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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샘뉴스 296/1110]‘무강작물作物’에게서 배운다
무강고구마, 무강생강을 들어보셨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들어보지 못한 분들이 훨씬 더 많으리라. 엊그제 고구마와 생강을 캐다가 늙은 아버지로부터 처음 들었다. 밭고랑에서 “이것이 무강”이라며 던져주는데, 무슨 뜻인지 모르다 설명을 듣고 나서야 정말 깜짝 놀랐다. 말하자면 왕성하게 자란 이 작물들의 모체母體인‘씨(앗)고구마’ ‘씨생강’을 일컫는데,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전라도나 경남지역의 사투리인 것같다. 씨고구마를 묻어놓으면 여기저기서 수도 없이 순(싹)이 나오는데, 그 싹들을 잘라 땅에 심는다. 사람으로 치자면, 이 고구마순이 당신의 소생인 ‘자식’일 터이다. 생강도 마찬가지다. 손바닥만한 생강을 서너 개로 조각을 내 싹이 나올 부분을 위로 하여 땅에 꼭꼭 묻어 심는다. 영양분을 다 빨리고 난 ‘엄마고구마’는 쭈글쭈글해지고 퍼석하여 먹잘 게 없어 돼지들에게나 던져주곤 했다. ‘엄마생강’은 캐보니까 모양은 그대로 있으나 여기저기서 싹이 나 사방팔방으로 퍼져 나가 대문짝만하게 자라 있었다. 이것이 신기할 일이 아니고 무엇인가.
밭농사를 짓는다며 농사꾼 흉내를 낸 1년, 여러 번 놀랐다. 아, 그렇구나. 그렇지. ‘엄마 몸’이 없으면 어찌 이리 성장을 했을 건인가. 무강의 어원은 어떻게 될까? 혹시 ‘묵은 생강’에서, 아니면 ‘어미 모母’자에서 나왔을까? 그것도 아니면 사전풀이 그대로 어머니의 일생을 ‘빛도 안나고, 빛도 없는 무광無光'에 비유한 것일까? 그거야 알 수 없지만, 어머니의 탯줄과 젖줄 생각이 절로 났다. 당신의 모든 것(피와 살)을 자식들에게 아낌없이 다 내주고, 당신은 완전히 ‘빈 몸’이 되어 세상을 떠나는 한 ‘여인의 삶’을 보는 듯했다. 일곱 총생이 빨아댄 어머니의 축 늘어진 젖가슴조차 아들, 손자에게 ‘장난감’으로 내주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자장가 대신 젖가슴을 내주던> 울 엄마, <눈에 넣어도 아프지도 않겠다던> 울 엄마, <회초리 치고 돌아앉아 우시던> 울 엄마가 '홍시가 열리면' 생각이 나고, 그리워지고, 보고파진다는 가황歌皇 나훈아의 진심이 와닿는 순간이다.
“이렇게 무강이 있는 작물이 또 무엇이 있냐?”고 아버지께 물었다. “글쎄다. 하지감자는 금방 썩어버리고, 토란이 있구나”하셔서 ‘무강토란’도 있는 줄 알았다. 친구들에게 이야깃거리가 생겼다. 지난 토요일, 남원에서 ‘성공적인 귀농’생활을 하는 두 친구(벽곡과 고룡)가 다녀갔다. 생강청을 만들든지, 말려 생강차를 끓여먹든지, 김장할 때 쓰든지 하라며 한 봉다리(봉지) 싸주며 “이것이 바로 무강생강”이라고 하자 한 친구도 처음 듣는지라 “그러니까 이것이 생강의 어머니네. 먹을 수 있냐?”며 놀란 표정이 역력했다. 무강생강은 생강차 맛이 특히 좋다고 한다.
그 친구도 나왁 같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했을까? 어머니의 ‘무한대 사랑’은 돌아가시고 나면 어디에서도 갚은 길이 없지 않은가. 그래서 송강 정철도 <어버이 살아실 제 섬기기를 다하여라/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이 하리/평생에 고쳐 못할 일은 이뿐인가 하노라>며 후회했을 것이다. 오늘날 ‘무강 작물’이 우리에게 주는 말없는 가르침이 아니고 무엇일 것인가. 나는 오늘도 무강에게서 배운다.
첫댓글 뱀 중에서 살모사는 애미를 잡아먹고 자란다고 살모사라 부른다는데
어찌 어미의 마음은 자식에게 자신을 몸까지도 온전히 내어준들 무엇이 아까우랴.
어린시절 큰이모가 군산 상평에 살으셨는데 여름에 놀러가면 시앙밭에 무강따러가자 하기에
무강이 무슨 과일이나 되는줄 알았는데 조그마한 갈쿠리로 시앙밑둥을 잡아당기면 희안하게도 무강만 톡톡 떨어져나왔다.
어린 시앙을 키우고 나면 자신은 다시 떨어져 팔려가는 무강 신세 ㆍ
집 뒤 대나무밭 굴속에 무강을 넣어두고 군산에 나갈때마다 한 짐씩 군산비행장에서 군산역까지 다니던 기차에 실고나가서 팔아오곤하셨다.
생강은 맵지않고 무강은 엄청매웠던 어린시절 기억이 남는다.약재로 쓴다는 무강
무강은 무강대로 생강은 생강대로 버릴것 없이 모두가 소중한게 시앙이드라(생강 사투리로 시앙)
군산역앞에 살던 김환수는 소식듣는데 장성욱이는 어디사는가?
따르릉님,어제는 고모 이야기로 우천과 합을 맞추더니,오늘은 큰 이모 이야기로 합을 맞추네, 추억의 데이타베이스 따르릉님. 인성이 너무 좋다, 그래도 2프로 헛점이 보이니 편안한 나의 벗일세.
우천의 어르신은 9학년4반임에도 불구하고 우천과 편안하게 이야기 하시네,우리나이에도 보청기를 낀 친구들도 있는데, 하늘에 있는 모든 복은 다 누리고 계심에 존경을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