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6학년 현직 교사가 분석한 <여왕의 교실> 싱크로율
6학년 3반 마여진 선생님이 이끄는 <여왕의 교실>, 실제 학교와는 얼마나 닮았을까. 현직 교사가 이 드라마를 분석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6학년 담임을 맡았는데, “현실에서 6학년은 교사가 제압할 수 없다”는 말로 운을 뗐다.
‘초딩’이 주인공인 드라마가 시작됐다. 마녀 같은 담임선생님은 고현정, 의뭉스런 교장 선생님은 윤여정이다. 이들이 ‘평범한 너희들을 위해 특별한 교육을 해주겠다’고 나섰다. 아이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시청자가 아닌 학부모의 마음으로 보게 된다는 드라마 <여왕의 교실>이 문을 열었다.
교실 분위기?
6학년 학생, 교사에게 제압당하는 경우 드물어 싱크로율 30%
“가장 의아했던 건 수업 분위기예요. <여왕의 교실>을 보면 아이들이 모두 교실에 앉아서 교사의 말을 듣고 있잖아요? 실제로 교사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학생은 10~20% 내외예요.”
3, 4학년만 돼도 교사가 주도하는 수업 분위기를 만드는 건 쉽지 않다는 게 A 교사의 말이다. 아이들의 관심은 수업이나 선생님이 아니라 이성, TV, 유행 등이기 때문에 교사가 어떤 리액션을 보이느냐가 그렇게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수업 시간에 모든 학생이 다 앉아 있기만 해도 ‘다행’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교사의 말에 영향을 받고 모두가 귀를 기울인다는 것도 좀 순진한 발상 같아요. 몇몇 아이들 외엔 교실 돌아가는 상황에 관심이 없어요. 뒤에서 쑥덕거리거나 자기 할 일을 하죠.”
A 교사의 말에 따르면 교실 안은 세 개의 그룹으로 나뉜다. 주류와 비주류, 그리고 왕따. 흥미로운 점은 일진의 개념이다. ‘좀 노는’ 아이들이 일진이 아니라, ‘공부 잘하고, 옷도 잘 입고, 따라서 인기도 많은’ 아이들이 일진이다.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공부를 잘하는 게 교실 안에서는 권력이에요. 주변 아이들이 우러러보기도 하고요. 실제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인기가 많아요. 교사한테 개기는(?) 아이들도 공부 잘하는 애들이에요. 공부 못하는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교사 앞에서 주눅이 들어 있는데, 이 친구들은 그런 게 없으니까요.”
극중 우등생으로 나오는 김새론은 시험 시간 중 화장실에 가지 못하게 하는 마여진 선생님에 맞서 김향기를 돕는다. 극 초반 반에서 유일하게 마 선생에게 맞서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맥락에서 현실과 <여왕의 교실>이 통하는 면이 있다. 다 그런 건 아니다. ‘세상의 차별은 당연’하다는 선언과 함께 학급의 모든 잡일은 꼴찌에게 맡기는 꼴찌반장 제도를 시행하는 6학년 3반, 작품 속에서는 성적에 따라 급식을 차등배분하기도 한다.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요? 민원이 들어오지 않으면 다행이죠.”(웃음)
마여진이 실제 존재할 가능성?
철두철미한 마여진, 사실은 열정이 넘치는 교사 싱크로율 10%
“신문이나 뉴스에 보도되는 기막힌 초등학교 교사들을 보면, 실제로는 열정이 넘치는 교사인 경우가 많아요. 사실 아무것도 안 하는 교사는 아무 일도 안 일어나죠. 그런 면에서는 마여진 선생이 굉장한 노력파일 수 있어요. 그 정도로 하려면 수업이든 생활이든 철두철미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열정이 넘친다는 면에서는 극중 신입교사 역을 맡은 최윤영도 뒤지지 않는다. A 교사는 두 사람의 사례가 좀 다르다고 했다.
“신입일 때는 사실 누구나 그럴 수 있어요. 아직 쓴맛(?)을 보기 전이니까요. 아이들에 대한 애정도 넘치고요. 제가 마여진 캐릭터를 보면서 놀라는 점은 지난 2년간 뭔가 치명적인 사건이 있었음에도 그런 모습을 간직하다고 있다는 점이에요.”
신입 교사가 경력이 한 해 두 해 쌓이면서 초심을 잃어가는 일, 사건·사고(?)를 겪은 교사가 ‘보신주의’에 빠지는 일은 흔하다. 하지만 신입도 아니고, 불미스러운 일을 겪은 뒤에도 수업이나 아이들을 대하는 데 마여진처럼 ‘모나게 행동’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개학식처럼 쓸데없는 행사에 참석하느니 ‘수업 준비를 더 하겠다’는 것도, 그렇게 자주 쪽지시험을 보는 것도 모두 ‘교사의 수고’다. 그런 점에서 마여진이 열정 있는 교사라는 게 현직 교사의 평이다.
가장 공감 가는 장면
학부모 상담, 싱크로율 70%
마 선생의 횡포에 분노(?)한 학부모들은 급기야 ‘여왕의 교실’에 찾아온다. 학부모가 나서면 교사는 물론 교감, 교장 선생님까지 긴장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학부모들이 몰려왔을 때, 어떻게 대처할까 궁금하더라고요. 한 명 한 명 정성껏 상담해주는 걸 보면서, 이 장면은 굉장히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부모랑 대척점에 서면 절대 교실을 이끌어갈 수 없거든요.”
치맛바람의 대명사 나리 엄마도, 꼴찌반장 하나 엄마도, 경시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는 서현 엄마도 모두 마여진 선생님과 상담한 후에는 ‘교사 편’이 되어 돌아갔다. 엄마들의 성향에 따라 맞춤 컨설팅을 해준 게 주효했다. 단체로 몰려다닐 때에야 목소리가 크지만, 막상 교사와 일대일로 마주 앉으면, 행여 내 아이에게 불이익이 갈까 걱정부터 하는 게 엄마 마음이다.
“하지만 이 역시 아이들의 상황이나 학부모의 성향을 정확히 꿰뚫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마여진 선생이 준비를 많이 했다고 볼 수 있죠.”
아이들 앞에서 학생의 치부를 드러낸다고? 싱크로율 5%
“가장 이해가 안 갔던 장면은 교사가 아이의 불우한 가정형편을 아이들 앞에서 노출했다는 점이에요. 절대 있어선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얼마나 좋은 뜻을 지녔든지, 그 장면은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비난받을 소지가 있어요.”
극중 동구는 어릴 적에 집을 나간 엄마와 매일 술만 마시는 아빠를 둔 아이다. 지금은 할머니 손에서 자라는데 그럼에도 교실에서는 항상 개그맨 흉내를 내며 어릿광대 짓을 한다. 더구나 동네 중·고등학생들이 동구를 상습적으로 괴롭혀서 매일 맞거나 돈을 빼앗긴다. ‘약자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마 선생의 가르침으로 “아직 맞을 힘은 있어! 이 겁쟁이들아, 싸우자!”라고 패기 있게 맞선다. 오랜 폭력에서 벗어난 동구는 마 선생에게 마음을 열지만, 반 친구들 앞에서 “네 엄마처럼 사람들이 너를 모두 버릴까봐 그런 어릿광대 짓을 하는 거야”라는 마 선생의 독설에 눈물을 쏟는다.
“이유야 어떻든 일대일이 아닌 상황에서 아이의 치부를 드러내는 건 교육적이지 못해요. 아무리 막장 교실이라도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죠. 뭔가 드라마틱한 효과를 노렸겠지만, 정말 드라마 같은 장면일 뿐이었어요.”
가장 드라마 같은 장면 중 하나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 둘의 놀이터 키스 장면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다. A 교사는 오히려 헛웃음을 지었다.
“요즘은 3, 4학년만 돼도 다 여자친구, 남자친구 있어요. 커플링은 기본이고요. 한 반에 50% 정도는 아마 지금 교제 중일걸요?”
아이들은 기념일을 끔찍이 챙기는데 교제 기간이 한 달을 넘기기가 어려워 ‘투투 데이(22일 기념일)’가 가장 큰 행사라고 한다.
“이성에 대한 관심도 있지만, ‘있어 보이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거 같아요. 그러고 보니 궁금하네요. 아이들 이성 교제에 대한 마여진 선생님의 반응이.”(웃음)
/ 여성조선
취재 유슬기 기자 | 사진 신승희, 방문수
내 아이의 담임이 마여진이라면?
극중 마여진 역으로 등장하는 배우 고현정은 ‘학부모의 마음으로’ 이 작품을 택했다고 말했다. 내 자식이 밖에 나가서 싫은 소리 듣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마 선생에게 느껴졌다면서. 시청자들, 그러니까 학부모들에게는 마 선생의 진심이 전달됐을까?
실제 학부모들과 카톡방을 열어 <여왕의 교실> 뒷담화를 나눠보았다.
<여성조선>과 카카오톡 대화
날짜 2013. 6. 18. 11:02 p.m.
꼴찌반장?
내 아이만 아니면 돼~!
여성조선 우리 편하게 이야기해봐요. 일단 드라마 재미있게 봤나요?
서인영 오늘 봤는데… 고현정 역할(마여진 선생님) 좀 억지스럽지 않아요?
박여사 전 덜덜 떨려요.
sj 마 선생 캐릭터는 대략 파악되었어요. 비밀 있는 여자인 듯한데. 한번 보면 딱 필이 오는 게 있어요.
여성조선 어떤 필(?)인가요? 결국은 다 아이들을 위한 거다?
sj 그럴 거 같아요. 자꾸 나비가 어슬렁거리는 것도 그렇고. 애들 얘기라 아무래도 학부모입장에서 관심은 갑니다.
여성조선 만약 그런 선생님이 있다면 어떨 것 같나요? 다들 한마디씩 해보죠.
sj 내 아이가 그 교사한테 어떻게 비춰지느냐에 달라질 듯. 극중 하나 부모라면… (경악!)
박여사 하지만 동구는 만날 맞다가 마 선생의 코치로 달라졌잖아요.
여성조선 만약 당신의 아이가 꼴찌반장이 됐다면?
sj 좀 많이 속상할 듯해요.
박여사 저도 그건 별로.
서인영 선생님이 넘 독하게 나오니깐 오히려 역효과 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어린아이들한테 벌써부터 사회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친다는 게… 쫌….
박여사 애들이 그걸 좋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괴감에 빠질 수도 있을 듯.
sj 근데 학부모들도 대부분 얘기하다보면 선생님 파악이 되거든요. (드라마 말고 현실에서요.) 마 선생은 특정한 누구를 편애하는 건 아니잖아요.
서인영 1등이 반항하기 전에 편애했어. (쳇!)
여성조선 만약 그 편애가 집안이나 치맛바람, 그런 게 아니라 딱 ‘성적’이라면 어때요?
sj 그렇다면… 내 아이만 안 하면 돼?!(웃음)
2013년 버전 가정환경 조사서
여성조선 아이들 앞에서 마 선생이 아이의 사생활을 아우팅(?)한 건 어떻게 봤어요?
서인영 근데 마 선생은 어떻게 남의 가정사를 다 알죠?
박여사 생활기록부 봤겠죠. 근데 그게 넘 창피해서 아이가 비관하면 어떡하나 싶었어요.
sj 그 부분은 좀 그렇긴 했어요. 그건 가정사인데. 관심의 표현이라기엔 좀 과한 느낌. 그나저나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네요.
서인영 어떤?
sj 왜 부모들 직업 조사했잖아요. 손들라고. “니 아버지 뭐 하시노~”
여성조선 애들 앞에서 망신이긴 하지만 아이가 그 일을 계기로 홀가분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자기 자신을 깰 수 있는 계기랄까.
서인영 그건 드라마고요. ㅎㅎㅎ
sj 현실은, 자영업 손들어!
박여사 운수업 손들어!
서인영 차 있는 사람 이런 것도 물어보지 않았어요?
sj 저는 그때 ‘운수업’이 점쟁이인 줄 알았어요. ㅋㅋㅋ
여성조선 은근 선생님들이 자존심 건드리는 일이 많았나봐요.
박여사 전 반장했을 때 엄마가 한 번도 학교에 안 와서 대놓고 엄청 구박을 받았어요. 선생님이 부반장만 예뻐하고.
서인영 돈을 갖고 갔어야죠~
sj 난 울 엄마가 학부모회 오기만이라도 했음 좋겠다 했는데….
여성조선 실제 마 선생이랑 비슷한 캐릭터의 담임을 만나본 적은 없나요?
서인영 우리 아이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성적 좋은 애들만 급식당번을 시켰어요. 그때는 꼴찌반장이 아니고, 잘하는 애들만 따로 모아서요.
박여사 그 담임은 이 캐릭터랑 좀 비슷하네요.
서인영 네. 공부 잘하는 애들이 다 잘한다고 그러면서요. 애들이 음식 퍼주는 거 은근히 좋아하거든요. 그것도 교실에서는 하나의 권력인 거죠.
박여사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야무지게 밥 안 흘리고 국물 안 흘리고 퍼주나보죠.
미실이냐, 마여진이냐
여성조선 고현정 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박여사 근데 난 마샘 옷 때문에 집중이 안 되더라고요.
sj …살도 쪘어요.
서인영 살짝 미실이 돌아온 것 같기도 해요.
박여사 그런 블라우스 요새 구하기도 힘들 텐데요. 치마도 무릎 밑 길이고요.
여성조선 만약 마 선생님과 단둘이 개별 상담을 한다면요?
서인영 그땐 좀 달라 보이더라고요. 상담할 때 정말 관심 없는 선생은 먼 산만 쳐다보다 뻔한 말만 하거든요.
sj …특히 직장맘들은 그렇게 상담해주면 맘이 놓일 것 같기는 해요.
서인영 저도 그 부분에서는 선생님으로서 자질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애들에 관해 빠삭하게 파악했잖아요. 점수 확 올라가던데요?
여성조선 애들한테 아무리 무섭게 해도 그렇게 상담하면 마 선생님 편이 될까요?
sj 그렇죠!
박여사 그래서 드라마에서 엄마들이 확 간 거죠.
서인영 내 새끼에 대해 잘 설명해주면 믿음이 가죠.
박여사 내 애만 교사가 잘 봐주면 되지, 그런 생각도 있고요. 그런 특색 있는 교사일수록.
여성조선 극중 나리 엄마인 변정수가 마 선생에게 촌지를 주는 장면도 있었는데요.
sj 요즘엔 촌지 없는 걸로 아는데요.
박여사 주는 입장도 떨릴 거 같아요. 줬는데 안 받으면 완전 창피하잖아요. 사실 그런 것 때문에 망설여지기도 하고요.
서인영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 것처럼 촌지도 줘봐야 어떻게 주는지 알죠.
박여사 그 샘이 받는 사람인지 안 받는 사람인지 알 길이 없으니까요.
서인영 그래도 받으면 좋아하지 않을까요?
sj 감사하다고 문자 오고.
서인영 저는 1학년 때 선생님이 정말 괜찮았어요. 뭐라도 주고 싶더라고요. 내 새끼 잘 봐달라기보단…. 그냥 뭐든지 주고 싶은 사람이 있잖아요.
sj 완전 순수하게.
서인영 그런 마음에 줬는데 답 문자 안 옴;;
sj 은근 서운하더라고요. 그래서 올해 선생님한테는 암 것도 안 했는데 선생님이 아이들을 성적순으로 앉히고 대놓고 차별한다면 그냥 받아들여야겠죠?
박여사 헉!
여성조선 드라마처럼 항의를 해볼 생각은 없어요?
박여사 말이 쉽지, 실행에 옮기기는 어렵지요.
sj 엄마들과 닭스에서 모일 듯.
여성조선 닭스요?
sj 엄마들 커뮤니티가 있거든요. 자주 가서 수다 떠는 치킨가게. 학교 동태를 살피기 위해서요.
서인영 난 직장맘이라. 성적순으로 앉히면 성격상 대놓고 따지진 못할 듯ㅠㅠ 그냥 속상해만 하고. 우리 애를 잡겠죠.
내 새끼는 내가 지킨다
여성조선 만약에 꼴찌인 우리 아이가 교실의 모든 잡일을 다 해야 한다면요?
박여사 그건 좀 이야기가 다르죠. 요즘은 공부만으로 승부 나진 않잖아요.
sj 잡일을 계속하게 되면….
서인영 아이들의 기를 죽이는 행위죠.
sj 교장실 문을 똑똑 두드리게 될 듯.
박여사 저도 그땐 샘을 찾아갈 거예요. 내 애는 내가 지켜야죠. 아이가 얼마나 맘고생을 하겠어요.
박여사 그렇긴 하죠. ㅠㅠ
sj 근데 맘이 그렇지 실천이 될까요? 첨엔 마 선생 뭐 저런 게 다 있지? 하면서도 은근 빠져들더라고요. 드라마라 그런지~~
서인영 근데 우리가 부모 입장에서 봐서 그렇지 애들은 은근히 학교에서 여러 가지 경험할 거 같아요. 부모가 모르는 일들.
/ 여성조선
취재 두경아·유슬기 기자
part 3 요즘 초딩 이렇게 논다?!
‘어리다고 놀리면’ 큰 코 다친다. 초등학생들의 소비 문화는 이미 시장경제의 흐름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요소가 됐다.
어려움 없이 자라는 이 시대의 초등학생들은 소비문화를 이끄는 ‘큰손’이다.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교육비 지출은 줄이지 않는 게 한국 부모들의 공통된 특징이기 때문이다.
삼삼오오 모여 고무줄놀이나 공기놀이를 하는 아이들은 눈을 씻고 찾기 힘들다. 또 얼굴이 새까매지도록 밖에서 공을 차며 뛰노는 아이들도, 부모님 몰래 오락실을 찾는 아이들도 줄어든 지 오래다. 세대의 변화도 있겠지만, 굳이 밖으로 나갈 필요 없이 모든 놀이가 집에서 가능하다는 편리함도 변화된 이유 중 하나다.
그렇다면 요즘 아이들은 무슨 놀이를 즐길까. 어떤 책을 읽고 어떻게 생일파티를 열고 있을까. 기성세대는 모르는 우리 아이들의 사생활을 슬며시 들여다보자.
우리도 엄지족… 스마트폰에 푹 빠진 아이들
어린아이들이 뭐가 그리 필요할까 싶지만, 없으면 ‘왕따’ 위기까지 불러온다는 스마트폰은 이 시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필수품이 됐다. 아이들도 대개 초등학교 입학할 때 선물로 받는 추세다.
그만큼 다양한 게임과 애플리케이션(앱) 또한 초등학생들의 손을 사로잡고 있다. 초등학생도 앱을 개발할 수 있는 교육이 추진될 정도이니, 이제는 상호 공유하고 소비하는 문화의 일부로서 톡톡히 자리매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고등학생보다 초등학생이 SNS(Social Network Service)나 모바일 메신저를 더 많이 이용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기성세대도 즐겨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이나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의 SNS는 물론, 초등 교과에 도움이 되는 교육 앱이나 재미있는 게임 등도 인기다. 한창 ‘말하는 고양이 톰’ 유의 앱이 인기를 끌었으나, 최근에는 급식 메뉴를 미리 알려주는 ‘최급식’이나, 사용자 주변의 범죄지수 경보, 성범죄자 거주 반경, 바바리맨 출몰 등을 알려주는 ‘늑대다’ 같은 실용적인 앱도 눈길을 끌고 있다.
‘버카충’, ‘문상’을 아십니까? 은어 요지경
한때 기성세대와 신세대를 구별하는 단어를 맞추는 것이 유행인 때가 있었다. 버카충(버스 카드 충전)이나 문상(문화상품권), 엄빠(엄마 아빠) 등의 단순한 줄임말은 예사다. ‘에바’(‘오버하다’의 변형) 등 알아듣기 힘든 은어들이 온라인에 가득하다. 최근에는 강조하는 의미로 모든 말 앞에 ‘개’나 ‘캐’를 붙이는, 욕설을 방불케 하는 단어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국적 불명의 은어가 일상용어로까지 급속히 번지면서 그 심각성이 날로 더해가고 있지만, 은어는 어느 세대에나 존재했고 꾸준한 변화를 거듭해왔다. 요즘에는 은어사전 앱이 따로 있을 정도다. 다음은 초등학생들이 자주 쓰는 은어.
우리도 ‘커플링’해요
김 모 씨는 어느 날 딸의 카톡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나랑 사귈래?” “그럴까?” “아싸!” 딸은 이제 겨우 초등학교 3학년이다. 상대는 같은 반 친구, 고백은 등교 전 이른 아침에 이루어졌다.
요즘엔 초등학생 때부터 이성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남친’ 혹은 ‘여친’이라 부르는 정식 교제는 물론 기념일 챙기기, 커플링하기 등도 흔한 일이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데이트할 것이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포털 게시판에는 초등학생들이 ‘데이트 코스’를 문의하는 글을 자주 볼 수 있다. 초등학생 자녀의 스마트폰에 “자기야 사랑해, 내일 봐♡” 하는 식의 문자를 보고 놀라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
특히 매년 돌아오는 11월 11일 빼빼로데이는 초등학생들이 가장 분주한 날이다. 서로에게 숨겨왔던 마음을 고백하는 날로, 초등학생들의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로 불린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생일파티
요즘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들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에는 부유층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화려한 생일파티가 유행처럼 번졌으나, 점차 일반적인 문화로 변질됐다. 최근 아이들의 생일파티는 패밀리 레스토랑을 대여해 열기도 하며, 집에서 할 경우 이벤트 회사에 의뢰해 마술이나 공연 등의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한다. 피자집이나 키즈카페, 심지어 호텔 룸을 하루 대여해 파티를 여는 경우도 있다. 반 아이들 모두에게 초대장을 보내고 돌잔치처럼 생일초대에 응한 친구들에게 선물을 하는 풍속도 익숙해졌다. 학교까지 나서며 초호화 생일파티를 ‘단속’하는 진풍경을 벌이기도 하지만, 우리 아이만 안 했다가 왕따라도 당할까 너도나도 하는 분위기가 된 지 오래다. 심지어 아이들은 생일파티가 끝난 뒤 노래방으로 ‘2차’를 가기도 한다.
아이들의 필독서 이런 책이 대세
국내 1백 위권 베스트셀러 중 어린이 책의 점유율은 2위(10.6%)를 차지할 만큼 높다. 어린이 책은 주로 부모의 선택에 따라 소비되는 경향이 짙은 것도 특징이다. 아이들이 자진해서 책을 구입하는 경우보다 학교나 학부모들이 사주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어린이 분야 스테디셀러는 <마법천자문 25>와 <뽀롱뽀롱 뽀로로 미니 스티커북>, <꼬마버스 타요 미니 스티커북>이 꾸준한 인기다. 아동 문학과 어린이 역사책 부문에서 2백만 부 이상 팔린 어린이 역사책 <한국사 편지> 시리즈도 빼놓을 수 없다. 저학년의 경우 <책 먹는 여우>와 <틀려도 괜찮아>, <양파의 왕따일기> 등이, 고학년은 <어린이를 위한 꿈꾸는 다락방>과 <꿈을 찾아 한 걸음씩>, <십대들의 인성 교과서, 태도> 등을 많이 보고 있다.
/ 여성조선
취재 이정아 | 사진 방문수
part 4 고현정과 아이들 유쾌 통쾌한 일문일답
고현정이 안방극장에 컴백했다. 이번엔 초등학교가 배경이다. 어딘지 모르게 비밀스런 교사 마여진 역의 고현정과 6학년 3반 아이들을 만났다. 이들의 웃음 끊이지 않는 촬영 전후 일문일답.
<여왕의 교실>은 단순히 선생님과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가 아니다. 현실 세계의 불편한 진실,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꽤 의미심장한(?) 드라마다. <신들의 만찬>의 이동윤 PD와 <친구, 우리들의 전설>의 김원석 작가가 의기투합한 이번 작품의 핵은 마여진 선생 역의 고현정이다. 그녀가 담임으로 부임한 산들초등학교 6학년 3반은 그야말로 ‘여왕의 교실’이다. 학교에 부속된 하나의 반 같지 않고, 따로 떨어진 별개의 교실 같다. 그만큼 다른 반과 동떨어진 규칙을 적용하고 분위기를 조장하는 장본인은 담임교사 마여진. 극중 ‘마녀’라는 별명, 아니 “학생들의 기를 빨아먹는 ‘진짜’ 마녀”로 불리는 그녀는 모든 걸 성적순으로 규정한다. 성적 향상으로 귀결되지 않는 모든 과외활동, 심지어 ‘교장 선생님 훈화 시간’까지 마여진에게는 시간 낭비다. 그녀는 왜 이 혹독한 선생 역을 맡았을까.
이번 작품으로 주로 아이들과 호흡을 맞춘다.
물리적으로 ‘연하’라고 칭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어린 친구들이다.(웃음) 대부분 현장에서도 나를 “선생님”이라 부른다. 근데 어느 날 한 친구가 고맙게도 “누나”라고 부르더라. 그 호칭에 환기가 됐다. “아 그래? 난 이제 널 오빠라고 부르마.” 하고 장난을 친 기억이 있다. 어린 친구들이 먼저 유연하게 호칭을 사용해줘서 마음이 편했다.
한둘도 아닌 여러 아이들을 이끄는 입장이다.
사실 스무 명 이상을 상대하는 게 처음이라 당황스럽다. 촬영장에서 감독님이 내 편의를 많이 봐주는 편이다. 나보다 힘든 건 교실을 채우고 있는 학생들이 아닐까 싶다. 화면에도 나오고 대사도 있는 주인공들 외에 옆에서 받쳐주는 친구들이 더 힘들 것이다.
마여진은 ‘마녀’ 같은 선생이다.
아이들이 많은 것에 대항하며, 부딪히고, 생각하고, 싸우는 과정에서 내가 맡은 마여진이라는 인물은 매섭게 몰아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진짜 마여진이라는 캐릭터에게는) 아이들에게 면역력을 심어주어 사회에서 방황하거나 흔들리지 않게끔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그런 선생님 캐릭터에 거부감은 없었나.
아이들에게 돌려 말하지 않고 “현실은 이런 것이다”라고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이라 시원하고 좋았다.
드라마 속 학생 중 자신의 학창시절과 가장 싱크로율이 높은 캐릭터는 누구인가?
나는 발육상태가 조금 특이했다. 사실 이 키(172cm)가 중학교 1학년 때 키다. 친구들이 “쟤 사실 스무 살이래”라며 수군거리기도 했다. 내 어릴 적 캐릭터는 서신애 양이 맡은 은보미인 것 같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안 어울리고를 떠나서 친해질 수 없었다. 내 자신이 창피했다. 고무줄놀이를 하려 해도 키가 커서 안 됐으니까.
카메라 꺼지면 친절해지는 마여진 선생님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인 만큼, <여왕의 교실>에는 ‘블록버스터급’ 아역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의 비호(?)를 받던 배우 김새론을 시작으로, 지난해 하반기 스크린을 강타한 영화 <늑대소년>의 김향기, 안방극장에서 더 친숙한 서신애, 아역배우 중 최고령자와 최연소자인 이영유와 천보근이 열연한다. 전교 1등, 은따, 개구쟁이, 깍쟁이 등 맡은 역은 다 다르지만 몰입도만큼은 누구 하나 모자랄 것 없이 동등하게 뛰어나다. 이동윤 PD의 말대로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 사회 현실을 보여주는 학원물’ 속 주인공, 다섯 아이들을 만났다.
담임선생님을 연기하는 고현정이 무섭지 않나?
김향기 고현정 선배님은 평소에 친절하고 잘해준다. 근데 촬영에 들어가면 진짜 마 선생님처럼 눈빛이 무서워진다.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는 모범생 역을 맡았다.
김새론 영화 <아저씨>, <이웃사람> 등 전작에서 계속 어두운 역할만 해서 그런지 이번엔 심하나(극중 김향기가 맡은 캐릭터) 같은 명랑한 역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도 배우라면 모든 역할을 소화해야 하니까 이번 역할도 최선을 다하겠다. 내가 맡은 김서현이라는 캐릭터는 뭐든지 완벽하고, 냉정하지만 상처가 있는 인물이다. 주위에 흔한 인물이 아니라 표현하기 어려웠다. 특히 대사보다 표정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점이 힘들었다.
반에서 ‘은따’인 은보미 역을 맡았다.
서신애 은보미는 공부도 체육도 못해서 열등감으로 가득 찬 캐릭터다. 은근히 왕따를 당하며 스스로에 갇혀 있다. 그래서인지 실제 학교나 학원에 있는 소외된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연기하면서 소극적으로 행동하게 되더라. 그동안 구박당하는 인물을 자주 맡았다. 스쳐지나가는 거지만 나도 한번 때려보고 싶다, 내가 때리면 잘할 텐데, 하는 생각까지 했다.(웃음)
실제 교실과 비슷한 부분이 있나?
서신애 실제로도 학급에서 팀을 이룰 때 혼자 남거나, 밥을 혼자 먹는 소외된 아이가 있다. 왕따, 은따, 그런 게 비슷하다. 어느 학교를 가든 왕따 한 명씩은 있다. 다른 점은 (극중 마여진) 선생님이 정말 못됐다는 점이다. 실제라면 교육청에 신고하면 되는데, 드라마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웃음)
이번에 출연하는 아역배우들 중 가장 맏언니다. 부모의 과잉보호 아래 자란 고나리 역을 맡았다.
이영유 배역이 마음에 든다. 여태껏 악역을 해본 적이 없는데, 새로운 도전이라 더 좋았다.
극중 개구쟁이 천보근을 연기한다.
천보근 1980~90년대식 개그를 구사한다. 처음에는 (대본을 보고) “이게 뭐지?” 했다. 다른 사람들은 깔깔 웃는데 난 사실 뭐가 웃긴지 모르겠다.(웃음)
/ 여성조선
취재 김가영 기자 | 사진 3H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