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12월4일(일)맑음
오전 11시 의성불자 여섯 분 방문하다. 간단한 법문과 명상하다. 시청 뒤쪽 황제 한정식에서 점심 공양하고 돌아와 차담을 나누다. 대화를 나누고 작별하다. 2:30에 가는 길에 사천 바닷가를 둘러보고 의성으로 돌아간다고 하다.
2022년12월5일(월)맑음
다나 보살의 부군 청호거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잘 살아가기를.
신영복 선생의 <담론>을 읽다. 柔能制剛 下方連帶. 유능제강 하방연대.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라.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자기보다 강한 사람에게는 비굴하면서 자기보다 약한 사람한테는 오만한 사람과 자기보다 강한 사람에게 당당하면서 자기보다 약한 사람에게는 관대한 사람이다.
2022년12월6일(화)맑음
자기가 살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죽을 거라는 두려움이 있다.
자기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어질 것을 두려워한다.
무엇을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소유가 줄어들거나 없어질까 불안하다.
이 땅 위에 자기 존재를 떠받혀주는 건강과 재산, 집과 가족, 인맥과 관계들이 든든한 것 같지만 그 가운데 한 가지만 흔들려도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 마치 파도에 쓸려가는 모래성처럼. 안전하다고 믿는 발밑을 믿지 말라. 네가 비춘 빛을 밟고 가라. 빛으로 살라.
산 것이 죽은 것이고, 죽은 것이 살아있다. 이미 죽은 사람처럼 살라. 죽었다가 다시 잠시 살아 돌아온 사람처럼 살아라. 죽은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시체가 살아간다는 기분으로 살아라. 모든 것이 감사하고 경이로울 것이다.
경림스님 와서 티베트불교 공부하다. 점심공양하고 공부하다 2:30에 돌아가다.
2022년12월7일(수)맑음
9시 진주에서 출발하여 11시 백양사 도착. 명섭스님 만나 공양간에서 점심 공양하고 고불선원 다각실에서 차를 대접받다. 유나 일수스님, 입승 상암스님, 선덕 한결스님과 차담을 나누다. 2시에 출발하다. 광양 배알도 별 헤는 다리에서 윤동주 기념관을 참관하고 돌아오다.
2022년12월8일(목)맑음
I have observed a strange idea of love that many people seem to have: they see love as a kind of gift that has to be given back. Someone says, “I love you,” and if the other person does not reply with an “I love you, too,” the first person gets upset. But love doesn’t always have to be reciprocated. We can just love. If love doesn’t come back to you, it is still love that you give and that you feel. We do not always have to look to get something back for what we give, do we?
-17th Karmapa
나는 많은 사람에게서 사랑이란 보답을 받으려고 주는 선물인 것처럼 여기는 이상한 생각을 목격한다. 어떤 사람이 ‘당신을 사랑해요’라고 할 때 다른 사람이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라고 답하지 않는다면 첫 번째 사람은 화를 낸다. 그러나 사랑은 보답을 요구하는 건 아니다. 우리는 (보답이나 기대 없이) 다만 사랑만할 수 있다. 당신이 준 사랑이 당신에게 되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당신의 사랑이 거기에 있는 걸 당신은 느낀다. 우리가 준 것을 항상 돌려받는 건 아니지 않은가?
-17대 카르마빠 존자
muhurta 무흐르타=須臾수유=48분
<우리는 씨앗을 뿌릴 뿐이다>
씨앗을 뿌리는 일은 지금이지만 싹을 틔워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은 먼 훗날이다. 우리의 삶은 씨앗과 꽃과 열매의 인연 사이에 놓여있다. 열매를 맺을 아득한 미래가 씨앗을 뿌리는 지금에 잇닿아 있다. 씨앗을 뿌리는 사람은 어머니-열매의 심정으로 아들-씨앗을 뿌리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씨앗을 뿌리는 일이지 꽃의 영광을 탐하고 열매의 풍요로움을 누리는 일이 아니다. 씨앗을 뿌려서 싹을 틔우고 가꾸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라 전심전력을 요구하는 고행이다. 그것도 한 생뿐만 아니라 세세생생의 할 일로 삼아야 가능하다. 씨 뿌리는 일을 자기 할 일로 삼은 사람은 토양의 질을 따지지 말고 환경과 기후조건을 탓하지
않는다. 땅도 날씨도 자연도 항상 씨 뿌리는 사람의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씨앗의 마음을 가진 선각자는 다만 졸렬하더라도 제 할 일만 할 뿐이다. 천하의 성인이나 혁명가와 재사들도 자기의 뜻을 다 이루지 못했다. 모든 혁명과 사업은 늘 실패한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끊임없이 다시 시작해야 한다.
[참고]
*한비자의 拙誠졸성, 졸렬하지만 성실한 삶
*빅토르 위고가 레미제라블에서 한 말: 땅을 갈고 파헤치면 모든 땅은 상처받고 아파한다. 그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 피우는 것은 훨씬 뒤의 일이다. -신영복의 <담론>에서
2022년12월9일(금)맑음
오후 3시 출발. 거창 시인의 집 유재상 선생님을 방문하다. 서각한 주련을 드리다. 선생님 내외분과 따님과 차를 나누다. 사모님은 아직도 고우시다. 이수미팜베리에서 공양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지다. 돌아오니 7시.
2022년12월10일(토)맑음
오전 11시 연수와 아림 보살 오다. 점심 공양하고 선학산 산책하다. 저녁에 사천 무지개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고 돌아오다.
<공고>
섭세일기는 더 이상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남의 시선에 맞추려는 조작이 들어가고 자기검열하는 짓을 하는 자신이 보였기에 그만둡니다. 대신 원담명상록을 개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