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문학(산문)
저의 기쁨입니다 My pleasure
금선주 지음|푸른사상 산문선 55|145×210×15mm|256쪽
19,000원|ISBN 979-11-308-2174-0 03810 | 2024.9.30
■ 도서 소개
여섯 개의 하늘 아래 머물렀던 날들
사람들과 나누었던 축복의 인사
금선주 작가의 첫 산문집 『저의 기쁨입니다 My pleasure』가 푸른사상 산문선 55로 출간되었다. 글로벌 기업의 해외 주재원 부인으로 여섯 개의 나라에서 보낸 시간과 그곳에서 만난 인연과 사건들을 솔직하게 풀어낸 수필집이다. 쉽지 않은 삶이었으나 그에게 모두가 기쁨이고 감사였음을 작가는 “My pleasure”라는 말로 표현한다.
■ 작가 소개
금선주
경희대학교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을 수료했다. 해외 주재원으로 근무하는 남편을 따라 호주, 네덜란드, 이탈리아, 브라질, 러시아, 싱가포르에서 20년간 거주했다. 2022년 『푸른사상』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 목차
▪작가의 말
첫 번째 하늘 호주
시드니의 첫날 밤 / 싱글, 달링! / 사계절 속의 첫 휴가 / 저의 기쁨입니다! / 사진 속의 기억 / 루키미아 / 어젯밤의 베이비 / 빛나는 골드 시리즈 / 영국인 할아버지와 빨래 소동 / 영이와 준이 / 엄마, 빨리빨리 / 맹그로브 숲에서 만난 마이클과 비앙카 / 갓김치라고요?
두 번째 하늘 네덜란드
카펠교의 백조 / 몽마르트르에서 사라진 것들 / 프롬 파티 / 아버지의 샹젤리제 / 신발을 벗으라고요? / 툴프가 아름다운 쾨켄호프 / 네덜란드 꽃들에 안부를!
세 번째 하늘 이탈리아
가시에 찔린 듯 / 새벽 3시의 공포 / 교칙 번역 프로젝트 / 또 도둑이라니 / 삼각뿔이 낸 펑크 / 너무도 필사적인 / 관행을 깨고
네 번째 하늘 브라질
치자꽃 향기 / 기사님, 우리들의 기사님 / 파벨라 / 전용기에서 내려다본 이구아수 폭포
다섯 번째 하늘 러시아
뜨거운 상파울루에서 추운 모스크바로 / 러시아에서 쇼핑하기 / 사과 / 모스크바는 열애 중?
여섯 번째 하늘 싱가포르
카디건과 센토사섬 / 여여함이 숨 쉬는 정원 / 성화 봉송 / 소중한 인연 / 이런 딸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작품 해설 _ 긍정심리학의 아름다운 실제 : 맹문재
■ ‘작가의 말’ 중에서
“My pleasure!”
초록색 얇은 코트 안에 바람을 잔뜩 품고서 마치 메리 포핀스처럼 하늘로 붕 날아올랐던 아찔한 순간 저를 구해준 호주 신사분이 하셨던 말이지요. 그분의 말이 저의 인생관이 되었습니다.
저는 1991년부터 2021년까지 30년 세월을 우리나라와 해외 여섯 나라를 오가며 살았습니다. 남편이 기업체의 해외 주재원으로 근무했기 때문입니다. 처음 호주로 갈 때 당시 김포공항으로 배웅을 나왔던 친구가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가는데 영화에서처럼 챙 넓은 멋진 모자를 쓰고 가야 하는 거 아니야?” 했던 말은 지금도 저를 웃음 짓게 합니다.
호주에서 한국으로, 다시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법인장으로 잇달아 발령이 난 남편을 따라 낯선 이국땅에서 사는 삶이 이어졌습니다. 여행지로서는 더없이 아름다운 나라였지만, 이방인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일상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 그리고 향수병은 물론 회사와 주재원들의 일들로 긴장 속에서 살아갈 때가 많았습니다.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지혜를 발휘하며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 고마운 분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브라질과 러시아 그리고 싱가포르에서 남편은 지역의 총괄로 일했습니다. 브라질에서는 50개국 이상의 법인을 책임진 남편에게 회사에서 특별히 전용기를 마련해주기도 했습니다. 2021년 싱가포르에서 귀임하며 유목민처럼 살던 삶을 정리했습니다. 이 글은 이러한 여정에서 제가 경험한 것들을 담은 것입니다. 해외 주재원들의 삶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추천의 글
이 책은 글로벌 기업의 주재원 부인으로 여섯 나라에서 20년간 생활하면서 경험한 실생활을 진정성 있게 표현한 값진 책이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 해외 생활의 어려움과 보람, 남편에 대한 자부심, 가족을 대하는 마음을 사실적으로 서술하고 있으며 다양한 문화를 접하면서 작가 스스로가 내면의 세계를 넓혀가는 과정을 잘 나타내고 있다. 기업 주재원 가족들의 현지 적응을 위한 지침서뿐만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윤부근(전 삼성전자 부회장)
쉽지 않은 긴 해외의 삶은 그녀에게 모두가 기쁨이고 감사이다. 어쩌면 하느님에 대한 그녀의 신앙 고백이기도 하다. 신앙은 모든 순간 감사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금선주 작가의 글에는 슬픔이나 위기에서도 일상을 기쁨으로 승화시키고 받아들이는 삶의 진정성이 있다. 이 책은 그녀가 그동안 만났고 앞으로 만날 모든 시간을 선물로 받아들이게 하는 글로 가득 차 있다. 삶을 감사와 기쁨으로 채우고 싶으시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홍창익 비오 신부(천주교 대구대교구 효자성당 주임)
금선주의 글은 삶이 다가오고 삶을 향해 다가서는 순간의 열도를 놀라울 정도로 투명하게 보존하고 있다. 생동하는 글의 호흡과 맥박이 그 ‘순수한 현재’를 증명한다. 여섯 개의 하늘 아래에서 살아낸 긴 나날들은 환하고 벅찬 이야기들뿐만 아니라 막막하고 아픈 이야기들도 담고 있지만, 삶을 껴안고 환대하는 작가의 특별한 능력은 그 모든 순간을 세상과 나누는 선물로 바꾸어내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은 우리가 작가에게 되돌려주고 싶은 것이기도 하다.
―정홍수(문학평론가)
■ 작품 세계
금선주의 작품 세계에서는 주어진 환경에 적극적으로 적응하는 작가의 모습이 단연 돋보인다. 작가는 30년 동안 기업체의 해외 주재원 부인으로서 살아왔기 때문에 그의 삶은 일반인들과 비교해서 차원이 달랐다. 작가가 영위했던 외국 생활은 언어와 문화와 역사 등이 한국과 큰 차이가 있어 현지에 적응하는 데 많은 애로를 겪었다. 그렇지만 작가는 가족은 물론 주재원들과의 공동체 의식으로 난관들을 지혜롭게 헤쳐 나갔다. 주재원들의 행복은 물론 회사의 발전과 국위 선양에 그 나름대로 기여한 것이다. (중략)
금선주 작가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자신의 환경을 끌어안는다. 자신과 다른 가치관이나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도 선입견으로 배척하기보다는 긍정하는 마음으로 관계를 맺는다. 마치 공자(孔子)가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중에 반드시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이 있다고 말씀한 것처럼 겸손한 자세로 배우며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는 길을 선택한다. 때로는 어려움에 부딪혀 불안감이나 분노나 좌절감 등에 함몰되기도 하지만, 끝내 자신의 마음을 건져 올려 새롭게 출발한다. 하늘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고 믿고 사람답게 살아갈 만한 세상을 다른 이들과 함께 이루어가는 것이다.
― 맹문재(문학평론가·안양대 교수) 해설 중에서
■ 출판사 리뷰
금선주 작가는 호주, 네덜란드, 이탈리아, 브라질, 러시아, 싱가포르 등 여섯 개의 나라에서 보낸 시간을 떠올리며 그곳에서 만난 인연과 에피소드를 이 책에서 생생하게 풀어낸다. 글로벌 기업의 주재원으로서 세계를 무대로 뛰는 남편과 함께 해외 생활을 하면서 겪은 어려움과 보람, 남편에 대한 자부심, 가족과 이웃들을 대하는 마음을 작가는 솔직하게 술회한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 때문에 좌충우돌한 사연으로부터 낯선 환경에서 맞닥뜨려야 했던 절박한 위기 상황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 해외 생활의 에피소드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아이와 함께 호주의 상점가를 구경하다가 갑작스러운 돌풍에 휩쓸려 공중으로 날아가는 사고가 일어났던 날, 그 아찔한 순간 발목을 잡고 끌어내려준 사람이 있었다. 경황 없는 와중에도 사례를 위해 연락처를 묻는 작가에게 그는 “My pleasure!”라고 대답한다. 어떠한 대가를 바라지 않고 도움을 준 은인의 말을 작가는 평생 가슴에 새긴다. 이웃 주재원 가족들과 교류하며 도움을 주고받을 때도 “My pleasure”를 떠올리며 주위에 따뜻한 손길을 내민다.
금선주 작가는 낯설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가족은 물론 주재원들과 협력하며 난관들을 지혜롭게 헤쳐왔다. 쉽지 않은 긴 해외 생활이었으나 그녀에게 모두가 기쁨이고 감사였음을 그녀는 “My pleasure”라는 말로 표현한다. 슬픔과 위기에서도 일상을 기쁨으로 승화시키고 받아들이는 그녀의 이야기는 환하고 벅차게 다가온다.
■ 산문집 속으로
“My pleasure!”……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고맙고 아름다운 그 말은 보석처럼 다가와 나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대놓고 바라진 않았지만, 은근히 돌아올 칭찬이나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바라며 했던 선행이 위선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런 바람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했었다. 그 후 다른 사람이 나에게 고맙다고 말할 때마다 나는 그분을 떠올리며 “저의 기쁨입니다!”라는 말을 했다. 듣는 사람이 좋아했고, 나 자신에게도 격려하는 축복의 말이 되어주었다. 나를 도와주고 순수한 기쁨을 깨닫게 해준 호주의 아저씨가 그리운 연둣빛 봄날이다.
(「저의 기쁨입니다!」, 31~32쪽)
교칙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작업도 했다. 문제가 됐던 정학이 무엇인지 퇴학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할 것 같았다.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 아이들이 무사히 학교를 마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학부모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아이들을 위한 부모의 태도인지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는데, 자녀들이 스스로 내면적 가치를 느끼고 자신을 사랑하는 삶을 주도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주된 역할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것을 위해 학교의 교칙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필요했다.
(「교칙 번역 프로젝트」, 134쪽)
아이들의 진로 문제를 걱정하던 모 기획사 주재원의 부인이 안내했던 카페 옥타비아에서 브런치를 먹으며 함께 고민을 풀어나갔다. 나는 동기 부여 강사를 몇 년 했던 경험을 살려 진지하게 조언해주었다. 내부 장식이 편안한 카페는 특히 신선한 커피가 인상적이었는데, 직접 경작하는 커피 농장에서 원두를 가져왔다고 했다. 주재원 부인들이 가장 좋아했던 해산물 스튜 모케카는 식당 코코밤부가 최고였다. 아이들의 고민을 해결했다는 소문이 카페에서의 식사 이후 났던지 주재원 부인들이 나에게 여러 가지 상담을 해왔다. 나는 식사를 내면서 부인들과 허심탄회하게 가정사와 아이들의 문제를 의논했다.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늘 나를 괴롭히는 통증을 감당하며 긴장감 속에서 살아야 했던 브라질에서의 생활이었지만, 치자꽃을 보면 상파울루에서 용기를 북돋아주었던 이웃들의 향기가 떠오른다.
(「치자꽃 향기」, 164~16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