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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퐁당퐁당 하늘여울 원문보기 글쓴이: 베드로 문
2017년7월23일(일요일)의 주요 뉴스입니다 : 마우스로 크릭 -> 읽으세요 인기기사창의 혁명 그만둬라… 사소한 아이디어 키우는 '스케일 업' 혁명 일어나야 이정동 서울대 공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지난 2015년 9월 서울대 공대 동료 교수 26명과 함께 한국 산업의 위기를 진단하고 그 결과를 '축적의 시간'으로 펴내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이 책 첫장에서 이 교수는 한국 산업의 가장 큰 문제로 '개념설계 역량의 부재'를 제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 산업은 선진국에서 기술과 설계도를 들여와 이를 빠르게 실행하는 데는 탁월하지만 스스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능력은 없다고 했다. 한국 산업이 진정한 기술 선진국으로 올라서기 위한 전략과 처방을 정리했다. 그가 제시한 한국 산업의 활로(活路)는 무엇일까. "창의 혁명이 아니라 스케일 업(scale up·키우기)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고 했다. 놀라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보다 작은 아이디어를 키우고 구체화하면서 현실에서 실현 가능한 방법을 찾아내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특히 지금까지 해본 적이 없는 기발한 아이디어, '블루오션'을 찾는 노력을 그만둬야 한다" "선택과 집중의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파격 주장을 했다. 그를 만나 한국 산업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축적의 길'을 들어봤다.
2단계에서 점프 실패한 한국 경제 한국의 산업은 놀라운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이제 뚜렷한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더 높이 올라갈 추진력을 상실한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1단 로켓 분리 실패와 2단 로켓 점화 실패라고 했다. 1단계와 2단계의 핵심 역량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다." 즉 '개념설계'와 그 밑그림대로 구매·시공·생산하는 '실행하기'로 나눌 수 있다. 1단계가 실행, 2단계가 개념설계다. 개념설계는 단순히 도면을 그리는 것을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전에 없던 신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을 모두 포괄하는 과정이다. 실행과는 전혀 다른 역량을 필요로 한다. 노하우는 매뉴얼 보고 열심히 공부해서 성실히 수행하면 된다. 개념설계를 하려면 먼저 '왜' 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즉 '노와이(know-why)'가 중요하다. 이것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 내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본인의 정체성과 존재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선진국과 글로벌 기업의 기준이다. 한국은 구글이 알파고를 만들면 우리도 한국형 알파고를 만든다는 식이다. '왜'라는 질문 없이 그냥 따라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노하우에만 충실했지만 이제는 노와이에 대한 질문을 던질 때가 됐다." 핵심 특허 부족을 거론하는 데 개념 설계 측면에서 어떻게 봐야 하나. 생각하는데 이는 큰 착각이다. 아이디어에 스케일 업을 곱해야 개념 설계가 나온다. 스케일 업은 희미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이를 현실에서 작동 가능하도록 키워내고 사업화·제품화하는 과정이다.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특허, 논문만 찾고 있지만 사실은 스케일 업을 하느냐 못 하느냐가 개념 설계의 핵심이다. 그동안 한국 경제의 문제점에 대한 진단을 잘못 했다고 할 수 있다." '아이디어 키우기'로 경쟁력 향상 나서야 플랫폼 HANA(하나) 개발 사례가 소개돼 있다. HANA는 서울대 공대의 실험실 벤처팀이 개발했지만 한국에서 상품화하지 못했다. SAP는 HANA를 인수한 뒤 6년 동안 검증하고 확장하고 다시 시험하는 지난한 스케일 업 과정을 거쳐 2011년 제품으로 출시했다. 이 교수는 인터뷰 내내 이렇게 작은 아이디어를 키워내고 상품화하는 스케일 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스케일 업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고 했다. 그러려면 모든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은 임시변통을 잘하고 융통성 있게 단계와 과정을 생략하면서 실행을 빨리 하는 사람을 유능하다고 평가해왔다. 실행 과정에 편법과 불법이 있었기 때문에 기록을 남길 수 없었다. 한국 엔지니어들이 개인적 역량은 선진국 못지않은데도 창의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들이 스타트업 문화를 도입하겠다며 복장을 자유화하고 호칭을 바꾸고 있지만 어떤 일을 할 때마다 반드시 기록을 남기고, 과거 기록을 참조하도록 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매뉴얼을 무시하고 융통성 있게 일을 처리하는 게 아니라 매뉴얼대로 해 나가면서 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기록하고 매뉴얼을 업데이트하도록 해야 한다." 영점(零點) 사격과도 비슷하다. 선택과 집중으로 단번에 목표를 맞추는 게 아니라 한 발 쏘고 조정하고 다시 쏘는 식으로 고정돼 있지 않고 계속 움직이는 목표에 접근해가야 한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 똑같은 일을 반복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고수가 될 수 있다. 한국 기업에는 이런 고수가 거의 없다. 대부분 리더가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효율만 추구해온 사람들이다. 시행착오로 축적한 역량, 남들이 갖지 못한 고유한 경험이 없다. 신참자들보다는 더 빨리 일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차이가 해소된다. 한국 기업이 개념 설계 역량이 없다는 것은 고수가 없고, 고수를 키워내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한 건 주의'보다 '스몰 베팅'이 중요 작은 규모의 다양한 시도로 해답을 찾아나가는 스몰 베팅(small betting) 전략으로 나가야 한다. 축적된 역량이 많은 대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스핀오프(spin-off·분사)와 함께 외부에서 혁신을 가져오는 스핀온(spin-on) 등으로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대기업이라고 해서 모든 일을 내부에서 다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내 대기업들이 진정한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스타트업의 작은 아이디어를 인수해서 스케일 업하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선진국 기업들이 다 그렇게 하고 있다." 혼자 버티는 게 아니라 반드시 손잡고 버텨야 한다. 흔히 말하는 폐쇄적인 사일로(silo)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러 전문가와 기업들이 모여서 새로운 제품 개발을 시도하고, 성공하면 그 성과를 나누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오픈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중소·벤처기업도 얼마든지 시행착오 과정을 거쳐 개념 설계 역량을 쌓을 수 있다." 이정동(50) 좁은 의미의 설계는 고객 요구를 도면으로 만들어내는 작업을 뜻하지만 개념 설계는 제품·서비스에 대한 전체 기획을 포함한다. 나가는 것을 지칭할 때 주로 쓰인다. 기업이나 생산의 규모가 커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스스로 몸체 바꾸는 ‘덩굴 로봇’ 등장...소프트로봇 전성시대 고층 빌딩 건설이나 건물 철거 현장에서 구조체가 순식간에 붕괴돼 인부가 매몰되는 사고는 빈번하게 발생한다. 올해 4월에도 서울 강남 빌딩 철거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해 작업자 2명이 매몰됐다가 구조됐다. 인기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는 지진으로 인해 공사중인 건물이 무너져 매몰된 수십 명의 인부를 구출하다가 주인공이 부상당하는 아찔한 장면도 나온다. 무너진 잔해에서 생존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의식을 잃은 생존자를 확인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 무선 조종할 수 있는 소형 차를 잔해 사이로 집어넣어 확인할 수 있지만 복잡한 잔해 더미를 자유롭게 돌아다니기에는 한계가 있다. 주위 환경에 적응하는 균주나 성장중인 뉴런, 덩굴식물 등 자연현상에 착안한 신개념 소프트 로봇을 개발하고 로봇 전문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 최신호에 발표해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해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화학 반응으로 만든 공기를 내부에서 순환시키는 힘으로 스스로 움직이는 문어 형태의 소프트 로봇 ‘옥토봇’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옥토봇은 전기 에너지가 없어도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조규진 교수 연구팀이 작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제1회 로보소프트 그랜드 챌린지’에서 종이접기 원리를 응용해 바퀴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소프트로봇으로 우승했다. 뱀이나 문어 등 부드러운 생명체의 구조와 형태, 메커니즘을 본따 만드는 로봇이다. 신축성 있는 유연한 소재를 활용해 웨어러블 분야나 재난 구조에 활용될 수 있는 유망 분야다. 가트너, IDC 등 시장조사기관과 포브스 등 주요 외신이 2017년 반드시 주목해야 할 과학기술로 소프트 로봇을 꼽았다. 딱딱한 몸체에 유연성이 부족한 기존 로봇이 아닌 소프트 로봇 연구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스스로 접힐 수 있는 부드러운 물질로 튜브를 만든 뒤 한 쪽 끝에서 뒤집어지면 부드러운 물질이 바깥쪽으로 밀어내며 몸체를 자라게 한다. 마치 양말을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뒤집는 방식과 유사하다. 공기 대신 물과 같은 유체를 활용할 수도 있다. 몸체 전체가 움직이지 않아도 끄트머리가 자라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덩굴식물이 벽이나 구조체를 타고 자라나는 것처럼 움직인다. 연구진은 로봇 끝에 달린 카메라 이미지를 통해 스스로 방향을 결정하는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개발했다. “로봇 몸체가 끝에서만 길어지면서 몸체 전체가 커지지만 몸체 나머지 부분은 움직이지 않는다”며 “몸체가 주변 환경에 밀착되거나 암석 덩어리 사이에 낄 수 있지만 공기나 유체 같은 새로운 물질이 끄트머리에 추가되기 때문에 계속 자라면서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리잡이끈끈이, 접착제, 얼음벽, 뾰족한 물체 등 다양한 장애물이 있는 환경에서 실험했다. 로봇 끄트머리에는 재난 현장의 생존자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부착했다. 테스트 결과 모든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생존자를 찾아냈다. 자신 몸체 지름의 10%밖에 안되는 문 틈새로 이동하는 데도 성공했다. 알 수 없는 장애물을 탐색할 수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천장이 무너진 공간에서 테스트한 결과 자유롭게 움직이고 좁은 공간에서 배선을 연결할 수도 있었다. 의료 로봇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며 “그런 만큼 로봇을 제어하는 데 정밀한 동작 모델이 필요하며 끝에 달린 카메라로 상황을 인지할 경우 카메라 이미지를 빠르고 정확하게 계산해 경로를 탐색하는 알고리즘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작년 개발한 ‘옥토봇’은 전기 에너지 없이도 스스로 움직인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돼 주목받았다.
8개의 다리를 가진 옥토봇은 압축 공기가 팽창하고 순환할 때 생기는 힘을 이용해 스스로 움직인다. 연구진은 우선 과산화수소수로 채워진 ‘액추에이터’에 과산화수소 분해 반응을 일으킬 수 있도록 촉매 장치를 탑재했다. 액추에이터는 압축 공기를 활용해 동력을 만들어내는 원동기를 말한다. 연구진은 화학 반응에 의해 과산화수소가 분해되면서 나온 산소를 압축한 뒤 뿜어내는 힘을 8개의 다리에 전달하는 원리로 옥토봇을 작동시켰다. 최정우 서강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 등으로 이뤄진 한미 공동 연구진이 생체 세포로 만든 가오리 형태의 소프트 로봇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주목받았다.
조규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작년 열린 로보소프트 그랜드 챌린지 세계 대회에서 우승했다. 연구팀은 바퀴형 로봇 ‘스누맥스’로 장애물 피하기와 계단 오르기, 물체 집기 등 딱딱한 로봇이 하기 힘든 미션을 모두 수행하는 데 성공했다. 조규진 교수는 “종이접기 원리를 이용해 공압을 사용하지 않고도 바퀴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했다”며 “소프트 로봇은 통제되지 않은 환경에서 재난 구조나 의료 기기 등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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