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 로버트 제임스 월러 / 공경희 / 시공사
게으르다보니 읽은 책을 정리하지 못하고, 정리하지 못하니 기록에 남기지도 못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5월 18일 이후, 내 하루의 패턴이 완전하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내 책상이 없는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유이며, 집에 도착하면 몸을 추스르기에 바쁘고, 시간이 나면 책상에 앉아서 해야 할 밀려있는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책상에 앉아서 키보드와 모니터를 번갈아보며 시간을 채워나가는 일에서, 발로 손으로 몸으로 공간을 채워나가는 일을 하다보니 여분의 시간이 있더라도 머리속으로 흘러 들어간 이야기들을 정리할 짬을 나에게 부여하는 일은 사치스러운 일이 되고 있다.
부차적인 일, 그래 책을 읽고 정리하고 내 생각을 끄집어내고 끄집어 낸 생각을 흐트려 갈래를 잡아보고 정리하는 일들이 부차적인 일이었다고 할 수 있지만 지금은 실제로 부차적인 일이 되고 만 것이다. 읽어내기에도 바쁘고 버겁게 느껴진다. 부차적인 것, 그것이 삶을 정말 아름답게 하는가 깊이 생각하게 한다.
모두가 자기의 삶을 살아가고, 그 삶을 유지하기 위해 경제 활동을 한다. 그 활동으로 삶이 유지되고 그 삶을 더 윤택하게 위하여 부차적인 일을 찾는다. 돈 버는 일은 돈 버는 일이고, 그 외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를 통해 본 시간을 더 풍성하게끔 치장을 할 수 있을 터이니까. 의미는 의미를 두는 사람에게만 존재하는 것이지 그렇지 않는 사람에게는 전혀 어무런 의미가 없는 일일터.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매월 초에 모이는 독서모임에서 7월에 함께 나눈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몇 권을 더 읽은 것 같은데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모임에서 나눈 책 마저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면, 나는 어떤 흔적을 남길 수 있을까, 해서 무리를 해본다.
불륜이냐 아니냐, 그것이 나눌 수 있는 가장 쉽게 나눌 이야기인 듯 하고, 실로 그런 이야기가 제일 많은 시간을 차지했다.
한 분의 시각은 독특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것이 이 소설의 주제일지도 모른다고 하신다. 맞다. 동의한다. 나흘간의 짧은 만남으로 긴 기간을 버틸 수 있었다. 힘이 되었다. 그렇다. 누군가의 한 마디가, 어떤 순간이, 어떤 책에서 읽은 한 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을 견디고 유지할 힘을 주기도 한다. 동의한다.
나는 한 남녀의 짧은 사랑이 많은 사람과 시간을 할애받아 비난을 받아야하는가 아닌가의 대상이 된다는 것에 촛점을 맞춰봤다. 가족이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홀로 떨어진 순간, 꿈꾸던 것들이 숨 쉴 틈도 없이 화~악 다가 왔을때 거부할 힘이 있을까. 그리고 꿈속의 환경을 접고 내가 속한 환경으로 돌아와야할 때, 그 짧은 순간에 느꼈던 사랑의 힘으로 내가 속한 환경에서 내가 속한 환경을 더 사랑할 힘을 부여받았다면, 이 경험(일탈)이 비난받아야 할 만큼의 잘못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은 가족이라는 이름의 커뮤니티를 존중하고 지켜야하는 최후의 보루로서 인정하였고 그녀의 자녀는 그런 어머니의 행동을 인정해주시 않았던가.
남녀의 짧은 불꽃같은 사랑, 아름다은 사랑 등등으로 읽기 쉬우나. 가족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우선시되어야하고 지켜야하는 가장 값진 보배와도 같은 것임을 말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시대와 작가가 이 이야기를 기술한 시대의 차이에서 작가는 사회가 변화하고 문화가 바뀌어가고 있지만 지켜야 할 것은 가족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한 시대에서 다른 시대로 옮겨가지만 그 두 세대는 어쩔 수 없이 가족이라는 다리로 연결되며, 그 가족을 지키기 위한 행동은 잠시 덮어두면 어떻까, 모른 척하면 어떨까 라고 제안하는 것으로 느꼈다. 그래서 두 사람의 만남의 장소로 굳이 지붕이 있는 다리를 선택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회원들과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았다.
프란체스카의 인생에서 그녀가 받은 사랑의 총량과 그녀가 내어준 사랑의 총량을 측정할 수 있다면, 로버트 킨케이드를 만난 후에 각각의 사랑의 총량이 늘었을까?
그녀의 남편과 저녀들에게 베푼 사랑의 총량은 어떨까?
그녀는 로버트 킨케이드와 헤어진 후에 남편과 자녀들에게 거짓된 사랑을 베풀었을까?
한 회원이 나에게 질문을 했다.
당신이 프란체스카의 남편이라면 받아들이겠어요?
사랑에는 많은 종류의 사랑이 있다. 어떤 사랑의 측정 방법으로는 비난받아야 마땅하나, 어떤 면으로는 숭고하다는 칭송을 받는다. 그것은 관계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관계는.....무너져야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