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 울림_130.3x324.4cm_acrylic on canvas_2015
미국의 경우 고혈압 환자는 성인 세 명 중 한 명 이상일 정도로 흔하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의하면, 30세 이상의 고혈압 유병률은 2008년에 26.3%, 2010년엔 26.9%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또한 고혈압은 한번 약을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하는 질환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약으로 혈압 수치가 조절되면 해결된 줄 알고 안심한다. 즉, 고혈압은 평생 약에 의존하면서도 나을 수 없는 병으로 이해하고 치유를 포기하며 사는 것이다. 병원에서 의사들이 그렇게 말했으니 믿을 수밖에.
정말 그럴까? 아니다. 약을 끊고 혈압도 잡고 건장을 되찾고 싶다면 생각을 바꾸자!
먼저 ‘고혈압은 병도 아니다’라고 생각하자. 혈압이 올라가는 고혈압은 그 자체론 병이 아니다. ‘아, 내 몸에 무언가 문제가 생겼구나?’ 하고 알려주는 하나의 증상일 뿐이다. 즉 병을 만드는 삶을 일깨워주는 고마운 증상이다.
산의 울림_91x233.4cm_acrylic on canvas_2015
그렇다고 병도 아니니 무시하자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증상이 왜 생겼는지, 또 방치하면 어떤 결과가 올지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고혈압의 합병증인 뇌혈관 질환, 심장병(심근경색 등)은 우리나라 국민의 사망 원인 2, 3위이며, 만성 신부전이나 고혈압성 망막증 역시 점점 더 많아지고 사망자도 늘고 있다.
이 환자들은 거의 모두 고혈압약을 먹었다. 약을 복용했지만 예방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증상만 잡으려고 기를 쓰면 쓸수록 돈과 시간 낭비는 물론 고통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산의 울림_162x390cm_acrylic on canvas_2016
그렇다면 왜 혈압이 올라갔을까?
세포는 말초 혈관을 통해 산소와 영양을 공급받는데, 어떤 이유로든 공급량이 줄어들면 우리 몸의 세포들은 더 보내달라고 요구한다. 대표적인 것이 동맥경화증으로 혈관이 좁아져 있는 경우다. 좁아진 혈관을 통해 혈액량을 늘리려면 혈압을 올릴 수밖에 없다. 즉, 피의 공급량을 늘리려는 우리 몸속 의사의 처방이 바로 고혈압이다.
따라서 혈압을 막무가내로 떨어뜨리려고 덤비면 안 된다. 고혈압이 나타나는 기전(동맥경화증)과 그 기전이 발병하는 근본 원인(동맥경화증 원인)에 관심을 기울이고 해결하려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고혈압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합병증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산의 울림_162x390cm_acrylic on canvas_2016
음식
고혈압의 대표적 원인인 동맥경화증은 동맥 혈관이 좁아지고 굳어지고 두꺼워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주로 동맥 벽에 기름때가 끼어 생긴다.
가장 중요한 기름때는 콜레스테롤과 중성 지방, 즉 고지혈증이다. 기름때는 외부에서 직접 섭취되기도 하고(고기, 생선, 우유, 달걀 그리고 그 가공품 등), 우리 몸 안에서 만들기도 한다(설탕, 흰쌀, 흰 밀가루와 그 가공품 등).
따라서 이들 음식을 피하고, 대신 콜레스테롤이 없으며 섬유질과 항산화 물질이 풍부한 현미밥 채식으로 바꾸면 고지혈증, 동맥경화증 그리고 고혈압은 거의 대부분 완치된다.
짠 음식 역시 고혈의 주원인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그 역할에 대한 논란은 아직 남아 있다. 분명한 것은 짜게 먹으면 다른 음식을 더 먹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아무리 좋은 것도 지나친 것은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필자의 아버님은 무척 짜게 드시고 복부 비만이시다. 그러나 소식과 규칙적인 산행으로 80대 중반을 넘긴 지금도 큰 문제가 없다. 개인적인 사례지만 짠 음식보다 과식, 그것도 나쁜 음식의 과다 섭취에 우선적으로 초점을 맞추어 해결해야 한다.
신체활동과 쉼
한국 성인 중 하루 다섯 시간 이하의 수면을 취하는 사람은 고혈압 위험이 평균 일곱 시간 수면을 취하는 사람에 비해 1.5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잠이야말로 보약이다. 또한 햇빛 아래서의 충분한 신체 활동은 혈관의 탄력성과 순환을 촉진시켜 고혈압의 빠른 완치에 크게 기여한다. 물론 격한 운동은 오히려 해를 끼친다. 따라서 꾸준히 그리고 조금씩 강도를 높이자.
산의 울림_162x130cm_acrylic on canvas_2017
환경
공해에 노출되면 그만큼 산소 포화도가 떨어지고 말초 세포로의 산소 이동량 역시 줄어들기 때문에 당연히 혈압을 올리려고 한다. 맑고 깨끗한 자연의 혜택을 누리자.
마음
채식을 하고 뚱뚱하지 않은 분들 중에도 고혈압 환자가 있고, 뇌졸중이나 심장병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대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서 오는 경우다. 예민하고 집착이 강하면서 자기 안에 화를 담아놓고 잘 드러내지 못할 때 또는 지나치게 화를 잘 낼 때 발생한다. 마른 체형의 고혈압이 비만형보다 심장병과 뇌졸중 발병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이는 마음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약은 당장 끊을까? 물론 당장 끊을수록 좋다. 하지만 삶의 변화 없이 의욕만 앞서면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실패하여 치밀어 오르는 화를 다스리지 못한다면 뇌혈관이 터질 수 있다. 혈압약을 먹지 않았을 때 뇌출혈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일단 약을 계속 복용하면서 현미밥 채식, 격하지 않은 신체 활동을 조금씩 늘려가며 약을 줄이다가 천천히 끊어도 좋다. 약을 빨리 끊고 싶다면 건강한 삶으로 빠르게 변화를 주어라. 당장 그렇게 할 수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약을 끊는 게 더 좋다. 얼마나 빨리 약을 끊고 건강한 몸으로 거듭날지 여부는 오직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현미채식하는 농부의사 임동규
(자연치유 교육자, 가정의학과 전문의, 채식평화연대 자문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