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깝게 지내는 우리 졸업생의, 어머니가 66세의 나이에 2019년 12월 29일 결혼식에 갔다가 식장에서 뇌졸중으로 쓸어져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친정 쪽으로 가족력이 있어 뇌졸중이 발생하면 연명치료를 하지 말 것을 사전에 누차 얘기를 했다는데 예식장에서 쓸어져 경황이 없어 바로 병원으로 갔지만 의식을 잃고 회복이 되지 않았습니다. 병원에서 1년 정도 있다가 지금은 집으로 모셔 연명을 하는 중입니다.
지난 설 직전에 졸업생을 만나서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보호자가 취할 방법은 아무 것도 없고 그저 돌아가실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라고 합니다. 90세가 넘으신 할머니가 계시고 70이 넘은 아버지가 어머니 병구완으로 다른 일을 할 수가 없고 아들인 졸업생이 주말에는 아버지를 대신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날마다 그 어머니가 깨어나서 건강을 회복하기를 기도하고 있지만 제 신심이 부족해서 아무 효과가 없습니다.
<말기 암 환자에게 폐렴이 발생하여 심한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어떤 결정이 적절한지 94명의 말기 환자 가족과 담당 의료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의료진과 보호자는 40%에서만 의견 일치를 보였다.
환자를 중환자실로 옮겨 인공호흡기를 적용하기를 가족들은 원했으나, 의료진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 경우가 55%였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나 보호자는 '의료진이 알아서 결정해 달라'고 하거나 '당신의 가족이라면 어떻게 할지'를 묻기도 하지만, 담당 의사도 환자의 경과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결정을 대신하기가 어렵다.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 중에는 '완치가 안 된다면 아예 어떠한 치료도 받지 않겠다'라고 하는 사람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죽음을 기다리는 것은 견딜 수 없다. 더 이상 치료할 방법이 없다면 임상시험 중인 항암제라도 맞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다양한 생각들이 존재한다.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의 의견이 항상 일치하지 않는 이유이다. 환자를 간병하고 있는 보호자의 말만 듣고 연명의료 여부를 결정했다가 다른 가족이 제기한 법적인 문제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이런 결정은 환자 본인이 내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불가피한 상황에서만 가족들의 합의로 이루어진다.
의료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면서, 신약이나 새로운 의료기기들이 진료 현장에 끊임없이 도입되고 있다. 새로운 치료법의 효용이 환자에 따라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의사가 그 효과를 사전에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환자에게 치료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의료기술을 적용할 경우에는 대부분 의사가 결정하고 환자가 동의하는 절차를 밟는다. 그러나 치료 효과가 불확실한 신약이라면 기대되는 효능과 우려되는 부작용에 대한 정보를 의료진이 제공하고, 환자가 의료진과 함께 결정하는 방식을 권장한다.
의학기술의 발달은 과거에는 고칠 수 없던 많은 질병을 치료하여 인류의 평균 수명을 늘리는 데 성공했으나 우리를 또 다른 시험에 들게 하고 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의료기술이 많아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의학적 효용성뿐만 아니라 사람마다 다른 가치관까지 고려해야 한다면 그 선택은 쉽지 않다. 어렵게 결정한 후에도 나쁜 결과가 초래되면 본인의 선택이 옳았던 것이었는지 끊임없이 자문하며 마음의 고통을 겪는 사람도 있다.
신생아 집중치료실에 입원한 회생 가능성이 없는 중증장애 유아의 인공호흡기 중단 과정에서 미국과 프랑스의 상황을 비교한 연구 내용을 보면, 프랑스에서는 의학적 전문성을 존중하여 의사가 결정하고 부모들이 따르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다.
그에 반해 미국에서는 인공호흡기 중단 결정 과정에 부모가 참여한다. 의료분쟁에 대한 법적 책임 문제와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사회문화적 영향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환자의 부모에 대한 추적조사에서, 인공호흡기 중단 결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였던 미국의 부모들이 그 결정에 대한 죄책감에 오랜 기간 더 많이 시달리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현재의 우리나라에서 연명의료 중단 결정 과정은 프랑스보다 미국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 사람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불행이 나한테는 오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피하려 한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평소에 가족과 이러한 문제에 대해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본인의 의사를 분명히 밝혀두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많은 사람이 본인이 환자일 때와 부모나 자녀가 환자일 경우 다른 선택을 한다. 가끔은 나의 의견을 묻는 환자의 가족에게 되물어 본다. "본인이 환자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한국일보. 허대석 서울대병원 내과 명예교수
출처 : 한국일보. 죽음이 삶이 되려면, 호흡기 떼는 걸 누가 결정할 것인가?
이런 상황이 남의 일이기 때문에 걱정하는 걸로 얘기를 하지만 당장 내 가족이 이런 상황이 된다면 정말 어떻게 하는 것이 더 나은 것인지 판단하기가 너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 주변에서 의식을 잃은 채로 연명하다가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돌아가신 분들이 몇 분이 계신데 그 가족들의 고통은 남들이 알지 못할 겁니다.
의식이 없는 생명을 이어가는 것이 어떤 희망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연세가 드신 분들에게는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사람이 사람의 생명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형제도 폐지를 찬성하는 편인데 의식을 잃고 생명을 연장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전문의사의 판단이 더 타당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정말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다면 병원의 처방에 따라는 것이 최선이 방법이라고 봅니다. 기적이 있기에 환자들이 기적을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일수도 있지만 그런 기적이 자주 있다면 그것은 기적이 아니라 의술의 발전일 것입니다.
말은 쉽지만 그게 자신의 일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2회 영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