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 이야기-338~343 -
무념 · 응진 역주
두 번째 이야기
젊은 암퇘지의 윤회
부처님께서 웰루와나에 계실 때 똥속에서 뒹굴고 있는 젊은 암퇘지와 관련해서 게송 338, 339, 340, 341, 342, 343번을
설하셨다.
어느 날 부처님께서 라자가하에 들어가 탁발하다가 젊은 암퇘지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아난다 장로는 부처님의 살짝 열린 입의 하얀 치아에서
반사되어 나오는 둥근 빛을 보고 미소짓는 이유를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왜 미소를 지으십니까?”
“아난다여, 저 젊은 암퇘지를 보아라.”
“보았습니다.”
“까꾸산다 부처님 재세시에 저 암퇘지는 법당 근처에서 살았던 암탉이었다. 암탉은 비구가 열심히 정진하며 대념처경을 낭송하는 소리를 들으며
살았다. 닭은 경전의 의미는 몰랐지만 죽는 순간 그 소리를 표상으로 취하여 왕실에 웁바리라는 공주로 다시 태어났다. 어느 날 그녀는 화장실에
갔다가 구더기가 우글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구더기를 지켜보다가 그 자리에서 구더기에 대한 혐오감을 대상으로 초선정에 들어갔다. 그녀는
정해진 수명 동안 살다가 죽어 색계 초선천에 태어났다. 그녀는 범천에서 즐거움을 누리다가 수명이 다하자 부잣집에 태어났다가 다시 젊은 암퇘지로
태어난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내가 미소지었던 것이다.”
아난다 장로를 따르는 비구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윤회의 무서움에 충격을 받았다.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이 윤회에 대한 두려움을 일으키는 것을
알고 갈애의 어리석음을 말씀하시며 길 한가운데서 게송을 읊으셨다.
뿌리가 상하지 않고 든든하면
나무를 베어내도 자라나듯이
갈애라는 잠재성향①을 뿌리 채 뽑지 않으면
괴로움은 계속해서 자라난다.(338)
좋아하는 대상으로 치닫는
서른여섯 가지 갈애②가 강하게 흐르는
어리석은 자는
욕망이라는 급류에 휩쓸려간다.(339)
갈애의 물줄기는 사방으로 흘러가며
여섯 감각의 문③을 통해 뻗어나가
여섯 감감의 대상④에 머문다.
갈애의 넝쿨이 자라는 것을 보고
지혜로 뿌리를 잘라버려라.⑤(340)
감각대상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에게
세속의 즐거움이 일어난다.
즐거움에 집착하고 찾아 헤매는 사람은
또 다시 태어나 늙어간다.(341)
중생은 갈애에 얽매여
덫에 걸린 토끼처럼 두려움에 떨며,
족쇄와 속박에 묶여
오래도록 괴로움을 겪는다.(342)
갈애에 얽매이면
덫에 걸린 토끼처럼 두려웁나니
무욕(無慾) 속에 노닐고자 하거든
갈애를 없애야 하리라.(343)
젊은 암퇘지는 그 생에서 죽어 수완나부미의 왕실에 태어났다. 다음생에는 베나레스에 태어났다. 다음에는 숩빠라까 항구의 말장수 집에 태어났다.
다음에는 아누라다뿌라의 귀족가문에 태어났다. 다음에는 세일론의 남쪽 복깐따라는 마을에 수마나의 딸로 태어나 아버지 이름을 따라 수마나로
불리었다.
주민들이 떠나고 마을이 황폐해지자 아버지는 가족을 데리고 디가와삐 왕국으로 가서 마하무니 마을에서 살았다. 이때 둑타라마니 왕의 대신이
업무로 마을에 왔다가 그녀를 만나 성대하게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그녀를 데리고 마하뿐나 마을로 가서 살았다. 어느 날 꼬띠빳바따의
마하위하라(大寺)에 살고 있던 아눌라 장로가 탁발을 나왔다가 그녀를 보고 동료 비구들에게 말했다.
“스님들이여, 옛날의 젊은 암퇘지가 라꾼다까 아띰바라 대신의 아내가 되다니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그녀는 이 말을 듣고 과거생의 기억을 회복하고 전생을 기억하는 지혜(宿命通)을 얻었다. 그녀는 격동을 금치 못하고 즉시 남편에게 달려가서
출가를 허락받았다. 그녀는 빤짜발라까 비구니 사원으로 출가하여 비구니가 되었다. 그녀는 마하위하라의 띳사 장로가 대념처경을 설하는 것을 듣고
수다원과를 성취했다. 얼마 후 담밀라스(타밀족, 드라비다족, 힌두교)들이 쳐들어와 사원을 부숴버리자 부모가 살고 계시는 복간따 마을로
되돌아가서 머물렀다. 그녀는 거기서 깔라까 장로가 설하는 아시위소빠마 경을 듣고 아라한과를 성취하였다. 어느 날 수마나 비구니가 빠리닙바나에
들려고 할 때 비구와 비구니들의 요청에 의해 비구니 승가 앞에서 자신의 과거생을 전부 이야기했다. 그리고 법구경 암송자인 마하띳사 장로와
만달라라마 사원에 거주하는 비구 승가 앞에서도 자신의 과거생을 이야기했다. 그녀의 이야기는 간추리면 이렇다.
“과거생에 나는 암탉으로 태어나 매에게 머리가 잘렸습니다. 다음에는 라자가하에 공주로 태어나 출가하여 유행녀가 되었습니다. 그때 초선정을
얻었습니다. 다음에는 색계 초선천에 태어났고 다음에는 부잣집에 태어났고 다음에는 암퇘지로 태어났습니다. 거기서 얼마 살지 못하고 죽어
수완나부미의 왕실에 태어났고 다음에 베나레스에 태어났습니다. 다음에는 숩빠라까 항구에 태어났고 다음에는 까위라 항구에 태어났습니다. 다음에는
아누라다뿌라에 태어났고 금생에 복깐따 마을에 태어난 것입니다. 이렇게 좋거나 나쁘거나 열한 번의 생을 지나서 윤회에 대한 두려움을 느껴
출가하였고 비구니가 되어 아라한과를 성취한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모두 주의깊게 마음챙기고 열심히 정진하여 스스로 해탈을 구하십시오.”
그녀는 이 말과 함께 사부대중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빠리닙바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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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잠재성향 : 고질적이라는 뜻에서 잠재성향이라 한다. 여기에는 일곱 가지가 있다. 첫째, 감각적 욕망 둘째, 싫어함 셋째, 자만 넷째,
사견 다섯째, 의심 여섯째, 존재에 대한 갈애 일곱째, 무명이다. 이것들은 계속해서 끈질기게 일어날 조건을 잠재적으로 항상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잠재성향이라 한다.(청정도론 Vis22.60)
② 갈애 : 갈애는 괴로움의 가장 큰 뿌리이며 끊임없이 이어지는 윤회의 가장 큰 원인이다. 여기에는 감각적 욕망에 대한 갈애, 존재에 대한
갈애, 비존재에 대한 갈애의 3가지가 있다. 존재에 대한 갈애는 상견(常見)과 결합된 갈애이고 비존재에 대한 갈애는 단견(斷見)과 결합된
갈애이다. 3가지 갈애가 색상, 소리, 냄새, 맛, 감촉, 뜻(意)의 6가지 대상에 따라 일어나므로 3×6는=18가지 갈애가 있게 된다.
거기에 안팎으로 일어나니 18×2=36가지 갈애가 있게 된다. 거기에 과거 · 현재 · 미래에 일어나는 갈애를 곱하면 36×3=108가지
갈애가 있게 된다. 갈애는 괴로움의 뿌리이며 윤회의 원인이다. 갈애는 12연기에서 8번째 연결 고리에 들어있다.
③ 감각의 문 : 문은 마음이 대상을 만나러 나가는 곳이며 동시에 대상이 마음 안으로 들어오는 곳으로 눈(眼), 귀(耳), 코(鼻),
혀(舌), 몸(身), 뜻(意)의 6가지가 있다.
④ 감각의 대상 : 마음은 대상 없이 홀로 일어나지 않는다. 마음이 일어나게 만드는 대상에는 형상(色), 소리(聲), 냄새(香), 맛(味),
감촉(觸), 법(法)의 6가지가 있다. 형상은 안식(眼識)의 대상이고 소리는 이식(耳識)의 대상이고 냄새는 비식(鼻識)의 대상이고 맛은
촉식(觸識)의 대상이고 법은 의식(意識)의 대상이다. 아비담마에서 의식의 대상인 법을 감성의 물질, 미세한 물질, 이전의 마음, 마음부수,
열반, 개념, 6가지로 들고 있다.
⑤ 갈애는 통찰지로 현상의 실체를 보아 도의 지혜가 일어났을 때에야 뿌리가 잘린다.
--- 석 소원 사경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