. 회의 가지 말라는 거야?
경우 : 죄송합니다.
- 영미 보고 있다.
- 재석 들어오고
정과장 : 에잇 (가버리면)
수선생 : 아니, 6시에 걸었다고 1시에 애가 나온다는 보장이 어딨어. 애가 기계야? 정해진 시간에 딱딱 나오게.
재석 : (피식)
수선생 : 저런 말두 안 되는 걸루 갈구니 그나마 없는 레지던트들이 도망가지.
일동 : (동이의 반응)
태중 : 복도에 난리 났어요.
36. 복도
- 혜영 나오다 재석이 둘러싸여 있는 모습을 본다.
- 영주 남편은 재석의 멱살을 잡는 등 폭력적인 분위기.
혜영 : (영주 남편의 팔을 뜯어내면서) 이거 놓고 말씀하세요.
영주남 : (확 뿌리치며) 어디서 끼어들어. 모르면 닥치고 당신 볼일이나 봐.
혜영 : (전화를 건다) 보안 팀이죠. 여기 4층서병동이에요. 빨리 좀 와주셔야겠어요.
보안F : 이미 출동했습니다.
영주남 : 보안팀? 흥. (비웃는)
보안팀1 : (서너 명 후다닥 뛰어오는) 아이 보호자분 왜 이러십니까. 이거 놓고 말씀하세요.
보안팀2 : 선생님 이러지 마시고 차근차근 말씀하시죠.
영주남 : 차근차근? 그래 길을 막고 한 번 물어보자. 어! (주위 구경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우리 애가 다운증후군이랍니다.
혜영 : (표정 굳는다)
구경꾼1 : 아이고 저런.
구경꾼2 : 그렇다고 애가 다운인 게 병원 탓인가? 낳다가 잘못된 것두 아니구... 그건 선천성 염색체 이상이잖아요.
영주남 : (재석을 본다)
재석 : ...
영주남 : 그 정도는 나도 압니다. 그럼 도대체 왜 그동안 병원 다니면서 꼬박꼬박 그 많은 검사는 대체 왜 한 겁니까?
당신 입 있으면 말해봐. 염색체 이상 검사 하라고 했어 안했어?
결과가 정상이라고 당신이 직접 그 입으로 말했어? 안했어?
재석 : 100명 중에 4,5명은 놓칠 수밖에 없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영주남 : 터진 입이라고 말 잘 하네. 검사를 왜 해요? 그러면? 저런 병 걸러내려고 검사했지 도대체 검사를 왜 했어?
혜영 : (후~~)
주위 분위기 급반전. 저런... 검사를 왜 해 그런 거 찾자고 하는 거지 등등.
영주남 : 그래놓고 100% 정확할 수 없다고? 그걸 말이라고 해?
지금 당신 말야, 내가 가만히 안 둘 거야. 이거 100% 의료과실이야, 알아.
원장 나오라 그래 원장. 이렇게 사기 쳐서 비싼 검사 다 하게 해놓고 이따위로 기만해도 되는 거야.
혜영 : 보호자분. 심정은 이해합니다만 의사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존재합니다.
영주남 : 심정을 이해해? 당신들이? 심정을 이해하면 어쩔 수 없었다 소리가 나와? 무슨 심정을 이해할건데?
37. 복도 (병실 앞)
- 입구에 가득 싸인 꽃바구니.
- 김영주 산모의 아기 탄생을 축하합니다. 등등등
38. 병실 (1인실)
- 영주 기운 없이 누워있고,
- 엄마와 남편 썰렁하게 앉아 있다. 전화벨.
영주남 : 어어 그래. 어떻게 알고. 아냐, 오지 마 오지 마 어 지금 산모가 상태가 좀 그래서.
아냐 아냐, 애기는 괜찮아. 어 걱정 말고, 그래. 아 절대 오지 마.
전화벨.
영주모 : 어 어니. 그럼 축하는 뭐. 남들 다 낳는 거. 아니, 오긴 어딜 와, 여기가 어디라구. 오지 마. 오지 마,
글쎄. 그럴 일이 있어. 그래. 나중에 얘기해. 어 끊어.
영주 : 엄마... (우는) 우리 애기 어떡해. 어떡해.
영주모 : 말은 그렇게 뻔지르르하게 해대더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니.
전화벨.
영주남 : (전화기 보다가 아예 밧데리 빼버린다)
- 그 때 노크
영주남 : 네.
지인 : (영주 남편의 지인들 축하하러 온 분위기) 야 꽃길이다, 꽃길. 꽃집 차려두 되겠네.
영주남 : 어떻게 왔어, 전화도 안 하고.
지인2 : 어떻게 낳은 자식인데 안 와봐. 고생 하셨어요, 제수씨.
영주 : (눈길 피하며) 네에.
지인 : 애기는? 애기도 좀 보고 가야지.
남편 : 아냐. 아냐 아냐. 나가서 얘기하자.
영주 : (난처)
지인 :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애기 얼굴은 보고 가야지. 누구 닮았어?
영주 : (허허허헝 울음 터진다)
지인들 : (당황하고) 왜, 그러세요. 괜찮으세요. (등등)
남편 : 미안한데 우리 집사람 지금 상태가 너무 안 좋으니까 나중에 보자. 애들한테 연락해 문병오지 말라 그러고.
지인들 : (나가며) 산후 우울증인가? 우리 집사람도 고생 좀 했어, 니가 잘 해줘야겠다.
(억지로 지인들 내쫓으며 같이 나가는 분위기)
E 복도에서 들려오는 남편과 지인들의 대화소리
영주 : (통곡한다)
39. 복도
- 지인들 등 떠밀며 나가는 영주 남편.
-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재석. 착잡하다.
- 고요하다. 꽃만 가득하고.
40. 재석의 진료실 (회상)
재석 : (설명한다) 스크리닝 검사란 보다 정밀한 검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구분해내기 위한 전 단계 검사입니다.
양수 검사를 권하는 기준은 1/270이나 경우에 따라 1/250이에요. 현재 민영주 씨의 경우는 가능성이 1/240입니다.
영주 : 아 다행이네요. 안 해도 되겠네.
재석 : 그렇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이지, 절대적인 수치는 아닙니다.
1/100이라고 해서, 100% 안전하다는 것도 아니고, 1/300이라고 해서 100% 위험 하다는 뜻도 아닙니다.
그 기준으로 검사했을 때 현재 의학 수준으로는, 100명 중 4-5명은 놓치고 있으니까요.
영주 : 그럼 검사를 하라는 소린가요? 비용은 얼만가요?
재석 : 90만원입니다.
영주 : 양수 검사가 태아가 잘못될 확률도 높다면서요?
재석 : 1/200 정도 되죠. (검사시 태아에게 어떤 위험이 있는지 구체적이지만 간단하게)
그러니 인위적인 시술로 임신을 했기 때문에, 제 동생이라면 권할 겁니다.
영주 : 비싸기도 하고 위험도도 높다니까... (망설여져요) 다른 산모들은 이 정도 수치면 어떻게 하나요?
재석 : 저는 보통 1/250을 기준으로 삼지만, 영주 씨는 35세가 넘었기 때문에 저라면 권합니다.
영주 : 꼭 해야 하는 건 아니죠? 위험군으로 나오고도 양수 검사 안 받았는데 애가 정상이었다 그런 사람도 많던데요.
재석 : 그렇긴 해요.
영주 : 전 안할래요. 선생님도 굳이 비싼 검사 권하고 싶진 않으시죠?
재석 : (보면)
영주 : 어렵게 가진 앤데 위험하기도 하고, 그 돈이면 얘 보험이나 들어주고 말래요.
재석 : 그러세요. 1/200이면 고위험은 아니니까. (재석 차트에 적는다. 양수검사 권유했으나 거절함)
41. 복도
- 재석 복도를 걸어온다.
42. 분만실 스테이션
- 일행들 재석을 위로한다.
혜영 : 이거라도 먹어. 밥 안 먹었지?
재석 : 됐어.
수선생 : 애기가 장애를 안고 나온 게 왕 선생 탓이야?
재석 : 더 강력하게 권했어야 했나.
혜영 : 강력하게 권했는데 정상으로 나오면 왠지 부담스러운 분위기잖아. 아닐 가능성이 훨씬 많고.
수선생 : 가끔 장애가 있어도 그냥 키우겠다고 검사 안하겠다는 사람도 있던데. 우리나라 현실에서 용기가 대단한 거 같아요.
재석 : 있지. 그런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나도 마음이 복잡하네. (일어나 나간다)
혜영 : 어디가?
재석 : 당직실. (나간다)
43. 한국병원 복도
- 경우 오다가 영미를 본다.
- 가던 길로 안 가고 빙 둘러서 돌아가는 경우.
- 영미 그런 경우를 본다.
44. 한국병원 병원 외경 (다음 날)
45. 정과장의 진료실
- 민선과 승민 같이 앉아있다.
민선 : 결과 나왔나요?
정과장 : 완벽합니다.
민선 : 완벽이요?
정과장 : 아직 산모가 어려서 좀 걱정이 되긴 했는데, (10대 산모의 우려) 건강상태나, 여러 가지가 걸리는 곳이 하나도 없어요.
질병, 성병, 감염, 건강상태 모든 것이 깨끗합니다. 축하드립니다.
민선 : 아 네.
승민 : (그 보라는 듯 의기양양)
민선 : 성적표는?
46. 카페테리아 (병원 일각)
*이 씬에서 혜영과 엮이거나 다른 애들이라도 엮이면 좋겠음. 주인공들의 리액션 필요.
- 승민의 성적표가 보인다.
- 한문 30점, 국어 48점 등등등.
- 민선 성적표를 보는 표정 과목마다 변한다.
- 마지막 석차 보고 입 딱 벌린다.
민선남 : 음... 생각보다 저조하군.
승민 : (민망, 그러나 굴하지 않고)
민선 : 얘, 너 이정도 성적 가지고 그렇게 잘난 척 한 거였어?
승민 : 내가 뭘요.
민선 : 난 그래도 제법 여러 가지 체크해서 부모도 고르고 하길래 어지간한 줄 알았어.
학년 석차 40등도 아니고 반에서 40등?
승민 : 학년 40등요? 장난하세요?
민선 : 학년 40등도 심란할 판에 반에서 40등. 여보, 나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얘, 우리 없던 일로 하자.
승민 : 왜요?
민선 : 정말 몰라서 물어?
승민 : 네.
민선 : 반에서 45명 중에 40등이면 그건 바닥이라는 얘긴데, 너의 외모나 성격은 그럭저럭 참을 만한데
우린 이렇게 머리 나쁜 애 못 키워. 자신 없다. 남들이 뭐라 그러겠니? 부모 둘 다 박산데 애가 40등이면?
부끄러워 어떻게 얼굴을 들고 사니? 너 같으면 그런 애 키울 맛이 나겠니?
승민 : 아니, 아줌마가 잘 가르치면 되잖아요. 어려서부터 차근차근.
민선 : 너 몰라? 아무리 고액과외로 싸발라도 우수한 유전자를 당할 수 없다는 거. 이건 뭐 어지간해야지.
승민 : 아줌마, 저 머리는 좋아요.
민선 : 머리가 좋아? 하~ (어이없는 비웃음)
승민 : 공부를 안 해서 그렇지, 머리 좋다는 말 자주 들었거든요.
민선 : 얘, 그게 바로 머리가 나쁜 거야.
승민 : 저, 머리 나쁘다 소린 못 들었거든요.
민선 : 어디서?
승민 : 집에서도 그렇고, 학교에서도 그렇고 친구들도 그렇고.
민선 : 니 수준에나 그렇지. 내 눈엔 너 머리 진짜 나빠.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40등을 해?
승민 : 공부가 인생에 단가.
민선 : 인생에 다가 아니면? 뭐가 단데?
승민 : 좋은 성격에. 친구들에.
민선 : (가차 없이 웃는다) 얘, 내가 너 하구 입아프게 이런 소릴 해야 되는지 모르겠는데,
너 그렇게 좋은 성격과 친구가 중요했으면 왜 우리 부부 학력과 재산 상태를 보자고 했어?
그렇게 니 자신이 맘에 들면, 니가 키우면 되지? 넌 니가 못 가진 걸 쉽게 얻으려고 하잖아.
그게 머리 좋은 거 같애? 정공법을 쓰지 않고 편법을 찾는 거 그게 돌머리라는 증거야.
승민 : (빠직!) 나 돌머리 아니거든요! 그까짓 공부 뭐 별거라구. 다음 시험 때까지 성적 올리면 되잖아요!
내가 진짜 안 해서 그렇지 하면 별 거 아닐걸.
민선 : 몇 등?
승민 : (말문 막힌다)
민선 : 그렇게 말하지 말고 몇등?
승민 : 10등이요! (오기로 질러본다)
민선 : 모의고사에서 그 성적 받아 와 봐, 어디. (민선 백 들고 일어난다)
다음 주 검진 때 보자. 그때까진 검사비용 내가 내줄게. (간다)
승민 : 후... (한숨. 내가 무슨 짓을, 무슨 소리를)
47. 복도
- 승민 기웃거리며 진료실을 찾는다.
48. 혜영의 진료실
- 승민, 기웃 들어온다.
- 간호사 승민을 보며
승민 : 여기 서혜영 선생님 어디 계세요?
간호사 : 오늘 외래 없는 날이셔. 분만실에 계실걸. 무슨 일이야?
49. 분만실 스테이션
- 인터폰 소리 들린다.
수선생 : 네, 말씀하세요.
승민E : 저기요. 서혜영 선생님 계세요?
- 혜영 들어오다가 큰 가방 싸들고 온 승민 본다.
//
- 승민 참고서 수북하게 들고 와서 탁자에 쌓아놨다.
- 온 과목별 문제집과 참고서 등이다. 훑어주고.
- 일동 승민을 본다. 일하다가 쟤 뭐래?의 분위기로.
승민 : 과외 시켜 달라구요.
- 일동 다시 보고 있는데 재석 들어온다.
승민 : 그 아줌마가 내 성적이 나빠서 입양을 안 하겠대요.
혜영 : 그럼 다른 입양기관 추천해줄게. 거기 의뢰해. 아이 낳을 때 까지 숙소도 제공받을 수 있는 곳도 있고,
승민 : 전 그런 도움이 필요한 게 아니라 과외 시켜줄 선생님이 필요하다구요. 그래야 원하는 부부에게 아이를 입양시킬 수 있죠.
혜영 : 왜 꼭 그 부부여야 하는데.
승민 : 일단 아이하고 혈액형도 같고요. 많이 배우고 직업도 좋고. 아무래도 아이가 그런 부모 아래서 크는 게 좋을 거 같아서요.
- 재석 지켜보고 있다.
//
혜영 : 그래서 반에서 40등이 학년에서 40등 안에 들 수 있다고 큰소리 치고 왔다는 거야?
큰소리는 니가 치고 나더러 과외를 하래?
승민 : 도와준댔잖아요. 도움 필요하면 오라고 큰소리치더니 순 말 뿐이야.
혜영 : (입 딱 벌린다) 내가 과외 할 시간이 어딨어!
재석 : (다운 아기 때문에 울적하던 재석) 왜 없어. 시간이야 만들면 되지.
일동 : (엥, 얘는 또 뭐래?)
승민 : (재석 본다)
//
- 재석 과외 스케줄 짜는 중이다. 열심히 짠다.
- 다들 황당한 표정으로 지켜본다.
- 그러나 재석의 상태를 알기 때문에 모두 방조하는 분위기다.
- 수선생은 근무표 짜는 중이다.
수선생 : 왕 선생은 스트레스를 참 이상한 방법으로 푸네... (조용)
태중 : 그러게요. 지난번엔 스트레스 받는다고 밤새 논문 정리 하드라구요.
재석 : 당직표 가져와 봐.
태중 : (당직표 가져온다)
재석 : 2년차는 일주에 한 번만 시킬게.
태중 : (승민이 본다. 괴로운)
- 경우 들어오다가
경우 : 뭘 일주에 한 번 하는데요?
재석 : 음, 안 선생, 고등학교 때 무슨 과목 잘했어?
경우 : 저요? 아 저는 뭐 과외발로 대학 온 거라서. 그냥 시키는 공부만 잘 했어요.
언어가 좀 어려웠고 수학이나 과학이 좀 쉬웠는데요.
재석 : 한문은?
경우 : 그런 거야 외우기만 하면 만점 나오는 과목이잖아요. 아 한문은 태중이가 잘해요. 무협지 매니아라서.
태중 : (째려본다)
경우 : 근데 왜요?
재석 : 과외 좀 해야겠다?
경우 : 네?
일동 : (킬킬)
경우 : (승민 보고) 아, 쟤 결국 이리 온 거에요?
태중 : 응.
경우 : (미치겠다) 아니 쟤는 왜 지가 큰소리 치구 이리 짐을 싸들고 와.
아니 그리고 이 황금 같은 주말에 내가 왜 쟤하고 과외를 해야 되는데.
승민 : (당당)
재석 : 수선생도 학교 좋은데 나왔잖아. 과목 하나만 맡아주지.
수선생 : 내가 지금 시험공부 놓은지가 몇 년짼 줄이나 알아?
요즘 애들 교과 과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듣도 보도 못한지 20년은 됐다. 나는 됐어.
재석 : 수학은?
경우 : 저는 수학 다 잊어버렸어요!
재석 : 수학은 서과장하고 내가 하면 돼. 쟤 나하고 과학고 동기잖아.
수선생 : 이걸로 그 아픔이 좀 가셔진다면 어쩌겠어. 다들 협조 해야지. 근데 알고 보니 과외선생이 체질인 거 아냐?
재석 : 간만에 승부욕이 발동하잖아. 쟤가 일주일 과외해서 통과할 수 있을지 없을지 좀 궁금해졌어.
더구나 공부라면 다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인간들만 모였는데 불가능할 것도 없지,
공부방은 의국에서 차리고, 오후에는 서과장네 집에서 하자.
혜영 : (보면)
재석 : 난 우리 집도 괜찮은데. 아 소아과 이상식 선생 영어 잘하겠다.
50. 분만실 (의국)
- 승민 과외중이다.
- 상식이 불려 와서 문제집 훑어보는 중이다. 성실하고 꼼꼼하게.
*재석은 너무 발랄하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우울하지 않고 과외에 몰두해 다른 것을 잊고 싶은 사람처럼.
경우 : (문제집 채점 중이다) 와, 이건 뭐 그냥 한 번호만 찍어도 이거보단 더 나오겠다.
아니 뭐 이건 너무 포괄적으로 이해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니 뭘 어떻게 가르쳐야 돼요?
야 넌 그 공부법 가르쳐주는 드라마도 안보냐? 그냥 부모 포기하고 대충 입양시켜.
승민 : 싫거든요!
경우 : 야 부모가 꼭 많이 배우고 돈 많다고 좋은 부모 아냐. 그런 부모들 중에 자식에게 독이 되는 부모가 얼마나 많은 줄 알어?
승민 : 그래도 일단 돈 없고 무지한 부모보단 한두 가진 더 좋잖아요!
경우 : 알 수 없는 논리긴 한데 뭐... 그건 니가 어려서 그래.
태중 : 하긴 요즘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지났지. (등등의 반응)
//
상식 : 자 언어영역은 단기간에 올리기 어려울 거고, 수학은 몇가지 문제 패턴만 반복해서 외우면 돼. 수학도 암기과목이야.
제가 이번 주엔 좀 한가하니까 수학하고 영어 할까요?
일동 : (얼씨구나 떠넘기는 분위기)
경우 : 아우 좋지 형.
태중 : 감사하죠, 저희야.
태중, 경우 : 그럼 잘 부탁드릴게요. 저희는 바빠서 이만.
승민 : 수학이 암기 과목이에요?
상식 : 매일 세 문제씩만 외우면 일주일이면 21문제는 맞출 수 있지.
승민 : 수학을 어떻게 외워요?
상식 : 응, 25문제를 한 시간 동안 일일이 사고해서 풀 수 있어? 안되지. 그냥 패턴을 익혀버려야 돼.
피아노 악보만 눈으로 본다고 칠 수 있어? 아니거든. 손가락에 익혀야 하거든. 그래서 수학이 암기과목인 거야.
승민 : 외운 게 안 나오면요?
상식 : 21문제 중에 18개에서 20개 이상은 나올 거야.
승민 : 찍어주세요.
재석 : 혜영아 이리 와서 찍어라.
혜영 : (이게 뭔 봉창) 야 니가 알아서 한댔잖아.
재석 : 쟤가 과학고 시절에 수학으로 날리던 애야. 난 난자 채취 좀 하고 올게.
혜영 : (할 수 없이 책 펼쳐놓고 찍기 시작한다) 간만에 정석 보니 감회가 새롭네. 이건 ? (갸웃)
얘 차라리 모의고사 기출문제들 가져와. 요즘 유형 좀 파악해 보게.
낼 아침까지 50문제 찍어줄 테니까 대신 찍어준 건 다 맞아야 된다?
승민 : (시무룩)
상식 : 할 수 있어, 걱정 마.
혜영 : 이런 걸로 부모자격 같은 걸 가릴 수 있다면 차라리 편하겠다.
내가 부모될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고민 안하고 그냥 시험만 통과하면 난 자격 있나보다 하면 되잖아.
상식 : (혜영의 갈등 이해하고)
- 대사 한 줄 삭제했음.
//
수선생 : 너 사회나 세계사 같은 거 암기 과목이 아냐. 흐름을 알아야지.
넌 위인전도 안 보고 컷니? 너 그동안 널 위해서는 이렇게 공부한 적 없지?
승민 : 네.
수선생 : 역시 부모한텐 자식이 젤 무서운 존재인 건가?
//
상식 : 혼자 할 수 있겠어?
승민 : ...아뇨.
상식 : 그럼 저녁엔 우리 집으로 가자. 아니 서 선생님 댁이 편하겠지?
승민 : 네.
혜영 : (뭐래?) 누구네 집요?
상식 : 그럼 우리 집으로 할까요? 그리고 오늘 한문 공부한다고 했나? 태중이는 데려가야죠?
- 일동 투덜거리고.
- 짐과 책 싸는 분위기.
51. 난자 채취실
- 난자 채취실에서 복장 갖추고 나오는 재석.
- 나오다가 전화 받는다.
전화E : 네, 제가 왕재석입니다. 아... 알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52. 복도
- 재석 나오다 영주 남편과 마주친다. 영주 남편 차갑게 외면하고 지인들과 돌아선다.
53. 재석의 진료실
- 재석 차트 찾는다. 민영주 산모 차트.
- 산모가 양수 검사 거부함. 적힌 차트 복사한다. (글씨는 자세히 안 보여도 된다)
- 차트 복사 후 접어서 주머니에 넣고.
54. 로비
- 일동 승민 과외하거나 퇴근 차림으로 우글우글 짐 싸서 나가는 중.
-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나오는 중이다.
태중 : 나 서과장님 차 탈래. 차 좋드라. (등등)
- 재석 복장 갖춰 입고 나오다가.
재석 : 아 나 오늘 과외 못할 거 같아. 이 선생님 얘들한테 너무 맡기지 말고 이 선생님이 좀 챙겨주세요.
상식 : 그럴게요.
경우 : 아 그런게 어딨어! 우리도 바쁘지!
재석 : (피식)
수선생 : 그렇게 빼 입은 거 보니 여자 만나러 가나 보네.
재석 : (쓴웃음)
수선생 : 봐 줘, 봐 줘. 저런 낙이라도 있어야지. 안그럼 우울증생겨.
재석 : 역시 수선생님이야. 나 다녀올게. 나 오늘 못 들어갈지도 몰라.
수선생 : 여기 왕 선생 마누라 있어? 외박을 하든 말든 갑자기 웬 보고.
혜영 : (재석을 심상찮게 본다)
재석 : 열심히 해라! (승민에게. 그리고 먼저 나간다)
- 혜영 보다가 따라 나간다.
55. 로비 일각 (주차장 일각)
- 일행들 힐끗 거리며 먼저 가거나.
- 먼저 차에 나눠 오르거나.
혜영 : 어디가?
재석 : 갈 데가 좀 있어. 다녀올게.
혜영 : 어디 가는데?
재석 : (씁쓸한 미소) 가서 애나 잘 가르쳐. 구박하지 말고. 니가 공부 못하는 애들 심정을 이해를 할라나 모르겠다.
혜영 : 알았어. (하다가) 성당 가니?
재석 : 회개한지도 오래됐네. 거기도 좀 들리고. 간다.
56. 경찰서 외경
- 변호사 만나 들어가는 재석.
57. 경찰서
- 재석 조사받는 중.
- 변호사 같이 참관중이다.
경찰 : 쿼드 검사는 왜 하라고 했습니까?
재석 : 보통 많은 산모들이 하는 검사이며 산모의 특성상 위험도가 좀 높았습니다.
경찰 : 위험도가 높았다면서 왜 양수검사는 권하지 않았습니까?
재석 : 권해보긴 했습니다.
경찰 : 그런데요? 그 검사 결과 안전하다고 진단을 했다는 거죠?
재석 : 비교적 안전한 수치였습니다.
경찰 : 그럼 검사 결과를 잘못 분석하신 건 아닙니까?
재석 : 그렇지 않습니다. 보통 양수검사를 강력하게 권하는 경우는 270분의 일이고, 오차 범위라는 건 언제나 존재합니다.
BPG라고 아이 머리 둘레를 재는 검사만 해도, 16주 3일째냐 16주 4일째로 설정하느냐,
하루 차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경찰 : 만약 미리 알았다면 어떻게 합니까?
재석 : 부모에게 알려줍니다. 그리고 부모의 선택에 맡기는 거죠.
58. 경찰서 앞 식당 (성당이어도 됩니다)
- 설렁탕을 먹으며 변호사와 이야기중인 재석.
- 변호사 대사는 감정보단 정확한 의미 전달 해주세요.
재석 : 합의해 줘.
변호사 : 어차피 법원으로 가봐야 무죄야 이거. 판례도 있잖아.
재석 : 알아.
변호사 : 현행법상, 100여가지 기형아 검사는 합법이지만, 그 100여가지 중에 낙태 가능한 질병은 한두 가지 일걸.
다운증후군 정도는 검사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 해도 낙태가 불가능한 장애잖아. 법적으로는.
재석 : 법적으로는 성별검사와 같은 거지. 아들이냐 딸이냐 알 수는 있지만, 성별에 따른 낙태는 불가능한 것처럼.
변호사 : 그러니 합의까지 할 필요 없어. 다운증후군임을 미리 알려줬다 해도 낳아야만 하는 아기였어. 법적으로는.
재석 : 사실은 그럴 경우 98%는 낳지 않는다는 걸 너도 알잖아.
변호사 : 그래도 법은 그렇지 않다구.
재석 : 그러니까 합의하자구.
변호사 : 재판까지 가면 니가 이겨. 어쩌면 검찰에서 기각될 거다. 이미 판례가 있으니까.
위로금 얼마 안 될 텐데 재판 견디기 싫지?
재석 : 그렇지만 우리 둘 다 뻔히 알잖아. 다운이었다면 어떻게 했을 지를. 합의금 얼마나 원하는지 알아봐.
변호사 : (보다가) 너는 다운이었어도 낳을 거라고 했었지...
재석 : 그건 내 신념일 뿐이지. 장애아를 키우는 문제를 온전히 가족에게만 짐 지우는 사회가 과연 정의로운가?
정의롭지 않아. 그러니 그 부부의 당황스러움도 그 짐스러운 느낌도... 이해가 돼.
59. 혜영의 집 외경 (오후)
- 주말이라 칩시다.
- 승민 앉아있고.
- 상식 앉아 책 펼쳐놓고 채점 중이다.
- 채점하며 지나는 자리마다 반타작 정도.
- 혜영도 그 채점표 보는 중이다.
- 경우와 태중 들어온다.
*스케줄 안 되면 경우 빼고, 태중이, 광영이 넣으세요.
태중 : 아까 내준 거 다 풀었어?
상식 : 내가 채점 마쳐놨는데, 계산하는 중간에 분수 계산이 약한 거 같더라.
태중 : 아, 그건 초등학생도 하는 건데.
승민 : (째릿)
상식 : 그 부분만 집중적으로 다시 연습해보자. 그리고 태중아. 쟤 영어 모의고사 영어 시험지 분석했어?
경우 : (시험지 여러 장 좌악 늘어놓으며) 분석이고 강점이 있다라기 보다는 35점 나온 영어는 그냥 찍었다고 보여집니다.
40점 맞은 이 회차는 좀 잘 찍은 거죠. 일정한 패턴이 없습니다.
승민 : (경우 본다)
경우 : 안 되는 과목은 포기시키고 점수 올라갈만한 지점만 확실하게 공략시켜요.
상식 : (수학문제 하나 설명해주고) 이해했어?
승민 : 네.
상식 : 눈으로 이해하는 건 소용없어. 말했지, 수학은 암기과목이라고. 이거 손으로 다 풀어봐.
혜영 : (과외 하는 상식을 본다)
//
경우 : 내 생각엔 니가 그 때 옵세인 아줌마보단
승민 : 옵세가 뭐에요?
경우 : 옵세시브하다. 귀신들렸다, 강박적이다.
상식 : 그 아줌마보단 니가 훨씬 성격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승민 : 그래서 저더러 공부 포기하고 애나 키우라는 거에요?
상식 : 아니지. 성격 좋은 니가 공부하는 게 그 공부 잘 하는 아줌마가 성격 좋아지는 것보다 더 빠를 수 있을지도 모른단 거지.
60. 성당 안
- 걸어 들어가는 재석
- 회개하는 칸으로 가든, 아니면 그냥 빈 성당 의자에 앉든
- 신부님 오다가 재석을 본다.
신부님 : 형제님. 고해성사 오는 게 뜸하다 했더니 이제야 왔군.
재석 : 좀 바빴어.
신부님 : 아무리 바빠도 고해성사는 해야지.
재석 : 바빠서 죄 지을 시간이 없었다구. (농담 그러나 너무 장난스럽진 않게)
신부님 : 주여!
재석 : 형.
신부님 : (보면)
재석 : 신부님 찾아온 게 아니고 형을 찾아온 거라구, 사적인 대화를 하고 싶어.
신부님 : 해.
재석 : 나 고소당했어.
신부님 : (피식) 간통죄나 그런 건 아니겠지?
재석 : 아 나를 뭘루 보구 (하다가 기분 좀 풀어진다)
신부님 : (미소 지으며) 무슨 일인데?
61. 혜영의 집
- 혜영 승민 채점하다가
혜영 : 왜 그 부모를 골랐어?
승민 : 장점이 많아서요.
혜영 : 어떤 장점.
승민 : 공부도 잘했고, 저는 뭐든지 금방 싫증내거든요? 근데 그 아줌마는 자기 일도 되게 잘하고 자신감도 있고 멋져 보였어요.
꼭 선생님 처럼요.
혜영 : 나?
상식 : (혜영 본다)
승민 : 네, 성교육 왔을때 깜짝놀랬잖아요. 와 되게 당당하다. 전 별로 그러질 못하거든요.
상식 : 임승민 학생은 성격이 좋잖아. 적극적이고. 문제 해결 능력도 뛰어나고.
승민 : 제가요?
상식 : 그럼. 이번 문제만 해도 스스로 알아서 아이를 입양시키겠다는 차선책을 세워 온 거잖아.
승민 : 아무리 그래도 난 그 민선이 아줌마 말대로 공부도 못하고요. 그렇게 되지 못할 거에요.
혜영 : 공부 잘하고 많이 배우고 전문직 가졌다고, 좋은 부모가 되는 거면, 누가 부모 되기 어렵다고 걱정하겠니.
승민 : 저요!
상식 : (그런 말 하는 혜영을 본다. 그 의미를 안다) 이런 말이 있어. 부모가 아이를 낳아 어른으로 키워내는 게 아니고.
부모들이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비로소 어른이 되어 간다.
혜영 : (본다)
상식 : 공부하고 똑같은 거야. 아이 낳아 키우면서 스스로도 결국은 자기들도 인간으로 어른으로 갈고 닦아져서
어른이 되어가는 거야. 처음부터 나는 부모 될 자격 있어, 그러니 잘 키울래. 그러는 사람이 어딨어.
승민,혜영 : (생각)
승민 : 선생님들도 그런 거에요? 다들 자신 없는 거에요?
혜영 : 그럼 당연하지. 좋은 부모는커녕 내가 과연 애 낳으면 엄마 노릇 남들의 반이라도 할 수 있을까.
일하면서 애 키우면 애는 소외되지 않을까. 애를 낳는다 해도 그건 내 욕심이 아닐까...
상식 : (보고)
승민 : ... (보면)
혜영 : 암튼 니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그 다음의 문제란 얘기야.
승민 : 선생님도 그런 고민 한다는 게 신기해요...
혜영 : (생각 중)
62. 성당 외경
63. 성당 안
신부님 : (보다가) 너라면 다운증후군이어도 낳았겠지...
재석 : 그건 내 신념일 뿐이고.
신부님 : (본다) 그들도 니 탓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진 않을거다.
재석 : 그 당황스러움도, 그 짐스러운 느낌... 이해가 돼. 그래서 마음이 무거워요.
신부님 : 개인의 문제가 이니지... 그 장애아를 키우는 문제를 온전히 가족에게만 짐 지우는 사회가 과연 정의로운가?
...아직 정의롭지 않아. 그 부부도 분노할 대상이 필요했겠지. 어떡하겠니. 니가 좀 맞아줘야지.
64. 주택가 도로
- 승민이 데려다 주러 나온 두 사람.
- 승민이 남친 오토바이 타고 왔고 (시간 모자라면 오는 장면도 찍으세요)
- 승민이는 가방을 싣고 오토바이 뒷자리에 헬멧 쓰고 탔다.
승민 : 내일 봬요 선생님! 고맙습니다.
- 두 아이 오토바이 타고 사라지면
//
- 혜영과 상식 주택 단지 어느 길을 걷는 중이다.
혜영 : 엄마라는 존재는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상식 : (보면)
혜영 : 그전까진 그냥 대충 흐르는 대로 살아온 아이 같은데,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 거며, 책 싸들고 찾아와 과외 해달라는 용기가 어디서 나왔겠어요.
상식 : (미소) 그러게요.
- 혜영 걷다가 어느 집에 놓인 화분에 시선이 간다.
상식 : 맘에 드세요?
혜영 : 맘에 들면요?
상식 : 하나 사드리게요.
혜영 : 됐어요. 저런 걸 어떻게 키워요. (하다가 그 집 마당에 놀고 있는 강아지들에게 시선이 간다)
상식 : (혜영의 시선을 따라 간다. 꼬물거리는 강아지들을 보는 혜영)
혜영 : (기분 좋은 미소. 쭈그리고 앉아 손짓한다)
- 늙은 개와 강아지들이 있다.
- 혜영 강아지들을 얼르고 이리와 하면서 손짓.
- 그 때 어느 샌가 강아지들 틈으로 간 상식, 강아지 한 마리를 번쩍 집어 든다.
- 혜영 눈 커지고
- 상식 개를 성큼성큼 들고 온다.
혜영 : (두리번거리며) 지금 뭐하는 거에요?
상식 : 안아 보세요.
혜영 : 개를 훔친 거에요?
상식 : (피식, 안겨준다)
- 혜영 놀래서 본다.
- 상식 혜영에게 개 준다.
- 혜영 강아지 안는다.
- 강아지 혜영에게 재롱떨거나 자유롭게
- 혜영 미소 지으며 강아지 안는다.
- 잠시 강아지 데리고 노는 두 사람.
혜영 : 저 어미개 참 이상하네. 왜 짖지를 않지.
상식 : 좋은 사람인 걸 아는 거죠.
혜영 : (보면) 누가요?
상식 : 서 선생님이요.
혜영 : 제가요? (이상해한다)
상식 : 네. 왜요?
혜영 : 그런 말... 들어본 적이 없는 거 같아서...
상식 : 정말요?
혜영 : 네.
상식 : (보면)
혜영 : 당당하다, 우수하다, 잘 한다, 그런 소린 가끔 듣는데, 좋은 사람? ...정말 낯설어요...
상식 : 앞으로 익숙해지세요.
- 상식에게 전화가 오고
- 상식 잠시 전화를 받으러 간다.
상식 : 네. 어 유선아.
- 한 쪽에서 통화중인 상식.
- 통화가 좀 길어지자 혜영은 강아지를 데리고 놀다가
- 자기를 물끄러미 보고 있는 어미개를 본다.
- 그래서 살금살금 다가가서 강아지를 돌려놓으려고 하는데
- 그 때 강아지 주인집의 문이 벌컥 열린다.
- 상식의 형이나 형수.
- 문이 열리고 강아지를 안고 있는 혜영과 눈이 마주친다.
혜영 : 아, 안녕하세요.
형 : 네. (하면서 혜영을 본다)
혜영 : 아, 이 강아지는요. 제가 잠시만 안아보고 방금 갖다놓으려던 중이었어요. (내려놓는데)
형 : 네. (대수롭지 않게 답하고 저쪽에서 통화중인 상식을 본다) 상식아, 너 거기서 뭐 하냐?
혜영 : (작게) 상식아????? (이게 어찌된 일이지?)
상식 : (돌아본다) 아 형!
- 상식과 형 눈 마주치고.
- 혜영 이 사태가 어찌된 것인지 파악하기 시작.
65. 상식형네 집 (단독의 테라스나 테라스에 딸린 거실)
- 집 안으로 들어온 혜영.
- 형은 장애가 있다. 주식거래를 할 정도인데, 어느 정도 장애여야 할지 추가.
- 집안은 중산층 이상이고 상식의 형이 주식거래를 하거나 주식 부석을 한다는 정보가 나올 인테리어.
- 미국 증시를 알 수 있도록 시계나 컴 화면이 여러 개 거나
- 단 휠체어가 다닐 수 있게 넓게 트여서 저 쪽 보이는 공간에 컴 여러 대 설치되어 있음. 문턱이 없으면 좋겠고.
- 혜영의 시선으로 이 집안 분위기 보여진다.
- 아늑한 집 안 분위기가 날 것.
- 아이들이 그린 색칠 안 된 그림이 여기저기 풀칠로 붙여져 있거나
- 한 쪽 병이 아이들 낙서로 가득 차 있어도 된다.
조카둘 : 삼촌! (달려와 안긴다. 남아와 여아. 6살, 4살 정도)
상식 : 아이고, 우리 충희, 지윤이 잘 있었어?
조카둘 : 네! (예쁘게 대답) 삼촌! 삼촌! (안기려고 법석)
상식 : 어디보다 우리 충희 어구구구 많이 무거워졌네.
- 상식 아이 둘을 한 번에 안고 몇 걸음 가다 소파에 쓰러지는 시늉
- 한 번에 못 안으면 하난 안고 하난 뒤에 업고.
- 애기들 상식이에게 매달려서 혜영에게 인사. 부끄러워한다.
충희,지윤 : 안녕하세요!
혜영 : 안녕.
- 혜영은 그들이 노는 모습을 보며 안내 받아 자리로.
형수 : 이제 잘 시간이야~
상식 : 삼촌이 재워줄까?
형수 : 손님 계시잖아요. 제가 데려갈게요. 누가 키 많이 클까?
충희,지윤 : 저요 저요! (서로 손 들면서 엄마 따라 아웃)
//
- 형수가 와인 가져오고 형은 와인 따고.
- 간단하지만 격식 있는 손님 접대.
- 상식이 형수를 도와 간단한 다른 음료를 내오고 치즈도 준비하고 등등.
- 형이 혜영에게 와인을 따라주려 하자
- 상식이 다른 음료수를 밀어준다.
- 형 가족이 상식 본다.
- 궁금해 하는 가족을 그냥 모른 척 하는 상식.
형수 : 아 도련님이 여자친구를 데려온 건 무척 오랜만이네요.
혜영 : 그냥 동료에요.
상식 : (어색) 그런 거 아니에요 형수. 그냥 우연히 요 앞에 왔다가
형,형수 : (마주보고) 아 네.
상식 : 회사는 어때요? 불편한 건 없어?
형 : 응 좋아. 대중교통 이용이 좀 불편한 거 빼면 회사 건물은 장애인이 이용하기에 비교적 시설이 잘 되어 있어.
회사도 능력에 따른 차등은 두지만 장애에 따른 차등은 두지 않는 곳이라.
형수 : 인센티브도 도련님 연봉보다 많이 받았을 걸요. 이제 형 걱정은 그만해도 되요.
상식 : 걱정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하다가) 그러네요. 하고 보니 걱정이네요. 하하.
혜영 : (미소 지으며 보고 있는데)
E 전화 온다.
혜영 : 네. 어, 김 선생 나에요. 무슨 일이야? 뭐 왕 선생이? 어디서?
상식 : (표정)
혜영 : 알았어, 금방 갈게요.
상식 : (보면)
혜영 : 죄송한데, 왕 선생이 병원에서 봉변당하고 있나 봐요. 아무래도 가봐야겠어요. 먼저 일어날게요.
(후다닥 일어나 가방 들고 나간다)
상식 : 같이 가요.
혜영 : 아니에요. 혼자 가도 돼요. 그럼 좋은 시간 되세요.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후다닥 나간다)
형 : 아직 못 잡는 사이구나?
상식 : 그런 거 아니라니까.
형수 : 똘망하고 강단 있어 보여요. 도련님하고 잘 어울릴 거 같은데요?
상식 : 그런 거 아니라니까... (하면서 혜영 나간 방향 본다)
형수 : 걱정되면 따라가 보세요.
상식 : 아니에요. 무슨 걱정은... (하다가) 네 저 주말에 올께요. (일어난다)
66. 도로
- 택시 잡아타는 혜영.
- 택시 타고 사라져가는 혜영.
- 뒤늦게 나와서 그 택시를 보고 있는 상식.
67. 영주 병실 안
- 재석 이미 한차례 폭풍이 지나갔다.
- 얻어터진 흔적 있거나 옷차림이 흐트러져 있거나
- 영미 한 쪽에서 안달복달 하고 있다.
재석 : 산모는 좀 어때요?
영주남 :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그걸 물어?
영주모 : (물병 들고 나왔다가) 울다가 자다 깨다 그러고 있어요.
재석 : 진심으로 유감입니다. (비굴하지 않고 차분하게)
영주남 : (봉투 던지며) 당신 변호사가 놓고 갔어. 이 따위 걸로 해결이 될 거 같아? 이런다구 내가 고소 취하할 거 같아?
재석 :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 역경 속에서 나를 믿고 따라와 그 고생을 한 산모분도 훌륭했고
저 역시 즐겁게 보람을 느끼면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보통의 경우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 희박한 확률이었죠.
영주남 : 그 희박한 확률 내가 당하면 100%잖아! (분노. 자신을 쥐어뜯음)
재석 : (무릎 꿇는다) 운이 나빴다고 하기에는 가족 분들이 감당할 몫이 너무 커서 저도 마음이 무겁습니다.
제 손을 거쳐 태어난 아기가 짐덩어리 취급 받는 거 저도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아이가 자라는 걸 지켜보고 최선을 다해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겠습니다.
합의금은 그 아기를 키우는데 보태라는 제 작은 성의일 뿐입니다. 재판장까지 가는 건 감수하겠습니다.
그 재판과는 별개로 진심 어린 마음을 전하러 왔습니다.
영주모 : (너무 속상한)
영주남 : (외면하고 들어가 버리는)
영주E : 엄마...
영주모 : (들어가는)
- 길고 조용한 복도.
- 혼자 외롭고 싸하게 무릎 꿇고 있는 재석.
68. 영주 병실 앞
- 무릎 꿇고 있는 재석.
- 그 때 재석을 보고 뛰어오는 혜영.
혜영 : 왕 선생, 일어나.
69. 신생아실 앞
- 혜영과 재석 나란히 서있다.
혜영 : 니 잘못이 아니잖아.
재석 : 괜찮아.
혜영 : 누구 잘못도 아니라구.
재석 : 위로하지 마.
혜영 : 누구 잘못도 아니라니까.
재석 : 난 괜찮으니까 위로하지 마... 경찰서 가는 거, 멱살 좀 잡히는 거, 산부인과 의사가 되기로 한 순간부터 각오한 거잖아.
별로 힘든 거 아냐. 태어나면서부터 축복이 아니라 짐짝처럼 여겨지는 그 아이가 걱정이지. 나 괜찮아... (그러나 씁쓸하다)
- 혜영, 재석을 안아준다.
- 재석을 안아주면서 토닥토닥.
- 그 모습을 지켜보는 상식.
//
- 그 뒤로 나타나는 병원 식구들 보여도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