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풍력 시대를 준비하는 향토기업인, KMTC 손정락 대표
청사포해상풍력을 둘러싼 찬반 논란 속에 최근 소형풍력에 전력투구하는 향토기업을 만났다. 기장군 장안읍에 있는 KMTC 손정락 대표다.
보통 풍력에 쓰이는 블레이드 날개가 100m에 이를 정도로 대형이어서 소음과 위압감 때문에 풍력발전지역으로 육지보다 바다를 많이 선호하는 추세다. 그렇지만 최근 낙동강변이나 도로변, 공원 등지에서는 자그만 크기의 소형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바람개비처럼 돌아가는 모습이 보기에도 좋고 설치 면적도 넓지 않아 효율적이지만 정부의 관심과 지원은 부족하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 녹색성장이라는 이름으로 해외에서 수입해 전국 곳곳에 무분별하게 설치된 바람개비형 소형풍력 발전기가 태풍에 날아가기도 하고 사후관리가 안 되어 무관심 속에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다. 당시 설치된 소형풍력발전기는 대부분 구‧군청에서 설치했지만, 실제 발전량도 미미할 뿐 아니라 담당 공무원들의 순환보직으로 책임 있는 관리가 어려웠다. 수입품이다 보니 한 번 고장 나면 부속을 수입하기도 어렵고, 그나마 수리해야 할 업체도 대부분 도산하고 없다 보니 방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개인이나 기업이 설치했다면 손해 보전을 위해 악착같이 관리에 나섰겠지만.
결국 정부에서는 소형풍력은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해 지원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끊임없는 기술 개발을 통해 근래 들어 전 세계적으로 소형풍력이 활발히 보급되고 있다고 한다. 영국령 포클랜드 군도에는 전체 전력수요의 95% 이상을 소형풍력으로 공급하고 있다. 심지어 영국 Hilbre Island를 비롯해 람사르 협약에 따라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습지, 자연보호구역, 경관보호구역에도 소형풍력 터빈이 설치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손 대표는 2013년부터 풍력발전기 제조업에 뛰어들어 영국 킹스판 그룹(Kingspan Group)의 소형풍력 부문과 협업을 모색해 왔다. 2017년에는 장안읍의 현 부지를 사들여 생산공장을 짓고 본격적인 국산화에 착수하여 이동식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비롯한 몇몇 독자모델과 KS 인증을 받은 수입 모델을 병행 판매하고 있다.
대형 풍력발전기의 경우 강풍이 불 때 과도한 풍압을 회피하도록 블레이드 축을 회전시키는 피치(Pitch) 제어 시스템을 적용하여 자동으로 가동을 정지시키는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형풍력 터빈은 그러한 장치를 할 수 없는 구조적, 비용 효율적 한계로 인해 인위적으로 브레이크를 사용하여 가동을 정지하거나 전기적 브레이크에 의존하여야 하는 제약이 따른다. 특히 강풍에 취약한 고정식 블레이드가 태풍과 같은 악천후에 날개가 파손되는 등 내구성 부족 문제에 대한 불안이 사용자가 소형풍력을 기피하는 중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래서 영국의 Proven Energy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풍속에 반응하여 블레이드 받음각이 자동으로 조절되는 Flexible 힌지와 Spring damper를 장착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였으며, 국제 특허 등록을 통해 관련 기술에 대한 지적 재산권을 보호하고 있다.
실제로 해당 기술을 적용한 제품은 전 세계 70여 개 국가에 6,000대 이상이 보급되었다. 지난 2007년 국제극지연구소(Princess Elizabeth Research Station)에 설치되어 남극의 극한 기후를 이기고 기지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고 있으며, UN에 의해 세계 최초로 탄소 제로 빌딩으로 공인을 받은 바 있다.
손 대표는 2014년부터 이 기술을 국산화하기 위해 수많은 연구와 실험을 진행한 결과 지난 2019년 Proven Energy가 개발한 Rotor와 구조적으로 다르면서도 강풍에 대처하는 Pitch 제어와 날개 접힘을 구현할 수 있는 ‘Passive Control’ 방식의 풍력발전기를 개발하여, 1년 이상 현장 테스트를 거쳐 2020년 4월 특허청에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여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가 개발한 제품은 오히려 해외에서 인정을 받아 지난 1월에는 중국에 첫 독자 모델을 수출하였으며, 멕시코로부터도 시제품 주문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소형풍력에 대해 무관심하다며 손 대표는 소형풍력업체들이 공동 대응하기 위해 협회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 신재생에너지의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는 지금, 소형풍력에도 큰 관심과 지원이 필요할 때다.
/ 김영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