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이 있어 방천시장에 갔습니다. 김광석길이 각광을 받으면서 기존의 시장 상인은 대부분 떠나고 젊은이들을 위한 카페, 추억의 주전부리, 액세서리 파는 가게, 대형 음식점이 자리를 잡았지만 몇 남은 오래된 찌짐집, 막걸리집이 정겨운 곳이기도 합니다. 조용히 몇 명만 만나려 했는데 여기저기 dusf가이 되어 열 댓명이 모였습니다. 이런 자리에선 찌짐도 굽기가 바쁘고 술병도 냉장고에서 꺼내기 바빠집니다. 대부분이 호주가들이고 30~40년 된 선후배 동기간이라 더욱 그러합니다. 그런데 청도 사시는, 술 좋아하시는 선배께서 술을 안 드시기에 왜 안 드시냐고 여쭈어보니 차를 가지고 가야하기에 참고 있다고 하시더군요. 청도 하고도 각북 촌마을이라 택시도 안 들어가고 대리운전을 하려해도 대리기사가 나올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씀을 들으시더니 동기 한 분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당신이 태워준다고, 걱정 말고 마시라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되면 차를 두고 가야하니, 하루에 4번 버스가 다니는 마을에서 다시 나오기도 그렇고, 난감해 하시더군요. 그러자 또 다른 동기 한 분이 흑기사를 자처하며 먼저 손 든 동기분은 자기 차를 가져가고 두 번째 분은 청도 사시는 선배차를 가져갔다가 흑기사 두 분-마침 두 분 다 술을 마시지 않는 분들이었습니다-이 함께 차를 타고 나오면 된다고 쉽게 얘기하셨습니다. 밤 열두시 넘어서 1시간 가까이 걸리는 시골길을 함께 해 주겠다는 선배 동기분들의 우애를 느끼며 참 기분 좋았습니다. 부러웠습니다. 진갑의 나이에 그런 동기애, 배려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말입니다.
대리운전을 맡기고 집으로 오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내 주변에도 선배 동기분 같은 이들이 있을까, 있다면 몇이나 될까? 친구 몇, 전 직장 동료 몇, 동생 같은 후배 몇, 벗 중 몇. 두 손이 모자랄 만큼 적지 않은 이들이 내 곁에 있었습니다. 더욱 기분 좋아졌습니다. 행복해졌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그들에게 선뜻 이러한 흑기사가 되어줄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고개 끄덕일 수 있었습니다. 가슴이 따뜻해지며, 지금까지 참 잘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의 흑기사들. 그대들 덕분에 오늘 밤도 행복하게 미소를 띨 수 있음에 감사하네. 나도 그러한 마음이니 우리 세상 벼리는 그날까지 이 마음 유지하며 살아 감세. 오늘에 충실하며, 오늘을 사랑하며...
어제의 오늘, 오늘을 신나게 보냈습니다. 울산 강양항, 경주 삼릉 그리고 안강 흥덕왕릉에서 사진을 찍으며. 그 흔적을 아래 모셔왔습니다.
http://blog.naver.com/bornfreelee/220917688703
일주일 전, 집에서 다육이와 여린 가지에 돋아난 새싹을 찍었습니다. 그때는 오늘이었던 그날, 작은 행복감에 젖었습니다.
http://blog.naver.com/bornfreelee/220911520816
오늘을 사랑하라(모셔온 글)==========================
오늘을 사랑하라.
어제는 이미 과거 속에 묻혀 있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날이라네.
우리가 살고 있는 날은 바로 오늘,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날은 오늘,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날은 오늘 뿐.
오늘을 사랑하라.
오늘에 정성을 쏟아라.
오늘 만나는 사람을 따뜻하게 대하라.
오늘은 영원 속의 오늘.
오늘처럼 중요한 날도 없다.
오늘처럼 소중한 시간도 없다
오늘을 사랑하라.
오늘을 사랑하라.
어제의 미련을 버려라.
오지도 않은 내일을 걱정하지 말라.
우리의 삶은 오늘의 연속이다.
오늘이 30번 모여 한 달이 되고,
오늘이 365번 모여 일 년이 되고,
오늘이 3만 번 모여 일생이 된다.
-----토마스 칼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