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호]
종알거리는 하루 외 1편
오 현 정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홀
스마트폰을 양손에 든 C(consumer)기업 임원보다
컴퓨터에 명령하는 E(electrlcs)로봇의 말이 더 빠르다
지령을 받은 S(show)세탁기는 최첨단 기술을 다림질해 펼친다
빨랫줄을 바라보던 정치인과 교수는 기자들보다 먼저 올해의 트렌드를 읽는다
인공지능이 퍼진다 C는 이제 차이나(china)의 약자
머리수가 많으면 천재의 본능도 진화한다
펀치 카드로 출근하고 진종일 마우스를 밀고 당기던 언어연구소 시인은
SF영화 시나리오를 감성 로봇녀에게 먹인다
기계가 깔, 깔, 깔 사람보다 더 호들갑을 떤다
장례식에서는 인간의 말을 잘도 받아먹는다
어찌나 슬피 우는지 하루도 조용할 날 없이 재잘재잘
871만종 째 호모 사피엔스의 출연파티에 티티새와 송충이가 입을 다문다
바벨탑에 갇혔던 언어들이 돌아오고 있다
증강현실
뭘 망설여요
내 안으로 들어오세요
입구에서 체험용지를 들고
거기 그려진 것 중에서 내키는 곳에 맘껏 색칠하세요
이제 스마트폰을 꺼내 나의 앱을 다운 받으세요
색칠한 그림을 촬영하면 3분 만에 당신 마음을 인식하고
나와 즐거운 게임을 할 수 있어요
게임모드 버튼을 동시에 천천히 꾸욱 누르면
공중에 떠있는 별자리 보여요
다산의 유물도 하늘에 띄우며 우주여행을 할 수 있어요
박물관은 이제 영원히 살아있는 당신과 셀카 놀이에 흠뻑 빠졌어요
오현정 |1978년, 1989년《현대문학》으로 등단 . 시집『몽상가의 턱』『광교산 소나무』『고구려 男子』등 8권.
애지문학상, PEN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