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주작가님께서주신글]
방랑시인 김삿갓
시회(詩會)에서 한 무리 선비들이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그때 남루한 선비가 술 한 잔 얻어 마실 요량으로 말석에 좌정했다.
몇 순배 돌아도 시상이 떠오르지 않아, 낑낑대는 선비들에게,
지나가는 과객이요. 술값 대신에 시 한 수 읊을 테니. 누구 좀 받아쓰시오.
소나무와 잣나무 그리고 바위라는 글자를 두 자씩 쓰시오.
돈다는 글자 하나를 쓰시오.
산이라는 글자와 물이라는 글자를 두 자씩 쓰시오.
이곳저곳이라는 글자를 두 자씩 쓰고, 마지막으로 기이하다고 쓰시오.
松 松 柏 柏 岩 岩 廻
山 山 水 水 處 處 奇
남루한 선비는 김삿갓이다.
방 ; 방랑시인 유랑 길에 지팡이가 유일한 벗
랑 ; 낭패로다 양반 가문 하루아침 몰락 폐족
시 ; 시와 술로 해학풍자 세상인심 희롱하네
인 ; 인정머리 야박하다 곳곳마다 문전박대
김 ; 김 메는 아낙네에게, 멀건 죽도 과분하오.
삿 ; 삿갓 벗고 걸터않아 한 끼 요기 청할 적에
갓 ; 갓끈 조차 풀기 전에 부지깽이 날아오네
풍자(諷刺)의 백미(白眉)
첫째. 처녀 뱃사공
뱃사공은 남정네만 하는 줄 알았는데, 젊은 여인이었다.
장난기가 발동한 원님
“자네 배에 올라타니 기분이 아주 좋군!”
여인이 고개를 들지 못하자. 원님이 실실 웃으면서
“남편의 성이 무엇인고?”
백 서방이라 하옵니다.
“허허! 백 서방이라! 하나도 힘든데, 백 명을 어떻게?”
그러는 댁은 뭐 하는 분이요?
“나는 사천 고을 원이네!”
그래요? 댁 마님도 참 안되었습니다.
나야 서방이 백 명뿐이지만, 일이천도 아니고 사천이나 모셔야 하니,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겠소.
마침내 배가 건너편에 다다르자
잘 가거라!
여인이 손을 흔들었다.
“이게 무슨 망발이냐?”
내 배에서 나왔으니, 내 아들 아니오?
뱃사공이 내리는데, 속치마가 보였다.
뒤따르던 원님
“뒷문이 열렸네!”
여인이 치마끈을 당기며,
개가 짖지 않으니, 도둑은 맞지 안았네 그려!
둘째, 쌍년(雙年)
아낙이 설거지물을 담장 밖으로 뿌린다는 게, 그만 지나가던 '김삿갓'이 물벼락을 맞았다.
사과해야 마땅한데, 미안하다는 말을 안 하자.
해! 해!
년(年)자가 2개이니 쌍년(雙年)이다.
셋째, 이게 무엇이요?
爲爲不厭更爲爲 위위불염갱위위
不爲不爲更爲爲 불위불위갱위위
싫지 않아 또 하고, 안 한다고 하면서 또 한다. 방사(房事)를 이렇게 표현했다.
넷째, 요강
네가 있어 야밤에도 번거롭게, 사립문 여닫지 않아도 되니, 주인과 잠자리 벗이 되는구나!
술 취한 사내도 네 앞에서는 단정히 무릎을 꿇고,
아름다운 여인은 널 끼고 앉아, 속옷을 살며시 걷는다.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소리는, 비단 폭포를 연상케 하는구나.
비바람 치는 새벽에, 너의 공이 가상하도다.
마님 타는 가마에 실려 가는 나를 부러워 마라!
다섯째, 송편 예찬
손바닥에 굴리고 굴려 새알을 빚더니,
손가락 끝으로 조개 입술 붙이네!
쟁반 위에 오뚝오뚝 세워 놓으니,
일천 봉우리가 깎은 듯하고
옥 젓가락으로 집어 올리니
하늘에 반달이 둥글게 떠오르네!
작품
죽장에 삿갓 쓰고
내 삿갓
스스로 탄식하다.
대나무 시
스무나무 아래서
죽 한 그릇
야박한 풍속
가난이 죄다.
개성 사람 강 좌수가 나그네를 내쫓다.
비를 만나 처마에서 자다.
주막에서
스스로 읊다.
고향 생각
나를 돌아보며
시시비비
난고 평생 시
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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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tu4WYDSlbY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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